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뜸을 뜨자!

족삼리 뜸 이야기

지운이 2017. 11. 1. 14:25

족삼리 뜸 이야기

 

족삼리에 얽힌 이야기는 하고 많은데, 특히 중세 일본인들이 양생뜸으로 족삼리뜸을 즐겼다고 한다.

 

일본의 <동강사필기(東岡舍筆記)>와 <문고명가만필(文庫名家漫筆)>에는 족삼리에 쑥뜸을 떠서 242살을 넘게 살았다는 滿平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三河國 寶飯郡 水泉村에 사는 滿平이라는 농부가 慶長7년(1602)에 태어나 寬政8년(1796) 당시 그의 나이 194세였는데, 생일축하를 받으러 시청까지 걸어가, 백발을 헌납하고 시장은 만평에게 쌀을 하사하였다(<동강사필기(東岡舍筆記)>)

 

원보 15년 9월11일 다리에서 장수 노인들의 달리기 시합을 하였는데, 가장 선두를 달린 것은 만평과 그 집안의 삼대노인이었다. 만평의 나이 242였다. 그에게 “어떤 장수비법이 있으냐”고 묻자 그는 장수의 묘법은 없고 다만 조상 대대로 족삼리에 뜸을 뜨는 것 뿐이다. 뜸뜨는 법은, 우측에는 초하루에 8장, 2일 9장, 3일 9장, 4일 11장, 5일 9장, 6일 9장, 7일 8장, 8일 8장, 그리고 좌측에는 초하루에 9장, 2일 11장, 3일 11장, 4일 11장, 5일 10장, 6일 9장, 7일 9장, 8일 8장이다. 한 번을 뜨면 그 만큼 건강해 진다(<문고명가만필(文庫名家漫筆)>)

 

이로부터 滿平三里灸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것인지도 모르지만, 여러 책에 유사한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이 시기 일본인들이 족삼리에 뜸뜨는 걸 양생법으로 즐겨 활용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강호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듯 하다. 먼길을 떠날 때는 반드시 족삼리 뜸을 뜨고 출발하도록 하였다고 하며, 근대로 이후 만주 일본군 군영에서도 족삼리 뜸을 뜨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 전신조정을 하는 침뜸시술에서도 족삼리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족삼리 뜸을 즐겼고, 이를 양생의 길이라 믿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족삼리가 양생혈로 중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00세를 넘어 침뜸시술을 하고 계신 구당 김남수옹의 무극보양뜸에서도 족삼리는 빠뜨려서는 안되는 중요한 혈자리이다.

 

족삼리의 혈위로서의 의미나 효과 등과 관련한 이야기는 침뜸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는 만큼, 여기서는 족삼리 뜸의 유래를 좀더 거슬러 살려보고자 한다.

 

침뜸요법에 대한 한층 체계화된 정리는 당나라대에 이루어지는데, 초기의 접근은 침술 보다는 뜸요법이 중심이 되는데, 이 시기 역시 뜸요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 주목을 요하는 의서는 孫思邈이 편찬한 『千金方』과 王燾가 찬한 『外台秘要方』인데, 둘 다 종합적인 의학전서로써 후대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두 의서 모두 뜸요법이 강조되며 특히 후자는 뜸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위 孫思邈의 『千金方』에 족삼리에 뜸을 뜬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나이 30이 넘어 머리에 뜸을 뜰 때는 삼리혈에 뜸을 뜨지 않으면 氣가 상행 눈이 어두워진다. 삼리혈이 기를 하행시켜주는 까닭이다.’라고 적고 있다. 다만 천금방의 족삼리 뜸은 頭部에 뜸을 뜰 경우 기의 상행을 내려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반드시 양생을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받아 『外台秘要方』에도 동일한 내용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灸頭라는 두 글자가 빠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후세에 이를 그대로 인용하게 되며 족삼리 뜸을 頭部의 뜸과는 무관하게 기를 내려주는 양생혈로 전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족삼리 뜸이 유행했던 중세 일본 기록에서 그런 경향을 볼 수 있다. 兼好法師의 『徒然草』에, ‘나이 40이 넘어 .. 삼리에 뜸을 뜨지 않으면 기가 상행하니 반드시 뜸을 떠야 한다’라고. 또 나아가 江戸時代, 松尾芭蕉의 『おくの細道』에서도 삼리에 뜸을 일상적으로 뜨라고 적고 있다고 한다. 이들 의서가 모두 뜸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삼리를 양생혈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위 滿平에 관한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다 할 것이다.

 

족삼리를 양생혈로 일상적으로 뜨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정혈을 지나치게 불노장생의 명혈로 강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 뿐이다. 여전히 족삼리는 강조되어도 좋을 만큼 중요한 혈자리이다. 오늘날 많은 연구에서도 족삼리 자극이 위의 연동운동을 좋게 해준다거나 기타 많은 작용과 효과들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침뜸시술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족삼리 혈은 오행의 관점에서 보자면, 위경의 토혈, 즉 토경의 토혈이다. '토경의 토혈'이란.. 오행(목화토금수)의 운행에서 중앙토의 위치를 점하는 것으로 비/위를 상하는 것으로서의 '토경'(족양명위경, 족태음비경)에서.. 또 위경의 '토혈'에 해당함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족삼리는 비/위의 기능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경혈이다. 이 비/위의 작용력이 여타 제반 장기에 기를 공급하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비/위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전신의 기 공급이 원활치 못하게 되고, 따라서 기혈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니 만병을 부르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비/위의 작용상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주로 소화기계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족삼리 뜸은 여러 다른 작용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화기계 질환에 크게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족삼리는 복부의 중완혈과 더불어 소화기계 질환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혈자리로 통한다.

 

족삼리에 뜸을 뜨자!~

 

(芝雲 씀)

 

 

*책 소개ᆢ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전개되었던 동의학 요법의 활약과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래의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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