지운이 2017. 12. 5. 20:39

聞犬吠

-呂大老

 

一犬吠 일견폐

二犬吠 이견폐

一時吠千百 일시폐천백

群吠爲何物 군폐위하물

徒耳不以目 도이불이목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한꺼번에 수 많은 개가 짖네

뭇개들 무엇 때문에 짖나

헛되이 소리만 듣고 눈으로는 보지 못하고서ᆢ

 

*呂大老여대로, 1552~1619. 임진왜란때 의병장으로 나서기도 했던ᆢ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一犬吠'로 시작하는 시는 제법 여럿이다ᆢ

 

위 여대로 보다 조금 앞서, 이산해가 7세에 지었다는,

 

一犬吠 일견폐

二犬吠 이견폐

三犬亦隨吠 삼견역수폐

童言山外月如鏡 동언산외월여경

滿庭樹影閒婆娑 만정수영한파사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세 마리 개가 또한 따라 짖네

동자의 말이 산 밖에 달이 거울 같이 밝고

뜰 가득한 나무 그림자 한가로이 흔들린다네

(연려실기술에ᆢ

이산해李山海, 1539~1609)

 

또 이산해의 아들인 이경전의 13세작이라고도 하고 9세 쓴 것이라고도 하는ᆢ 犬吠라는 제목으로ᆢ

 

一犬吠 일견폐

二犬吠 이견폐

三犬亦隨吠 삼견역수폐

人乎虎乎風聲乎 인호호호풍성호

童言山月正如燭 동언산월정여촉

半庭唯有鳴寒梧 반정유유명한오

한마리 개가 짖자

두마리 개가 짖고

세마리 개가 또한 따라 짖네

사람일까 호랑이일까 바람소릴까

동자의 말이 산 달 등불처럼 밝고

뜨락 가로 찬 오동 소리만 들린다네

(犬吠, 石樓遺稿에ᆢ

이경전李慶全, 1567~1664)

 

그리고 어제 올렸던 김득신의 그림 出門看月圖에 다시 등장한다

 

이렇게 一犬吠로 시작하는 시들은 여러 버전이 있는데, 모두ᆢ 후한(後漢) 말,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王符왕부의 ‘잠부론潛夫論'에 나오는 아래 구절에 기원하는 듯 하다.

一犬吠形 일견폐형

百犬吠聲 백견폐성

한 마리 개가 어떤 모양(形)에 짖자

백 마리 개가 그 소리(聲)에 따라 짖네

 

한마리 개가 짖는 소리에ᆢ온 동네 개들이 영문도 모르고 짖는다는ᆢ그래서 '개소리'인가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