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야기/에너지학습

먹거리혁명 : RethinkX 그룹의 'Food-as-Software'

지운이 2022. 10. 5. 16:13

먹거리혁명 : RethinkX 그룹의 'Food-as-Software'

 

*앞서 다른 글(“Food as Software” : 먹거리의 혁명?)에서 RethinkX 그룹의 'Food-as-Software' 모델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먹거리 부문의 혁신적 변화에 대해 보다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2019년 그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정리해 둔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술혁신의 새로운 흐름은 먹거리에서도 현저하다. 특히 식품 생산에서의 일대 변화가 주목을 끈다. 예컨대 배양육, 정밀 발효, 3D 식품 프린팅 등이 대표적이다. 첨단 과학 및 기술에 의거한 적절한 분자 조합을 기초로 한 이들 식품의 신개념은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변화로, 어쩌면 식품의 역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 생산, 제조 및 전달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가 ‘혁명’적일 수 있는 것은, 영양가, 건강, 맛, 편리성 등은 물론 가격 측면에서도 종래의 식품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혁신의 방향은 ‘탄소 중립’이라는 당면 인류 과제와 궤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추동력을 갖는다.

 

이렇게 ‘먹거리’ 측면에서 새로운 혁신은 역시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한 에너지 부문의 혁신과 동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는 RethinkX 그룹은 같은 맥락에서 식품 부문에서의 이러한 혁신에 매우 낙관적이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로서의 푸드’(Food-as-Software)라 불리는 새로운 모델이 식품 기술의 혁신을 기반으로 발전해 가면서, 전통적 식품산업 및 관련 산업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기반의 하나는 정밀생물학에 의거한 정밀 발효 기술이다. 즉 미생물을 사용하여 특정 유기 분자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정밀 발효 기술에 의한다. 예컨대 쇠고기 분자를 생성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미생물을 길러내고, 이 미생물에 필요한 기본 구성 요소를 함께 결합시켜 쇠고기 분자를 생성(‘발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장하면 거의 모든 유기분자를 생성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이 섭취하는 식품도 대부분 조합해 낼 수 있다고 상정된다.

 

그리고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앱을 디자인하여 보급하듯이, 식품엔지니어가 이 다양한 유기분자를 기초로 필요한 식품을 디자인하게 된다. 어쩌면 누구나 이들 유기분자를 가지고 제공되는 레시피에 따라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필요한 식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웨어로서의 푸드’(Food-as-Software)라 한다. 이는 먹거리의 생산-소비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경제, 사회, 환경 전반에 걸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기왕의 동물 단백질보다 5배(2030년), 아니 10배(2035년)나 저렴해 질 것이라고 한다. 기존 축산업에 비해 생산비용이 그 만큼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다. 탈중앙화된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생산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그 효율성은 기존 먹거리 산업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토지도 공급 원료 면에서도 또 시간 측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이 높은 효율성을 실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폐기물 역시 크게 줄어든다.

 

 

 

기왕의 축산업 및 관련산업은 몰락해 갈 수 밖에 없다. 그들은 2030년까지 미국의 젖소 수가 50% 감소하고, 젖소 제품에 대한 수요는 70%(2035년에는 80~90%) 감소하는 등, 가축업은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 대부분의 다른 양육 부문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미국 쇠고기 및 유제품 산업과 그 공급업체의 생산량은 2030년까지 50% 이상, 2035년까지 거의 90% 감소할 것이다. 또 2030년까지 갈은 쇠고기 시장은 70% 축소될 것이고, 스테이크 시장은 30%, 유제품 시장은 거의 90%까지 축소될 것이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사라지는 부문이 있는가 하면 ‘소프트웨어로서의 푸드’(Food-as-Software)가 신산업으로 새롭게 부상하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이 다양한 유기분자를 설계하여 공급되고, 세계 어디서나 식품 설계자가 액세스 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 된다. 따라서 훨씬 분산된 지역화된 식량생산이 가능해 진다.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시스템을 특징으로 한다. 새로운 생산시스템은 계절성, 날씨, 가뭄, 질병 및 기타 자연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물량과 가격 변동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지리적 입지는 더 이상 경쟁 우위가 될 수 없다. 부족한 자원에 의존하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에서 풍부한 자원에 기초한 분산 시스템으로 이동하게 된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기능적 특성, 영양가, 맛, 이용의 다양성과 편리성 등 우월한 특성을 가진다. 당연히 건강에도 훨씬 긍정적이다. 식품비가 줄어드는 만큼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나 기대되는 효과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일 것이다. 그들은 온실가스가 45%(2030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 보다라고(미국), 2030년까지 60%, 2035년까지는 80%까지 감축될 것이라고 한다. 삼림 벌채, 종 멸종, 물 부족, 동물 폐기물, 호르몬 및 항생제의 수생 오염과 같은 많은 환경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축산 목초지로부터 회복된 토양도 탄소를 흡수하는 허파가 될 것이다. 2035년까지 현재 가축과 사료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의 60%가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관련 업체들은 더 나아가 이렇게 함으로써 가축 사용보다 탄소 발생을 90%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이 RethinkX 그룹이 제시한 ‘먹거리’부문 전환의 주요 내용이다. 그들의 재사고(Rethink)는 하나의 거대이론(Grand Theory)이다. 수렵과 채취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기르는 시대로 들어서 1만년이 지난 오늘날, 인류는 먹거리를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1만년 전의 그것을 Domestication of Macro-organisms으로, 그리고 오늘날의 그것을 Domestication of Micro-organisms이라 하여 대비시키며 개념화한다. 전자(First Domestication)가 먹거리가 되는 식물과 동물을 직접 기르는 방식으로 고도화해 온 것이라면, 후자(Second Domestication)는 정밀발효(precision fermentation)의 과학기술을 기초로 하여 인간이 섭취해야 할 유기분자를 추출하고 생성해 내서 이를 조합하여 먹거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고도화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새로운 먹거리의 생산-소비 모델을 ‘소프트웨로서의 식품’(Food-as-Software)이라 개념화한다.

 

 

새로운 먹거리 모델의 특성은 다음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물학적 의미에서 식품은 단순화하자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및 미네랄과 같은 영양소의 패키지이다. 이 가운데 단백질이 가장 중요하다. 단백질은 모든 세포가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큰 분자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얻기 위해 통상 엄청난 양의 투입이 필요하며, 거기에는 또한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수반되는 매우 비효율적인 먹거리 모델에 의존해 왔다. ‘Food-as-Software’의 먹거리 모델은 이를 대체하여 보다 정밀하고 목표 지향적이며 다루기도 용이한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자연으로부터 힘들게 또 비싸게 얻어 온 많은 유기분자를 새로운 모델에서는 즉시 접근 가능할 뿐 아니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가 원하는 어떠한 사양의 분자도 디자인 가능하다. 더구나 자연에서 얻는 분자에 비해 훨씬 생체 활성 효과가 우수한 구조로 얻는 것이 가능하다. 그 한계는 인간의 상상력일 뿐이다. 인간우유에 보다 근접한 우유 분자, 인간 콜라겐에 보다 근접한 분자, 각종 효소와 호르몬을 위한 단백질은 물론이고, 지방과 비타민 등 헤어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정밀발효를 기반으로 얻어진다. 게다가 그 비용도 빠른 속도로 낮아져 그 활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PF에 의한 단일 분자의 생산 비용은 2000년 100만 달러/kg에서 오늘날 약 100달러/kg으로 떨어졌다. RethinkX그룹은 이 비용이 2025년까지 kg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되는 수 백만 개의 분자가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식품 엔지니어는 이를 이용해 필요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젖소를 사육해 우유를 얻는 것은 단백질을 얻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소를 길러 얻는 스테이크, 가죽, 콜라겐 등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모델로 대체될 경우 사용되는 물, 에너지, 토지 등 필요한 자원 소모가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생산-소비의 네트워크도 효율적이고 지역화된 특성으로 인해 포장이나 유통망 등과 관련한 비용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제 고기와 우유, 의류, 각종 도구 및 에너지 등 인간에게 유용한 많은 가치 흐름을 제공했던 젖소가 무대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변화가 매우 근본적인 만큼 사라져갈 것들과 새로이 출현하게 될 것들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투자자 그리고 정책당국자 모두 먹거리 문제에서 전개되는 이 새로운 솔루션에 올바르게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자세한 것은 Rethinking Food and Agriculture 2020-2030(RethinkX+Food+and+Agriculture+Report (1).pdf) 참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