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요집활방 (要集活方)

지운이 2020. 5. 5. 00:13

요집활방 (要集活方)

KOL000049798 古7671-70
要集活方 / [編者未詳]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45張) : 行字數不同 註雙行; 18.5 x 16.2cm


이 책은 �동의보감(東醫寶鑑)�과 �본초강목(本 草綱目)�의 내용을 간추려 만든 실용의서이다.


책의 저자나 성서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의 내용이 �동의보감�(1613)과 �본초강목�(1596)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저자가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인물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80여면 남짓으로 이루어진 필사본 의서로, 표제에 �요집활방(要集活方)�이라고 적혀 있다. 책의 전반부는 �동의보감�의 내용들로, 「적취(積聚)」, 「수종(水腫)」, 「창만(脹滿)」, 「곽란(霍亂)」, 「소갈(消 渴)」, 「황달(黃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동의보감�의 내용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하는 형식을 취하였는데, 문장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필사해 놓았다. 「적취」의 경우 논오적육취(論五 積六聚), 복량유이증(伏梁有二證), 육울위적취징가현벽지본(六鬱爲積聚癥瘕痃癖之本), 비괴증치(痞塊證治), 적취치법(積聚治法), 장담석가혈고증치(腸覃石瘕血蠱證治), 식적병(息積病), 제물상성적(諸物傷成積), 적취 징가현벽비괴통치약(積聚癥瘕痃痞塊通治藥), 위징법(熨癥法), 난치증(難治證)의 의론과 해당 처방 및 침구법이 실려 있다.


이어 「관형찰색도(觀形察色圖)」와 「오지상승위치(五志相勝爲治)」의 내용이 있다. 그림과 논설이 함께 있는 「관형찰색도」의 경우, �동의보감�에서는 「소아(小兒)」에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이를 소아에 국한 시키지 않고 질병을 진단하는 일반적인 망진(望診) 방법으로 인식한 듯하다. 「오지상승위치」의 경우 한의학의 5가지 감정이 서로 상생(相生)하고 상극(相剋)하는 관계를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으로, �동 의보감�에는 「신(神)」에 실려 있다. 이 2가지 내용은 책 전체에서도 다소 이질적인 내용들로 전후면의 연결 상태로 보아 착간(錯簡)된 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저자가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삽입한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실제적으로 환자를 대하는데 있어서 환자의 얼굴과 감정 상태를 살피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책의 후반에는 탕액과 관련된 내용들이 보인다. 이들 내용들은 �본초강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내용 적으로 �동의보감�의 「탕액편(湯液篇)」과 상응하고 있음에도, �동의보감�이 아닌 �본초강목�을 중심으로 내용을 이끌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본초강목집요(本草綱目集要)’라는 논설로 시작하는 이 내용은, 군신좌사로 이루어진 처방 구성의 일반론을 설명하고, 약을 복용하는 방법, 환산제를 만드는 방법, 탕제를 끓이는 방법, 칠방십제에 대한 설명, 사계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는 방법, 오장에 따라 보사를 하는 방법을 싣고 있다. 이들은 �본초강목(本草 綱目)�서두에 있는 「서례(序例)」의 내용을 적절히 간추린 것들이다.


�본초강목�은 명나라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1578년(만력 6년)에 완성한 본초학 전문 서적으 로, 1596년(만력 23년) 남경에서 출판되었다. 시기적으로는 �동의보감�이전에 간행되었으나, �본초강목� 에 대한 조선 사회의 관심은 18, 19세기에 집중 되었다. 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인한 국력의 쇠퇴로 17세기에서 18세기 전반까지 창의적인 지적 탐구보다는 구급질환과 전염성질환에 의학적 관심이 집중 되었기 때문이다. 이경화(李景華, 1721-?)의 �광제비급(廣濟秘笈)�(1790),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인제지(仁濟志)�(19세기 초), 황도연(黃道淵, 1807-1885)의 �부방편람(附方便覽)�(1855) 등에서 �본초 강목�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작자미상의 �본초정화(本草精華)�(미상), 현재덕(玄在德)이 편찬한 �본초유함(本草類函)�(1833), 남재철(南載喆, 1880-?)의 �양무신편(兩無神編)�(1928) 등은 �본초강목�에 대한 연구서라고 할 정도로 �본초강목�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다. 이들 서적들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본초정화�의 경우 �본초강목�의 본초 지식을 적절히 요약하는데 관심을 두었다. 이에 반해 �본초유함�은 �본초강목�을 텍스트로 삼았으나, 여기에 실려 있는 본초학적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이시진이 모아 놓은 치료법에 주목하는 창의성을 보여준다. 현재덕은 이시진이 본문 여기저기에 흩어 놓은 처방을 모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증상별, 부위별로 처방을 모아놓았던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19세기 조선 사회의 의학적 수 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신편�의 경우, 일견 단방서나 경험방서처럼 보인다. 여기에 실려 있는 치법들은 �본초강목�에 수록된 본초 효능들을 모두 열람하고 그 가운데에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한 치법들만을 채록한 것이다. 거질의 내용을 병증에 맞게 취사선택하였다는 점에서 �본초강 목�에 대한 높은 이해 수준을 알 수 있다.
�요집활방�에서는 이와는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본초강목�의 구체적인 치법에 주목한 다른 서적들과는 달리, 처방을 구성하고 만들고 사용하는 개론적인 내용들을 집중하여 다루었다. 또 �동의보감�의 내용과 합쳐져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조선 후기에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이들 서적들은 본초서로서의 �본초강목�을 임상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본초강목�의 의학지식을 활용했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 들은 조선의 실용적인 학풍을 방증해 주는 단적인 예이다.


비록 양적으로는 적은 내용이지만, �요집활방�을 통해 조선에서 �본초강목�이라는 의서가 어떻게 수용 되고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보다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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