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약성가 (藥性歌)

지운이 2020. 5. 5. 00:39

약성가(藥性歌)
藥性歌 / 龔廷賢(明) 編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高宗 11(1874) 1冊(47張) : 行字數不同, 無魚尾; 25.0 x 21.0 cm


명대 어의(御醫) 공정현(龔廷賢, 1522-1619)이 편찬한 <만병회춘(萬病回春)>에서 약성가(藥性歌)를 초출한 후 증보하고 수정해서 편찬한 책이다. 약재의 성질 과 효능을 쉽게 기억하도록 가결(歌訣)로 만들어 편찬한 것이다. 그러나 수정 증보자는 알 수 없다. 내용은 약성가(藥性歌) 외에 제병주약(諸病主藥), 석형체(釋形 體)도 수록되어 있다. 약성가(藥性歌) 또는 약성가괄사 백미(藥性歌括四百味)는 사언사구(四言四句)의 운어(韻語)로 작사하여, 400종 상용 약제의 성미(性味), 기능과 주된 치료에 대해 기억하기 좋게 편찬한 것이다. <만병회춘>에 편입시켰으므로 널리 유통되었다. 본서 는 황지 표지에 6침을 갈색사 1가닥으로 편철한 것이다.


공정현(龔廷賢)은 강서(江西) 금계(金溪) 사람이며, 자는 자재(子才), 호는 운림산인(雲林山人), 오진자 (悟眞子)이다. 강서 역사상 10대 명의 집안 후손이다. 아버지는 서원(西園) 공신(龔信)이며 태의원의 의원 으로 <고금의감(古今醫鑑)>16권을 저술하였다. 공정현도 젊어서는 과거공부를 하였으나 후에 아버지를 따라 의학을 배워 가학을 계승하였다. 태의원에 들어가 만력 21년(1593) 노왕(魯王) 장비(張妃)의 배가 북[鼓]같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팽창병(膨脹病)을 치료한 후 천하 의사의 으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때 노왕이 천금의 보수를 주었으나 받지 않았으므로 그의 저작인 <노부금방(魯府禁方)>4권을 간행하게 하였다. 아울러 황제가 의림장원(醫林壯元)이란 편액을 내렸다. 저서는 <종행선방(種杏仙方)>4권, <만병회춘>8권, <안방외과신험전서(眼方外科神驗全書)>6권, <운림신각(雲林神殼)>4권, <노부금방>4권, <수세보원(壽世保元)>10권, <소아추나비지(小兒推拿秘旨)>3권, <약성가괄사백미(藥性歌括四百味)>, <의학준승(醫學準繩)>4권, <경세전서(經世全書)>8권, <두진변의전록(痘疹辨疑全錄)>3권, <본초포제약성부정형 (本草炮制藥性賦定衡)>13권, <의학입문만병형요(醫學入門萬病衡要)>6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만병회춘>과 <수세보원>이 가장 광범하게 유통되었는데, 병리, 병증, 치료법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아울러 방제와 400미(味)의 약성가결을 부록한 것이다. <만병회춘>과 <수세보원>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쳐 많이 보급되었으며, 그 가운데 약성가(藥性歌)는 <제중신편(濟衆新編)>, <의종손익(醫 宗損益)>과 <방약합편(方藥合編)>에도 수록되었다. 수록된 약재수는 서로 달라 증감이 있다. 또한 동일한 약재의 가결은 같지만 세소주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제중신편>과 <방약합편>에는 향명(鄕名)을 한글 로 수록하여, 우리말 어휘를 확인하는데도 유용하다.


<만병회춘>은 광해군 7년(1615)경 증보되고, 효종 7년(1656)에 목활자로 간행, 숙종년간에는 한구자 (韓構字)로 간행되었다. 본서 약성가(藥性歌)에는 약재를 분류하지 않고 수록하였으며, 설명한 약재는 267수이다. 수록된 순서는 <제중신편>과 동일하다. 약재에 대한 설명에서 대자는 대체로 동일하지만 세주는 많이 다르다. 본서에는 약재의 한글 명칭이 없다. <방약합편>의 설명과도 많이 다르다. 따라서 약재의 수, 설명, 세주, 분류에 비추어 본서는 <만병회춘>을 토대로 필사한 것으로 <제중신편>보다는 앞선 시기의 필 사본 계통으로 보인다.


이어 제병주약(諸病主藥)을 수록하였는데, 이도 <만병회춘>에서 인용한 것이다. 특정 질병에 대해 꼭 처방해야 할 주된 약재를 언급하였다. 예로 중풍에 졸도하여 말을 못할 때는 아흡(牙皀)과 세신(細辛)을 반드시 처방해서 개규(開竅)해야 한다 하였고, 여러 풍증에는 반드시 방풍(防風)과 강활(羌活)을 처방해야 하고, 구안와사(口眼喎斜)에는 방풍(防風), 강활(羌活)과 죽력(竹瀝)을 반드시 처방할 것 등 증상별로 설명하였다. 이어 석형체(釋形體)를 수록하고 이어 처방을 모은 것이다. (배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