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통현방 (通玄方)

지운이 2020. 5. 5. 14:56

통현방 (通玄方)


通玄方 / [康命吉(朝鮮) 編] 影印本
서울 : 국립중앙도서관, 1950[原本未詳] 6冊 : 行字數不同; 25.4 x 33.0 cm
原本版事項 : 筆寫本
원본소장기관 : 日本杏雨書屋(49-1-6) 日本


강명길(康命吉, 1737-1801)이 편찬한 것으로 추정되는 6권의 종합의서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편제와 매우 유사하며, 강명길이 <제중신편(濟衆新編)>을 저술하는 사이에 초록해둔 의서로 보인다.


이 의서는 서문과 발문이 없어 편집연대와 저자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강명길의 인기(印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저자는 강명길인 듯하다. 강명길은 본관이 순천(順川)이며, 부 평부사(富平府使)를 역임한 문신이자 의관이다. 초명은 명휘 (命徽), 자는 군석(君錫)이다. 1768년(영조 44) 잡과 시험인 식년의과(式年醫科)에 급제하고, 다음 해 내의원의관이 되었다. 정조가 세손으로 있을 때 총애를 받아 의 약에 대한 자문에 응했으며, 1794년(정조 18) 내의원수의(內醫院首醫)가 되었다. 수의로 봉직하면서 양주 목사(楊州牧使)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를 역임하였으며, 품계가 숭록대부(崇祿大夫)에 이르렀다. 그러 나 1801년 정조의 병을 잘못 치료했다 하여 죽음을 당했는데, 향년 64세였다.
그는 1799년(정조23) 왕명으로 �제중신편(濟衆新編)�8권을 편찬했으며, 그밖에 �통현집(通玄集)�6권 이 초본으로 전한다. �제중신편�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번잡함을 피해 간략하게 요약한 것으로, 일반 의가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통현집�은 총 6권으로, 육예(六藝)의 명칭을 따서 각권을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 (數)라고 하였다. 첫 권인 ‘예’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육기(六氣)인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내상(內傷)과 허로(虛勞)를 설명하였다. ‘악’에서는 곽란(霍亂) 구토(嘔吐) 해수(咳嗽) 적취(積聚) 부종(浮腫) 황달(黃疸) 제상(諸傷) 소갈(消渴) 창만(脹滿) 해독(解毒) 구급(救急)을 다루었다. 3권인 ‘사’ 에서는 담음(痰飮) 옹저(癰疽) 제창(諸瘡) 해학(痎瘧) 온역(瘟疫) 신형(身形) 정(精) 기(氣)를 언급하였다. ‘어’에서는 신(神) 몽(夢) 성음(聲音) 언어(言語) 혈(血) 진액(津液) 오장(五臟) 육부(六腑) 포(胞) 충 (虫) 소변(小便) 대변(大便)을 설명하였다. 5권 ‘서’에서는 두(頭) 면(面) 안(眼) 이(耳) 비(鼻) 구설(口 舌) 아치(牙齒) 인후(咽喉) 경항(頸項) 배(背) 흉(胸) 유(乳) 복(腹) 제(臍) 요(腰) 협(脇) 피(皮)를 설 명하였다. 마지막 권에서는 육(肉) 근(筋) 골(骨) 맥(脈) 모발(毛髮) 수(手) 족(足) 전음(前陰) 후음(後 陰) 부인(婦人) 소아(小兒) 괴질(怪疾) 잡방(雜方)을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동의보감�과 거의 같지만 �동의보감� 이 내경(內景), 외형(外形), 잡병(雜病)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 점과는 차이가 있어서 잡병에 해당하는 부분이 맨 앞 에 나와 있으며, 다음으로 내경과 외형편의 순서로 기재되 어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잡병편 마지막에 부인(婦 人)과 소아(小兒)가 있는 것과는 다르게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점이 특이하다.


�동의보감�을 저본으로 하고 있지만, 병증에 대한 자세 한 설명을 가급적 간략하게 줄이고 대신 처방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조선 후기 �동의보감� 의 번다함을 줄이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이 며, 아마도 강명길이 �제중신편�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저술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강명길의 의학사 상 및 �제중신편�의 편찬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 라고 할 수 있다. (김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