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쑥뜸요법사’ 중국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중국에서 뜸에 관한 새로운 동향
-‘보건애구사’ 제도와 현상에 대해서-
(*形井秀一, 醫道の日本 2018.12월)
*이 글은 필자(形井秀一)가 중국 학회를 방문하고, 중국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인정된 ‘保健艾灸師’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뜸 및 뜸쑥과 관련한 중국내 실상을 정리한 것이다. 保健艾灸師는 새로운 직종으로 ‘의사로서의 뜸’과는 달리 건강 증진을 위한 ‘양생의 뜸’, ‘셀프케어의 뜸’을 제도화하려는 것으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보건쑥뜸요법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시기 뜸봉사와 관련한 국내 사회적 갈등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커 올려둡니다(芝雲).
保健艾灸師
보건애구사는 2016년 공식적인 직업으로 인정된 것으로, ‘뜸으로 양생 보건을 도모하는 직업’이라 하며, 중의사가 아니면서 건강의 유지 증진에 공헌하는 새로운 직업으로 뜸을 실시하는 직종을 말한다.
중국의 의료는 서양의학, 중의학, 중서의결합의학 그리고 각지역 민족의학을 하는 부류 등 다양한데, 제도적으로는 어느 쪽이건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서가 주어진다.
중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공립병원이고, 민간의 병원은 경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2010년대 들어 외국민간자본의 민간병원 투자가 허용되는 등, 병원의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향후 한방과 침구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의 중의의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침구는 통상 의사가 할 수 있는 치료법이었으나, 의사가 아닌 ‘保健艾灸師’제도가 만들어져 의업이 아닌 직종으로 뜸을 할 수 있는 직업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保健艾灸師’는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 애구보건보급위원회가 관리하고 國家中醫藥管理局 職業技能鑒定指導센터가 자격증을 교부한다. 동센터와 협력기관인 북경대의당국강과기유한공사가 육성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는 침구계의 세계침구학회연합회와 마찬가지로 중의약계의 세계학회연합회이다. 또한 국가중의약관리국은 중국의 중의약을 관리하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즉 보건애구사는 중국에서 정부가 정식으로 인정한 ‘뜸 시술을 행하는 새로운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보건애구사는 의사와는 달리, 이름 그대로 보건을 목적으로 하며 ‘의사로써’ 뜸을 시술하는 직업은 아니다. 따라서 직접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개업권은 주어져서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오너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 내에서 행해지는 뜸과 보건애구사가 하는 뜸이 어떻게 다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직접구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대부분의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직접구의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하고 중의 진료현장에서는 봉구 등 간접구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누가 행하는지는 거의 구별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보건애구사의 경우는 뜸이나 마사지를 함께 한다거나 릴렉스를 위한 경우가 많다. 중의진료를 하는 병원의 경우 상당수 환자들이 뜸 연기 속에 기다리는 상황에서 뜸 시술이 이루진다. 그러나 보건애구사의 살롱에서는 연기의 배출설비가 잘 되는 가운데 마사지도 받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피로를 치유할 수 공간에서 뜸이 이루어진다.
보건애구사 출현의 배경
이러한 움직임은 뜸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보건애구사의 급증 현상은 어떠한 사회적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
중국경제의 향상과 중국의 건강정책
-부유층 증가와 건강의식 고양
뜸에 대한 새로운 제도의 인정은 부유층의 증가로 상징되는 중국경제의 발전이 주된 배경일 것이다. 중국의 경우 부유층의 기준은 중국元으로 약 200만 元이다. 맥킨지앤컴퍼니의 2009년 조사에서 부유층은 2015년까지 400만 元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경제적인 여유로 쾌적한 생활과 건강한 인생을 희구하려는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니즈에 정부가 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2009년은 중국정부가 의료기기의 국산화에 노력을 경주하는 해라 불리고, 그 후에도 국산화정책을 지속해 왔다. 병원을 찾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진찰을 받기가 어려우며 또한 진찰비도 비싸다. 그 해결책으로 국산의료기기 업계의 발전을 촉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침구분야의 움직임을 살펴보자면, 중국정부의 움직임과 침구분야의 움직임은 연동된다. 2009년 중국은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ISO/TC249위원회를 만들어 중의학의 약제와 의료기구(치료방법과 기술도)의 중국내 수준을 세계표준화하고 전세계로 공급하고자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왔다. 뜸 분야에서는 2009년 뜸제조공장에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등 하남성 산동성 호북성 등에서 뜸쑥 제조공장이 늘어나고 쑥의 대규모 재배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런 뜸쑥 제조는 뜸 시술이 성행하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다. 즉 뜸쑥의 소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뜸 시술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 필요가 있고, 이는 시술 받을 사람의 수입에 달려 있다. 중국경제가 우상향의 신장을 해온 만큼 그 요건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건강증진정책과 양생구의 인정
1960년대부터 독일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국가가 권장하는 스포츠에 의한 건강증진운동의 예로 ‘드림운동’이 있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1970년대에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킨다’는 표어 아래 정부 주도 아래 건강증진이 도모되었다. 이 시기 일본은 고도성장기로 노동자의 건강문제 등, 건강문제가 크게 부상하였다. 현재 일본에서 당면한 서플먼트가 발매되고 에스테틱살롱이나 스포츠짐이 탄생하고 성황을 이루게 된 것이 바로 이 시기이고, 1972년 ‘일본에스티테이션협회’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오늘날 중국이 바로 당시의 일본과 거의 유사하여 건강지향이 시작된 시점이다. 이는 물론 경제적 발전을 기반으로 한다. 이제 건강, 미용, 휴식, 레져, 관광 등에 대한 지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60세 이상 인구는 2013년 2억 명을 넘어섰다. 인구의 15% 정도이다. 고령자의 건강, 혹은 건강수명을 어떻게 생각하고, 고령자의 생활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각국 정부의 고민이며, 중국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보건애구사’는 중국인의 건강지향, 고령자대책의 필요성을 중시하여 중국 고래의 뜸을 수용해 안마와 함께 살롱 경영의 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하는 뜸은 ‘의료 상의 뜸’이 아니고, 건강 증진을 위한 ‘양생의 뜸’, ‘셀프케어의 뜸’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중국정부도 민간이 국민의 건장유지/증진의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그것을 민간에 위탁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걸었다.
건강산업 전체에서 중의학 보급 확충
-인구육성과 새로운 보험제도 도입
중의약건강서비스발전계획에 따르면 ‘건강산업 전체에서 중의학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또 중국 공적의료보험제도의 경우 중의약이나 침구, 기공 이외에 대해서도 ‘중의약 양생이나 미병 대책에 적용 가능한 보험상품의 개발을 장려’한다고 하여 ‘기술에 관해서는 중의학 특유의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업학력증과 직업자격증서를 발행해 주는 학교시설의 정비를 추진’하는 등, ‘인재육성과 새로운 보험제도를 만들도록’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이 발전계획에 호응하여, ‘보건애구사’ 제도가 2016년 12월16일 국무원 요구에 기초하여 인력자원과 사회보장부(인사부)가 정식으로 공표하는 국가직업자격목록에 추가되었다(2015년판 ‘중화인민공화국 직업문헌대전’에 의한 직업 번호 : 4-10-04-01). 이는 당시 국무원이 400종 이상의 직업을 국가직업자격목록에서 삭제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보건애구사를 도입하고자 노력해 온 관계자는 4회의 국제구법대회를 지속 개최한 노력의 결과라고 기뻐하였다.
-중의약이나 침구 주변영역의 직업자격 인증
보간애구사는 현재 약 200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실은 2016년 이 제도가 공표되기까지는 이와 유사한 ‘灸療師’(뜸요법사)라는 이름의 직종이 있었다. 구료사는 2011년 인사부의 인가를 득하여 북경대의당강과기유한공사가 그 육성을 넘겨받았다. 여기서 시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인사부 중국취업육성기술지도센터로부터 ‘구료사직업육성증서’가 발급된다. 현재 약 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보건애구사는 ‘보건조리사’(조리는 보건 보양 관리의 의미)라는 분류에 속한다. 보건조리사에는 보건애구사 외에 보건괄사사, 보건부항사, 보건폄술사의 4가지가 있다. 그리고 보건조리사 직종이 속하는 ‘중의약행업 직업기술분류’에는 보건조리사 외에 보건안마사, 방향보건사, 의약상품판매원, 중화조리사의 4가지가 있다. 이처럼 중의약 관련 직종이나 침구 관련 직종에는 괄사, 부항, 폄술, 나아가 방향(아로마) 의약품판매 등이 포함되며 뜸 분야 외에도 중의약이나 침구 주변영역이 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능검정직종일람(147종)에는 또한 보건안마사와 보건괄사사, 풋마사지사 밖에 없었지만, 2016년에는 부항, 폄술도 추가되어 있다. 보건애구사와 구료사에 관해서는 향후 통일시킬 계획도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괄사와 폄술은, 괄사가 ‘기구로 피부를 마찰하는 것’, 폄술은 ‘피부의 절개, 강한 마찰, 온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절개하는 폄술’은 중의사 아니고는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괄사와 폄술은 사실 아주 유사한 시술법이 아닐까 여겨진다. 굳이 말하자면 자극을 가하는 방식의 차이로 폄술 쪽이 좀더 강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후 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건애구사’ 인정의 의미
일본에는 의사면허와는 별도로 침사, 구사, 안마마사지지압사, 유도정복사의 면허가 있다. 중국에서는 보건안마사와 풋마사지사라는 직접자격증명이 이전부터 있었지만, 침구와 관련해서는 중의사(의사)가 하는 침이나 뜸의 분야가 존재했을 뿐이었는데, 이제 ‘보건애구사’에게 국가직업자격이 주어지게 되었다.
중국에는 물론 민간요법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뜸문화도 존재해 왔다. 지난해 5월 5일 단오절에 중국 쑥산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집 현관에 쑥으로 인형을 만들어 두어 무병식재를 기원하는 풍습이 지금까지도 중국인의 생활 속에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근년 중국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뜸을 양생에 이용하는 지혜가 희박해 지고 있는데, 보건애구사의 인정이 뜸문화를 부흥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뜸을 건강증진방법의 한가지 수단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중국에서 양생적인 뜸을 부활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뜸쑥 중국- 미디어전략
2018년 9월 9일, 제6회 국제구법대회에 초빙되어, 필자는 ‘일본의 전통침구 - 일본의 뜸과 뜸쑥에 관하여’라는 타이틀로 강연을 하였다. 이 국제구법대회는 ‘북경대의당집단’이 주관하는, ‘보건애구사’들의 년 1회 연차대회였다. 이 대회는 WFAS의 후원도 받고 있다.
이 대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미디어전략이나 IT활용 면이다.
운남성 곤명의 대회장은 국제대회가 여러 개 동시 열릴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컨벤션센터였다. 대회장에는 실시간으로 강연자나 청중을 방영하고, 아이돌가수의 공연도 내보내 주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중국에 자생하는 쑥을 어느 지역에서 볼 수 있는지 검색하는 어플도 있고, 쑥을 이용한 요리가 중국 어느 지방에서 어떻게 자생하는지 등을 취재한 보고도 있었다. 발표 때 이루어진 각종 연출을 볼 때 뜸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학술적으로도 기록영상도 우수하여 중국 전국의 뜸쑥과 관계가 있는 인물, 장소, 사건, 지역풍습, 공예, 특수기법, 음식문화, 과학기술운용 등에 대해 폭넓게 취재 수록하여 제작한 비디오도 상영되었다. 이것은 5개 제작그룹이 2년간 시간을 들여 촬영한 것으로 ‘艾草中國’이라는 대형 다큐멘터리였다. 모두 15회, 35분 짜리로 3개 시리즈로 나눠져 있고, 각 시리즈는 5회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어판 영어판 등을 세계 15개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라 하며, 중국 국내에서는 중앙전시대(국영방송)와 주요 TV에서 방영될 예정이라 한다.
이것은 뜸이 아니라 뜸쑥에 관한 것이다. 뜸법을 보급시키려는 운동을 하는 집단이지만, 그것을 그 원재료인 뜸쑥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그를 위한 시간과 인력 및 경비를 생각하면 오늘의 중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필요한 곳에 자금과 자재와 인재를 투입하는 선견성을 느낄 수 있다.
‘艾草中國’을 제작한 것은 북경대의당집단의 미디어부문이다. 뜸을 보급하기 위한 미디어전략을 세워 뜸분야에 특화한 일을 하며, 뜸을 중국 전체에 보급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장래 세계의 뜸사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생략)
(*芝雲 역/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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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전개되었던 동의학 요법의 활약과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래의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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