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티베트의학 사부의전

티베트의학ᆢ 四部醫典에 대해ᆢ

지운이 2019. 11. 25. 21:25

사부의전(四部醫典)을 통해 본 티베트인의 질병 치유와 유기체적 세계 인식

  ㅡ박사과정 박혜영

 

1. 티베트인의 의학의 지혜에 대한 관심

2. 의사의 진맥 방법과 역할에 대한 이해

3. 배태발육도를 통해본 인간에 대한 인식

4. 자연에서 구하는 약재와 약물의 활용

5. 티베트 의학과 유기체적 생명의 세계

 

 

1. 티베트인의 의학의 지혜에 대한 관심

학문과 철학과 예술을 넘어서는 의학의 지혜란 무엇인가? 흔히 밀교에서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진화하는 방법을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학문과 수행을 언어 수사학의 지혜(타릭빠:DRA RICPA), 논리학의 지혜(뗀칙릭빠:TENTSIK RICPA), 예술의 지혜(소와릭빠:SOWA RICPA), 의학의 지혜(소릭빠: SORICPA), 명상수행의 지혜(낭릭빠: NANG RIGPA)가 그것이다. 인간이 앓는 병의 원인을 제거해 그 병이 없던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과 거기에 담긴 티베트인의 지혜가 궁금하다.

 

탕카로 그려진 티베트의 의료 도구

티베트에서는 고대부터 수술을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의학이 발달했으며, 심장이나 뇌를 검사하기 위한 수술도 가능했다. 티베트에 전해지는 탕카에 남은 수술 도구들은 이러한 의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또한 티베트의 전통 장례인 조장을 주관하는 돔덴(DOMDEN: 시체의 몸을 가르고 자르는 사람)의 역할이 고대 티베트 의학의 발달에 이바지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티베트에서는 병으로 죽은 사람은 조장을 할 때 의술승이 부검을 하여 가족에게 사망 원인을 알려주는 전통이 있을 정도이니 부검의 기술과 해부학에 대한 이해 또한 남달랐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티베트 의학의 발달은 인체해부도를 살펴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인체해부도에 그려진 인간의 뼈는 23개군 360개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23개 군에는 두개골, 후두골, 코뼈, 이, 턱뼈 등 다섯 개의 군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몸체를 구성하는 아홉 개, 세 개의 팔, 다섯 개의 다리, 마지막으로 손가락과 발톱을 구성하는 뼈 등 한 개의 군이 있다. 또 360개의 뼈는 23개 군으로 된 뼈 사이에서 좀 더 세분화되며, 인간의 모든 뼈는 12개의 주요 관절과, 210개의 작은 마디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림과 글로서 설명하고 있다.

해부도(좌우 그림)

 

티베트의 전통의학은 그 역사가 2000년이 넘는다. 특히 서기 641년 문성공주가 송찬감포와 혼인하면서, 440종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의방 100가지, 진단법 5가지, 의료기계 6가지, 의학서적 4가지를 가지고 왔다고 전한다. 문성공주가 가져온 의서가 '의학대전(醫學大全)'인데 유실된 상태이다. 8세기 경에 이르러 적덕조찬과 혼인한 당나라의 금성공주 역시 의서를 들여왔는데, 이것에 기초하여 티베트의 의사들이 월왕약진(月王藥診)이라는 의서를 편찬했다. 서기 755년에는 적송덕찬이 중국, 인도, 네팔 등 여러 나라의 의사를 초청하여 각 나라의 의서를 참고로한 '자색왕실보건경함(姿色王室保健經函)'이라는 의서를 편찬했다. 그 후 원단공포(元丹貢布)라는 티베트 의사가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서기 8세기 말 사부의전(四部醫典)을 저술했다. 이 책은 티베트 의학을 대표하는 경전으로 몽골과 중국의 의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의서의 편찬을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티베트 전통의학이 주변국가로부터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추론할 수 있으며, 사부의전은 전통 의학이 번성하던 시기 티베트의 질병관과 치료법 등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전을 직접 구하여 판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글에서 사부의전에 실린 내용과 탕카를 통해 티베트 의학의 특징을 살펴보려 한다.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곧 생명을 지속시키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며, 의학은 그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티베트의 의서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티베트인의 지혜를 모아놓은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거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간의 정신, 마음의 건강을 일컬을 때에는 사유방식이라든지 가치관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따라서 의학의 지혜 속에는 단순히 치료에 대한 방법적 측면 이외에도 건강이라든지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대한 인식 또한 담겨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민간에서 통용되던 의학적 지혜라면 티베트인의 삶의 전통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티베트 의학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티베트인이 저술한 의서를 살피는 것으로, 티베트인의 전통적인 생명관이라든지 생태계를 포함한 세계에 대한 인식까지 되짚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 의사의 진맥 방법과 역할에 대한 이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부의전은 8세기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티베트의 대표적인 의서이다. 귀쉬라고도 부르는데, 이 이름은 '짜베귀(1부 근본 딴뜨라, 총6장), '쎼뻬귀(2부 근본 딴뜨라의 해석 딴뜨라, 총31장), '멘아귀(3부 구전 딴뜨라, 총92장), '치메귀(4부 종결 딴뜨라, 총27장)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이를 통칭하여 일컫게 된 것이라고 한다. 티베트에서는 의학에 뜻을 둔 사람은 누구나 입문과 동시에 사부의전(짜베귀․셰뻬귀․치메귀)의 세 딴뜨라를 암송하고 스승으로부터 그 설명을 듣는 것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사부의전의 1부는 인체의 생리, 병리, 질병의 진단과 치료의 기본원칙에 관련된 설명이 제시되어있으며, 2부는 인체의 해부구조, 질병의 원인, 보건위생지식, 약물의 성능, 질병진단의 구체적 방법과 치료원칙이 소개되어 있다. 3부는 각 과의 의료지식과 구체적 치료법, 약물요법, 외치법, 식사요법 그리고 각종 금기사항이 소개되어 있다. 4부는 질병 진단 방법과 소변 검사법, 맥진법 그리고 각종 방제와 그 합성 및 배합 치료효과 등이 중점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인체의 생명 잠재력이나 에너지가 신체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를 알고 판단하는 것이 티베트 의학의 진맥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가 손가락 끝을 이용하여 환자의 맥을 짚는 진맥법이 확립된 것은 8세기 전후 의성인 유두 닌마 윤댄곤보 시대라고 한다. 여기에서 진맥법을 뜻하는 ‘쓰아’라는 말은 티베트어로 신체의 가장 근간이 되는 기초를 말한다. 수정된 난자가 태아가 되어 6주가 되면 비로소 태아의 형태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을 쏘구쓰아라고 하는데, ‘쏘구’라고 하는 것은 생명이라는 뜻이다. 이 쏘구쓰아에서 다음 세 가지가 발생하는데, 태아에 있어서 중심부를 상하로 달리는 잔마쓰아, 좌우로 달리는 우매쓰아, 그리고 루마쓰아가 동시에 발생하는 태아는 성장의 각 단계를 경과하게 된다.

 

의사의 오른손으로

환자의 왼쪽 손목을 진맥

의사의 왼손으로

환자의 오른쪽 손목을 진맥

남성환자

검지

심장 소장

폐 대장

중지

비장 위

간장 쓸개

약지

왼쪽 신장 정낭

오른쪽 신장 방광

여성환자

검지

폐 소장

심장 대장

중지

비장 위

간장 쓸개

약지

왼쪽 신장 난소

오른쪽 신장 방광

 

티베트에서는 질병을 찾아내는데 있어, 청진기와 혈압기 같은 의료기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의사의 오른쪽 손가락으로 환자의 왼쪽 손목을, 반대로 의사의 왼쪽 손가락으로 환자의 오른쪽 손목을 눌러 맥을 본다. 중요한 것은 양쪽 손목을 다 진맥하는 것이 원칙인데, 처음에는 피부 위를 살며시 누르면서 보다가 끝에 가서는 약간 강하게, 그리고 더 세게 누르면서 진맥한다. 피부를 건드리는 촉감을 이용하여 약 2, 3분 정도 마치 명상하는 것처럼 병세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때 남녀의 성별에 따라 지두 대상이 달라지거나 진단 과정이 다르다는 점도 특징이다.

 

티베트 의학에서 인체는 '룽', '치이바',  '빼이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셋이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생명을 지속시킨다. 진맥법을 이용하여 가장 먼저 이 생리학적 체질을 진찰한다. 중국어로 번역하면 룽은 풍(風素), 치이바를 담즙(膽汁素), 빼이.겐을 점액(粘液素)이라고 한다. 이 셋의 작용이 전혀 다르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하나의 작용을 하는 것이 건강한 상태이지만,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보다는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어느 한 가지가 약하거나 강할 수 있다. 이 셋의 균형이 깨지고 부조화된 관계를 이룰 때, 의사는 그것이 선천적인 요인인지 후천적인 요인인지를 비교하여 질병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 셋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

 

치이바

빼이겐

생명력의 유지기능

소화흡수와 활력의 기능

체내에 있는 수분을 유지하는 기능

언어기능과 의욕을 지배

기력, 기분, 기색의 유지 기능

먹은 음식의 세분화 기능

표정과 감상의 관련성에 기능

사고력, 자기의식의 조절기능

미각 기능

음식의 소화, 분해, 흡수 기능

시각의 유지 기능

정서 유지를 조절하는 기능

배뇨, 배변, 분만에 기능

표피, 체표면의 활성화 기능

관절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기능

 

 

룽과 치이바, 빼이겐이 관여하는 공통적인 기능은 음식과 정서에 대한 부분이다. 사부의전에는 진맥을 받기 전에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환자는 진맥 전 날 음주나 육류 등의 음식 섭취를 금하고, 근육부의 마사지를 해서는 안 된다. 육체노동을 금하여 과로를 방지해야 하며,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는 찬 음식을 삼가야 한다. 과식과 절식, 단식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진맥 전날에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부부관계도 피해야 하며, 정서적으로 흥분하지 않도록 하고, 괴도한 두뇌노동은 금해야 한다. 먼 여행을 하거나, 바쁘게 활동하며 설쳐서도 안 된다.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예방하는 방법의 기본은 음식. 섭취를 바르게 하고 제대로 소화, 흡수하는 데에 있다. 식습관이 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명약을 써도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한다. 환자 스스로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진맥을 받기 전날, 환자가 지켜야 할 수칙은 더 이상 건강을 악화시키지 않고, 심신의 안정을 최대한 끌어내는 준비과정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질병이란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인데, 요구르트, 기름진 음식, 티베트 차, 시고 달고 쓴 것 등의 음식물을 과잉 섭취하거나, 수면상태와 노동과 같은 일상생활을 포함하여,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물에 빠지거나 하는 외부의 충격과 화를 쉽게 낸다거나 마음의 피로 같은 내적인 문제까지 삶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모두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사가 환자를 진맥을 할 때 중요한 점은 사전에 환자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특성이나 특질 등 성격을 감지하여야 하며, 환자를 진단하는 이상적인 시간을 선택하여야 하며, 1년 12개월을 여섯 계절로 나누어 각 계절의 자연계의 영향이나 각 개체와의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 화자가 평상시 건강이 양호할 때와 현재의 증상을 비교하고, 그의 수명과 남은 여명(餘命)에 대해서 관찰하고 건강관리에 대한 지시와 처방을 한다. 의사가 어느 시간에 환자를 진맥을 하는가도 중요하다. 하루 24시간 중 누구나 생명력이 왕성하게 활동을 시작하는 때가 아침 태양이 떠오르는 전후이며, 진맥을 보는 가장 적당한 시간은 일출부터 오전 10시까지라고 한다. 왜냐하면 아침 일찍 자연의 에너지가 활발해 졌을 때 그 활력이 전신으로 들어와 충만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루마쓰아는 태양의 온도 여하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활력이 상승하는데 정오 전후 시간에 최고조에 달한다. 잔마쓰아는 일몰 때부터 야간에 걸쳐 역으로 냉각되어 가는 것이 특징이다.

 

우매쓰아는 평정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명맥으로 생명력의 맥이기도 하다. 우매쓰아는 배꼽 부분으로부터 좌우의 신장, 간장, 폐장, 심장, 그리고 인체의 하부 또 경부(頸部)로부터 두부(頭部) 상체 분야까지 경로를 넓히고 있다. 사부의전에 수록된 인체해부도 중에 다음 그림은 신체의 혈관의 구조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세세하게 열거하여 나타낸 그림으로서,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일을 하는 혈관은 심장에서 말초기관으로 가는 동맥, 세포와의 사이에서 물질교환을 하는 모세혈관, 그리고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정맥으로 구분된다. 혈압은 심장을 떠난 혈액이 동맥을 타고 흐를 때 동맥벽에 가하는 힘으로 좌심실이 혈액을 방출해 내는 순간에 최고치에 이른다. 이 그림은 하얀색 척추와 신경계통의 표현도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우매쓰아는 이 그림에서 보이는 동맥 계통의 활동에 해당한다. 이 우매쓰아로 의사는 혈류의 강도나 고저, 혈류의 압력에 따라서 일어나는 환자 개인의 고유하고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의 구별, 또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 성향을 알아본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환자의 태도, 의사의 진맥 방법과 시간 등에서 티베트인들이 단순히 치료를 병든 부위를 낫게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치료의 과정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여 환자의 생리학적인 면을 모두 재정비하는 순간에 해당한다. 의사는 치료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으며, 환자의 생명을 건강한 상태로 지속시키기 위한 상태를 점검하고, 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진찰을 할 때에는 환부의 상태를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연령, 성격, 직업, 선천적이고 후천적 요소, 가정환경, 출생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흥미로운 점은 카르마, 즉 업(業)도 진맥으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로부터의 소작지, 업력까지 의사로서 찾아내고 진찰에 임하면서 속병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티베트에서는 업병을 알아야 환자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의 내면적인 문제까지 발견하고 건강을 완성해주는 것이 의사의 몫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3. 배태발육도를 통해 본 인간에 대한 인식

 

토번 왕조의 시의(侍醫)인 삐치씨가 3부만을 만들었고, 그 후 13세기에 이르러 사부의전을 개정하면서 명의들이 인체해부, 기타 약물용 식물의 그림 도표까지 나오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 5세 때(1617-1682) 현재 전승되는 탕카 79점이 완성되었다. 그 중 배태발육도에는 인간의 수태에서부터 세상에 태어나기까지의 과정, 즉 인간 태생의 단계가 그려져있다. 전체적으로는 일곱 단계의 생리학적 발달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인간의 수태는 두 가지 원인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 영혼이 어머니의 자궁에 찾아들어가는 과정인데, 아버지의 정액과 자궁의 혈액이

배태발육도

동시에 결합하여 착상하기에 이른다. 두 번째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 허공(空) 이 다섯 가지 요소 때문에 신체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식이 빠른 속도로 그리고 다양한 충돌을 하여 자궁에 들어갈 때 타고난 성향은 곧 부모가 될 사람의 그것과 일치하게 된다. 이 그림에서 계란처럼 생긴 모양이 정액을 그린 것이며, 가임하게 되는 시기와 임신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맨 아랫단에서 두 번째에 그려진 임산부의 모습은 출산이 임박하면 자궁 안의 태아의 위치가 성별을 가리켜준다는 것과 출산과정을 도해한 것이다. 그림의 왼쪽 상단은 부모불의 모습이 보이며, 상단에는 수인을 하고 있는 성스러운 존재들이 자리잡고 있다. 남녀의 합일을 의미하는 음양상으로서 부모불은 부처의 가장 고귀한 정신적 본질을 나타내며, 지혜와 자비가 하나 된 깨달음의 상태를 보여준다. 부모의 결합을 통해서 생겨난 나의 몸에는 부모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아버지의 씨앗은 흰 빛으로 두뇌 챠크라에, 어머니의 씨앗은 붉은 빛으로 단전 챠크라에 있다. 부정모혈 백보리와 ㄷ 내 몸 안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다시 결합을 하는데 바로 음력 보름날이다. 티베트인은 매월 보름날을 '마니데이'라고 하여 보석처럼 소중한 날로 여겨 삶의 신간동안 보석처럼 귀한 일에 바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름날은 세속 일을 쉬고 절에 가서 계를 받고 염불하고 명상하며 스승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 이 생의 삶을 마칠 때도 아버지의 씨앗인 흰 빛과 어머니의 씨앗인 붉은 빛이 가슴 챠크라에서 만나 우리 몸을 떠날 때 우리는 죽음을 체험하게 된다고 믿는다. 배태발육도에는 이러한 부모불의 존재가 그려져 있다 자궁은 둥근 원이면서 제각각 다른 색깔을 띤다. 마치 중음의 과정에 거친 자가 마치 여러가지 빛과 함께 신들과 마주하듯이 자궁 안의 모습도 오색찬란하다. 그림의 하단부분으로 내려갈수록 세속의 세계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수태가 이루어지려면 남성과 여성의 건강이 좋아야 하고, 지(地), 수(水), 화(火), 풍(風),공(空)이 같이 작용해야 한다. 또한 남녀가 모두 룽, 치이바, 빼겐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룽인데, 남녀의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정신이 들어갈 수 있는 인연이 없다는 태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태아가 정상적으로 모태 내에서 자라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원소에서 다섯 가지 기관이 발생해야 한다. 근육과 골조직이 지(地)에서 나는 냄새와 코와 함께 발생하고, 혈액은 혀와 수(水)의 다양한 맛에서 생기는 성질인 습기와 함께 발생하며, 화(火)에서 열기와 안색의 맑은 것이 발생한다. 풍(風)에서 숨 등이 발생하고 허공(空)에서 귀의 소리와 함께 다섯 기관이 발생한다.

 

모태 내에서 각 주마다 경과하는 태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1주는 남녀의 정자와 난자가 서로 결합되어 액상질 상태로 있는 기간이다. 제2주는 결합된 형체가 가늘고 긴 형상이 형성되는 과정에 들어간다. 수면이 바람으로 찰랑거리며 파문을 일으키는 상태를 표현한6ㄷ지ㅊㅎㅎ2주에 마치 요구르트 같은 상태로 변화된다. 제4주에 원셩상으로 변한다. 이상 3주까지 변화 과정에서 태아 성별은 기본적으로 인연에 따라, 또 태아의 성별이 부부 간에 호르몬 분비량이 많은 쪽으로 성별이 좌우된다. 여성이 월경이 끝날 날로부터 12일째 기수가 되는 날에 태어나는 아이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는데, 만일 12일째 날짜에 부부관계를 갖게 되면 여자아이가 태어난다고 전해진다. 수태 후 4주간의 환형상태에서 화염상 같은 것이 보이면 여아이고, 화염상의 줄이 아니라 둥글고 작은 것이 보인다면 남아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냥 가늘고 긴 형태만 보인다면 이때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반음양적인 태어로 본다. 남성에 가까운 여성, 여성에 가까운 남성 태아 등으로 분류되는 유형도 있다. 그러나 매월 초하루부터 15일 사이에 남아였던 아이가 갑자기 여아로 변할 때가 생기며, 월중 16일부터 30일 사이에 여아적인 것이 남아로 변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배태발육도에는 임신이 월경 후 9일 동안에 일어나는데 1,3,5,7일 홀수일에 임신이 되면 아들을 낳고, 짝수일에 임신이 되면 딸을 낳는다는 설명이 그림 아래 쓰여 있다.

 

제5주에 자궁 내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지는 배꼽이 완성된다. 제6주에는 색상 기관이 완성되며 동시에 생명의 쓰아가 완성된다. 모태와 태아 간에 쓰아를 통해 완전교류 되면서 성장하게 된다. 제7주에 태중에서 만들어진 임시적인 눈이 생긴다. 제8주에 태아의 머리가 생기며 제9주에 후두부(喉頭部)로부터 두상 상층이 만들어진다. 이상과 같은 9주까지 기간을 어기(漁期)라고 하는데 이것은 태아의 사지(四肢)가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몸만 있는 것을 고기로 비유한 것이다. 제10주에는 양 어깨부터 신체 중앙부에서 양 다리가 형성된다. 제11주에는 두 눈과 두 귀, 구강과 치아, 혀 등 토의 원형과 항문, 요도 등 원초적인 아홉 개의 구멍이 출현한다. 제12주에 심장과 비장, 좌우의 신장, 폐 등 다섯 개의 장기가 생긴다. 제13주에 위, 소장, 대장, 담장, 방광 등이 생긴다. 제14주에 팔, 다리 등의 기본적인 부분이 생기는데, 발가락이나 손가락 등은 미완성이다. 제15주는 손, 발톱이 생긴다. 제17주에는 피부면에 나타나는 면과 심장에서 오장육부로 주행하는 쓰아 내부가 형성된다. 혈액의 본래의 기능도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의 기능을 구기(龜旗)라고 하는데, 이것은 외부에 흐르는 쓰아가 거북이의 겉모양과 비슷한 데서 나온 말이다.

 

제18주에는 모태로부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때로, 태아의 생명이 활동하는 기간이다. 특히 산모의 영양섭취가 태아에게 튼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제19주와 20주에는 근육이나 건이 형성되는데, 주로 태아의 골격 형성의 강화와 골수 등이 충실해진다. 관절, 두개골, 어깨뼈, 늑골 등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다. 제21주에는 생성되는 에너지의 룽이 주성분이 된다. 체질이 완성되고, 각종 쓰아, 혈관계나 뇌하수계는 완성상태로 들어간다. 제22주에는 제11주에 미완성이었던 아홉 개의 구멍이 완성된다. 제23주에는 태아의 모공으로부터 머리카락 등이 생기는 등, 몸에 털이 생기고 손톱, 발톱 등이 굳어지기 시작한다. 제24-25주에는 모태의 음식 섭취, 음주, 흡연 등 일체가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시기이다. 태아의 신체를 형성, 좌우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산모가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태아의 감각기관이나 호흡기관에 무리가 없으며, 육체적 운동을 각별히 피해야 하는 시기이다. 제26주에는 본격적으로 태아의 정신활동이 일어나는데, 잠자는 것 같던 기능이 활동하여 인식반응이 뚜렷해지며 태교가 가능한 시기이다. 제27주부터 30주까지는 점차 정신과 육체가 성숙되는 시기이다. 제31주부터 35주까지는 태아와 모태와의 관계가 확실해지는 상태이다. 제35주를 돈기(豚期)라고 하는데 아이가 생기는 과정이 마치 돼지 모양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제36주에는 태아가 모태 밖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이다. 임신 초기에 정신(精神)이 모태를 택해서 들어오기까지의 어려움을 태아 자신이 느끼는 시기이다. 사부의전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티베트인들은 전통적으로 제37주에 이르러 태아가 남아인 경우 모체인 여성에 어떤 애정감각을 갖게 되며, 반대로 여아인 경우에는 모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강해 아버지쪽으로 호감을 갖고 나온다고 전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38주만에 태아분만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룽과 치이바, 빼겐의 에너지가 형성되어 인체 전반에 파급되고 완전한 인간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배태발육도에 내재된 티베트인의 인간관은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를 통해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죽음의 과정에서 의식이 육체를 '내버리거나','허공에 걸려있는'것과 같은 상태를 '중음(中陰)' 또는 '중유(中有)'라고 한다. 티베트인에게 바르도의 순간, 즉 중음의 체험은 나와 남이 둘 아님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기회이며 영적인 해탈이 가능한 순간이다. 인간의 육체는 근육, 체력, 체열, 호흡, 몸의 기색 등 '5대의 내재적 원소'와 땅, 물, 불, 바람, 허공 등의 5대의 외재적 원소가 서로 호응하면서 존재한다. 이것들이 하나하나 붕괴하면서 죽음의 징후가 나타난다. 티베트인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은 출생과 더불어 형성되고 죽음과 더불어 자연히 흩어진다고 믿었다. 일단 인간의 호흡이 끊어져 죽음에 이르면 육신은 다시 땅과 물 공기와 바람 속으로 돌아간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공대'가 분리되면 육체는 완전히 붕괴하고 생명은 의식의 차원으로 들어간다, 이때 귀를 찌르는, 우레가 치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들린다. 이 순간 암흑 속에서 감각기관의 지각을 상실한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중음의 단계는 임종중음, 실상 중음, 투생중음의 세 가지 중음을 논한다. 임종 중음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순간 일종의 무의식 경계에 처하는 것으로 그 지속 기간을 대개

반 정도 지속된다고 여긴다. 실상 중음은 영혼이 다시 의식을 회복하는 순간부터 다시 태(胎)에 들어가 육도를 윤회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임종자가 첫 번째 해탈의 시각에 이르는 것은 이 실상중음의 단계에 이르러 '청정한 빛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기간 동안 죽은 자는 마음에서 나온 기이한 환상을 느끼면서 일련의 환각을 거친다. 투생 죽음은 태에 들어가 재생할 때의 의식 상태를 가리키는데 죽은 자의 의식은 모체 안의 태에 들어가 잉태가 되면서 출생에 이른다.

바르도 상태에서 임종자의 체험

 

앞서 살핀 배태발육도는 인간의 투생중음에서 출생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이나 다름없다. 배태발육도에서 인간의 육체가 자연계의 다섯가지 원소로 구성된 물질적이고 유한한 것에 해당한다면, 인간의 영혼은 육체에 귀속되지 않는 무한한 존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부의전의 각종 해부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인체의 비율을 측량하고 이를 정교하게 도해했다는 점이다. 티베트인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못해 치밀하기까지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를 측정하고 묘사한 인체해부도와 달리 배태발육도는 인간의 중음의 단계에서 출생까지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과정을 순차적으로 배열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배태발육도는 인간의 진화와 윤회의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자연에서 구하는 약재와 약물의 활용

 

 

티베트 의학의 기본은 맥을 짚어 환자의 증상을 진단하고 동식물의 약재를 혼합해 탕제나 알약으로 처방하여 신체 리듬의 균형을 유지시키거나 환자의 정신상태를 관찰하고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것 등 주변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한다. 토양이나 물 등 티베트의 자연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약재의 대상이 된다. 다시말하면 병을 치유하는 약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과 같은 다섯가지 요소가 자연계의 물질을 이루고, 이것이 약물의 원료가 되며, 그것이 병든 인간을 낫게 한다는 것이다. 병을 치유한다는 것은 다섯 가지 요소를 균형있게 조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부의전에는 약용식물과 동물의약에 관한 그림에는 약초와 동물에서 얻어지는 약물을 소개되어 있다. 가령 맨 윗단에 그려진 약초들은 대부분 독있는 뿌리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 약초는 전염병 해독제로 뿐만 아니라 후두염이나, 근육경련을 완화시키는데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피에서 얻어지는 약물 중에 사슴 치는 자궁 출혈을 멈추게 하고, 알코올 중독을 막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생 암양의 폐는 여성의 장 질환을 완화시킨다. 염소 피는 전염성 독, 천연두, 한센병 등에 도움이 되며, 소변에서 얻어지는 약물 중에서 인간의 오줌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극미동물을 진정시켜 전염으로부터 보호하게 한다는 내용이 그림 아래 글로써 설명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사부의전 중 맛과 효능에 대한 그림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 그림은 보석과 광물을 일렬횡대로 그린 다음 그 약리작용과 병의 치료법에 대해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구리는 고름을 없애주며, 폐와 간에 열을 없애준다든지, 진주는 두뇌의 어지럼증을 예방하고 해독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내용으로 식이, 행동, 약물, 외부요법 등을 소개한 의학용 그림이 실려있다. 티벳 의술에서 약물치료는 맛과 소화 후의 기미, 효능 그리고 합성 방법을 고려한다.

 

약물 치료를 하는데 맛은 기본적인 양육과 구분, 성질 등급, 작용에 따라서 분석된다. 양육은 약물을 생산하게 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공급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다섯가지 요소가 바로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인데 이것의 영향이 땅 속에 있는 광물과 보석에 약효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맛과 효능 : 광물

 

약용식물과 동물의약

 

자연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로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육체가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물을 가루 내어 약재로 쓰는 것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약재들은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포함한 주변의 산과 들에서 얻는다. 의사는 약품을 자급자족하기도 하는데, 의학을 공부하면서 익힌 지식과 경험으로 약용으로 쓸 것들을 선별해낸다.

 

5. 티베트 의학과 유기체적 생명의 세계

타베트의학의 쓰아 진맥법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자연 환경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티베트력은 양력이나 음력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다. 티베트 역법에 의하면 1월 15일이면 ‘다빠’라는 별이 달이 뜨면서 나타난다. 가령 1월 15일에 뜨는 ‘다빠’라는 별이 뜰 때에 남성들의 맥을 보면 여성과 비슷한 맥이 뜬다. 2월 15일에는 ‘오우’라고 불리는 별이 나타나며, 3월 15일에는 월출과 동시에 ‘나구바’라는 별이 출현한다. 2월에 출현하는 별 ‘우아’가 뜨는 시기는 입춘의 계절로서 낮과 밤의 시간이 동일한 계절이다. 2월에는 보편적으로 맥동을 일으키는 별이 뜬다.4월 15일은 ‘사카’, 5월 15일에는 ‘논’이라는 별, 6월 15일에는 ‘죠도’라는 별이 뜨면 이 기간에는 인체에 맥박이 크게 뛴다는 것이 특징이다. 7월 15에는 ‘도싱’, 8월 15일에는 ‘도운대’라는 별이 뜨며, 9월 15일에는 ‘유쿠’라는 별이 떠서 맥이 더욱 활발하게 뛰도록 한다. 10월 15일에는 ‘민도구’, 11월 15일에는 ‘고오’, 12월 15일에는 ‘개루’라는 별이 뜬다. 이 세 달 동안 엄동설한의 한파가 닥치는데, 이 시기에는 물이 얼고 만물이 잠자는 계절과도 같아서, 인간의 맥박도 활동성이 약해진다.

 

사부의전에는 티베트 의학이 천제의 운행은 물론 점성술과도 관련이 있다고 전한다. 예컨대, 달의 차고 이지러짐, 즉 월령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월령의 16일부터 30일까지 영향을 받는 잔마쓰아는 자궁에 존재하며 루마쓰아라고 한다. 남성의 경우 월령의 1일부터 15일의 기간, 정소에 영향을 받는 잔마쓰아에 존재한다. 이를 잔마페룬의 쓰아라고 한다. 이 잔마쓰아는 달의 운향에 의하여 달의 인력이 쓰아를 좌우하고, 또 룽에 속하는 다른 쓰아는 바람의 원소에 의해서, 치이바는 혈액과 함께 불의 원소와 힘에 좡 된다. 달의 인력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잔마쓰아에 강하게 작용한다.

 

또한 티베트 의학의 진맥에서는 환자의 몸 상태를 진단한 것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맥을 봄으로써 가족의 운세나 손님의 유무, 태아의 성별 등을 알아내는 ‘경이칠맥(驚異七脈)’이라는 진단법이 있다고 한다. 사부의전의 주석서 ‘메뾔셀룽’은 ‘모 중에서도 최고인 쥬팅(양털로 만든 끈을 사용하는 점술)도 오행의 상생과 상극 관계로 판단할 수 밖에 없고, 치 역시 속 따위나 팔괘 등을 계산하여 길흉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의 맥을 보는 것만으로 모나 치보다 확실한 지식을 도출하므로 경이로운 맥이라 하지 한다’라고 전한다.

 

티베트 의학은 자연은 물론 우주에서 일어나는 삼라만상이 사람에게서도 일어나고 사람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우주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김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면은 사부의전에 담긴 여사여래에 대한 티베트인의 신앙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이것은 티베트인이 육안으로 보이는 인체 외에 영적인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사부의전의 인체차크라도에서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적 신체 외에 영적인 눈으로만 포착되는 영적인 신체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잘 보여준다. 영적인 신체는 물질적인 신체 내외에 숨어있다. 물질로 이루어진 신체에 각기 장기와 혈관, 신경이 있고, 동시에 그 곳에는 영적인 여러 기관이 분포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신체의 회음부에서 정수리로 이르는 보이지 않는 맥관계이다. 그리고 중간에 위치하며 불 수 없는 챠크라라 불리는 결절점이 있다. 이것에 따르면 신체의 중앙에는 중앙맥관과 좌맥관, 우맥관이 통하고 이 세 개의 맥관은 상하단 외에 미간, 목, 심장, 배꼽 등 네 개의 차크라 부위에서 접합한다. 수행자가 회음부에 서린 성적인 힘을 어떤 행법에 의해 상승시켜, 상부의 챠크라에 순차적으로 도달시키면, 성적인 힘은 정되어 어느덧 영적인 힘으로 되고, 다음에는 해탈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이러한 종류의 지혜의 집적을 영적인 생리학이라 부른다. 챠크라는 미간, 목, 심장, 배꼽, 회음부에 있으며, 각각 중앙의 맥관과 좌우의 맥관으로 이어진다.

 

인체차크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죄를 짓거나 악업을 쌓으면서 마음 속에 생기는 두려움은 정수리 챠크라에 간직되어 있다가 저승에서 분노존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인과의 이치와 깨달음의 지혜를 얻지 못한 중생은 이승에서 나쁜 업을 짓고 두려움에 빠지고 저승에서 분노존을 만나 다시 공포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그러나 수행을 하게 되면 선정 상태에서도 마음의 본성인 광명과 지복의 체험을 하게 된다. 인체차크라도는 단순히 인간의 몸을 해부하여 도면으로 나타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티베트인의 신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그림 윗부분에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체차크라도가 실린 사부의전은 이왕(醫王)인 약사여래에게 5명의 사람이 문답하는 형식으로 논술되어 있다. 사부의전의 정식명칭은 '여덟 가지 감로 정수 비밀구전 딴뜨라'라고 한다. '짜뻬귀(근본딴뜨라)'는 사부의전에서 서설에 해당하는데, 약사불에 대한 설명과 나머지 세 딴뜨라의 전체구조 및 그 내용에 대한 개요를 담고 있다. 약사불에 대한 묘사는 사부의전이 단순한 의학 실용서가 아니라 불교를 설법하기 위한 것임을 나타낸다. 티베트의 불화가 300존이라면 그 중에 9존이 약사여래불이락 한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불이 약사여래로 화신하여 의학을 교수하고 병자를 치료한다는 신앙심이 있다. 약사여래는 오른손에 나뭇가지 형상 하나를 항상 들고 있는데, 이것은 미로바란이라 불리는 나뭇가지로 모든 병에 약효가 있다.

 

사부의전에는 약사여래의 궁전은 동서남북이 약초의 뜰로 둘러싸여 있으며 궁전 자체는 약석(藥石)으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이 궁전의 주인인 약사불은 온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의학에 대한 완벽한 가르침을 완벽한 장소, 해설자, 청강자, 시간의 조건 하에서 설파하다'라는 내용이 서두에 실려있다. 이것은 보신(報身)부처는 언제나 완벽한 상태에서 완벽한 가르침을 설파한다고 하는 보신부터의 다섯가지 완벽한 조건이라는 불교사상에 준한다. 약사불은 404가지 병을 고치는 약왕이라는 이름의 명상에 들어가 빛을 내뿜는다. 빛은 온 사방의 생명 있는 것들의 심적 결점을 없애 무명(無明)으로부터 생겨나는 세 가지 독(탐(貪),진(嗔),치(痴))을 모두 소멸시키고 다시 약사불의 심장으로 돌아간다. 그 후 약사불의 심장으로부터 릭뻬예셰 선인이 화현(化現)하여 약사불 앞에서 공중을 떠다니며 성물(聲問)들에게 의학을 배워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러면 약사불의 혀에서 수많은 빛들이 사방을 향해 뿜어져 나와 사방 천지의 생명 있는 것들의 말에 있는 결점을 없애고 병이나 마귀를 진압한 후 다시 혀로 돌아온다. 이후 약사불의 말에서 이레께 선인이 화현한다. 이레께는 릭뻬예세에세 왜 의학을 배워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리하여 이레께의 질문에 대해 릭뻬예세가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사부의전의 각 부분이 설명된다. 

약사여래

릭뻬예셰는 짜베귀를 설명한 후 약사불의 심장으로, 셰뻬귀를 설명한 다음 머리로, 멘아귀를 설명한 다음 배꼽으로 치메귀를 설명한 다음에는 은밀한 곳으로 녹아사라진다. 이런 일련의 내용은 사부의전이 부처의 의식을 열어보이는 경전임을 알려준다. 약사불의 화신이 신체의 네 부위로 각각 돌아갔다는 것은, 신체의 네 부위(심장, 머리, 배꼽, 은밀한 곳)이 (대원경지, 법계체성지, 평등성지, 묘관찰지, 성소작지)등 부처의 제 지혜의 발로와 연관지어진다.

 

티베트의 의사는 매일 아침 약사여래의 만트라를 독송하여 약사불과 일체화하는 명상을 행하고 치유력을 얻은 후에 환자 치료에 임한다. 약사여래와 의사가 혼연일체가 되어 '빛'으로 치료를 한다고 믿는 점이 흥미롭다. "신을 올바르게 섬기고자 하면 자신이 신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티베트불교의 격언이 있다. 그만큼 수행의 결과로 얻어지는 깨달음의 세계를 중시하며, 그 수행은 중생의 욕망과 번뇌를 헌신과 자비심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의 연속이다. 수행자는 지금 이 세계를 불보살의 정토, 만다라의 세계로 깊이 느끼고 내가 만나는 모든 이웃들을 부처님의 화신으로 섬겨야 한다. 몸으로는 무드라(수인 : 불보살의 손 모양)을 짓고 입으로는 진언 다라니를 염송하며 마음으로는 만다라를 관상하여 본존과 내가 둘 아님을 관상하여 신성한 세계를 체험해야 한다. 의사의 진료과정은 이러한 수행의 과정이나 다름없으며, 약사여래의 신성함을 믿고 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치료 과정에 임하는 수행자들은 명상을 통하여 신과 혼연일체가 된다. 마치 중음의 과정에서 여러 신과 마주하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삶을 얻듯이 약사여래의 세계에 빠져들어 육체와 영혼을 정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티베트에서는 탐, 진, 치라는 세 가지 번뇌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질환이 발생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내외적으로 조종할 수 있으며,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질병의 주된 원인은, 과거로부터의 업력, 악업으로 인해 발생한 병은 투약으로 처방이 어렵다. 후천적인 일상생활에서 발생하고 부절제한 생활에서부터 오는 것, 폭음, 폭식, 즉 과도한 음주, 전투에 의한 부상, 사회적인 스트레스, 가족들간의 인간관계의 원인, 선천적인 요인을 내포한 정신질환 등이 있다. 여기에 룽, 치이바, 빼겐 등이 부조화를 일으키며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이 일어난다. 예컨대 비관과 비애 등에 의한 정서적 불안정, 독성의 인자나 악마에 의한 병, 또는 급성마비 증세나 간질 발작, 기억상실증의 증세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침과 뜸, 투약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의 명상법이나 호흡법을 연습하면서 약물이 아닌 자연적인 치료법을 병행한다. 무엇보다 일체의 욕망을 없애면서 유연하고 선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명상을 시도하고 주문 등을 암송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환자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병을 이겨내도록 조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티베트의 의학은 역법은 물론 점성술이라든지 티베트인의 신앙과도 관련이 있음을 앞서 살펴보았다. 합리적인 과학과 삶의 철학이 어우러져 있다. 또한 인간은 자연속에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무엇보다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생명의 본질이 우주, 대자연에서 왔으며, 죽음 이후에 인간은 다시 자연으로 환원되고 업에 따라 스스로 인간의 삶을 선택하지만 업에 의해서 질병을 안고 살아갈 수도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신과 자연과 인간의 세계는 따로이 있지 않고,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관련성을 갖는다. 의사와 환자 모두 영적인 세계를 인지하고, 마음을 다스려 치료에 임하는데 그것이 곧 자연에서 나아가 우주의 질서 속에 편입되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우주의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의 생명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죽거나 태어나서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살아가는 과정이 모두 대자연과 우주에 융합하는 것에 해당함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