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구사첩경간이전서 (求嗣捷徑簡易全書)

지운이 2020. 5. 5. 17:47

구사첩경간이전서 (求嗣捷徑簡易全書)

求嗣捷徑簡易全書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46張); 28.5 x 17.5 cm


�구사첩경간이전서(求嗣捷徑簡易全書)�는 저자와 성서연대를 알 수 없는 구사(求嗣) 전문 의방서이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 서적이며 책 안에 서문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에 대한 단서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누구의 저작인지 알 수 없다. 초고(草稿)라고 하기에는 필사 상태가 간인본을 모사한 듯 정연하기 때문에 완성된 원고 혹은 간인 본의 모사본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서와 관계된 서적에 대해 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책의 서문에 따르면 저자는 약관(弱冠)의 나이에 스승을 만나 음양성쇠의 이치를 전수받고 여러 의서를 섭렵한 끝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많은 사람을 치료했다고 하였는데, 그 내용을 책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구사(求嗣) 즉, 대를 잇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해설한 서적이다. 방법에 있어서 전통적인 의학 처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 의서라고 볼 수 있다.


본 자료는 1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사첩경간이전서(求嗣捷徑簡易全書)’라고 표제되어 있다. 첫머리 에는 ‘구사첩경간이전서서(求嗣捷徑簡易全書序)’라는 서문을 두고 있는데, 서문에서는 음양의 이치와 남녀 화합의 이치가 같다고 설명하면서 아이가 생기는 이치를 부정(父精)과 모혈(母血)로 해설하고 구사의 요체로 남자의 정(精)을 순수하게 하고 여자의 혈(血)을 풍족하게 하는 ‘정순혈족(精純血足)’을 제시하였다. 한편, 저자는 “아 이가 없는 경우에 남자에게 책임을 묻고 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전통사회에 아이 없는 책임을 여자에게 물었을 것이라는 오늘날의 막연한 통념과는 반대되는 설명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구사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과 실천법을 실어 놓았고 중반에는 구체적인 처방 및 금기를 나열하였다. 마지막 후반부에는 구사와 관련한 독립적인 글들을 구비해 놓았다. 구 체적으로 전반부에서는 남녀가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 아들을 낳는 방법, 첩을 들일 때 유의할 점, 남자가 정력제를 남용해서는 안되는 이유 등을 남자정청허냉정삽기성변(男子精淸 虛冷精澁氣盛辨), 여인기혈불화경수부조변(女人氣血不和經水不 調辨), 달좌달우음양변(達左達右陰陽辨), 생남불생녀첩경진구 결(生男不生女捷徑眞口訣), 간경조화구결(赶經調和口訣), 구첩 설(求妾說), 남자불가경신용의망복열약론(男子不可輕信庸醫妄 服熱藥論), 반룡가(班龍歌)의 글들을 통해 설명하였다.


중반부에는 구사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약의 조제법 및 복용법을 설명해 놓았는데, 그 종류는 자제녹각 교상법(煮製鹿角膠霜法), 반룡환(班龍丸), 파극환(巴戟丸), 화합반룡파극환(和合班龍巴戟丸), 산수유핵산 (山茱萸核散), 화체개결탕(化滯開結湯), 대보팔진탕(大補八珍湯), 조리여론육도(調理餘論六道), 조경산(調 經散), 과기불래의복후약(過期不來宜服後藥), 선기래의복후약(先期來宜服後藥), 백대약론(白帶藥論), 소막도담탕(消膜導痰湯), 소아초생연생제일방(小兒初生延生第一方), 조후가(潮候歌) 등이다. 중반부 말미에는 구사를 위한 기일(忌日)과 길일(吉日)을 남녀월령(男女月令), 수태소기년월례(受胎所忌年月例), 수태생산월례(受胎生産月例)를 통해 설명하였다.


후반부에는 독립적인 글 다섯 가지가 실려 있다. 서촉(西蜀) 등사노(鄧士魯)의 일화로 시작하는 ‘다남삼련법(多男三鍊法)’은 그 첫 번째 글로, 아들을 많이 낳기 위한 단련법을 원문에 주석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두 번째 글인 ‘비전종자묘결(秘傳種子妙訣)’에서는 남녀가 교합하기 2-3일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기지조(期之蚤)’, 합방할 때에 한 번에 잉태하겠다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합지전(合之專)’,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억지로 해서는 안 되며 하늘의 기운에 따라야 한다는 ‘여지속(與之速)’, 이미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사정 후 몸을 천천히 추슬러야 한다는 ‘거지지(去之遲)’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세 번째 ‘송두봉산인생자결(宋斗峰山人生子訣)’에서는 남녀가 교합하기 좋은 시간을 여성의 월경을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네 번째 글인 ‘연사기전(延嗣奇傳)’은 모두(冒頭)에 연사기전인(延嗣奇傳引) 이라는 글을 통해 동료 이군(李君)에게 얻은 내용을 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군은 불혹의 나이가 되기까지 아이가 없었는데 우사(羽士)를 만나 비전을 얻어 실천했더니 5년이 되지 않아 두 아들을 낳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방법의 요체는 외기인 생기(生氣)를 당겨 내기인 진기(眞氣)를 돕는 것으로 도가의 내단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모초생기법(氣母招生氣法), 증제익원단(蒸臍翊元丹), 내복 익원단(內服翊元丹), 첩제익원단(貼臍翊元丹), 제하거법(製河車法), 취홍연법(取紅鉛法), 제홍연법(製紅鉛 法), 취녹용법(取鹿茸法), 품자혈도(品字穴圖), 관주혈도(貫珠穴圖), 혈내홍지도(穴內紅紙圖).


마지막 다섯 번째 글인 ‘구사첩요(求嗣捷要)’는 ‘구사첩요서(求嗣捷要序)’라는 서문을 따로 두고 있으며 안치지법(案置之法), 교합희일(交合喜日), 기일불가교합(忌日不可交合), 포종지법(布種之法), 전녀성남지법 (轉女成男之法), 신부약석금기가(娠婦藥石禁忌歌), 신부음식금기(娠婦飮食禁忌), 임산수지(臨産須知), 방위 수지(方位須知), 예방두진지법(豫防痘疹之法), 치소아두창보원탕(治小兒痘瘡保元湯), 치소아진창활혈산(治 小兒疹瘡活血散), 토사자환(兎絲子丸), 태상반룡환(太上班龍丸)의 내용을 통해 전녀위남법이나 두창예방법, 인신부의 금기약과 금기음식 등 앞에서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하였다.


본서는 형태와 내용 면에서 독특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부인문(婦人門)의 첫머리에 ‘구사’가 놓여있을 만큼 전통의서에서 구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종합의서에서 하나의 편으로 설명되거나 부인과 전문서적에 일부 내용으로 편입되어 있을 뿐 이 책과 같이 독립되어 전문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서적은 거의 없다. 내용면에서도 본서는 여러 개의 글을 모아 놓은 듯 구 성되어 있으나 각각의 글들은 의학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교합 시간을 조절하거나 내단(內丹)을 수련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로 보완하며 구사에 대한 전통사회의 인식을 두루 전달하고 있다. 본서는 현재 유일본이며 유관 서적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다. (오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