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의 침구 접근
원형탈모증의 침구 접근
원형탈모증은 두부에 동전 크기의 원형 모양으로 나타나는 탈모증을 말한다. 주로 스트레스로 인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근에 염증이 생겨서 모근이 가늘어지고 끊어지거나 빠져버린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 맥락에서 '스트레스 -> 교감신경의 과긴장 -> 두피의 혈관 수축 및 혈류 장애'라는 병리 과정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면역학적으로 보자면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했을 때 이 이물질을 배제하는 역할을 하는 림프구가 모근을 '이물질'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자율신경 실조증의 하나로도 설명될 수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이 원형탈모 현상 자체가 다시 스트레스로 작용하므로 악순환이 될 가능성도 높다. 스트레스 환경을 제거하는 노력과 더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하지 않고 만성화되면 모근 자체가 완전히 사라져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이므로 정상인이라면 이러한 환경을 잘 관리하기만 해도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대인의 경우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서 악성으로 만성화 될 가능성도 높다. 스트레스 환경이 지속되는 한, 양의든 동의든 사실 치료가 쉽지 않으며, 만성화되는 난치병이 될 수 없다.
양의에서는 통상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된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현대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로 국소면역요법이 적용된다. 국소면역요법이란 두피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SADBE)을 도포하여 림프구(T세포)를 염증부위로 유도하여 림프구가 모근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 물론 약물도 활용된다. 전립선 치료제인 프로페시아 미녹시딜이 자주 복용되기도 하는데, 다만 이 약물은 성기능 장애를 수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외에도 자외선조사요법, 주사요법(스테로이드) 등 다양한 시술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원형탈모증의 침뜸요법 활용
동의학에서는 외치요법의 하나인 침뜸요법이 활용 가치가 크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인내가 필요하긴 하지만, 침뜸요법으로 효과를 보이는 예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동의학에는 물론 약물도 자주 거론된다.
먼저 몇가지 해외에서의 임상연구 및 임상 보고 사례를 정리해 둔다.
- 중국의 閻世燮씨는 탈모증 침구 치료에서 평판이 높다.
그는 정신스트레스로 인한 중추신경계의 교란을 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치료.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탈모 치료의 경혈을 새롭게 제시.
防老穴(백회 후방 1촌)과 健脳穴(풍지혈 아래 1.5촌)을 탈모 치료의 혈자리로 제시. 이 방노형 1곳과 건뇌혈 좌우 2곳의 3곳을 ‘閻三鍼’이라 칭함
방노혈은 전면을 향해 횡자하고 그 좌우 방광경 및 담경의 라인에 자침을 추가
치료 결과는 284명 가운데 253명, 89%에서 유효 이상을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奥村勝臣 외, 北京市灯市口病院における閻三針の治療成績, 全日本鍼灸学会雑誌, 1988年 38巻 4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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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防老穴(백회 후방 1촌) -健脳穴(풍지혈 아래 1.5촌) - 이 3곳을 ‘閻三鍼’이라 칭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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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生髪穴도 활용되는데, 풍부와 풍지의 중간지점임 |
- 出端昭夫의 22례 연구에서는
탈모 부위에 매화침 또는 糸状灸와 독맥 상의 압통점에 유침(15~20), 또는 3~5장의 반미립대 뜸으로 시술. 8례에서 유효함을 보고
*出端昭夫 : 円形脱毛症の治療, 日鍼灸誌24(1) ; 35~40.(1975)
-大田文彦 등의 임상 보고
주요 경혈에 뜸 시술 3례 중 3례
사례 1 | 사례 2 | ||
취혈 | 보신-신유 양혈-간유 중완 거풍-신주 혈행개선-화료 곡차 상천주 예명 국소 압통-전중 소해 관원 탈모 부위 |
취혈 | 보신-신유 양혈-간유 중완 거풍-신주 풍문 혈행 개선-화료 곡차 상천주 예명 압통-전중 소해 관원 탈모 부위 |
*1개월 후 모근이 나기 시작, 3개월 후 탈모부가 많이 사라지고 9개월 만에 완전히 회복 | *2주 후 모근이 보이기 시작, 4개월 후 완전히 회복 |
*代田文彦 光藤英彦, 円形脱毛症, 日本東洋医学会誌, 25(3); 138~142.(1975)
-猪狩知之 등의 1례 보고에서는
탈모 부위(두정부 전체)에 시상 방향으로 3열로 다수의 침을 자침(수평자), 15분 유침 및 두드리기. 공최 중완 삼음교 누곡 천주 풍지 대추 신주 영대 폐유 신유에 유침(15분) 그리고 백회 삼음교 신주 폐유 신유 등에 반미립대 뜸
11개월 후 완치를 보고
*猪狩知之 외 : 円形脱毛症の一例, 東洋療法学校協会学会誌 11 ; 74~76.(1987)
이상의 보고들은 대부분 탈모부위의 국소 자극 방법과 전신 조정의 배혈을 병행하고 있고, 독맥과 방광경의 경혈을 주로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율신경계의 균형 조절을 위한 전신조정, 혈행 개선, 근 긴장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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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몇가지 임상 연구 및 보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형탈모증의 침구 접근은, 탈모 부위 아시혈의 직접 자극과 함께 비 신을 중심으로 한 전신 조정에 초점을 맞추어 시술됨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혈(탈모 부위)에 직접 침뜸을 적용하는 기법이 기본이 된다. 매우 간단하게 접근 가능하므로 시술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 먼저 두부의 혈행 개선을 위해 탈모 부위 및 그 주변과 목 부위의 경혈에 자침한 다음, 해당 부위에 집모침을 이용하여 충혈이 될 정도로 두루 자극해 주는 집중 시술을 해준다. 이때 피가 날 수도 있지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잘 닦아주고 소독해 주면 된다. 다만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전/후에 반드시 소독을 해주도록 한다.
- 그리고 해당 부위에 뜸(직접구)을 떠 준다. 부위의 크기에 따라 적당한 수의 뜸 자리를 잡아준다. 1cm 미만 정도면 1~3개 부위, 2~3cm 정도이면 3~5개 부위 등 적당한 수의 자리에 뜸을 뜨도록 한다(각 5장 정도)
*1주일에 1~2회로 수 차(10~20차)에 걸쳐 치료를 진행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10회 정도 치료하고 나면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즉 2~3개월 정도면 옅은 발모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후 점점 짙어지고 모발의 밀도도 높아져 간다. 물론 탈모가 시작된지 오래 되었다면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 있다.
이런 식의 침구 접근은 앞의 양의의 치료에서 언급된 국소면역요법의 치료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집모침 및 호침을 이용한 자극과 뜸의 열 자극이 면역세포를 유도하여 모근의 생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침뜸 자극은 혈행을 활성화하여 모근의 생리 활동을 한층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자주 뜸을 뜨는 두부의 백회혈의 경우 뜸을 뜨고 난 다음 머리카락이 타서 없어진 자리에서 강한 발모 현상이 자주 발견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모낭 세포가 아예 사라진 경우(대머리 등)에는 거의 발모 현상을 보기 어렵다. 따라서 모낭 세포가 살아있을 때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울러 교감신경 과긴장을 완화하는 자율신경 조절에 필요한 침구 처방 그리고 신체의 상태를 잘 살펴 오장(비 신 간 위 등)의 기능을 제고하도록 하는, 전신조정의 침구도 함께 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전신조정은 물론 환자의 생리적 상태나 면역 상태 등에 대한 면밀한 판단을 토대로 각각에 필요한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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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탈모증의 자침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