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을 노린 자침법과 그 의미
신경을 노린 자침법(일본의 傍神経刺를 중심으로)
신경을 자극하여 치료를 도모하는 신경자극 침구요법은, 특히 일본에서 오랜 역사를 갖는다.
가장 오래된 인물로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의사 출신의 침구인인 大久保適斎를 들 수 있다.
외과의사였던 그는 신경증에 대한 침치료를 경험한 후 현대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침술을 연구하고 임상을 거쳐, 1892년 『鍼治新書』(治療篇・手術篇)라는 책을 내놓았다. 여기에서 그는 2寸이나 3寸의 침(5番鍼)을 사용하여 신경을 표적으로 자침하는 기법을 제시하였다. 물론 전통적인 경락이론과는 달리 신경을 표적으로 하였지만, 일부 자침점은 유사하였다. ‘側頚部에서 頚動脈部에 자침하여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기관지질환을 치료’하거나, ‘위경련이나 소화기계의 질환에 대해서는 胃兪나 三焦兪, 気海兪 등에서 3寸침을 심자하는’ 방법, 늑간신경이나 좌골신경의 근방을 자극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
(19세기 말 일본의 외과의사 大久保適斎의 침술 세계)
大久保流의 침법은 당시 関西에서 大阪盲学校를 이끌던 吉田多市, 志岐与市, 堀内三郎 등에 의해 확산되었고, 특히 鹿児島 출신으로 大阪・高石市에서 활약했던 郡山七二에 의해 한층 깊이있게 전개된다.
郡山七二는 많은 연구와 임상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1) 천식에 頸動脈洞 자침 등의 動脈刺, (2) 변비에 府舎(SP13)穴 부근의 S상결장 자침, (3) 会陽혈(BL35)로부터 항문 자침 등의 内臓刺, 그리고 1960년대에 개발된 ‘眼窩内 자침’ 등 많은 특수자침법을 개발하였다.
郡山의 특수침법에 대해, 森秀太郎은 「肛門刺針」「S状結腸刺鍼」「眼窩内刺鍼」「鼻腔内刺鍼」「歯齦刺鍼」「星状神経節刺鍼」「上腕神経叢刺鍼」「腋窩神経刺鍼」「乳腺刺針」등으로 정리해 주고 있다.(森秀太郎,『はり入門―臨床にすぐ役立つ』(医道の日本社, 1971)
大久保流의 頸動脈洞 자침기법은 애당초 기관지염 치료로 시작했는데, 이후 많은 후학들에 의해 시도되고, 나아가 다른 질병의 치료에도 시도되었다.(郡山七二, 樋口鉞之助 등) 樋口씨는 오십견에, 郡山씨는 気管支喘息에 유효하였다고 한다.
이후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인 한 예로 代田文誌의 고혈압 강하에 대한 시도를 들 수 있다. 경동맥자, 洞刺로 알려진 이 기법은 이후 고혈압에 대한 침구기법으로 널리 활용되게 된다(代田文誌,「洞刺の臨床的研究」. 代田文誌는 大久保適斎에 대한 책도 남겼다.) 細野史郎의 「頸動脈穿刺に就いて」(『自律神経雑誌』)라는 논문도 있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해부학에 기반한 연구 및 임상의 흐름은 이어져 왔다. 이하 그 주요한 것들을 모아둔다.
1960년대에는 이미 언급한대로 郡山七二의 眼窩内 자침이 있다. 1968년에는 三木健次의 星状神経節 자침을 제시한다. 1980년에는 中村辰三(明治東洋医学院0의 毛様体神経節 자침이 제시된다. 中村과 관련팀은 1989년에는 陰部神経 자침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서는 木下晴都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그는 1971년 5월 三叉神経痛으로 서양의학 치료나 천자로 효과를 보지 못하던 환자에 대해 신경 근방 자침으로 진통에 성공한 예를 보고하였다. 이어 1971년 10월에는 坐骨神経痛 환자에 대해 坐骨神経 근방에 심자하여 극적인 진통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1974년 「三叉神経痛の傍神経刺」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眼神経에는 陽白(GB14)、上顎神経에는 迎香(LI20)이나 권료(SI18)、下顎神経에는 聴会(GB2)와 下関(ST7) 사이의 ‘聴関’이용하였다.
이어 1975년에는 腰痛의 傍神経刺로 気海兪(BL24)나 腎兪(BL23)、大腸兪(BL25)、関元兪(BL26)에서의 심자를 제시하였다.
또 1976년에는 坐骨神経의 傍神経刺로, 大腰筋을 표적으로 한 大腸兪(BL25)、上後腸骨棘-大転子 사이에서 이상근을 표적으로 한 転子、총비골신경을 표적으로 한 陽陵泉(GB34) 자침을 제시하였다. 이 시점에서의 傍神経刺는 신경 근방에 있는 근육의 긴장(경결)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두어졌다.
1977년에는 後頭神経痛의 傍神経刺로 大後頭神経痛에는 天柱(BL10)、小後頭神経痛에는 천료(TE16) 자침이 제시되었다.
1978년에는 頚腕症候群의 傍神経刺로 前中斜角筋과 腕神経叢을 표적으로 한 扶突(LI18) 자침이 제시되었다.
1979년에는 外側大腿皮神経痛、大腿神経、閉鎖神経(陰廉LR11)의 傍神経 刺鍼을 제시하였다.
1980년에는 肋間神経痛의 傍神経刺도 제시하였다.
1981년에는 昭和大学의 침마취 연구자인 武重千冬교수의 지도로 筋肉痛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침에 의한 국소의 축삭반사, Substance P 등에 의한 血管拡張 및 局所血流改善이 筋肉痛의 진통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1986년에는 交叉刺라는 筋肉에 대한 新刺法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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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와 같이 신경을 노린 자침 기법은 일찍이 일본에서 발전되어 온 침구술의 하나이다. 신경을 표적으로 자침하는 침구 기법으로 이를 통해 신경반사를 매개로 인체 반응을 유도하여 치료를 도모하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오랜 역사를 갖는 일본 특유의 역사적 배경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16세기부터 난학(蘭學)을 중심으로 서구와의 문화교류를 거치며 의학에서도 해부학을 중심으로 서구의 영향을 받아 이를 전통의학과 결합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인체 해부도나 외과수술은 전통의학에는 하나의 충격이었고, 그 결과 서양의학과 절충하려는 시도(漢蘭 절충)는 매우 자연스런 경로인지도 모른다. 물론 전통적 침구학이 여전히 전통의학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의학적 침구' 또는 '현대적 침구'라 불릴 만한 이러한 시도 역시 일본 침구의 주요한 갈래를 형성하며 오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 소개한 '방신경자'의 침법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발전해온 침술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절충의 노력은 일본 침구가 오늘에 이름에 있어 그 고비(폐지하려는 정책)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메이지 초기 서양의학 위주로 의료를 재편하고 전통의학을 폐지하려던 때나 2차대전 패전 이후 미군정이 전통의학을 폐기하려던 위기 때에 이들 현대의학 친화적인 침구가들이 그 정책을 저지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음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침뜸요법이 현대의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 즉 과학적 근거를 갖는 의료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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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상에 소개한 傍神経刺鍼의 침법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간략이 논평해 둔다.
신경 자극에 따른 인체의 반응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통각억제기구의 활성이다. 침이나 뜸이 유발하는 통각 자극은 일차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통증억제기구를 작동시킨다. 침구가 통증을 완화하는데 유효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보다 중요한 것으로, 신경반사를 매개로 한 각종 인체 기구(효과기 : 근골격 및 각 장기)의 작동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작용을 갖는다. 중추신경-말초신경으로 이루어져 인체 곳곳에 미치고 있는 신경시스템은, 다양한 반사기구를 매개로 인체 생리활동을 도모하는 중요한 정보전달시스템으로 역할한다. 이들 신경반사 기구에는 크게 감각신경-운동신경의 체성신경과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자율신경의 경로가 존재한다.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경반사의 기구는 대체로 ‘체성-체성반사’, ‘자율-체성반사’, ‘체성-자율반사’ 등 다양한 반사경로를 매개로 작동된다.
물론 통증억제기구나 신경반사에는 다양한 생리적 과정이 수반되며 효과기에 긍정적 작용이 수반된다. 각종 신경전달물질이나 생리활성물질, 관련 펩티드 등이 분비되는 등, 신경계의 정보전달을 매개로 내분비계 및 면역계 등이 공조하여 인체 불균형 상태(병적 상태)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작동된다. 특히 자율신경 기구의 조정, 즉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조정은 질병 치료의 중요한 기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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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현대적 침구'라 표현했던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중국에서 한층 활발하다. 특히 오늘날 의학연구에서 강조되는 이른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수용하려는 노력과 결합된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현대 중국의 침구는 전통적 침구학의 흐름에서 한층 자유로워 보인다. 중국에서의 관련 흐름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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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의 주요 연구들
-郡山七二「立体針療の研究」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17 (1968) No. 1 P 32-34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17_1_32/_pdf
-「頸肩腕症侯群と星状神経節刺針について」三木健次『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17 (1968) No. 3 P 1-4
https://www.jstage.jst.go.jp/article/jjsam1955/…/17_3_1/_pdf
-「洞刺の臨床的研究」代田文誌『日本鍼灸治療学会誌』Vol. 13 (1963-1964) No. 1
https://www.jstage.jst.go.jp/article/jjsam1955/…/13_1_1/_pdf
-「頸動脈穿刺 (Carotisstich) に就て (四)」細野史郎『自律神経雑誌』
Vol. 1 (1948-1951) No. 4 P 14-15
https://www.jstage.jst.go.jp/article/jjsam1948/…/1_4_14/_pdf
-『杉山和一と大久保適斎』医道の日本社1982年 木下 晴都 、代田文誌
http://www.amazon.co.jp/dp/B000J7NPWO
-「毛様体神経節刺鍼法について」中村辰三et al.『自律神経雑誌』Vol. 27 (1980)
https://www.jstage.jst.go.jp/arti…/jjsam1948/…/27_1_192/_pdf
-「陰部神経刺鍼の解剖学的検討」北小路 博司、中村 辰三『全日本鍼灸学会雑誌』 Vol. 39 (1989) No. 2 P 221-228
https://www.jstage.jst.go.jp/arti…/jjsam1981/…/39_2_221/_pdf
-「三叉神経痛の傍神経刺」木下 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Vol. 23 (1974) No. 1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23_1_11/_pdf
-「針による腰痛の臨床ー傍神経刺を中心として」木下 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24 (1975) No. 1 P 13-21,69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24_1_13/_pdf
-「坐骨神経痛に対する傍神経刺の臨床的観察」木下 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Vol. 25 (1976) No. 1 P 1-9,65
https://www.jstage.jst.go.jp/article/jjsam1955/…/25_1_1/_pdf
-「後頭神経痛に傍神経刺を加えた臨床的研究」木下 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26 (1977) No. 1 P 32-35,78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26_1_32/_pdf
-「頸腕症候群に対する傍神経刺の臨床的研究」木下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27 (1978-1979) No. 1 P 61-71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27_1_61/_pdf
-「上脚痛に傍神経刺を応用した臨床的観察」木下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28 (1979) No. 1 P 24-29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28_1_24/_pdf
-「肋間神経痛に対する傍神経刺の臨床的研究」木下晴都『日本鍼灸治療学会誌』
Vol. 29 (1980) No. 1 P 45-50
https://www.jstage.jst.go.jp/artic…/jjsam1955/…/29_1_45/_pdf
-「坐骨神経痛に対する傍神経刺の臨床的研究」木下晴都『日本温泉気候物理医学会雑誌』Vol. 43 (1979-1980) No. 1-2 P 16-18,39
https://www.jstage.jst.go.jp/…/onki19…/43/1-2/43_1-2_16/_pdf
-「局所疼痛に対する針作用の実験的研究II: 強縮後の短縮高回復過程に及ぼす置針の作用」木下 晴都『昭和医学会雑誌』Vol. 41 (1981) No. 4 P 393-403
-「経験から実証への前進」木下晴都『全日本鍼灸学会雑誌』
Vol. 32 (1982-1983) No. 4 P 252-256
https://www.jstage.jst.go.jp/arti…/jjsam1981/…/32_4_252/_pdf
-「膝関節痛に特殊技術を応用した臨床的研究」木下 晴都『全日本鍼灸学会雑誌』Vol. 36 (1986) No. 2 P 113-118
https://www.jstage.jst.go.jp/arti…/jjsam1981/…/36_2_113/_pdf
-「握力回復に及ぼす交叉刺と平行刺の比較研究」木下晴都『全日本鍼灸学会雑誌』
Vol. 36 (1986) No. 4 P 288-293
https://www.jstage.jst.go.jp/arti…/jjsam1981/…/36_4_288/_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