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三陽經과 ‘六府下合穴’
12정경은 수/족에 3음/3양을 각각 대응하여 수3음경, 수3양경, 족3음경, 족3양경의 12개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 수3양경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수3양경은 손끝에서 시작해서 머리로 흐르는 3개의 경락, 즉 수양명대장경, 수소양삼초경, 수태양소장경의 3개 경락을 말한다. 위 소장 대장 방광 담 삼초라는 6부 가운데 위 방광 담은 足에 배치하고, 소장 대장 삼초는 手에 배치하고 있다.
이 3개의 경락에 소장 대장 삼초라는 3개의 腑가 배치되어 있지만, 황제내경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馬王堆墓에서 발굴된 帛書에서는 내경과는 달리 11개 경락이 언급되고, 내경에서 말하는 수3양경에 대응되는 명칭으로 肩脈, 歯脈, 耳脈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즉 肩脈은 手太陽小腸経, 耳脈은 手少陽三焦経, 그리고 歯脈은 手陽明大腸経에 각각 대응된다. 아마도 이 시점까지는 음양과의 대응, 또 장부와의 대응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락의 유주경로에서 볼 수 있듯이, 소장경은 견부를 지나면서 견부에 많은 경혈을 가지며, 삼초경은 귀의 후방쪽을 지나며 역시 많은 경혈을 갖는다. 대장경 역시 하치로 유주함을 볼 수 있다. 사실 임상에서도 견부의 치료에 소장경 라인이 자주 활용되고, 삼초경락은 귀를, 또 대장경락은 치통 치료에 활용됨을 볼 수 있다. 황제내경에서는 음양의 구분에 따른 양경, 장부의 배치에서 3개의 腑가 배치되는 수3양경으로 분류되지만, 그 이전의 古의학에서는 음양의 구분이나 장부배치와 관계없이 경험적으로 각각 肩, 耳, 歯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중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수3양경락의 주요 경혈을 살펴보더라도 주요 혈성에 肩, 耳, 歯를 치료하는 것과 관련있는 것들이 다수이다.
필자는 경락을 ‘신경을 매개로 한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보고자 한 다른 글에서(신경학적 관점에서 본 경락), 이 수3양경의 경우 그 배속장부인 소장 삼초 대장과 신경연관에서 다소 거리가 먼 측면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즉 손/팔을 흐르는 신경은 요골신경, 정중신경, 척골신경이라는 세 갈래로 각각 수양명대장경, 수소양삼초경, 수태양소장의 경락 라인과 일치하는데, 이들 신경은 쇄골부근의 견신경총을 거쳐 경추 및 흉추(C5~T1)를 거쳐 상척수로 상행하는 경로여서 소장 삼초 대장 등에서 척수로 연계되는 신경과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척수신경 내에서의 신경정보의 교차로 서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그 연관은 상당히 약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앞의 같은 글에서 지적한대로 그런 의미에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이 ‘하합혈’이다. 이른바 ‘6부 하합혈’이 그것인데, 합혈이란 井滎輸經合 오수혈에서 말하는 合穴을 말한다. 이 합혈에 대해 내경/영추에서는 内府를 치료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위의 합은 삼리, 대장의 합은 상거허, 소장의 합은 하거허, 삼초의 합은 위양, 방광의 합은 위중, 담의 합은 양릉천이다. 그리고 이들 6부가 병들면, 바로 이 합혈을 취하라고 적시하고 있다.(霊枢・邪気蔵府病形篇). 이렇게 적시된 합혈을 ‘6부 하합혈’이라 한다.
여기서 족3양의 합혈인 삼리(위경), 위중(방광경), 양릉천(담경)은 각각 해당 경락의 합혈이지만, 수3양경의 합혈이라고 적시된 상거허(대장), 하거허(소장), 위양(삼초경)은 해당경락에서의 합혈(대장경의 곡지, 소장경의 소해, 삼초경의 천정)과 달라 혼란스럽다. 더구나 손/팔과 목 그리고 두부로 분포된 대장경, 삼초경, 소장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장, 삼초, 소장 등에 병이 들면, 다리에 있는 합혈을 취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삼초의 병증(특히 하초)에 대해 설명하면서, 小便不利는 実이니 委陽혈을 瀉하고 小便多利/流出은 虚이니 委陽혈을 補하도록 하고 있다(霊枢・本輸篇).
이처럼 대장 삼초 소장이라는 3개 부를 손의 3개 양경에 배치하고 있으나, 해당 장기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다리에 있는 경혈(6부 하합혈)에서 취혈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내경/영추에서의 수삼양경은 경락 구성을 마무리하는(12정경의 완성) 불가피한 설정이라는 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하합혈의 설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찾아 볼 수 없다. 어쨌든 경험적으로 이들 하합혈이 6부의 병에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에 기반하였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6부 하합혈의 신경연관을 살펴보려 한다. 이 경혈은 모두 다리를 흐르는 신경의 경로와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척수(흉추 및 요추)로부터 나와 신경총을 이룬 다음 신경다발을 형성한 좌골신경이 대퇴부 중앙을 지나 슬부에 이른 다음 경골신경, 비골신경으로 갈라져 하퇴를 거친 다음 더 세부적으로 갈라져 발에 분포하고 발가락끝까지 흐르며, 하퇴 및 족부의 운동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정보계가 된다. 한편 이 정보계는 쌍방향통신 라인이기도 하다. 즉 족부 및 다리에서의 자극이 이 신경라인을 타고 척수로 전달되고 상척수를 거쳐 뇌에 이르는 선로가 되기도 하는데, 이에 상응한 반사작용은 자율신경을 매개로 내장의 생리활동에 작용하기도 한다. 이를 신경반사에서 ‘체성-내장반사’라고 한다.
이 ‘체성-내장반사’의 기전을 바로 팔다리의 경혈 자극이 신경라인을 매개로 내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침구원리의 한 측면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팔/손이나 다리/발의 경혈(팔꿈치 아래로 손끝까지의 경혈 및 슬관절 이하 발끝까지의 경혈)을 이용하는 침법, 이른바 오행침의 침구기전을 이해하는 훌륭한 논거이기도 하다. 즉 이 체성-내장반사의 기전을 통해 팔/손 및 다리/발의 경혈 자극이 자율신경을 매개로 오장육부의 생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발의 경혈을 자극하여 오장육부까지도 조절/치료하는 침뜸시술의 묘리란 바로 이러한 신경반사기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극-반응의 경로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신경의 여행 경로에는 혈관(동맥)도 동행하며, 이 신경반사에 상응한 생리조절에서 혈류개선을 통한 산소 및 영양분의 공급 개선, 백혈구의 생리활동 등은 림프계 운동과 더불어 치료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구란 바로 이러한 생체의 생리활동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하합혈이란 것도 바로 신경반사기전을 매개로 한 내장의 생리활성기전에 의거하여 그 6부의 치료작용을 해석해 볼 수 있다. 6부 하합혈(족삼리, 상거허, 하거허, 위양, 위중, 양릉천 등)은 해부학적으로 모두 다리의 경골신경, 비골신경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자리로 이들 신경자극이 척수신경을 매개로 6부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기전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족삼리 자극이 위의 생리활동을 활성화하는 작용을 한다는데 대한 연구는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물론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다만 이런 식의 이해는 앞의 영추에서 언급된, 위의 병에는 삼리를, 대장의 병에는 상거허, 소장의 병에는 하거허, 삼초의 병은 위양, 방광의 병은 위중, 또 담의 병에는 양릉천를 취하라는 구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합적인 설명이 곤란하다. 위치만 약간씩 다를 뿐 어느 부위의 자극도 상행하여 좌골신경이라는 신경다발을 다같이 통과한다는 점에서, 6개 하합혈 각각에 대한 자극이 각각의 해당 6부에 작용한다는 영추의 설명에는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지점(6개의 하합혈)에서의 자극에도 불구하고 모두 좌골신경 라인을 타고 척수로 연결되는데, 영추의 설명은 동일한 신경경로의 자극이 다른 장기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론적 또 임상적 연구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芝雲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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