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감탕례 (醫鑑湯例)
KOL200700275 古7671-115
醫鑑湯例 / [編者未詳]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72張) : 無界, 行字數不定, 無魚尾; 26.0 x 18.8 cm
�의감탕례(醫鑑湯例)�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주요 처방들을 칠언(七言)의 시구로 정리해 놓은 전문 의학서이다.
이 책의 저자 및 성립 연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의 내용으로 보았을 때, 한문에 익숙하고 문학 적 소양을 겸비한 유의(儒醫)로서 �동의보감�에 깊은 이해가 있었던 조선 후기 인물로 추측된다.
�의감탕례�는 필사본 1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이나 목차 없이 본문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전 반적인 차서는 �동의보감�을 따르고 있다. 책에는 계선을 따로 두고 있지 않으나, 4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1번째 단에는 세목(細目)을, 2번째 단에는 처방 이름과 치료 증상을, 3번째와 4번째 단에는 칠언 시구를 배치하였다. 이런 구조 덕분에 가독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처방을 찾아보기에도 매우 편리하다.
본서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의보감�에서 핵심적인 처방을 선택하고 이를 시구로 정리하였다는 점이다. �동의보감�에는 매우 많은 처방들이 실려 있으나, 책의 저자는 이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처방들을 가려내었다.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정(精)」의 경우, 감리환(坎离丸), 황련청심음(黃連淸心飮), 보정탕(保 精湯), 가미이진탕(加味二陳湯)의 네 처방을 추려 놓았다.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쓰인 다른 서적들과 비 교해도 차이가 분명하다. �제중신편(濟衆新編)�(1799)에서는 대봉수단(大鳳髓丹), 황련청심음(黃連淸心 飮), 보정탕(保精湯), 귀원산(歸元散), 저근피환(樗根皮丸), 가미이진탕(加味二陳湯), 계지용골모려탕(桂枝 龍骨牡蠣湯), 약정환(約精丸), 진사기제환(辰砂旣濟丸)을 「정」의 주요 처방으로 보았고, �단곡경험방초(丹 谷經驗方抄)�(연대미상)에서는 감리환(坎离丸), 황련청심음(黃連淸心飮), 보정탕(保精湯), 구룡단(九龍丹), 가미청심환(加味淸心丸)을 「정」에서 소개하였다. 이런 차이는 이들 서적의 저자들이 �동의보감�이라는 같 은 텍스트를 보았으나 서로 다른 의학적 견해를 추구하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감탕례�의 경우, �제중신편�이나 �단곡경험방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처방을 싣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처방 구성을 칠언시로 창작하였다는 점이다. 책에 실려 있는 칠언시는 보통 4구 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6구나 8구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이것은 처방의 구성이 복잡한 경우에 4구 안에 내용을 정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칠기증(七氣症) 치료에 다용되는 분심기음(分心氣飮)의 경우, “자소엽 1돈하고 2푼과 감초 7푼, 반하 지각 6푼에 청피 진피 목통, 대복피 상백피 목향 적복령 빈랑과, 봉 출 길경 맥문동 계피 향부자에, 곽향까지 5푼 넣고 생강 3개와 대추 넣네. 등심 10줄기 마저 넣고 물에 끓여 복용하네. 심기를 나누면 칠기로 생긴 답답함을 치료할 수 있고, 대변과 소변을 맑고 시원하게 내보낸다네.[紫蘇戔二炙甘七, 夏殼六分靑陣通, 腹桑木香赤茯檳, 蓬吉麥門桂皮香附, 藿香五分干三棗, 燈心十莖水煎服, 分心卽治七氣痞, 通利二便淸而疎]”라는 긴 시로 표현하였다.
이를 �동의보감�원문에서 “칠정으로 막힌 것 을 치료하되, 대소변을 통하게 하여 맑고 시원하게 나가게 한다. 자소엽 1.2돈, 감초(구운 것) 7푼, 반하(법 제한 것)·지각 각 6푼, 청피 ·진피 ·목통 ·대복피 ·상백피 ·목향 ·적복령 ·빈랑 ·봉출 ·맥문동 ·길경 ·계피 · 향부자 ·곽향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생강 3쪽, 대추 2개, 등심 10줄기를 넣고 달여 먹는다.[治七情痞滯, 通利大小便, 淸而疏快. 紫蘇葉一錢二分, 甘草灸七分, 半夏製, 枳殼各六分, 靑皮, 陳皮, 木通, 大腹皮, 桑白皮, 木香, 赤茯苓, 檳榔, 蓬朮, 麥門冬, 桔梗, 桂皮, 香附子, 藿香各五分. 右剉, 薑三片, 棗二枚, 燈心十莖, 煎服]” 라고 한 것과 대조해 보면, 내용을 매우 집약적으로 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통의학에서 의학의 지식을 시구로 표현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약성가(藥性歌)’ 인데, 본초의 약성과 효능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제중신편�과 �방약합편(方藥合編)� 에 실려 있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또 ‘침구가부(鍼灸歌賦)’가 있는데, 경혈의 혈자리 위치, 침자시의 수기법, 침구치료 시 경혈을 선택하는 방법 등 침구학의 많은 내용들이 시로 정리되어 있다. 또 극단적으로 는 의학 이론 전체를 시로 표현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책 전체를 칠언시로 꾸민 �의학입문(醫學入門)�
(1575) 같은 서적이 그것이다. 의학 지식을 시로 표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적 목적 과는 달리 주로 암기하여 활용하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본초나 침구에 대한 지식 이외에 처방 구성과 치법을 시의 형태로 표현한 예는 매우 드물다. 이런 흐름은 조선 후기 몇몇 필사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경향이다. 자신의 치료 경험을 기록한 �우잠잡저 (愚岑雜著)�(19세기)에는 저자인 우잠 장태경(張泰慶, 1809-1887)이 창작한 것으로 보이는 7언 처방시 몇 수가 보인다. 부인 질환의 대표 처방 가운데 하나인 궁귀조혈음(芎歸調血飮)을 보면, “백출 천궁 당귀 에 숙지황도 갖추고, 검게 볶은 건강과 오약 그리고 감초와 백복령에, 택란 진피 목단은 향기롭고, 익모초 와 변향부는 7푼 반에 영험하며, 두 알의 대추와 다섯 쪽의 생강 넣고 중간불로 끓이면, 혈허하고 열이 나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네.[白朮芎歸兼熟地, 黑姜烏藥又甘白苓, 澤蘭陳皮牡丹馥, 益母便香三字 靈, 二棗五干文武沸, 血虛發熱神昏醒]”라고 되어 있다. 이 처방시는 무미건조하게 정보만 축약한 것이 아니 라 ‘복(馥)’, ‘령(靈)’ 등의 글자를 사용해 제한된 내용 안에서도 문학적 기교를 발휘하고자 하였다.
이런 처방시는 한문에 익숙하고 문학적인 소양을 가진 유의들이 의학계에 대거 진출하면서 생긴 현상으 로 보인다. 본서는 처방시와 관련된 매우 드문 의학 자료로써 의학뿐만 아니라 역사학, 문학, 사회학 등 많은 분야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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