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자극과 신경재생
침 자극과 신경재생
뇌의 세포조직에는 신경세포 말고도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교세포(glial cells)가 있다. 종래 뇌와 관련된 연구는 대부분 신경세포=뉴런에만 집중되고 이 교세포는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들어 이 신경교세포의 역할이 확인되는 가운데, 특히 여기서 생성되는 신경영양인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식세포 기원의 Micro-glial세포가 생산하는 인자가 신경병증성 통증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기침의 신경재생 효과에 대한 연구를 소개한다.
* * *
통상 뇌세포에서 발현되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주목받아 왔다. 즉 BDNF가 신경세포에서 tyrosine kinase 수용채B를 활성화하여 신경세포의 생성/성장/발달에 작용하고, 신경세포에 손상이 있을 때도 그 저항을 높여 신경세포의 생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BDNF의 발현이 부진하면, 뇌 위축으로 기억력 저하나 우울증 등 각종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 뿐만 아니라, 조현병, 강박장애, 치매, 알츠하이머, 신경성 식욕부진, 폭식증 등과도 높은 연관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들도 볼 수 있다.
이들 제반 질환과 관련하여 BDNF 발현 저하를 주목하는 것이다. BDNF 발현이 부진하면 해마나 내측전두피질, 전대상회피질 등의 부위에 위축이 일어난다. 해마는 맥락기억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호르몬의 조절에 작용하고, 전대상회피질은 정서, 주의력 등에 관여하며 내측전두피질은 기억, 학습, 감정 등에 관여하는데, BDNF 발현 저하는 이들 기능의 약화, 나아가 각종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또 나이가 들면 BDNF 인자의 발현도 약화된다. 뇌 기능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뇌를 활성화하면 BDNF 발현도 촉진된다.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뇌의 발달에 관여하여 인지능력이나 학습능력, 기억력 등의 발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인 경우 해마에 신경염증이 관찰되는데, BDNF가 이 염증에 작용하여 신경세포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유의미한 작용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BDNF 발현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즐거운 활동, 특히 운동이 주목을 받아 왔다. 즉 운동이 BDNF의 발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운동을 하도록 하는 강압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로 인한 스트레스 홀몬만 증가시킨다고 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서두에 지적한대로 신경교세포에서 발현되는 신경영양인자도 주목받고 있다. 신경교세포에서 유래하는 인자를 ‘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GDNF(glial cell line 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 하는데, 이 인자가 말초신경의 재생을 촉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침자극을 통한 신경재생을 기대하는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 * *
통상 침자극이 뇌질환(정신질환)에 치료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들이 적지 않다. 즉 침 자극이 뇌 속의 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의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s)의 형성을 증가시키고 이 인자의 작용으로 신경세포가 보호되고 나아가 신경줄기세포의 생장, 분화를 촉진하여 뇌질환 치료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아래 참조)
*전침의 혈관성 치매 치료 매커니즘 규명. Nature 2016,6.
(Electroacupuncture ameliorates memory impairments by enhancing oligodendrocyte regeneration in a mouse model of prolonged cerebral hypoperfusion *https://www.nature.com/articles/srep28646)
최근 전기침의 말초신경 재생 작용에 대한 연구(중국)에서는, 전기침술이 GDNF(glial cell line derived neurotrophic factor : 신경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와 세포 간의 흡착인자인 캐드헤린(cadherin)을 발현시켜 말초신경의 재생을 촉진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즉 안면신경 손상 토끼에 대해 전기침 시술한 결과, 토끼의 말초 안면신경 손상의 재생이 촉진되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며, 말초 염증반응을 감소시켜, 안면근육 기능의 회복을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것은 중앙 안면신경 세포에서 GDNF와 N-cadherin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한다. 요컨대 전기침이 안면신경 파열부상 후 말초신경 재생을 촉진하고, 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의 작용을 상향조절한다는 것이다.(아래 참조)
*안면신경 타박상 후 전기침술에 의한 말초신경 재생과 신경교세포(glial세포) 유래 신경 영양인자 발현의 상방향성 조절. 2019.1.
(Electroacupuncture promotes peripheral nerve regeneration after facial nerve crush injury and upregulates the expression of glial cell -derived neurotrophic factor. Jing Fei et al. Neural Regeneration Research)
*전자의 연구에서는 백회, 족삼리, 대추, 삼음교 등의 경혈이 활용되었고, 후자의 연구에서는 예풍, 협거, 지창, 양백, 관료, 합곡 등이 활용되었다.
전기침의 항우울 효과에 대한 연구도 볼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BDNF 발현이 낮다는 점을 Biomarker로 하여 전기침의 효과를 연구하였는데, 전기침이 항우울제와 유사한 정도의 BDNF 발현 개선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전기침의 효과가 약물 보다 빠르게 나타나 전기침이 BDNF 발현을 매개로 한 우울증 치료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래 참조)
*Effect of electroacupuncture on depression and the production of glial cell line-derived neurotrophic factor compared with fluoxetine : a randomed controlled pilot study. J. of Altern Complement Med. 2013. 9.
관련 연구를 서베이한 논문에 따르면, 다수 논문에서 침 치료 혹은 전기침이 신경 재생과 회복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수초 생성이 증가되고, 축삭의 재생을 돕거나 축삭의 퇴화를 방지하는 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 즉 신경의 보호와 재생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아가 신경손상 회복후 근육의 가동성도 개선되어 침 치료가 신경 재생을 매개로 근골격계 질환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주관적 평가에서도 침 치료는 운동신경 전도 속도에서 대조군에 비해 유의적인 기능회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침치료가 신경재생 및 회복에 미치는 영향 (Korean J. of accup., 2014.)
한편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에 대한 뜸 치료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환자의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증상개선이 확인됨과 더불어, 신경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GDNF)와 mRNA의 발현이 확인되어 치료 발현과정에서 신경재생이 수반됨을 확인할 수 있다.(아래 참조)
*Effect of moxibustion on the expression of GDNF and its receptor GFRα3 in the colon and spinal cord of rats with irritable bowel syndrome. Acupunct Med. 2019 Aug
한걸음 더 나아가 파킨슨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GDNF를 직접 주사 주입한 임상연구도 볼 수 있다(뇌에 직접 주입). 여기에 참가했던 많은 환자들이 분명한 증상개선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 브리스톨의 프렌치에이 병원과 사우스메드 병원에서 5년 동안 이루어져 온 이 연구에서, 스티븐 길 교수는 "이번 실험은 귀 뒤의 작은 구멍을 통해 몇 달 동안 환자의 뇌에 직접 GDNF를 안전하고 반복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 방법은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학적 상태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약물들은 뇌 장벽으로 인해 혈류에서 뇌로 건너갈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미러> 온라인판. 2019. 2. 26 참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은 통상 흑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로 인한 진행형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보고 있으며, 환자에게서 이상운동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재 주된 치료법은 상실된 도파민의 기능을 대체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것이 있고, 오랜 약물 복용으로 그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손상된 뇌조직 일부를 파괴하는 신경파괴술이나 미세전극을 뇌 안에 이식하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그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 근본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위에서 본 GDNF을 직접 주입하여 신경재생을 도모하는 방법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한다.
(*Matthias Luz.., GNDF-induced cerebellar toxicity : A brief review. Neuro Toxicogy. 2016.11
*Electroacupuncture promotes recovery of motor function and reduces dopaminegic neuron degeneration in rodent models of parkinson's disease. Int'l J. of Molecular Sciences, 2017. aug.)
(*파킨슨병과 관련해서는 블로그의 다른글 파킨슨병과 운동 그리고 침술 참조)
(*芝雲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