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뇌 질환의 연관성과 마이크로바이옴
장-뇌 질환의 연관성
각종 뇌질환이 장 또는 장내 미생물과 연관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라는 주장이 점차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자폐, 파킨슨병, 치매 등의 뇌질환 환자의 경우 그 절반 이상에서 변비나 설사와 같은 고질적인 장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환자의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세균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이런 뇌질환이 일시적으로나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내세균과 자폐
또 생쥐를 뇌질환 연구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일랜드 코크대 연구팀은 무균 상태로 태어나 자란 생쥐의 사회성을 관찰하여, 장내 미생물이 없을 때 생쥐의 사회성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의 경우 자폐아와 정상아에서 장내 미생물의 차이가 있을까? 3살에서 16살에 이르는 미국 태생 자폐아를 조사해 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이들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종 다양성이 정상아보다 떨어지고 프레보텔라와 같은 세균이 적게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장내미생물과 뇌질환 간의 인과성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현 상태에서 강력한 추론은 인체의 면역계를 주목하는 가설이다. 즉 장내미생물이 장에 있는 면역세포에 작용하고 그 결과로 뇌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학자인 미 하바드대 허준렬교수의 연구를 볼 수 있다. 그는 임신한 생쥐가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식에게 자폐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했다. 즉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생쥐에게는 염증을 일으키는 Th17이라는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새끼의 뇌에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Th17 면역세포가 특정 단백질 인터루킨-17을 분비하여 뇌에 영향을 미쳐 사회성 떨어지는 자폐증을 초래한다고 보는 것이다.
허교수팀은 이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가 장내의 특정 미생물이 염증 반응을 불러오는 Th17의 수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 냈다. 절편섬유상세균(SFB)으로 불리는 종의 세균이 그것이다. 여태껏 학명조차 없던 미지의 미생물이다. 반면 이 세균을 항생제로 제거할 경우 산모 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도 새끼에게서 자폐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다만 이 세균은 아직 인간의 몸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의 장내세균 가운데 이런 역할을 하는 세균(또 세균집단)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폐에 걸리는 새끼쥐의 경우, 영향을 받는 부분이 주로 대뇌피질의 1차체성감각영역(S1DZ)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몸의 위치와 자세, 운동상태 등에 반응하는 영역인데, 이 부분의 신경 활성을 조절하니 자폐 증상이 완화됐다고 한다.
자폐아 장내 미생물 연구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연구책임자는 로자 크라지말닉브라운 교수 및 강대욱 박사)은 대변 미생물 이식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2017년)에서, 자폐아의 불균형 상태인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정상으로 복원하여 그 결과를 관찰하였는데, 장내 미생물 정상화 시 장 질환이 개선됨은 물론 자폐증도 얼마간 개선되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6~17살의 자폐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바이옴(건강한 사람에게서 채집한 미생물군집) 이식을 시행했다. 이식 뒤 환자의 장은 원래 있었던 미생물은 대부분 사라지고, 대신 이식한 미생물로 바뀌었고, 정상인 수준의 종 다양성을 갖춘 균형 잡힌 생태계가 복원되었. 그 결과 자폐 환자에게 수반되던 고질적인 변비, 설사, 복통 등의 장질환은 18명 중 16명에게서 80% 이상 크게 개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폐 관련 증상 역시 호전되었다고 한다(평균 25% 정도 자폐 증상 호전).
아직은 초보적인 연구이긴 하지만, 장내 미생물과 자폐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이를 이용한 치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변 미생물 이식 임상시험에 참가한 자폐아 18명의 경우 증상이 다시 악화하지 않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과 파킨슨병
노령화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파킨슨병도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느린 운동, 정지 시 떨림, 근육 강직 등을 수반하는 (퇴행성)질환으로 역시 완치할 치료제가 없다. 이들 환자의 뇌에서는 알파시뉴클레인라는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자주 관찰된다고 한다. 이 단백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에게서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사르키스 마즈마니안 교수팀)은 파킨슨병을 앓는 모델 쥐를 이용해서 파킨슨병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을 관찰했다. 먼저 연구팀은 무균 상태의 쥐와 장내 미생물을 가진 쥐를 비교했는데, 무균 쥐보다는 미생물을 가진 쥐의 뇌에서 더 많은 알파시뉴클레인 덩어리가 관찰되고 더 심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뭔가 미지의 미생물들이 이 병의 발생에 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의 장내 미생물에서는 어떠할까?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와 정상인의 대변을 각각 무균 생쥐에게 이식해봤다. 두 쥐 가운데 환자의 대변을 이식받은 쥐가 상대적으로 심한 파킨슨병 증상을 보였다.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쥐로 이식되면 그 병이 역시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 충칭시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비슷한 결과를 조현병에 대해서 얻기도 했다. 자폐와 파킨슨병에 이어서 조현병, 알츠하이머병도 장내 미생물과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침구접근에의 함의
이들 연구에서 주목을 요하는 점은 장-뇌간의 연계축이 상정되고, 이 장-뇌축(gut-brain axis)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장내미생물이라는 점이다. 그 축의 작용기전이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장내세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즉 장내세균이 소화기계의 질병은 물론 뇌질환에까지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작용기전이 장관면역을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가설, 그리고 장내미생물의 구성이 진화론적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 등 많은 연구들이 장내미생물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장내세균의 안정된 관리가 그만큼 중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침뜸요법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장내세균의 안정된 관리를 위해, 비/위를 중시하는 접근은 물론, 소장 및 대장 등 소화기계의 활동을 원활히 하는 접근 등 연관된 직간접적인 침구접근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전신조정과 같은 접근에서 비/위와 더불어 장 건강을 위한 접근을 필수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이는 물론 식이요법에도 해당된다.
덧붙여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요법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통요법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소금뜸 등의 간접뜸을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복부를 차게 하면 장내세균의 조성에서 유익균 보다는 유해균 활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해균 활성은 장점막 침투, 나아가 장 세포로의 침투를 야기하여, 면역 반응을 불러오게 되고 과다한 면역반응은 면역 부조에 따른 각종 병증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함으로써 장내세균 조성을 좋게 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대로 뇌와 관련된 병변에 이르기까지 그 기대효과도 매우 크다. 즉 우울증, 파킨슨, 치매, 조현병, 알츠하이머 등 뇌관련 질환은 물론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부조에 대한 접근에서도 간접뜸의 활용가치가 높다 할 것이다. 간접뜸을 활용한 중완뜸, 단전뜸, 요양관뜸, 신유/지실뜸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더불어 복부를 따뜻하게 관리하는 것이 장내세균 관리에 유용한 방안이 되는지 등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기다려 본다.(간접뜸에 관해서는 간접뜸 : 소금뜸 마늘뜸 그리고 생강뜸, 격물구에 대하여 참조)
또한 자폐에 걸리는 새끼쥐의 경우 영향을 받는 부분이 주로 대뇌피질의 1차체성감각영역(S1DZ)이며, 이 부분의 신경 활성을 통해 자폐 증상이 완화가 가능하였다는 앞의 허교수의 연구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경 활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침구의 경우 그 치료기전이 신경활성을 매개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사족이지만, 앞의 허교수는 한 인터뷰(주간조선, 2017.9.25)에서 아이를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처음엔 아프기도 하지만 나중엔 괜찮다. 어릴 때 다양한 미생물군에 노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할머니가 음식을 씹어서 아이에게 주는 것도 미생물 교환 행위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고 크면 뒤늦게 과반응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芝雲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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