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신방요결 (神方要訣)

지운이 2020. 5. 5. 00:24

신방요결 (神方要訣)

KOL000049799 古7671-71
神方要訣 / [編者未詳]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17張) : 行字數不同 註雙行; 21.5 x 16.3cm


�신방요결(神方要訣)�은 �동의보감(東醫寶鑑)�(1613)과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1644)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자 미상의 의방서이다. 저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동의보감�과 �침구경험방�을 깊이 연구하던 의가로,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인물로 추정된다.


표제에 ‘신방요결(神方要訣)’이라고 되어 있다. 책에는 따로 목차가 없지만, 내용으로 미루어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부는 �동의보감� 의 내용을 저자의 견해에 따라 재구성한 부분이다. 책의 앞부분은 일부 누락되어 소아의 경풍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내용을 보면, 「소아(小兒)」, 「부인(婦人)」, 「풍(風)」, 「한(寒)」, 「내상(內傷)」, 「허로(虛勞)」, 「혈(血)」, 「울(鬱)」, 「비괴(痞塊)」, 「적취(積聚)」, 「수종(水腫)」, 「창만(脹滿)」, 「소갈(消渴)」, 「황달(黃疸)」의 순서로 기술되어 있다. 비교적 많은 내용을 제 한된 지면에 적기 위해 작은 글씨로 빽빽이 필사되어 있다.
후반부는 ‘경암방’이라는 언해를 제목으로 하여 �침구경험방�의 내용이 실려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침구경험방�내용들은 모두 언해로 되어 있다. 우선 허임 서문의 내용이 모두 언해로 기록되어 있고, 이어 「십이경초혈(十二經抄穴)」에 해당하는 경혈 설명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을 시작으로 족궐음간경(足厥 陰肝經)까지 실려 있다. 계속해서 「침구법」, 「금기」, 「금침법」, 「금구법」, 「별혈」, 「모혈」, 「원혈」, 「회혈」, 「십이경정형수경합방통」, 「(골도법)」, 「두부」, 「이부」, 「목부」, 「구부」, 「(비부)」, 「수」, 「(인후)」, 「(치통)」, 「심흉」, 「(복협)」의 내용과 치법이 실려 있다.(괄호 안은 편제가 누락된 부분) 이들 내용은 �침구경험방� 내용 가운데 일부로서, 뒷부분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은 1610년에 허준(許浚)이 저술한 종합의방서로써, 조선을 대표하는 의학전문 서적이다. �동의보감�은 출간 이후에 국내외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는데, 특히 조선 내에서는 �동의보감�을 전범으로 하여 의학체계가 재편되고, 이 과정에서 �동의보감�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의서들이 간행되게 된다. 대표적인 서적들로는 주명신(周命新)의 �의문보감(醫門寶鑑)�(1724), 강명길(康命吉)의 �제중신편 (濟衆新編)�(1799), 정조대왕(正祖大王)의 �수민묘전(壽民妙詮)�, 이이두(李以斗)의 �의감산정요결(醫鑑 刪定要訣)�, 한병연(韓秉璉)의 �의방신감(醫方新鑑)�, 이준규(李峻奎)의 �의방촬요(醫方撮要)�(1918), 이 영춘(李永春)의 �춘감록(春鑑錄)�(1927), 김홍제(金弘濟)의 �일금방(一金方)�등이 있다. 조선 후기에 형성된 이들 서적들은 �동의보감�의 내용을 저자의 주관에 따라 발췌 혹은 요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내용들을 보입(補入)하기도 하였다. 황도연(黃道淵, 1807-1884)의 �의종손익(醫宗損益)�(1868)의 경우에는 �경악전서(景岳全書)�의 내용을 대거 보충하였고, 이규준 (李圭晙, 1855-1923)의 �의감중마(醫鑑重磨)�(1906) 의 경우, �동의보감�을 뼈대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치법과 처방에 있어서는 매우 독창적인 자신의 견해를 담아냈다. �신방요결�역시 이런 학술적 계통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신방요결�에는 소아와 부인의 질환이 책의 전 면에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예는 앞서 살펴본 서적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동의보감� 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거나, �동의보감�에서 잡병편(雜病 篇)의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방요결�이 부인과 소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부인과 소아의 질환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서적으로 주촌 신만(舟寸 申曼)의 �주촌신방(舟村新方)�(연활자본, 1927)과 이인재(李麟宰)의 �수진경험신방(袖珍經驗神方)�(1912)을 들 수 있으며 그 밖에 �청요신방(淸要神方)�, �보제신방(普濟神方)�에서도 이와 같은 편제를 취하고 있다. 이들 서적의 공통점은 대략 20세기 초에 쓰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부인과 소아를 전면에 두고 있는 편제가 일정 부분 20세기 초 의료 상황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또 �신방요결�은 �동의보감� 「잡병(雜病)」에 있는 몇몇 질환들만을 선택적으로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외감질환에서는 「풍(風)」, 「한(寒)」을, 내상질환으로는 「내상(內傷)」, 「허로(虛勞)」를 두고 있으며, 그밖에 「혈(血)」, 「울(鬱)」, 「비괴(痞塊)」, 「적취(積聚)」, 「수종(水腫)」, 「창만(脹滿)」, 「소갈(消渴)」, 「황달(黃疸)」 을 택하여 설명하였다. 이것은 저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책을 편집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내경(內 景)」에 속하는 「혈」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거나 �동의보감�에서는 「적취」로 포괄한 「울」, 「비괴」, 「적취」를 풀어서 설명한 부분은 저자가 �동의보감�의 내용을 단순히 필사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저 자가 자신의 치료 경험 가운데에서 중요하게 맞닥뜨렸던 증상을 중심으로 책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


비록 �침구경험방�의 후반부가 누락되어 전모를 알 수는 없지만, 책에 실려 있는 �침구경험방�언해 부분은 매우 희귀한 자료이다. 미키사카에[木榮]는 �침구경험방�전문이 언해되어 있는 필사본 언해본을 자신이 소장하고 있다고 하였고, 최수한(崔秀汉) 역시 개인 소장의 언해본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서 그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10년 전에 백두현 등이 국내에 개인 소장의 �침구경험방�언해본을 발굴하여 연구한 바가 있다. 본 연구에는 언어의 시대적 성격으로 보아 해당 언해본을 19세가 말엽에서 20세기 초엽에 필사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학계에 보고된 언해본과 본서의 언해 내용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향후에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오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