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동의보감 (東醫寶鑑) 3

지운이 2020. 5. 4. 23:38

동의보감(東醫寶鑑) 3

KOL000015299 승계古7671-34
東醫寶鑑 / 許浚(朝鮮) 奉敎撰 木板本
[嶺營] : [嶺營], 憲宗 5(1839)
24冊(缺本) : 四周雙邊 半郭 24.0 x 17.0 cm, 10行21字 註 雙行, 內向2葉花紋魚尾; 35.5 x 22.0 cm
刊記 : 歲己亥(?)仲秋內醫院校正嶺營開刊 印記 : 宋近洙印


이 책은 광해군(光海君) 2년(1610) 허준(許浚, 1539-
1615)이 집대성한 동아시아 의학서적으로 내의원(內醫院)에서 개정해 간행한 판본이며 총 25책 가운데 1책이 누락되어 있다.


이 책을 집대성한 허준은 자가 청원(淸源)이며 호는 구암(龜巖)이다. 무관(武官)으로서 경상도우수사(慶尙道 右水使)를 지냈던 허곤(許琨)의 손자이며 역시 무관으로 서 용천부사(龍川府使)를 역임했던 허론(許碖)의 아들이 다. 서자(庶子)로 태어났지만 적자들과 차별 없이 훌륭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그러나 다른 형제들 과 달리 의학(醫學)을 연구함으로써 큰 기여를 하였다. 정확히 언제 어떤 경로를 거쳐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어떻게 내의원에서 일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내용이 달라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선조(宣祖) 8년(1575) 선조를 치료하기 시작하였으며 선조 11년(1578) 내의원첨정(內醫院僉正)에 제수되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선조 20년(1587) 양예수(楊禮壽) 등과 함께 선조를 치료하여 호피(虎皮)를 하사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특히 선조 23년(1590) 절망적인 상태에 있던 광해군의 두창(痘瘡)을 과감하게 치료함으로써 이듬해 정삼품(正三品) 당상관(堂上官) 통정대부(通 政大夫)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 서얼 출신 의관(醫官)으로 오를 수 있는 공식적인 최고 지위가 정 삼품 당하관(堂下官)이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허준이 얼마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일어나자 선조의 의주 피난길에 동행하여 그를 보 살핌으로써 선조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양반(兩班) 가운데 하나인 동반(東班)의 지위를 부여받아 완벽히 서얼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되었으며 임진왜란이 끝난 후 호종공신(扈從功臣)에까지 오르고 종일품(從一品) 숭록대부(崇祿大夫)에도 제수되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편찬 사업은 선조 29년(1596)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일어나 중단되었으며 선조 33년(1600) 재개되었다. 선조 41년(1608) 선조가 사망하자 그 책임을 지고 유배되었는데 당시 유배지에서도 <동의보감> 편찬 작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내의원에 복귀한 후 드디어 광해군 2년(1610) <동의보감> 편찬 사업을 완료하게 되었다. 그는 <동의보감> 외에도 <언해구급방(諺解救急方)>, <언해두창집요(諺解痘瘡集要)>,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 <벽역신방(辟疫神方)>, <신찬벽온방(新撰辟瘟方)>, <맥결집성(脈訣集成)>,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 方論脈訣集成)> 등의 방대한 의학 분야 저술을 남기고 있다.


<동의보감>은 <의방유취(醫方類聚)>,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의림촬요(醫林撮要)> 등 당대 최고의 의서들을 비롯하여 중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각종 의서 86종을 두루 참조 하여 편찬되었다. 동아시아 의학의 백과사전이라 칭해도 좋을 만큼 사료적 가치가 높다. 특히 이 책은 중국에 역수출되기도 했으며 일본에도 전해져 동아시아 의학에 크게 기여했다.


초간본은 내의원 훈련도감(訓鍊都監) 활자로 간행되었으며 그밖에 호남관찰영(湖南觀察營)에서 간행된 전주장본(全州藏本), 영남관찰영(嶺南觀察營)에서 간행된 대구장본(大邱藏本), 순조(純祖) 14년(1814) 내의원에서 교정하여 간행한 영영개간본(嶺營改刊本) 및 완영중간본(完營重刊本) 등이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간행된 바 있으며 당시 중국과 일본 의원들이 두루 참조하였다. 이 책의 말미에 ‘세기 해중추 내의원교정 영영개간(歲己亥仲秋內醫院校正嶺營開刊)’ 이라는 내용의 간기(刊記)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로 미루어 이 책은 헌종(憲宗) 5년(1839) 간행된 판본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은 본래 모두 25권 25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본서는 그 가운데 집례(集例), 역대의서(歷代 醫書) 및 내경편의 신형(身形), 정(精), 기(氣), 신(神) 항목이 실려 있는 권1 1책이 누락되어 있다. 책1-2는 목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2의 말미에 간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 등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경편 4권 26항목, 외형편 4권 26항목, 잡병편 11권 36항목, 탕액편 3권 16항목, 침구편 1권 2항목 등을 합쳐 모두 23권 106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목록 2권을 더하여 모두 25권 25책의 편재를 갖추고 있다.


내경편에는 신형, 정, 기, 신, 혈(血), 몽(夢), 성음(聲音) 언어(言語), 진액(津液), 담음(痰飮), 오장육부 (五臟六腑), 간장(肝臟), 심장(心臟), 비장(脾臟), 폐장(肺臟), 신장(腎臟), 담부(膽腑), 위부(胃腑), 소장부 (小腸腑), 대장부(大腸腑), 방광부(膀胱腑), 삼초부(三焦腑), 포(胞), 충(蟲), 소변(小便), 대변(大便) 등 모두 26항목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그 가운데 신형, 정, 기, 신의 네 항목이 누락되어 있다. 인간 신체 가운데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외형편에는 두(頭), 면(面), 안(眼), 이(耳), 비(鼻), 구설(口舌), 치아(齒牙), 인후(咽喉), 경항(頸項), 배(背), 흉(胸), 유(乳), 복(腹), 제(臍), 요(腰), 협(脇), 피(皮), 육(肉), 맥(脈), 근(筋), 골(骨), 수(手), 족(足), 모발(毛髮), 전음(前陰), 후음(後陰) 등 모두 26항목이 실려 있다. 인간 신체 가운데 겉으로 드러난 부분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잡병편에는 천지운기(天地運氣), 병의 원인을 찾는 방법인 심증(審病), 병증을 가리는 방법인 변증(辨 證), 맥을 보는 방법인 진맥(診脈), 약을 쓰는 방법인 용약(用藥), 구토시키는 방법을 다루는 토(吐), 땀을 내는 방법을 다루는 한(汗), 설사시키는 방법을 다루는 하(下), 풍(風) 상한(傷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내상(內傷), 허로(虛勞), 곽란(癨亂), 구토(嘔吐), 기침[咳嗽], 적취(積聚), 부종(浮腫), 창만 (脹滿), 소갈(消渴), 황달(黃疸), 학질(瘧疾), 온역(瘟疫), 사수(邪祟), 옹저(癰疽), 제창(諸瘡), 제상(諸 傷), 해독(解毒), 구급(救急), 괴질(怪疾), 잡방(雜方), 부인(婦人), 소아(小兒) 등 모두 36항목이 실려 있다. 잡병편은 내경편과 외형편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복합적인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탕액편에는 탕액서례(湯液序例), 물을 다루는 수부(水部), 흙을 다루는 토부(土部), 곡식을 다루는 곡부(穀部), 오줌과 수염 등 사람의 신체에서 얻은 것들을 다루는 인부(人部), 새를 다루는 금부(禽部), 짐승 을 다루는 수부(獸部), 물고기를 다루는 어부(魚部), 벌레를 다루는 충부(蟲部), 과일을 다루는 과부(果部), 채소를 다루는 채부(菜部), 풀을 다루는 초부(草部), 나무를 다루는 목부(木部), 구슬을 다루는 옥부(玉部), 돌을 다루는 석부(石部), 쇠를 다루는 금부(金部) 등 모두 16항목이 실려 있다.


침구편에는 침과 뜸을 다루는 침구(鍼灸), 경맥과 침혈을 다루는 경맥혈(經脈穴) 등 모두 2항목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매우 귀중한 문헌이다. 2009년에 는 허준이 직접 간행에 참여하여 완성한 초간본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곧바로 임상에 사용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17세기 초 반까지 통용됐던 동아시아 의학지식을 망라한 백과사전 성격의 중세 의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투명 인간이 되는 방법인 은형법(隱形法), 남성 태아를 여성 태아로 바꾸는 방법인 전녀위남법(轉女爲男法), 귀신을 보는 방법인 견귀방(見鬼方) 등 황당한 처방들이 매우 많다. 이들 처방들 가운데 어떤 처방이 옳고 어떤 처방이 옳지 않은지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사료적 가치가 대단히 크지만 그 사료적 가치와 의학적 가치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채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