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맥과 맥진

경맥이론과 편작맥법의 혈연관계

지운이 2026. 6. 9. 12:25

經脈學說與扁鵲脈法的血緣

 / 黃龍祥. 《中國針灸》2015年5月第35卷第5期

 

완전한 경맥이론은 순행, 병후, 진법, 치칙, 치료라는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며, 그 핵심은 경맥 병후(經脈病候)이다. 다중적인 증거를 통해 경맥 병후의 '시동(是動)'병과 병후 속에 스며들어 있거나 그 아래에 부착된 '맥사후(脈死候)'가 모두 편작(扁鵲)의 색맥진(色脈診)에서 비롯되었음이 증명되었다. 맥후(脈候)에 대하여 한(漢)나라 이전에는 사시음양학설(四時陰陽學說)에 기반한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해석들이 존재했으나, 편작 맥법인 '표본진법(標本診法)'의 탄생과 임상에서의 광범위한 응용은 '맥의 연관성을 통해 맥후를 직접 해석하는' 새로운 이론적 해석의 탄생을 촉진했다. 또한 편작 의학의 혈맥 이론이 새롭게 발전함에 따라 경맥학설도 혁명을 겪게 되었는데, 그 이론적 패러다임이 '트리형(樹型)'에서 '고리형(環型)'으로 변화하였다. 다시 말해, 편작의학은 경맥학설을 잉태했을 뿐만 아니라 그 귀착점까지 결정하였다.

 

마왕퇴(馬王堆)에서 출토된 백서(帛書)인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 《족비십일맥구경(足臂十一脈灸經)》과 《영추·경맥(靈樞·經脈)》의 경맥학설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 완전한 경맥학설은 순행, 병후, 진법, 치칙, 치료 등 다섯 가지 항목을 포함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중 서로 다른 시기의 각 전본(傳本)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병후(病候)'이다. 이는 경맥학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이며, 병후가 없다면 진법, 치칙, 치료는 모두 의지할 곳이 없게 되고 순행 또한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침구 학술사 연구에 따르면 경맥이론은 편진법(遍診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표본진법'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경맥학설과 편작 맥법 사이에 '혈연' 관계가 존재함을 논증하려면, 먼저 경맥 개념의 탄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표본진법'이 편작 맥법에서 먼저 나타났는지를 고찰해야 한다. 나아가 오색맥진(五色脈診)의 맥후가 어떻게 경맥 병후가 되었는지, 맥사후가 어떻게 경맥의 '절(絕)'이 되었는지, 그리고 경맥학설이 탄생하기 전에 맥후에 대하여 어떠한 다른 이론적 해석들이 존재했는지를 한층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

 

표본진법(標本診法)

 

황제(黃帝)가 말하였다: "침을 다루고 종사(縱舍)하는 방법은 어떠한가?" 기백(岐伯)이 대답하였다: "반드시 먼저 십이경맥의 본말(本末), 피부의 한열(寒熱), 그리고 맥의 성쇠(盛衰)와 활삽(滑澀)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 맥이 활(滑)하고 성(盛)한 것은 병이 날로 진행되는 것이며, 허(虛)하고 세(細)한 것은 오래되어 지속되는 것이고, 대(大)하고 삽(澀)한 것은 통비(痛痹)가 된 것이다. 음양(陰陽)이 하나인 듯 한 것은 병을 치료하기 어렵다. 그 본말에 여전히 열이 있는 것은 병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며, 그 열기가 이미 쇠한 것은 그 병 또한 떠나간 것이다. 척부(尺部)를 잡고 그 근육의 견취(堅脆), 대소(大小), 활삽(滑澀), 한온(寒溫), 조습(燥濕)을 살핀다. 이어서 눈의 오색(五色)을 관찰하여 오장을 알고 생사(生死)를 결정한다. 그 혈맥을 보고 색을 살펴서 그 한열과 통비를 안다."(《靈樞·邪客》)

 

황제가 기백에게 물어 말하였다: "내가 색을 보지 않고 맥을 짚지 않은 채, 오직 척부(尺部)만 조절하여 그 병을 말하고, 밖을 통해 안을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기백이 대답하였다: "그 척부의 완급(緩急), 소대(小大), 활삽(滑澀)과 근육의 견취(堅脆)를 살피면 병의 형세가 결정된다... 충치 통증을 진단할 때는 그 양명(陽明)맥의 오는 기운을 눌러보아, 이상이 있는 쪽이 유독 뜨거운데, 왼쪽에 있으면 왼쪽이 뜨겁고,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쪽이 뜨거우며, 위에 있으면 위가 뜨겁고, 아래에 있으면 아래가 뜨겁다. 혈맥을 진단함에 있어, 붉은색이 많으면 열이 많고, 푸른색이 많으면 통증이 많으며, 검은색이 많은 것은 오래된 비증(久痹)이다. 붉은색, 검은색, 푸른색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한열(寒熱)이다."(《靈樞·論疾診尺》)

 

이상 《사객(邪客)》 경문에서는 표본진법(標本診法), 척촌진법(尺寸診法), 혈맥진법(血脈診法) 및 색진(色診)을 열거하였는데, 이 네 가지 진단법은 편작(扁鵲) 맥법을 저술하여 사용한 《논질진척(論疾診尺)》 편에서 하나하나 언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표본진법의 임상 응용에 관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더 절묘한 것은 《영추(靈樞)》에서 표본진맥의 응용을 다룬 전문 편인 '사기장부병형제사(邪氣臟腑病形第四)'에서도 척촌진법과 색진을 종합적으로 논술하였으며, 표본진법의 구체적인 임상 응용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 얼굴에 열이 있는 것은 족양명경의 병이고, 어제(魚絡)에 혈락이 보이는 것은 수양명경의 병이며, 양쪽 발등 위의 맥이 견고하거나 함몰된 것은 족양명경의 병으로, 이는 위맥(胃脈)이다.
  • 소장병(小腸病)인 경우, 아랫배가 아프고 요척(허리뼈)이 고환을 당기듯이 아프며, 때때로 대소변이 급박하다. 귀 앞이 뜨겁거나, 혹 추위가 심하거나, 혹 어깨 위만 유독 열이 심하거나, 혹은 손의 새끼손가락과 그 다음 손가락 사이가 뜨겁거나 맥이 함몰된 것이 그 징후이며, 이는 수태양경의 병이니 거허하렴(巨虛下廉) 혈을 취한다.
  • 방광병(膀胱病)인 경우, 아랫배가 한쪽으로 붓고 아프며, 손으로 누르면 소변이 마려우나 나오지 않는다. 어깨 위가 뜨겁거나 맥이 함몰된 경우, 그리고 발의 새끼발가락 외측과 정강이 복사뼈 뒤쪽이 모두 뜨겁거나 맥이 함몰된 경우 위중(委中央) 혈을 취한다.
  • 담병(膽病)인 경우, 자주 한숨을 쉬고(善太息), 입이 쓰며, 묵은 음식물을 토하고, 명치 아래가 두근거리고 편안하지 않으며, 남이 자기를 잡으러 올까 봐 두려워하고, 목구멍 안이 답답하며 자주 침을 뱉는다. 족소양경의 본말(本末)을 살펴 맥이 함몰된 곳에 뜸을 뜨고, 한열(寒熱)이 있는 경우에는 양릉천(陽陵泉) 혈을 취한다.

상기 경문에서 서술한 바를 종합하면 표본진법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개괄할 수 있다.

 

첫째, '진독(診獨)'이다. 즉, 다른 맥진 부위와 유독 다른 맥상을 진찰하는 것이 곧 '유과지맥(有過之脈)'인데, 이른바 "이상이 있는 쪽이 유독 뜨겁다.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쪽이 뜨겁고, 왼쪽에 있으면 왼쪽이 뜨겁고, 위에 있으면 위가 뜨겁다"라고 한 것이다. 진독은 표본진법과 삼부구후편진법(三部九候遍診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둘째, 맥상이 간결하고 단일하다. 오직 '진독'만 하면 되기 때문에 표본맥법에서 진찰하는 것은 가장 식별하기 쉬운 몇 가지 기본 맥상(대(盛), 소(虛), 완, 급, 활, 삽)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독취촌구맥법(獨取寸口脈法)에서 흔히 보이는, 여러 가지 단일 맥상이 조합된 복합 맥상(예: '부대이완(浮大而緩)', '부단이삽(浮短而澀)' 등)은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 부진(膚診, 피부 진찰)과 맥진(脈診)을 함께 참고하고, 맥형(脈形)과 맥동(脈動)을 모두 진찰하는 것이다(맥동을 진찰하는 것 외에도 맥의 '견실함'과 '함몰됨' 등 맥형의 변화를 진찰함). 또한 표본(標本) 부위 피부 온도의 한열 이상을 진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파악한 후에 《내경(內經)》 관련 경문을 읽으면 완전히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될 것이며, 그래야만 왜 《내경》에서 "반드시 그 본말의 한온을 심사숙고하여 장부의 병을 검증하라(必審察其本末之寒溫,以驗其藏府之病)"(《영추·금복》)라고 거듭 강조했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표본진법은 소멸한 것이 아니며 그 생명은 뒤에 나온 맥법(脈法)에 힘입어 연장되었다. 그 기본적인 맥상은 다른 맥법들에 의해 일맥상통하게 계승되었으니, 마왕퇴 백서 《맥법(脈法)》, 장가산 한간 《맥서(脈書)》에서부터 삼부구후맥법(三部九候脈法), 그리고 전해지는 《영추(靈樞)》의 가장 후기 작품인 《경맥(經脈)》 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렇게 대대로 전해져 온 증거이다.

 

"폐수태음의 맥은... 성(盛)하면 사(瀉)하고, 허(虛)하면 보(補)하며, 열(熱)하면 질(疾)하고, 한(寒)하면 류(留)하며, 함하(陷下)하면 구(灸)하고, 성하지도 허하지도 않으면 그에 맞게 취한다 以經取之). 성한 것은 촌구(寸口)가 인영(人迎)보다 세 배 크고, 허한 것은 촌구(寸口)가 오히려 인영(人迎)보다 작다." (《영추·경맥》)

 

《영추·경맥》 편은 십이경맥의 각 맥 아래마다 "성하면 사하고, 허하면 보하며, 열하면 질하고, 한하면 류하며, 함하하면 구하고, 성하지도 허하지도 않으면 그에 맞게 취한다"는 치칙(治則)을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보면 이를 인영촌구진법(人迎寸口診法)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표본진법의 특징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표본 부위 피부의 '한(寒)'과 '열(熱)', 맥의 '견실함'과 '함몰됨'을 살피는 것은 표본맥법 특유의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인영촌구진법이라는 '마갑(馬甲, 겉옷/위장)'을 쓰고 있을지라도 그 본래 모습이 표본진법임을 한눈에 간파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고찰해보면, 우리는 전세본(傳世本) 《내경(內經)》에서 표본맥법(標本脈法)의 '견실(堅實)'과 '함몰(陷下)'에 관한 치칙(治則)과 치법(治法) 규범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전문적인 명칭도 확인할 수 있다.

  • "그러므로 비증(痹症)을 자침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아래의 육경(六經)을 절진(切診)하고 순행하며, 그 허실을 살피고 대락(大絡)의 혈이 결체되어 통하지 않는 것과, 허하여 맥이 함몰되어 텅 빈 곳을 살피어 조절해야 한다." (《영추·주비》)
  • "함몰된 것은 맥중의 혈이 결체되어 그 안에 혈이 고착된 것이며, 혈이 차가우므로 마땅히 뜸을 떠야 한다." (《영추·금복》)
  • "경맥이 함몰된 것은 화(火, 뜸)로써 다스려야 하며, 결락(結絡)이 견고하고 긴장된 것 역시 화로써 다스려야 한다." (《영추·관능》)
  • "견고하고 긴장된 것은 깨뜨려서 흩어지게 하되, 기가 아래로 내려간 뒤에야 멈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결체된 것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한 경맥은 위가 실하고 아래가 허하여 통하지 않는 경우, 이는 반드시 가로지르는 낙맥(橫絡)이 대경(大經) 위에 성하게 덮여 통하지 못하게 한 것이니, 이를 살펴 사법(瀉法)을 쓰는 것이 이른바 결체된 것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위는 뜨겁고 아래는 차가운 경우, 그 허한 맥을 살펴 경락에 함몰된 곳을 취하되 기가 아래로 내려간 뒤에 멈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끌어내려 하강시킨다는 것이다." (《영추·자절진사》)
  • "황제가 말하였다: '보사(補瀉)는 어떻게 하는가?' 기백이 대답하였다: '혈에 여유가 있으면 그 성한 경맥을 사하고 그 혈을 배출시킨다. 부족하면 그 허한 경맥을 살펴 맥 중으로 침을 넣고, 오래 머물러 살피다가 맥이 大가 되면 신속히 침을 빼되, 혈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라.'" (《소문·조경론》)

이로 보아 《영추·경맥》 편의 십이경맥을 관통하는 것은 표본진법임이 분명하다. 그 '시동(是動)'병은 표본진법 특유의 '진독(診獨)'법에서 나온 맥후(脈候)이며, 그 아래의 치칙인 "이러한 병들에 대하여 성하면 사하고, 허하면 보하며, 열하면 질(疾)하게 하고, 한하면 유(留)하게 하며, 함하(陷下)하면 구(灸)하고, 성하지도 허하지도 않으면 그에 맞게 취한다"는 것 역시 표본진법의 맥상에 대한 것이다. 또한 《내경》에는 이미 이 치칙에 기반한 매우 상세한 조작 규범과 명확한 치료 효과 판정 지표가 존재하며, '맥의 견실함을 자침하는 것을 '해결(解結)'이라 하고, 맥의 함몰을 자침하는 것을 '인이하지(引而下之)'라 한다'는 전문 명칭까지 있다. 이는 이러한 치칙과 치법이 과거에 매우 광범위하게 임상에 응용되었음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맥법(脈法)들은 모두 편작맥법(扁鵲脈法)에서 비롯된 것인가? 첫째, 맥의 '함공(陷空)'과 '견실(堅實)'을 진찰하는 맥형진법은 바로 편작 초기 맥진법의 특징이다. 둘째, 피부 표면의 한(寒), 열(熱), 활(滑), 삽(澀)을 진찰하는 것은 편작 진법의 특색이며, 척부진(尺膚診)은 이러한 진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 표본맥법 및 그 임상 응용을 논술한 《논질진척(論疾診尺)》이 편작맥법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중 한 가지 표본진법은 《맥경(脈經)》에서 인용한 편작맥법 문구에 명확히 나타나 있으며, 표본진법 임상 응용의 전문 편인 《사기장부병형(邪氣臟腑病形)》의 조작 방법과 완전히 부합한다: "충치 통증을 진단할 때는 그 양명(陽明)맥의 오는 기운을 눌러보아, 이상이 있는 쪽이 유독 뜨겁다. 오른쪽에 있으면 오른쪽이 뜨겁고, 왼쪽에 있으면 왼쪽이 뜨겁고, 위에 있으면 위가 뜨겁고, 아래에 있으면 아래가 뜨겁다."(《脈經·扁鵲華佗察聲色要訣第四》 권5). 넷째,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의 창공 '진적(診籍)'에는 '충치 통증 진료' 사례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 병안(病案)은 다른 병안들과 달리 촌구맥법(寸口脈法)을 기술하지 않았으므로, 표본진법을 채택했음이 분명하다.

 

"제중대부(齊中大夫)가 충치 통증을 앓자, 신(臣) 의(意)가 그 왼쪽 수양명맥(手陽明脈)에 뜸을 뜨고 고삼탕(苦參湯)을 처방하여 매일 삼승(三升)씩 양치하게 하니, 오육일 뒤에 병이 나았다. 이는 풍(風)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데, 자면서 입을 벌리고 음식을 먹은 뒤 양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거들은 표본맥법이 편작맥법에 명확히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임상 응용 사례도 확실하여, 초기 편작맥법의 선명한 특징과 임상에서 여러 진단법을 함께 참고하는(諸診合參) 특점을 체현하고 있음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그렇다면 고인들은 왜 표본(標本) 부위를 진찰하는 방식을 선택했는가? 《영추·경맥(靈樞·經脈)》 편은 다음과 같이 해답을 제시한다.

"맥이 갑자기 뛰는 것은 모두 사기(邪氣)가 그곳에 머물러 본말(本末)에 유체(留滯)하기 때문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열(혹은 한)이 나고, 견고하지 않으면 함몰되어 비어 있으니, 무리들과 같지 않음을 통해 어떤 맥이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본말(本末)을 살피고 그 한열을 관찰하여 사기가 있는 곳을 얻으면, 만 번을 자침해도 위태롭지 않으니, 구침(九針)의 운용을 알면 자침의 도리가 다한 것이다."(《영추·관능》)

 

여기서는 아주 명백하고도 분명하게 알려준다. 맥이 갑자기 뛰는(卒然動) 것은 사기(邪氣)가 본말(本末)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 십이맥의 본말에서 나타나는 독동(獨動), 독열(獨熱), 독한(獨寒), 독견(獨堅), 독함(獨陷) 등 '무리와 같지 않은(不與眾同)' 현상을 두루 진찰함으로써 '어떤 맥이 뛰는지(何脈之動)'를 아는 것, 그것이 곧 《영추·관능》에서 말하는 '사기가 있는 곳을 얻는(得邪所在)' 것이다. '표본(標本)'은 곧 사기가 거주하는 곳이므로, 표본을 진찰하면 '사기가 있는 곳을 얻고' '병이 생겨난 바를 알 수' 있다. 동시에 '표본'은 사기가 거주하는 곳이기에, 표본을 진찰하는 것은 '사기가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의 진퇴를 분별할 수 있으니, 이른바 "그 본말에 여전히 열이 있는 것은 병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며, 그 열기가 이미 쇠한 것은 병 또한 떠나간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표본진법이 출현한 것에서부터 '아래의 맥구를 본(本)으로 삼고, 위의 맥구를 말(末)로 삼는' 본말 관계의 확립까지는, '경맥(經脈)' 개념의 탄생까지 불과 한 걸음 차이일 뿐이다.

 

맥구(脈口), 맥후(脈候)와 '경맥(經脈)'후(候)

 

맥을 짚는 부위를 '맥구(脈口)'라 부르며, 이를 통해 맥형(脈形), 맥색(脈色), 맥동(脈動)을 진찰한다. 혈맥 이론이 발전함에 따라 '기(氣)'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었고, 맥진은 '맥기(脈氣)'라 할 수 있는 맥동을 진찰하는 데 더욱 집중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맥구는 '기구(氣口)'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맥구에서 진찰하는 병후를 '맥후(脈候)'라 하는데, 이는 초기에 우연적이고 구체적이었으며 하나하나의 개별 질병에 대한 진찰이었다. 이러한 맥후는 매우 많거나 혹은 무궁무진하였다. 이후 고인들은 임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맥구의 일반적인 병증들을 귀납적으로 정리하였는데, 이것이 임상 맥진의 규범인 '경맥(經脈)'이 되었으며, 이는 '상맥(常脈)' 혹은 '고전적인 맥'(經典之脈)을 의미한다. 이른바 "반드시 먼저 경맥을 알아야, 그 다음에 병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삼음삼양(三陰三陽)의 명칭으로 상용 맥구를 명명할 때, 최대 여섯 곳의 맥구가 선택될 수 있었고, 다시 수족(手足)으로 구분하면 십이 곳에 이르렀으며, 그에 상응하는 '상맥' 병후 또한 십이 조(組)를 초과할 수 없게 되었다.

 

맥후에 대해서는 단계마다 각기 다른 여러 종류의 총결이 있었는데,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에 나타난 십일 조의 맥후, 즉 십일맥 하의 "시동즉병(是動則病)"은 통합을 거쳐 성숙하고 공감대가 높은 일종의 버전이라 할 것이다. 그 중 양명맥(陽明脈) 맥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동즉병(是動則病): 몸이 오싹하며 춥고(洒洒病寒), 하품을 자주 하고 기지개를 켠다(喜伸數欠); 얼굴이 검어지고(顏黑), 붓는 병이 생긴다(病腫); 병이 이르면 사람과 불을 싫어하며(病至則惡人與火); 나무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고(聞木音則惕然驚), 마음이 두려워 홀로 문과 창문을 닫고 있으려 한다(心惕欲獨閉戶牖而處); 병이 심해지면 높은 곳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고 옷을 벗어던지고 달아나는데(病甚則欲登高而歌,棄衣而走), 이를 '간궐(骭蹶)'이라 한다."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

 

우선 문자 자체를 분석해보면, 병후 중 '병지(病至)'와 '병심(病甚)'은 동의어이다. 《소문·맥해(素問·脈解)》 편에서 '병심'을 곧 '병지'로 쓰고 있는데, 동일한 문장 속에 이 두 단어가 함께 나타나는 것은 이 버전이 '조립'된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내용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해당 병후(病候) 조는 최소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음을 식별할 수 있다. 첫째, 학병(瘧病): 오싹하며 춥고(洒洒病寒), 하품을 자주 하고 기지개를 켠다(喜伸數欠); 병이 이르면 사람과 불을 싫어한다(病至則惡人與火); 나무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고(聞木音則惕然驚), 마음이 두려워 홀로 문과 창문을 닫고 있으려 한다(心惕欲獨閉戶牖而處). 둘째, 광병(狂病): 병이 심해지면 높은 곳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고 옷을 벗어던지고 달아난다(病甚則欲登高而歌,棄衣而走). 셋째, 얼굴이 검어진다(顏黑). 넷째, 붓는 병이 생긴다(病腫). 이는 양명맥(陽明脈)의 맥후가 학질(瘧疾)을 진찰하고, 열병(熱病)을 진찰하고, 광병을 진찰하며, 복부 부종 등을 진찰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축적되고 선택되어 온 흔적을 나타낸다. 더욱이 전세 문헌에 흩어져 남아 있는 '파편'들을 근거로 이러한 과정을 일정 부분 '되감기' 할 수도 있다.

 

"족소양(足少陽)의 학질은 사람으로 하여금 몸이 나른하게 하고, 한기가 심하지 않으며 열도 심하지 않고, 사람 보기를 싫어하며 사람을 보면 마음이 두려워 떤다. 열이 많고 땀이 많이 나면 족소양경을 자침한다. 족양명(足陽明)의 학질은 사람으로 하여금 먼저 한기가 들어 오싹오싹하며, 한기가 심하다가 오래된 뒤에 열이 나고, 열이 가시면 땀이 난다. 해나 달의 빛, 불기운을 보면 비로소 상쾌해지니 족양명경의 부상(跗上)을 자침한다. 족소음(足少陰)의 학질은 사람으로 하여금 구토가 심하게 하고, 한열이 잦으며, 열은 많고 한기는 적다. 문과 창문을 닫고 있으려 하는데, 그 병을 낫게 하기 어렵다." (《소문·자학》)

 

분명하게도 양명맥후의 "시동즉병으로 오싹하며 춥고, 하품을 자주 하고 기지개를 켠다; 병이 이르면 사람과 불을 싫어하고, 나무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며, 마음이 두려워 홀로 문과 창문을 닫고 있으려 한다"는 내용은 학질을 진찰하던 경험에서 온 것이다. 더욱이 '족양명학질' 외에도 '족소양학질'과 '족소음학질'의 증상들이 섞여 있다. '하품을 자주 하고 기지개를 켠다(喜伸數欠)'에 대하여 《소문·학론》은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학질이 처음 발작할 때는 먼저 터럭(毫毛)에서 시작되어,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야 비로소 일어난다. 한기로 떨며 턱이 부딪치는데… 양명이 허하면 한기로 떨며 턱이 부딪친다." 이를 통해 양명맥이 학질의 시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양명맥구(즉, 부양맥) 역시 '학질이 발작하여 몸에 열이 날 때' 침치료하는 주된 처방 부위이므로, 왜 양명맥후에서 이토록 '학질'의 증상을 강조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병후(病候) 중 '악화(惡火)'는 발열로 인한 것인데, 본래는 학병(瘧病)의 '그 열기가 얼음물로도 차갑게 할 수 없다'는 식의 발열을 뜻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 노래하고 옷을 벗어던지고 달아난다(欲登高而歌,棄衣而走)'는 것은 열이 성한 표현으로, 이는 《양명맥해(陽明脈解)》에서 "그 맥의 혈기가 성한데 사기가 머물러 열이 나며, 열이 심하면 불을 싫어한다... 몸에 열이 성하므로 옷을 버리고 달아나려 한다"라고 한 것과 같다. 만약 열이 신명(神明)을 어지럽히면 정신이 혼미하고 광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양명맥해》에서 "망령되게 말하고 욕하며 친소(親疏)를 가리지 않고 노래한다"라고 한 바와 같으며, 《소문·맥요정미론(素問·脈要精微論)》에서 "옷과 이불을 여미지 못하고, 언어가 선악을 가리지 않으며 친소를 피하지 않는 것은, 이는 신명이 어지러운 것이다"라고 설명한 바와 같다. 양명맥후는 이 조항을 보충해야 하며, 이렇게 해야만 발열로 인한 여러 정도와 여러 발전 단계의 증상이 완벽해지고 임상 침구 진료의 실제와도 더욱 가까워진다.

 

"몸에 큰 열이 가득하고, 미쳐서 망령되게 보고 듣고 말하니, 족양명경과 대락(大絡)을 살펴서 취혈한다. 허하면 보(補)하고, 혈이 실하면 사(瀉)한다." (《영추·자절진사》). 여기서 특별히 지적할 점은, '허하면 보한다'의 '허(虛)'는 부양맥(趺陽脈)이 '함몰되고 텅 빈(陷且空)' 상태를 가리키며, '혈이 실하다(血而實)'는 것은 부양맥이 '견실하고 충혈된(堅實充血)'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는 초기 표본맥진법 특유의 맥형을 진찰하는 또 다른 전형적인 사례이다.

'안흑(顏黑, 얼굴이 검어짐)' 증상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보이지만, 이 맥후를 편작맥법과 연계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서술한다.

'병종(病腫, 붓는 병)' 증상은 이미 《소문·맥해》에 나타나 있으나, 《영추·경맥》에서는 '소생병(所生病)' 중에서만 볼 수 있는데, 이는 근거로 삼은 판본이 다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해당 편의 편집자가 이 증상이 전체 맥후와 조화롭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제 이 버전의 맥후와 편작맥법의 '혈연' 관계를 다시 살펴보자. 전세본 《소문·자학(素問·刺瘧)》이 편작 침구와 '혈연' 관계가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편작의 학질 진단과 치료에 깊은 영향을 받은 '양명맥후' 또한 편작 의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동시에 증명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안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이 우리에게 더 많고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해 줄 것이다.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 수록된 창공의 '진적(診籍)' 중에는 양명맥후(陽明脈候)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는 앞서 양명맥후를 예로 들어 선택한 기본적인 고려 사항이기도 하다.

  • 제(齊)나라 장무리(章武里)의 조산부(曹山跗)가 병들었는데... 양명맥이 상하면 곧 미쳐서 달아나게 된다(狂走). (《편작창공열전》)
  • 제(齊)나라 왕의 아들인 제영(諸嬰兒)小子가 병들었는데, 신(臣) 의(意)를 불러 그 맥을 진찰하고 잘라 말하기를 "기격병(氣鬲病)이다. 병은 사람으로 하여금 번민(煩懣)하게 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며, 때때로 거품을 토하게 한다. 병은 근심에서 비롯되었고, 음식을 자주 억지로 먹었다." ... 소년의 병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맥을 진찰했기 때문인데, 심기(心氣)가 흐리고 조급하며 맥이 지나치게 빠르니(濁躁而經), 이는 낙양(絡陽)의 병이다. 맥법(脈法)에 "맥이 오는데 횟수가 빠르고(數) 가기(去)가 어려우며 한결같지 않은 것은 병의 주된 원인이 심장에 있다"고 했다. 온몸에 열이 나고 맥이 성한 것은 '중양(重陽)'이다. 중양인 것은 심주(心主)에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번민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낙맥(絡脈)에 과오가 있는 것이며, 낙맥에 과오가 있으면 혈이 위로 솟구치는데, 혈이 위로 솟구치면 죽는다. 이는 슬픈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며, 근심에서 비롯된 병이다. (《편작창공열전》)
  • 치천왕(菑川王)이 병들었는데, 신(臣) 의(意)를 불러 맥을 진찰하게 하니 말하기를 "궐상위중(蹶上為重)이며, 머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나며 사람을 번민하게 한다." 신 의(意)는 곧 찬물로 그 머리를 적시고 족양명맥(足陽明脈)을 좌우 각각 세 곳씩 자침하니 병이 즉시 나았다. 병은 머리를 감고 마르지 않은 채 누워서 얻은 것이다. 진찰은 앞서와 같다. 궐(蹶)이 일어난 까닭은 머리의 열이 어깨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편작창공열전》)

위의 3가지 병안(病案) 중 첫 번째는 다른 병이 양명맥을 상하게 한 것이고, 뒤의 두 병은 양명맥증(陽明脈症)에 관한 전문적인 논술이며, 논술한 병증은 모두 신열(身熱)과 열이 신명(神明)을 상하게 한 병증이다. 두 번째 병안은 맥상, 맥증, 맥해(脈解), 병인 및 예후를 포괄하고 있어 편작의 《맥법(脈法)》에서 맥을 해석하는 전형적인 필법이며, 특히 여기서 명확하게 양명맥증을 심(心)에 귀속시킨 것은 초기 편작 의학의 장상학설(藏象學說)의 전형적인 특징을 체현하고 있다. 고찰해 본 결과, 창공이 인용했던 《맥법》의 글은 왕숙화(王叔和)의 《맥경(脈經)》에 더욱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 심맥(心脈)이 침(沈)하고 작으며 긴(緊)한데, 부(浮)하게 눌러도 숨이 차지 않으면 심하(心下)에 기가 모여 아픈 것이고, 음식을 먹지 못하며 침을 삼키기 좋아하고 때때로 손발에 열이 나며 번민하고, 때때로 잊어버리고 즐겁지 않으며 자주 한숨을 쉬는데, 이는 근심과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맥경·심수소음경병증제삼》 권6)
  • 심병(心病)은 번민하고 기가 부족하며 큰 열이 나고, 열기가 위로 심장에 치솟아 구토하고 기침하며 미친 말을 하고 땀이 구슬처럼 흐르며 몸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 맥은 마땅히 부(浮)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침(沈)하고 유(濡)하며 활(滑)하다. 그 안색은 마땅히 붉어야(赤) 하는데 도리어 검은색(黑)을 띠는 것은, 이는 물이 불을 이기는 것(水之克火)으로 대역(大逆)이 되어 죽을 수밖에 없어 치료하지 못한다. (《맥경·심수소음경병증제삼》 권6)

앞의 글은 먼저 맥상과 맥증을 서술하고, 다시 '득지(得之)'라는 두 글자로 병인을 이끌어냈으니, 바로 《맥법(脈法)》의 전형적인 체재이다. 두 번째 글은 내용이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심주(心主)에 치밀어 오르다(逿心主)'와 같은 매우 특징적인 표현조차도 꼼꼼하게 대응된다. 덧붙여 말하자면, 여기서 '심주(心主)'는 심장을 가리킨다. 《맥경》에 수록된 편작 의서의 문구 중 대부분은 원서에서 사용된 이 용어의 관용적인 쓰임새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 글은 양명맥후 중 '안흑(顏黑, 얼굴이 검어짐)'의 의미가 역증(逆證)이지 순증(順證)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양명맥증의 전형적인 안색은 '면적(面赤, 얼굴이 붉음)'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편작맥서(扁鵲脈書)의 일문(佚文)에서 발견된 바로는, 양명맥상(陽明脈象) 및 맥상에 대한 해석이 모두 심(心)과 관련되어 있다:

  • 심은 남방의 화(火)이다.
  • 만물이 성할 때 가지가 늘어지고 잎이 펴지며 아래로 굽어지는 것이 마치 갈고리(鉤)와 같으므로, 그 맥이 올 때는 빠르고 갈 때는 더디다.
  • 양명맥은 부대(浮大)하면서도 짧고(短), 3푼(三分) 정도 움직인다.
  • 앞은 크고 뒤는 작으며 그 모양이 올챙이(科斗)와 같고, 도약하듯 뛴다.
  • 황제가 말하기를 "양명장은 어떤 상(象)인가?"라고 하니, 기백이 대답하기를 "심(心)이 크게 뜨는(大浮) 상과 같다"고 하였다.

이때 비로소 우리는 창공이 인용한 《맥법(脈法)》의 "맥이 빠르고 오기는 쉬우나 가기는 어려우며 한결같지 않은 것은 병의 주된 원인이 심장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소문·사시자역종(素問·四時刺逆從)》에서 언급한 "양명이 유여(有餘)하면 맥비(脈痹)를 앓아 몸에 열이 나고; 부족하면 심비(心痹)를 앓으며; 활(滑)하면 심풍산(心風疝)을 앓고; 삽(澀)하면 적(積)을 앓으며 자주 놀란다"는 의미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맥 병후의 '시동(是動)' 병이 편작맥법에서 나왔다는 데에는 또 하나의 매우 강력한 증거가 있는데, '시동' 병후 중에서 '오색진(五色診)'의 내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아래 글 참조). 오색맥진은 바로 편작 의학의 표지이며, 그 '오색진'은 편작 의학의 '전매특허'에 속한다.

 

양명맥을 예로 들어 다각도에서 다중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의 양명맥 아래에 이식된 '시동' 병후의 층루(層累, 누적된) 과정과 그 의미를 '되감기' 하였고, 맥후와 편작맥법 간의 '혈연' 관계를 논증하였다. 전체 '되감기' 과정에서 심지어 어떤 변화의 세부 사항까지 거의 '프레임 단위'로 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고대인들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경로와 방식을 통해 먼저 경맥학설을 구축했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경맥 병후를 정리했으며, 그 후 편작과 그의 전인(傳人)들이 경맥 순행의 인도를 받아 맥진을 발명했고, 경맥 병후에서 영감을 받아 관련 맥후를 정리했을 가능성 말이다." 이 의문에 대해 근본적으로 전체적인 답변을 하기 전에, 아래에서는 여전히 더 많은 국부적이고 세부적인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경맥의 절후(絕候) 역시 맥진의 '맥사후(脈死候)'에서 이식된 것이다.

 

맥사후(脈死候)와 경맥절후(經脈絕候)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의 '시동(是動)' 맥후 중 일부는 색진(色診)의 '사후(死候)'를 포함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족양명맥후의 사증(死症)인 '안흑(顏黑)' 외에도, 족소음맥(足少陰脈) 하에서는 편작의 5색진 중 더욱 전형적인 사후인 '면암약사색(面黯若灺色, 얼굴이 횃불이 꺼진 뒤의 재처럼 어두운 색)'을 볼 수 있다.

  • "시동즉병(是動則病): 숨을 헐떡이며(喝喝如喘), 앉았다 일어나면 눈앞이 캄캄하여 보이지 않고(坐而起則目盳盳如毋見), 심장이 매달린 듯하며(心如懸), 배고픔을 느끼고(病飢), 기가 부족하며(氣不足), 화를 잘 내고(善怒), 마음이 두려우며(心惕), 남이 잡으러 올까 봐 두려워하고(恐人將捕之), 먹으려 하지 않으며(不欲食), 얼굴이 꺼진 횃불의 재처럼 어둡고(面黯若灺色), 기침하면 피가 나오는데(咳則有血), 이를 '골궐(骨蹶)'이라 한다."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
  • "환자의 얼굴은 누렇고 눈은 검은 것은 죽지 않는다. 검은색이 그을음(炲)과 같으면 죽는다... 검은색은 칠한 옻(重漆)처럼 윤기가 있어야지, 숯(炭)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脈經·扁鵲華佗察聲色要訣第四》 권5)
  • "편작이 말하기를... 환자의 본래 안색이 검을 때, 옻을 칠한 것처럼 윤기가 나고 광택이 있으면 좋으나, 얼굴색이 숯처럼 검어서는 안 된다. 만약 얼굴은 검고 눈은 희면 8일 만에 죽는데, 이는 신기(腎氣)가 내상을 입은 것이다. 검은색이 새의 깃털(鳥羽)처럼 빛나면 살고, 그을음(炲煤)처럼 검으면 죽는다." (《천금익방·색맥》 권25)

이외에도 마왕퇴에서 출토된 두 종류의 《십일맥(十一脈)》 문헌과 장가산에서 출토된 한간(漢簡) 《맥서(脈書)》에는 '맥사후(脈死候)'라 불리는 사증(死征)에 관한 전문적인 묘사가 있다. 고찰 결과, 이러한 '맥사후' 역시 편작의 5색맥진에서 비롯되었다.

  • "무릇 사증(死征)을 살필 때: 입술이 뒤집혀 잇몸이 드러나면(唇反人盈) 살이 먼저 죽은 것이고, 잇몸이 줄어들어 치아가 길어지면(齦齊齒長) 뼈가 먼저 죽은 것이며, 얼굴이 검고 눈을 부릅뜨고 독수리처럼 노려보면(面黑, 目環視雕) 혈이 먼저 죽은 것이고, 땀이 실처럼 흐르고 들러붙어 흐르지 않으면(汗出如絲, 傅而不流) 기가 먼저 죽은 것이며, 혀가 오그라들고 말려들면(舌掐橐卷) 근이 먼저 죽은 것이다. 무릇 사증은 다섯 가지인데, 한 가지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사람을 살릴 수 없다." (장가산 출토 한간 《맥서》)
  • "환자의 입술이 뒤집히고 인중이 뒤집히면 죽는다. 환자의 입술이 붓고 치아가 마르면 죽는다. 환자의 치아가 갑자기 검게 변하면 13일 만에 죽는다. 환자의 혀가 말리고 고환이 오그라들면(舌卷卵縮) 반드시 죽는다. 환자의 땀이 흐르지 않고 혀가 말리며 검으면 죽는다." (《맥경·편작화타찰성색요결제사》 권5)
  • 이하 '혈선사(血先死)'를 예로 들어, 편작(扁鵲)의 생사 진단 학설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그 궤적을 고찰해 본다.
    • "환자의 얼굴이 검고, 눈을 똑바로 뜨며, 바람을 싫어하면 죽는다... 환자의 눈을 똑바로 뜨고 어깨로 숨을 쉬면 하루 만에 죽는다." (《맥경·편작화타찰성색요결제사》 권5)
    • "환자의 눈을 돌려 똑바로 뜨고 어깨로 숨을 쉬면 하루 만에 죽는다." (《천금요방·편작화타찰성색요결제십》 권28)
    • "환자의 심기(心氣)가 끊어지면 하루 만에 죽는데, 어떻게 아는가? 어깨로 숨을 쉬고 눈을 돌려 보면 즉시 죽는다." (《맥경·진오장육부기절증후제삼》 권4)
    • "편작이 말하기를... 심기(心氣)가 끊어지면 하루 만에 죽는데, 어떻게 아는가? 두 눈을 돌려 똑바로 뜨고 어깨로 숨을 쉬면 즉시 죽는다." (《신조손진인천금방·심장맥론》 권13)
    여기서는 《맥서(脈書)》 십일맥 하의 '오사증(五死征)'과 편작이 생사를 진단하는 방식 사이의 '혈연' 관계가 명확히 드러날 뿐만 아니라, 더욱 귀중한 점은 서로 다른 시기 편작의 색맥진(色脈診) 변천 과정을 통해 《맥서》의 '오사증'이 편작의 생사 결정법 발전 체인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맥서》 오사(五死) 중 하나인 '혈선사(血先死)'에 대응하는 사증인 "환자의 얼굴이 검고, 눈을 돌려 똑바로 뜨며, 바람을 싫어하면 죽는다"는 원래 편작의 망색찰성(望色察聲) 결정 생사법 중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아직 '오사(五死)'라는 이론적 개괄 단계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으니, 이는 편작의 생사 진단 경험을 정리하던 초기 단계에 속한다.편작의 '진오장육부기절증후(診五臟六腑氣絕證候)' 단계에 이르면, 이 사증은 이미 심(心)과 연관되어 '오체(五體)'에서 오장으로 넘어갔으니, 편작 생사 진단법의 후기 단계에 속한다. 육조시대 사사태(謝士泰)의 《산번방(刪繁方)》에서 인용한 편작의 '육절(六絕)' 관련 글에서 이 사증은 오장과 연관될 뿐만 아니라 오행(五行)과도 연관되니, 이는 편작 생사 진단법의 정형화 단계에 해당한다. 즉, 오늘날 우리가 《영추·경맥(靈樞·經脈)》에서 보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 "수태음의 기가 끊어지면 피모(皮毛)가 마른다. 태음은 기를 운행하여 피모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기가 영화롭지 못하면 피모가 마르고, 피모가 마르면 진액이 피절(皮節)에서 떠나며, 진액이 피절에서 떠나면 조(爪)가 마르고 털이 꺾인다. 털이 꺾이면 곧 털이 먼저 죽고(毛先死), 병(丙)일에 심해져 정(丁)일에 죽으니, 이는 불(火)이 금(金)을 이기기 때문이다."
    • "수소음의 기가 끊어지면 맥이 통하지 않는다. 맥이 통하지 않으면 혈이 흐르지 않고, 혈이 흐르지 않으면 모색(髦色)에 윤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그 얼굴색이 옻칠한 땔감처럼 검은 것은, 곧 혈이 먼저 죽은 것이며(血先死), 임(壬)일에 심해져 계(癸)일에 죽으니, 이는 물(水)이 불(火)을 이기기 때문이다."
    • ...
    • "오음(五陰)의 기가 함께 끊어지면 눈의 근(目系)이 구르고, 구르면 눈동자가 운행한다. 눈동자가 운행하는 것은 지(志)가 먼저 죽은 것이며, 지가 먼저 죽으면 멀어야 하루 반 만에 죽는다."
    • "육양(六陽)의 기가 끊어지면 음과 양이 서로 분리되는데, 분리되면 주리(腠理)가 열려 절한(絕汗, 급박한 땀)이 나오므로, 아침에 점치면 저녁에 죽고 저녁에 점치면 아침에 죽는다." (《영추·경맥(靈樞·經脈)》)

과거에는 편작 의학(扁鵲醫籍)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영추·경맥》의 이 단락 문장이 《맥서(脈書)》의 '오사증(五死征)'으로부터 직접 진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맥서》의 '오사(五死)'와 《경맥》의 '오절(五絕)'은 모두 서로 다른 단계와 서로 다른 전본(傳本)의 편작 진사생(診死生, 생사를 진단하는) 학설에서 수집된 것이다. 그중 《경맥》 편찬자가 근거로 삼은 판본은 《산번방(刪繁方)》에서 인용한 편작맥서 판본과 같은 근원을 두고 있다. 이 책은 비록 없어졌지만, 《천금요방(千金要方)》과 《외대비요(外台秘要)》에서 이를 전재한 문장이 많이 남아 있다. 《산번방》의 인용문을 근거로 중간의 진화 맥락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경맥》 판본의 '수태음기절(手太陰氣絕)'과 《맥서》의 '기선사(氣先死)' 증후는 차이가 매우 크다. 반면 《산번방》이 인용한 편작맥서 판본은 "편작이 말하기를, 기가 끊어져 치료할 수 없고, 헐떡이며 찬땀(冷汗)이 나면 이틀 만에 죽는데, 기가 수태음에 응하여 수태음의 기가 끊어지면 피모(皮毛)가 마른다..."라고 되어 있어(《외대비요·氣極論》 권16에서 재인용), 여전히 '오사'에서 '오절'로 변화해 온 흔적을 볼 수 있다.

 

《맥서》에서 논한 '오사'의 육(肉), 골(骨), 혈(血), 기(氣), 근(筋) 분류는 편작 의학 초기 이론이 강조했던 질병 전변(傳變)의 순서 및 후대의 피(皮), 육(肉), 맥(脈), 근(筋), 골(骨)이라는 '오체(五體)' 자법(刺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사' 중의 '혈'과 '기'는 본래 하나의 '맥(脈)'에서 분화된 것일 텐데, 이는 전세(傳世)하는 《내경(內經)》에서도 '기'와 '혈'이 '맥'을 대체하여 사용된 예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이 '혈'과 '기' 두 가지가 하나의 '맥'에서 분화되었기 때문에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분류할 때 견해 차이가 발생하기 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마왕퇴 백서 《음양맥사후(陰陽脈死候)》의 '오사증' 중 '혈선사(血先死)'와 '기선사(氣先死)'가 《맥서》의 서술과 정반대로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게다가 《맥경(脈經)》에 수록된 편작 《맥법(脈法)》의 문구에서도 "심병(心病)에 번민하고 기가 부족하며 큰 열이 나고, 열기가 위로 심장에 치솟아 구토하고 기침하며 미친 말을 하고 땀이 구슬처럼 흐르며 몸이 싸늘하게 식는다"는 식의 묘사를 볼 수 있다. 또한 《내경》에도 '심주한(心主汗, 심장은 땀을 주관한다)'이라는 설이 있으므로, 우리는 단순하게 백서(帛書)와 한간(漢簡) 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여기까지 논의한 바에 따라 우리는 다음과 같이 판정할 수 있다.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의 '양명맥', '소음맥' 병후에 나타난 사징(死征), 그리고 《음양맥사후》 전문(專篇)에서 논한 '오사징'은 모두 편작맥서에서 나왔다. 만약 앞에서 말한 "경맥 병후 중의 '시동(是動)' 병은 편작의 진맥 병후에서 이식된 것이다"라는 결론에 대해 혹시 의문이 있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의문—고대인이 먼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방법으로 경맥의 죽음 징후(사후)를 발견했고, 그것이 나중에 편작에 의해 색맥진(色脈診)에 이식되었다—을 제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사', '육절(六絕)', '육극(六極)'은 편작 의학의 '명함'이자 '신분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며, 더욱이 자피(刺皮), 자육(刺肉), 자맥(刺脈), 자근(刺筋), 자골(刺骨)을 하는 '오체 자법' 단계에서는 경맥 학설이 탄생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맥후해(脈候解)와 경맥학설의 탄생

 

경전적인 맥후(經典脈候)가 형성된 후, 이는 임상에서 여러 병증을 진단하는 하나의 템플릿(模版)이 되었다. 이른바 "반드시 먼저 경맥을 알아야, 그 다음에 병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소문·삼부구후론(素問·三部九候論)》). 이때 고인들은 강력한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여러 맥후에 대해 해석을 시도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고인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러한 경전적 맥후들이었다. 삼음삼양(三陰三陽)으로 맥의 이름과 맥후를 명명할 때, 고인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것, 혹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음양의 관점에서 시도적인 해석을 내놓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고인들이 사시(四時) 음양의 관점에서 맥후에 대해 철학적 차원의 해석을 제시했음을 알 수 있는데, 여전히 양명맥(陽明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황제가 묻기를: "족양명(足陽明)의 맥이 병들면 사람과 불을 싫어하고, 나무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는데(惕然而驚), 종이나 북 소리에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왜 나무 소리를 들으면 놀라는 것이오? 그 까닭을 듣고 싶소." 기백이 대답하기를: "양명은 위맥(胃脈)입니다. 위는 토(土)입니다. 그러므로 나무 소리를 듣고 놀라는 것은 토가 목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좋소. 그 불을 미워하는 것은 왜인가?" 기백이 대답하기를: "양명은 육(肉)을 주관하는데, 그 맥은 혈기가 왕성합니다. 사기가 그곳에 머물면 열이 나고, 열이 심하면 불을 미워합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왜인가?" 기백이 대답하기를: "양명이 궐(厥)하면 숨이 차고 답답해지는데, 답답해지면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혹 숨이 차서 죽는 자도 있고, 혹 숨이 차서 사는 자도 있는데 왜인가?" 기백이 대답하기를: "궐역(厥逆)이 장(臟)에 이어지면 죽고, 경(經)에 이어지면 삽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좋소. 병이 심하면 옷을 버리고 달아나며, 높은 곳에 올라가 노래하고, 혹은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 담장을 넘어 지붕에 오르기도 하는데, 오르는 곳마다 평소 능력이 아닌 바임에도 병이 들면 도리어 능숙하게 하는 것은 왜인가?" 기백이 대답하기를: "사지(四肢)는 모든 양(陽)의 근본입니다. 양이 왕성하면 사지가 실(實)해지고, 실하면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옷을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왜인가?" 기백이 대답하기를: "몸에 열이 왕성하기 때문에 옷을 버리고 달아나려는 것입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망령되게 말하고 욕하며 친소(親疏)를 가리지 않고 노래하는 것은 왜인가?" 기백이 대답하기를: "양이 왕성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망령되게 말하고 욕하게 하여 친소를 가리지 않게 하고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하게 합니다. 먹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망령되이 달아나는 것입니다." (《소문·양명맥해(素問·陽明脈解)》)

 

양도(陽道)는 실(實)하고, 음도(陰道)는 허(虛)하다. 그러므로 적풍(賊風)과 허사(虛邪)를 범하면 양이 이를 받고, 음식에 절도가 없고 기거(起居)가 때를 맞추지 못하면 음이 이를 받는다. 양이 이를 받으면 육부(六腑)로 들어가고, 음이 이를 받으면 오장(五臟)으로 들어간다. 육부로 들어가면 몸에 열이 나고 때맞춰 눕지 못하며, 위로는 숨이 차서 헐떡이게 된다. (《소문·태음양명론(素問·太陰陽明論)》)

 

양명(陽明)에서 말하는 '쇄쇄진한(洒洒振寒, 오싹하며 떨리는 추위)'이란, 양명은 오(午)에 해당하며 오월의 성양(盛陽) 속의 음(陰)이기 때문이니, 양기가 성한데 음기가 더해지므로 쇄쇄진한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경종이고불수(脛腫而股不收, 정강이가 붓고 넓적다리를 가누지 못함)'란, 이는 오월 성양의 음기 때문이니, 양은 오월에 쇠하고 일음(一陰)의 기가 올라와 양과 비로소 다투기 때문에 경종이고불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상천이위수(上喘而為水, 숨이 차고 부종이 생김)'란, 음기가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 때문이며, 올라오면 사기가 장부 사이에 머물러 수(水)가 되는 것입니다. '흉통소기(胸痛少氣, 가슴이 아프고 기가 부족함)'란, 수기(水氣)가 장부에 있기 때문이며, 수는 곧 음기이니 음기가 그 안에 머물기 때문에 흉통소기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심즉궐(甚則厥), 악인여화(惡人與火), 문목음즉척연이경(聞木音則惕然而驚)'이란, 양기와 음기가 서로 박(薄, 충돌)하고 물과 불이 서로 미워하기 때문에 깜짝 놀라는 것입니다. '욕독폐호유이처(欲獨閉戶牖而處, 홀로 문과 창문을 닫고 있기를 원함)'란, 음양(陰陽)이 서로 박하기 때문이니, 양은 다하고 음이 성해졌기 때문에 홀로 문과 창문을 닫고 거처하려는 것입니다. '병지즉욕승고아가(病至則欲乘高而歌), 기의이주(棄衣而走)'란, 음양이 다시 다투어 밖에서 양에 병합(竝)했기 때문에 옷을 버리고 달아나게 하는 것입니다. '객손맥칙두통비구복종(客孫脈則頭痛鼻鼽腹腫)'이란, 양명이 위로 병합하여 올라갔기 때문이며, 올라가면 그 손락(孫絡)은 태음(太陰)이 되므로 두통, 비구(鼻鼽, 코막힘과 콧물), 복종(腹腫)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소문·맥해(素問·脈解)》)

 

병후(病候)를 해석하는 몇몇 전문 편들을 제외하고도, 《내경(內經)》의 다른 편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병후 해설이 보인다. 그동안 사람들은 이러한 글들을 모두 '경맥병후'에 대한 해석으로 간주해 왔다. 이러한 사고의 '정형(定式)'이 형성된 것은 맥진(脈診)이 경맥학설 이후에 나타났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 방식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첫째, 경맥병후를 해석한다면 왜 경맥의 순행(循行)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음양오행을 사용하여 해석하는가? 둘째, 경맥병후라면 왜 '소생병(所生病)'은 언급하지 않고 '시동(是動)'병만 해설하는가? 애초에 《영추·경맥》보다 앞선 마왕퇴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에서 경맥병후로 기록된 것은 '시동'병이 아니라 '소생병'이었다. 셋째, 왜 수족(手足) 십이맥(十二脈)의 병후가 아닌 삼음삼양(三陰三陽) 육맥(六脈)만을 해설하는가?

 

먼저 왜 맥해(脈解)의 전문(專篇)들이 수족 십이맥(十二脈)이 아닌 삼음삼양(三陰三陽) 육맥(六脈)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논의해보자.

맥후(脈候)에 대한 해석은 모두 음양에서 출발하므로 맥상(脈象)의 매개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먼저 맥상을 통해 음양과 연결 고리를 만들고, 다시 음양학설에 근거하여 맥후를 해석하는 것이다. 맥상이 다르면 해석도 다르고, 상(象)이 사시(四時) 음양과 배속되는 바가 다르면 해석 또한 다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소양(少陽)의 맥은 잠시 작았다가 잠시 크고, 잠시 길었다가 잠시 짧으며, 육푼(六分)을 흔든다. 왕성한 시기는 11월 갑자일 자정, 1월, 2월 갑자일이다.
  • 태양(太陽)의 맥은 홍대(洪大)하면서 길고, 그 오는 것이 근(筋) 위로 뜨며, 구푼(九分)을 흔든다. 3월, 4월 갑자일이 왕성하다.
  • 양명(陽明)의 맥은 부대(浮大)하면서 짧고, 삼푼(三分)을 흔든다. 앞은 크고 뒤는 작으며 모양이 올챙이(科斗)와 같고, 그 도달하는 것이 튀는 듯하다. 5월, 6월 갑자일이 왕성하다.
  • 소음(少陰)의 맥은 긴세(緊細)하고, 육푼(六分)을 흔든다. 왕성한 시기는 5월 갑자일, 7월, 8월 갑자일이다.
  • 태음(太陰)의 맥은 긴세(緊細)하면서 길고, 근(筋) 위를 타며, 구푼(九分)을 흔든다. 9월, 10월 갑자일이 왕성하다.
  • 궐음(厥陰)의 맥은 침단(沈短)하면서 긴(緊)하고, 삼푼(三分)을 흔든다. 11월, 12월 갑자일이 왕성하다. (《맥경·편작음양맥법제이》 권5)

삼음삼양의 틀로 맥상을 분류하면 그 최대 용량은 6이 되며, 손과 발 위아래로 다시 나누면 12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족의 동명경(同名經)은 모두 하나의 상(象)을 가진다. 왜냐하면 음양에 있어 음양은 음양 기의 다소에 따라 이음이양(二陰二陽), 삼양삼음(三陽三陰)으로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다시 손발로 나누어 십이맥이 될 수는 있으나, 삼음삼양 중의 일양(一陽)이나 일음(一陰)으로 구체화하면, 예를 들어 '태양'의 경우 '족태양'과 '수태양'으로 나눌 수는 있어도 서로 다른 '태양' 맥의 맥상을 분리해 낼 수는 없다.

비록 《영추·종시(靈樞·終始)》와 《영추·금복(靈樞·禁服)》에서 수족 삼음삼양 십이맥상을 나누어 서술하였으나, 수족 동명경의 맥상은 여전히 같았다. 게다가 《영추·종시》의 맥상에 기초한 치칙(治則) 역시 족삼음삼양만을 말할 뿐 수삼음삼양에는 미치지 못하며, 《영추·금복》의 맥상 주병 및 치료 역시 손발 음양에 따라 분리해서 논술하지 않았다. 분명 동일한 삼음삼양 맥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음양 해석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맥후 해석에서 손발 십이맥이 아닌 삼음삼양 육맥만을 말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둘째, 이 몇 편의 맥해(脈解) 중 어느 편이 편작 의학과 가장 가까운가?

이러한 서로 다른 맥후 해석들은 각기 다른 시대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소문·맥해》는 '양명(陽明)'을 심(心)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는 초기 편작 의학의 장상(藏象) 음양 속성과 완전히 동일하며, 사시(四時) 음양으로만 해설할 뿐 오행(五行)은 언급하지 않는다. 《소문·양명맥해》는 명확히 '양명'을 위(胃)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오행학설을 사용하여 해설하였는데, 이는 후기 장상학설의 상황을 반영한다. 《소문·태음양명론》은 '양명'을 위(胃)에 속하는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장부 표리상합(表裏相合)의 사상까지 체현하고 있다. 전원기(全元起) 판본의 이 편 제목이 곧 '태음양명표리편(太陰陽明表裏篇)'인 것이 이를 방증하며, 더 늦은 시기 장상학설 정형기의 특징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보건대, 3편 중에서 《소문·맥해》 편이 초기 편작 의학의 특징과 가장 높은 일치도를 보인다. 이러한 모든 해석은 비록 관점은 서로 같지 않고 시대적 선후 관계도 있으나, 그 성질은 동일하다. 즉, 모두 의학적 현상에 대해 철학적 차원의 해석을 가한 것이다.

 

셋째, 원래 맥진 병후였던 것이 어떻게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경맥 병후의 '시동(是動)'병이 되었는가?

편진법(遍診法)은 맥을 진찰할 부위를 선택하는 데 매우 큰 공간을 제공하였는데, 특히 맥이 뛰는 곳을 진찰하는 법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소문·지진요대론》에서 폐맥을 진찰할 때는 상지의 모든 맥동처인 천부(天府), 척택(尺澤), 태연(太淵)을 모두 사용한다. 이러한 맥진 실천 속에서 맥동이 상하로 서로 '응(應)'하는 것이 마치 줄을 당기는 것과 같다는 경험은, 고인들로 하여금 두 맥동점 사이에 하나의 연속된 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다. 오늘날까지도 《난경》 속에서 고인들의 이러한 인식의 '유적'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맥동점을 연결한다는 극히 단순한 행동에서 위대하고 새로운 해석이 탄생했으니, 바로 맥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맥후를 해석하고, 침구로 맥구(脈口)를 치료하여 상응하는 맥진 병증을 치료하는 기제를 설명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경맥학설의 초기 형태가 생겨났으니, 그것은 '상하 맥동점 사이의 연결선'과 '맥진 병후(후에 '시동' 병후라 불림)'의 결합이었다. 아래쪽의 진맥처가 곧 시작점이 되고, 위쪽의 진맥처가 끝점이 되며, 진맥 병후는 경맥 병후인 '시동'병이 된 것이다.

 

'경맥(經脈)' 개념이 탄생한 후, 이는 곧 초기에 맥후를 해석하던 본래의 의미를 넘어섰다. 단순히 병후를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병후를 '생산'해내기도 했으며, 이에 따라 '소생병(所生病)'(혹은 '소산병(所產病)'이라고도 함)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주로 맥이 흐르는 부위를 따라 나타나는 통증 증상이었으나, 이후 《영추·자절진사(靈樞·刺節真邪)》에 묘사된 것처럼 '혹은 아프고, 혹은 종기가 나고, 혹은 열이 나고, 혹은 차갑고, 혹은 가렵고, 혹은 마비되고, 혹은 감각이 없는(不仁)' 등 여러 종류의 병증으로 끊임없이 확장되어, 한 경맥에서 생겨나는 병증이 '수십 가지 병'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마왕퇴 백서 《음양십일맥구경(陰陽十一脈灸經)》과 장가산 한간 《맥서(脈書)》의 십일맥 하에는 이 두 가지 성격이 다른 병후가 동시에 기록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정형화된 《영추·경맥(靈樞·經脈)》 편에 이르러서는 그 경맥학설이 십이경맥 병후 아래에 표본맥진법(標本脈診法)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의도치 않게 경맥학설의 '맥후해(脈候解)'라는 본질로 회귀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이 《영추·경맥》 편찬자의 본래 의도는 아니었으며, 그 본래 의도는 '경맥연환(經脈連環)'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맥진에 있어서 '맥동(脈動)'은 고인들이 맥기(脈氣)를 진찰하는 창구였고, 경맥에 있어서 '맥동'은 맥이 흐르는 경로를 확정하는 좌표였다. 경맥의 순행 경로를 확정한 후, 고인들은 또 다른 핵심 문제인 '경맥의 순행 방향'에 직면했다. 만약 맥의 체표 순행 경로를 맥동점으로 확정했다면, 그 맥의 순행 방향 또한 맥동에 의해 결정되어야 했다. 맥동을 촉진(觸診)하는 측면에서 고인들은 당연히 심장 앞쪽 구역과 복부의 맥동이 더 힘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맥의 '기(氣)'가 더 많고 강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점은 맥동하는 곳의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는데, 흉부는 '종기(宗氣)'라 이름하고, 복부는 '원기(原氣)', '기가(氣街)'라 이름한 반면, 사지 끝부분은 단지 '기구(氣口)'라고만 했다. 더욱 언급할 만한 점은, 중국 고인들은 아주 일찍부터 매우 교묘한 '동맥 압박 실험'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그 실험 결과에 따르면 분명히 원심성(離心性)의 맥행 방향이 확정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인들은 오히려 '사지 끝에서 시작하여 머리와 몸통에서 끝난다'는 맥행 방향을 확정했다. 이를 보면 고인들이 맥행 방향을 확정한 것은 전적으로 직접적인 관찰이나 순수한 경험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강력한 신념이나 관념의 지지 혹은 유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맥후(脈候)에 대한 해석은 철학적 해석이든 경맥 해석이든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전체 해석의 고리(鏈環) 속에서 각 고리는 특정 시기의 해석에 대응한다. 이러한 해석들은 대개 이전 해석에 대한 수정이나 부정의 과정을 거치는데, 예컨대 오늘날 우리가 따르는 《영추·경맥》의 경맥학설은 사실 이전의 모든 경맥학설에 대한 혁명이다. 이는 편작 의학의 혈맥 순환 이론과 맥진 이론을 바탕으로, 기존 경맥학설의 '사말(四末)을 근본으로 하는 구심형 주행(樹形範式)'을 '고리처럼 끝이 없는 순환형(環形範式)'으로 개조한 결과이다.

 

경맥병의 치칙(治則)과 침구 치료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성하면 사(瀉)하고, 허하면 보(補)하며, 성하지도 허하지도 않으면 경(經)으로써 취한다"는 침구 치료의 총강은 《영추·경맥》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명언이 되었으나, 그 근원은 편작 의학에 있다.
  • 장가산 한간 《맥서》에는 "맥이 가득하면 비우고(洫), 허하면 채우며(實), 고요하면 기다린다(待)"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이 후대의 "성하면 사하고 허하면 보한다"는 원칙으로 발전하였다.
  • 《영추·통천》과 《영추·경맥》에서도 이와 유사한 치료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 《맥서》의 해당 구절은 '오사증(五死征)' 뒤에 이어지며, '오사증'이 편작 의학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단락 전체가 편작 의학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추론은 《천금익방·색맥》 권25에 실린 황제와 편작의 대화("허한 것을 실하게 하고, 보허사실(補虛瀉實)하면 신이 제집으로 돌아오나, 보실사허(補實瀉虛)하면 신이 제 터전을 버리고...")를 통해 직접적인 증거로 확인된다.
  • 놀랍게도 《영추·脹論》에서도 이와 긴밀하게 대응하는 구절("사허보실하면 신이 제집을 떠나고... 보허사실하면 신이 제집으로 돌아오니, 오래도록 그 빈곳을 막는 것을 양공(良工)이라 한다")이 발견되어, 편작 의학의 치료 체계가 후대 문헌에 계승되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논증을 통해 이 경문의 저작권이 편작에게 있음을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이 경문을 기록한 편작 의서가 서로 다른 판본으로 유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을 통해 창공(倉公)이 경맥 병증을 침구 치료할 때 사용한 상규(常規), 즉 진찰한 '유과지맥(有過之脈, 병변이 있는 맥)'의 맥구(脈口)가 곧 침구 치료 부위(혈위)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 제북궁 사공명부의 병: "병 기운이 방광에 객(客)하여 소변이 어렵고 붉으며, 찬 기운을 만나면 소변을 지리고 배가 부어올랐다. 그 발의 궐음맥(足厥陰之脈)을 좌우 각 한 곳씩 뜸을 떴다."
  • 치천왕의 병: "발이 위로 치밀어 올라 무겁고 두통과 신열이 나며 번민하게 되었다. 창공이 즉시 찬물로 머리를 식히고, 발의 양명맥(足陽明脈) 좌우 각 세 곳을 자침하니 병이 즉시 나았다."
  • 제중대부의 병: "치통이 있어 그의 왼쪽 수양명맥(手陽明脈)에 뜸을 뜨고 고삼탕을 복용하게 하여 오륙 일 만에 병이 나았다."
  • 제북왕 아모의 병: "발에 열이 나고 번민하여 '열궐(熱厥)'이라 진단하고, 발바닥(足心) 각 세 곳을 자침하여 피가 나오지 않게 누르니 병이 즉시 나았다."

여기서 특별히 지적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이다.

  • 첫째, 침구 처방 중 '족궐음지맥(足厥陰之脈)', '족양명맥(足陽明脈)', '수양명맥(手陽明脈)' 등은 경맥의 이름이 아니라 맥구의 이름을 의미한다. 그 외 다른 병례에는 '족소양맥(足少陽脈)', '족소양맥구(足少陽脈口)' 등도 등장하는데, 이러한 맥구는 맥을 진찰하는 부위이자 침구 치료 부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종류의 혈위를 '경맥혈(經脈穴)'이라 칭하며, 혈의 이름은 여전히 삼음삼양으로 명명한다.
  • 둘째, 창공 의안을 관통해 보면, 경맥 병후에 대해서는 '유과지맥'의 맥구를 직접 취하여 치료하였다. 반면 경맥 병후 이외의 병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구(刺灸) 부위를 적시하되 혈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열궐(熱厥)' 증상은 《영추·경맥》의 족소음경 병후나 《소문·궐론》에 등장하지만, 창공 시대에는 아직 족소음맥 병후에 속하지 않았기에 '족소음맥구를 자침한다'고 하지 않고 '발바닥(足心)'이라는 구체적인 침 자리를 언급하였다.

이로써 경맥학설의 핵심 요소인 경맥 병후 '시동(是動)' 병과, 병후의 근거가 된 표본진법(標本診法), 병후의 치료 원칙 및 침구 치료가 모두 편작 의학에서 비롯되었음을 하나하나 논증하였다. 이를 통해 경맥학설과 편작 의학 사이의 '혈연' 관계를 확정할 수 있다.

 

결론

경맥 병후인 '시동(是動)'병과 그 사이에 삽입되어 있거나 부속된 맥사후(脈死候)는 모두 편작의 오색맥진(五色脈診) 병후에서 나왔다. 병후가 유래한 진법은 편작 맥법 중의 '표본진법(標本診法)'인데, 《영추·경맥》 편에서는 고리처럼 끝이 없는 '경맥연환(經脈連環)'을 구축하기 위해 이 진법의 문구에 '인영촌구(人迎寸口)'라는 주석을 추가하여 표본진법에서 유래한 본래의 모습을 가렸다. 경맥 병후에 관한 '보허사실(補虛瀉實)' 치료 대법 또한 가장 먼저 편작 맥법에 의해 확립되었다. '유과지맥(有過之脈)'의 맥구(脈口)로 유과지맥의 병증을 치료하는 것은 편작 침구 치료의 상규였다. 이로 볼 때 경맥학설의 핵심 및 기타 구성 요소는 모두 편작 의학에서 나왔다. '표본진법'에 기반하여 발견한 손목과 발목 부위 맥구로 두면부와 내장 등 먼 부위의 병후를 진단한 것, 그리고 이러한 원격 병증에 대해 관련 맥구에 직접 침구 치료를 했던 경험의 총결이 경맥학설 탄생의 핵심적인 한 걸음이 되었다. 요약된 원격 부위 병후가 점점 많아지자, 이러한 원격 연관 현상을 설명하려는 고인들의 욕구가 점점 강해졌고, 비로소 여러 가지 다른 이론적 해석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시음양학설에 기반한 모든 해석에 만족하지 못한 것이 고인들이 최종적으로 '맥(脈)'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맥후를 해석하게 된 가장 큰 동력이었다. 다시 말해, '경맥학설'은 고인들이 이전의 맥후에 대해 단지 철학적인 해석만을 내놓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여 제시한 하나의 새로운 해석이다. 이러한 새로운 해석을 거친 뒤의 맥후는 자연스럽게 '경맥 병후'가 되었고, 맥의 순행은 이러한 새로운 해석의 의학적 기초가 되었다.

 

이제 다시 장가산에서 출토된 한간 《맥서(脈書)》를 되돌아보자. 논술된 '병후', '십일맥', '맥사후', '진맥법' 네 편 가운데 '병후'는 확정할 수 없으나, 나머지 세 편은 모두 편작 의학에서 나왔으므로, 이 《맥서》는 편작 《맥서》 어떤 전본(傳本)의 단편(單篇)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 연구의 초점은 필자가 20여 년 전 침구 학술사를 연구할 때 잊었던 마땅히 있었어야 할 빈 고리, 즉 경맥학설과 편작 의학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이 빈 고리가 채워짐에 따라 중의 이론 발전의 긴 역사적 두루마리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해에 이르게 되었다. 즉, 편작 의학을 알지 못하면 중의 이론, 특히 고전 침구 이론 체계 전체의 형성과 발전 맥락을 명확히 볼 수 없다는 것이다.

 

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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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黃龍祥.中國針灸學術史大綱[M].北京:華夏出版社,2001:458-459.

[4]黃龍祥.從《五十二病方》「灸其泰陰、泰陽」談起——十二「經脈穴」源流考[J].中醫雜誌,1994,53(3):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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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龍祥|經脈學說與扁鵲脈法的血緣 - GetIt01

黃龍祥|經脈學說與扁鵲脈法的血緣 07-14 【作者簡介】黃龍祥:知名中醫學者,中國中醫科學院首席研究員。 完整的經脈學說由循行、病候、診法、治則、治療五部分構成,其核心為經脈病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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