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과학적 침구

장점막조직 및 장내미생물과 면역, 그리고 침뜸 함의

지운이 2019. 6. 27. 22:39

장점막조직 및 장내미생물과 면역, 그리고 침뜸 함의

 

 

우리 몸에는 호흡기, 생식기, 소화기 등 주요기관이 점막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조직들은 인체 내부의 장기들이지만, 외부환경과 직접 연결되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병원체에 늘상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조직이다.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 의해 감염되거나, 또 음식물 섭취를 통해 외부항원이 유입되는 경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점막조직은 이들 외부침입자를 일차적으로 방어하는 면역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면역시스템은 외부항원을 방어하는 역할도 하지만, 무해한 항원에 대한 불필요한 면역반응을 억제하기도 한다(이를 ‘면역관용’이라 한다).

 

이들 점막조직 가운데 특히 장 점막조직에 가장 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전체의 약 95%). 약 500~1000종의 미생물이 100조 마리 정도(약 1.5~2kg)는 산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를 장내미생물균총(microbiome)이라 하는데, 이들 장내 미생물이 소화되지 않고 남은 음식물을 발효시켜 영양소와 에너지 공급에 도움을 주며 대사물질을 생성하는 등 여러 가지의 작용을 한다. 더불어 이들 미생물의 다양성이 중요하며, 통상 유해한 것과 유익한 것이 있는데 이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유산균, 비피더스균 등의 유익균,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의 유해균, 그리고 박테로이데스, 장구균 등의 중립균 등이 대체로 2 : 1: 7 정도의 분포를 기준으로 변동을 보인다고 한다.

 

우선 장 점막조직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일차적인 방어기능을 하는 점액(mucus)으로 덮혀 있는데 여기에 장내미생물이 존재한다. 여기서 일부 유익균은 침입한 이물질을 직접 제거하는가 하면 면역계를 자극하여 신체방어 기능을 준비토록 한다. 점막조직에는 장점막 상피세포와 수지상세포가 있어 선천면역을 담당한다. 또한 이들 세표 표면에 발현된 수용기가 각종 이물질을 인지하여 획득면역을 유도한다. 물론 항체를 분비하는 세포도 있어 이물질을 방어한다. 또 다양한 장 호르몬(incretin 등)도 분비되어 대사과정에 작용한다.

 

만약 항원이 장벽을 통과하여 숙주(조직세포)로까지 들어오면, 우선 상주하던 대식세포가 처리한다. 그렇게도 처리되지 않으면, 수지상세포의 정보에 대응하여 T세포, B세포의 면역활동이 이어진다. 이처럼 장 점막조직은 점액층, 장 상피층과 면역세포들이 협력하여 방어벽을 형성하여 장내 공생하는 세균과 숙주 간에 균형을 도모하게 된다.

 

이처럼 장조직은 점막조직을 시작으로 면역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이들 면역메카니즘에서 장내 점막조직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공생세균(장내미생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공생세균에 상응한 면역시스템이 장조직의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장내세균의 안정과 면역시스템이 궤를 같이 하며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내 미생물을 이해하면 우리의 건강을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이다. 즉 질병을 유발하는 유인으로 유전적 요인 보다 비유전적 요인, 특히 장내미생물총에 주목하려는 관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공생세균의 구성, 유해균과 유익균의 상태 등이 중요하다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장내미생물이 장질환은 물론 암, 당뇨나 비만 그리고 알러지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우울증, 자폐증, 정신분열증, ADHD 등도 장내미생물 불균형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이동호/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장염(크론병 등) 환자의 경우, 발병 요인으로 여러가지가 거론되지만, 유해균이 과다증식하여 유익균이 정상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대장암 환자의 장내세균 조성에서도 유해균이 높은 비율을 점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유해균의 자극으로 유발된 염증반응이 발병의 시발점이 된다고 한다. 요컨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이들 질병의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이 숙주의 에너지 균형과 대사조절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즉 장내미생물 조성이 음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하는 효율에 영향을 주어 비만을 유발하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살이 잘 쩌거나 그렇지 않은 체질이라는 것도 이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비만인 경우 장내 미생물의 종류 및 다양성이 낮고, 더불어 염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즉 비만인 사람의 경우 TNF-α, IL-1β, CCL2 레벨과 염증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의 수가 유의적으로 증가해 있다고 한다. 마른 체형인 사람의 장내미생물을 비만인 사람에게 주입하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비만과 연관된 미생물을 특정하려는 연구도 볼 수 있는데, 예컨대 한국인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는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뚱보균(피르미쿠테스·firmicutes)’이, 일본인의 경우에는 비만을 억제하는 ‘날씬균(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한다.

 

알러지나 아토피도 면역체계의 이상에 따른 것이므로 장내미생물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락토바실러스균이 적다거나 항생제 복용으로 장내세균총이 파괸된 아이들에게서 알러지 환자의 출현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나아가 락토바식러스균과 비피더스균에 항알러지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암 치료와 관련된 연구도 볼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이 효과적인 항암 작용과 관련된 면역반응을 촉진한다는 것이다((Institut Gustave Roussy). 이외 우울증이나 거식증과 같은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가 분포해 있는데(제2의 뇌라고도 불린다), 장내미생물의 활동이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쳐 뇌질환에, 나아가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세세한 연구들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지만, 당장 취할 만한 함의는 장 점막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하여 장 면역시스템이 적절하게 방어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장 점막조직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적절하게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며, 특히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그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식이요법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장내미생물총의 구성은 유전자의 영향도 받지만, 식사습관이 중요한 영향 요인이라는 점에서 유익균 활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균형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균형잡힌 장내미생물총을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식이요법으로 제시되는 것들로는.. 유해균이 흡수되지 않도록 조리를 깨끗이 함은 물론, 섬유질 섭취, 잘 씹어먹기, 설탕 탄수화물의 억제, 동물지방 섭취 억제 등에 유의하라고 한다. 적극적으로 권장되는 것으로는 요구르트, 유제품, 생청국장, 낫또, 귀리, 다크초콜릿, 꿀, 치즈, 생강, 살코기단백질 등을 들 수 있고, 더불어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양파나 마늘이 세균 균형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항생제를 비록한 각종 약물 섭취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이들 약물이 장내 유익균을 못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트레나 흡연 및 음주도 피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덧붙이자면, 최근에는 항생제 복용으로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 환자들에게,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직접 이식하는 치료도 시행되고 있다. 나아가 '환자 맞춤형 면역조절 미생물'을 발굴하여 치료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프로바이오틱스가 미생물치료제로서 활용 가능성에 주목을 받고 있다. 유용한 미생물을 찾아 보관하는 미생물 은행도 설립됐다. 전문가들은, 수년 안에 미생물의 세력을 조절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개선하는 미생물치료법이 국내에서도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  *  *

 

이상 장내미생물이 장질환은 물론 암, 당뇨나 비만 그리고 알러지질환, 나아가 각종 정신질환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영향에는 면역조절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한다. 그런 만큼 건강관리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장내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새로운 연구들도 볼 수 있지만, 당장은 장 점막조직과 장내미생물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데 필요한 식이요법 관리 및 상응한 운동요법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위~대장에 이르는 소화기계의 움직임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습관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를 위한 침뜸의 유용성 및 침구처방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침뜸이 '위~장'에 이르는 소화기계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인 혈자리로는, 복부에서 중완(상완 하완), 신궐, 천추 등, 배부에서는 척추 5~12번(T5~12)의 협척 및 방광경 경혈, 그리고 다리에 있는 양경의 하합혈인 족삼리, 상거허, 하거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변증논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른 경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 경혈을 활용한 접근이 장내미생물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다이어트 침구에도 유용할 것이다.

 

이들 경혈에 대한 침뜸 자극은 '위~장'의 운동을 활성하기도 하고 역으로 안정시켜 줌으로써 장 점막조직을 건강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장내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자면 소변이나 대변의 원활한 배출도 중요하다는 점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그를 위한 침구처방도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복부의 중극, 복결 등과 배부의 차료 등의 팔료혈, 다리에서 삼음교나 음릉천 등의 경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유익균으로는..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유산균이라고들 하는 라쿠토바실러스(Lacutobacillus) 등 젖산과 낙산 등 유기산을 만드는 것이 많다

 10% 정도를 차지하는 유해균은.. 월시균 등의 클로스트리움(Clostrium)과 대장균(병원성) 등인데, 방귀/분변의 악취의 요인이 되는 부퍠물질을 만든다. 또 이들 세균은 이차적으로 발암성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나머지 70%는 중립균이 차지하는데, 프로테로바쿠테리아문의 대장균(비병원성), 바쿠테로이더스문(비병원성), 피르미쿠데스문의 유바쿠테리움, 루미노코가스, 크로스토리줌 등이 있다

 

 

*한편 한국인 2천여 명의 장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미생물은 '박테로이데스'라는 세균. 전체의 16%를 차지하는 이 세균은 음식물의 탄수화물과 지방을 분해해 소화를 도와준다. 이어 프리보텔라균이 13%, 페칼리균이 8%라고 한다.

 

식습관에 따라 미생물 종류도 달라진다. 프리보텔라균은 식이섬유를 분해하는데, 육식을 즐기는 서구인에 비해 4배나 많다고 한다. 씨앗류나 곡물을 많이 섭취하면 이 프리보텔라도 늘어난다.

 

또 페칼리균은 당뇨병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균은 '짧은 사슬 지방산'이란 물질을 만드는데 이 물질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어 준다. 일부에서는, 이 균을 잘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익균이라 하더라도 '박테로이데스균'의 경우, 그 비율이 20%를 넘지 않을 때는 소화를 돕고 해로운 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성격이 돌변해 장 점막을 뚫고 염증성 장질환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장 점막을 부수어 크론병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비만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비만균이나 대장암과 자폐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균이 급증할 위험이 따른다고 한다...

 

(*芝雲 씀)

 

 

*이 블로그의 다른글 참조

https://hooclim.tistory.com/3702

 

장-뇌 질환의 연관성과 마이크로바이옴

장-뇌 질환의 연관성과 마이크로바이옴 장-뇌 질환의 연관성 각종 뇌질환이 장 또는 장내 미생물과 연관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라는 주장이 점차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자폐, 파킨슨병, 치매 등

hooclim.tistory.com

 

장-뇌 질환의 연관성과 마이크로바이옴

장내세균이 '암치료'를 좌우한다!? <보충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