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과학적 침구

‘면역과 침뜸’ 이야기 2 : 면역세포

지운이 2019. 9. 23. 16:53

‘면역과 침뜸’ 이야기2

  : 면역세포

 

면역의 주역, 백혈구..

 

면역시스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혈액 속에 있는 면역세포, 즉 백혈구이다. 백혈구에 이물질의 정보를 알려주는 수지상세포 역시 면역세포에 속한다. 그리고 백혈구는 마크로파지(단구, macrohpage), 과립구(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등), 림프구(T세포, B세포, NK세포 등)로 구분된다.

 

수지상세포는 병원균을 직접 처리하기도 하지만, 항원전달을 통해 후천면역을 활성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골수 조혈줄기세포로부터 미성숙 수지상세포로 분화되어 조직 사이를 이동해 다니다가 이물질을 만나면 활성화되어 비장이나 림프절로 이동하기 시작하며, 이물질을 삼켜고(식균) 그 조각을 항원으로 제시한다(MHC 클래스I). 이에 대응하여 킬러T세포가 활성, 증식하여 이물질을 제거하는 한편 B세포에 항원을 제시하는 등 후천성면역이 전개된다.

 

대식세포(마크로파지)는 이물질을 대량으로(macro) 잡아먹어 버리는(phage) 백혈구로 청소세포라고도 한다. 매크로파지는 단세포인 아메바처럼 이물질이 침입하면 즉시 잡아 먹기 위해 이물질을 감싼다. 단세포생물시대의 세포와 똑같이 활동하는 것이다. 이물질을 잡아 먹어 효소로 분해하게 되는데, 분해되지 않는 물질은 장으로 운반하여 배설하거나 폐로 보내 객담으로 배출해 버린다.

 

대식세포 역시 골수 조혈줄기세포에서 분화되어 단핵구로 상주하다가, 병원체에 감염되면 대식세포로 변하여, 병원체를 잡아먹는 등의 선천성면역반응인 염증반응을 유발시킨다. 마크로파지는 온몸에 두루 분포되어 있는데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취하고 있어, 과거에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불리기도 하였다. 예컨대 뇌에 존재하는 마크로파지는 글리아(glia)세포, 폐에서는 폐포(肺胞)마크로파지, 간에서는 쿠퍼(kupffer)세포 등으로 불린다. 또 관절에 있을 때는 관절마크로파지라고 한다. 대식세포도 잡아먹은 병원체의 조각을 대식세포의 표면에 제시(MHC 클래스II)한다. 림프관을 순환하던 헬퍼T세포가 이에 반응하고, 그 항원 정보를 B세포에 전달, 항원-항체반응에 의한 후천성 면역반응이 추가적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T세포는 마크로파지를 다시 활성화시킨다. 또한 대식세포는 이 과정에서 널부러진 환처에 남은 전투의 잔해들까지 깔끔하게 처리한다. 이처럼 대식세포는 선천성, 후천성 면역계를 총체적으로 관여,지휘하는 중요한 백혈구이다.

 

이물질이 침입하여 염증이 발생하면, 매크로퍼지는 그 이물질의 성질을 구분하여 다른 종류의 사이토카인을 배출, 림프구나 과립구에 그 정보를 전송한다. 지시 내용에 따라 세균성이라면 과립구가 달려가고, 바이러스성이라면 림프구가 달려가 항원과 싸운다. 림프구는 매크로퍼지의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반드시 매크로퍼지가 있어서 사이토카인을 배출하거나 항원을 제시해야 림프구는 움직일 수 있다.

 

생명체의 진화와 더불어 백혈구도 진화해 왔다. 백혈구는 기본적으로 이물질을 잡아먹는 탐식기능을 갖는데, 환경 변화와 더불어 이물질도 복잡/다양해 짐에 따라 백혈구도 분화하며 진화해 왔다. 마크로파지 자체로도 남아 있지만. 그로부터 탐식기능이 보다 강화된 과립구와 탐식기능은 퇴화하고 면역기능을 갖는 림프구가 만들어지게 된다. 마크로파지가 약 5%, 과립구는 약 60%, 림프구는 약 35% 정도로 이들 분화한 세포가 마크로파지 보다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등으로 구분되는 과립구(granulocyte)는, 백혈구의 55~60%를 차지하며, 역시 골수 조혈줄기세포에서 분화되어 혈류로 들어가 돌아다니다가 이물질을 만나면 급증식하여 식균하는 선천면역에 관여한다. 과립구는 마크로파지 보다 탐식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진화) 세균처럼 보다 큰 이물질을 처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다. 세포질 안에 ‘과립’이 보인다고 해서 과립구라 불리는데, 거기에 들어있는 다양한 분해효소(그랜자임, 리소자임 등)와 활성산소로 이물질을 감싸서 끌어들인 다음 분해해 버린다. 그 결과 강한 염증(화농성)이 수반된다. 상처가 화농하거나 수술 후 상처가 화농하는 것은 모두 과립구가 싸우는 현장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염증의 60% 정도는 과립구가 처리한다고 봐도 좋다고 한다. 다만 과립구의 이물질에 대항한 싸움은 면역기억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여드름이라든가 식중독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 나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걸릴 수 있다.

 

한편 과립구는 교감신경 우위 상태에서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 경우 반대로 림프구(NK세포, T세포와 B세포)는 감소하여 면역시스템의 교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과립구 우위는 특히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고, 이물질의 침입이 없는 상태에서 과립구가 과잉인 상태가 되어 멀쩡한 주변 조직이 파괴되는 문제(위/십이지장궤양, 치주염, 클론변 등의 궤양성질환)가 유발될 수 있다. 면역시스템 교란시(특히 교감신경 우위) 세균이 많은 위나 장 점막에서 과립구의 과다한 활약이 오히려 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백혈구의 약 35% 정도를 차지하는 림프구는, 세포가 불완전한 모양이어서 세포면역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불필요하다고 무시당했던 세포였다. 쉬고 있는 상태의 림프구는 핵만 두드러질 뿐 활동하는 세포내 소기관(organelle)이 없기 때문이다. 항원(이물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휴면 상태로 조용히 있던 림프구가 이물질을 만나면 깨어나서 빠른 속도로 분열하는 한편 세포내 소기관도 발달하여 대림프구로 변한다. 보통 한 개의 림프구가 1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하기 때문에 싸울 때는 1,000배에 해당하는 수의 대림프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면역활동에 들어가는데, 여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림프구는 통상 T림프구(T세포), B림프구(B세포)가 있어 각기 고유한 면역활동을 담당하며, 이를 통해 이물질의 최종적인 제거과정이 마무리된다.

 

B세포는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항원에 대응한다. 항체는 림프구가 항원에 대응하기 위해 막에 있는 접차분자를 자기 자신에게서 분리시켜 방출한 것이다. 항체는 단백분자다. 몸 안 어딘가에 이물질이 침입할 경우 B세포는 크기 때문에 혈관을 쉽게 지나갈 수 없지만, 단백분자는 작아 이동이 용이하다. 즉 B세포는 단백분자인 '접착분자 = 항체'를 혈액 안이나 체액 안으로 보내 이물질을 처리한다. 항체는 장이나 점액이나 분비물 안에도 방출된다.

 

한편 싸움이 끝난 뒤 B세포의 일부는 항원을 기억한 상태에서 휴식한다. 따라서 한번 싸워본 경험이 있는 항원이 또 침입할 경우에는 그 항원을 기억한 상태에서 휴식하는 림프구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클론을 증가시켜 바로 대응, 그 항원이 질병을 일으키기 전에 효과적으로 처리해 버린다.

 

 

이상과 같은 여러 세포들이 면역기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우리 인체의 면역상태는 언제나 동일한 상태는 아니다. 생체의 필요에 따라 강화되기도 하고 또 약화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면역력을 높이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물질에 대한 감시와 방어의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하자는 의미로, 이물질을 제거하려는 면역활동이 활성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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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이자'라는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공통된 바램일 수 있다. 바로 이 바램에 가장 근접한 것이 '침뜸요법'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침뜸 자극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침뜸 자극이 가해지면, 그 주위가 붉어지는 '발적' 현상을 볼 수 있다. 통상 침뜸 자극이 가해지면 국소부 혈관이 확장되어 혈류 흐름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많은 임상연구에서 확인된 바이다. 혈관 확장과 그에 따른 혈류 개선을 좀더 들여다보면, 이는 혈관을 벗어나 조직으로 흘러나오는 백혈구가 증가함을 의미하고 백혈구의 증가는 곧 면역활동의 활성으로 통한다 할 것이다. 병소에 출현한 이물질의 성격, 강도 등에 따라 활성화되는 백혈구도 다를 것이며, 그 작용을 통해 국소부 병소도 완화될 것이다. 더구나 침뜸 자극은 다른 어떠한 부정적 영향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계속)

 

 

 ※용어 이해
 MHC분자와 항원제시 
 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主組織適合性複合體
 
모든 포유동물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 집단으로 제6염색체라고도 하는데, 이들 작용에 의한 항원제시를 통해 면역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MHC I 
MHC I은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각 개체마다 고유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른바 ‘자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즉 각 개체 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짓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혈을 하거나 타인의 장기를 이식할 때 나타는 거부반응이 바로 이 구별에 해당한다
한편 MHC I은 인체에 이물질이 침입하여 세포에 이르면, 이 MHC I이 이물질과 결합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바로 세포의 감염이다. 동시에 MHC I 분자는 이물질 단편과 결합하여 자신의 감염을 면역세포에 알려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정보를 발한다. 이 정보를 신호로 대식세포인 마크로파지의 탐식활동은 물론 킬러T세포와 NK세포에 의한 감염세포의 살해가 개시된다.
 
MHC II
MHC II는 대식세포 · 수지상세포 · B림프구 · 흉선상피세포 등 감염세포를 탐식하고 면역처리하는 세포들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물질이 침입하면 그것을 탐식하여 그 이물질 단편을 이 MHC II분자에 실어 세포막을 통해 드러낸다. 이렇게 항원제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항원제시와 더불어 면역과정을 촉발하는 사이토카인을 발하는데, 이렇게 하여 헬퍼T세포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B세포가 활성화되며 특이적 면역과정이 전개된다.

(*芝雲 씀)

 

참조

*'면역과 침뜸' 이야기 1 : 면역이란?

*'면역과 침뜸' 이야기 3 : 선천면역과 획득면역

*'면역과 침뜸' 이야기 4 : 면역시스템의 작동기구

*'면역과 침뜸' 이야기 5 : 흉선에서 T세포의 선별과 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