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과학적 침구

‘면역과 침뜸’ 이야기 1 : 면역이란?

지운이 2019. 9. 20. 17:12

‘면역과 침뜸’ 이야기 1 : 면역이란?

 

*침뜸요법이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면역기능을 활성화하여 병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앞의 다른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침뜸자극과 면역반응 참조). 여기서는 '침 끝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면서.. 그것을 풀어가는 실마리의 하나로 면역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몇차례에 걸쳐 정리하고자 한다.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침구 과학화'의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 여겨지므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인체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이물질에 반응하여 스스로를 방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른바 ‘면역체계’(Immune system)라 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되고 발전하여, 주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을 지켜 왔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해 가며 우리 몸을 지켜 줄 것이다.

 

면역(免疫, immunity)이란, 생체의 내부환경이 낯선 외부인자에 대응하여 방어하는 현상을 말한다. 외부인자란 세균, 바이러스, 이종 단백질, 꽃가루, 화학물질 등을 말한다. 이를 항원(antigen)이라 부르는데, 이들 이물질이 체내로 침범하면 인체는 이를 ‘자기가 아닌 것’(non-self)으로 인식하여 내보내거나 배제하려는 일련의 생리작용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를 면역이라 한다. 즉 면역과정을 통해 외부로부터 침입한 이물질은 물론이고 돌연변이된 세포(예컨대 암세포)를 잡아먹거나 몸 밖으로 내보내, 우리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여 건강한 신체를 지키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도 “면역이 바로 최고의 의사요, 최고의 치료제다”라 하였다. 그런대 이 면역력이 역부족인 상태가 되면, 이른바 병적 상태가 되고 만다.

 

면역의 출발점은 ‘자기’(self)와 ‘자기 아닌 것’(non-self)의 구별이다. 자기란 내 몸을 이루는 모든 것, 궁극은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를 말하며, 그 이외 모든 것은 '비자기'가 된다. 이 비자기에 대한 자기의 구별과 방어는 어쩌면 본능적 생리현상이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면역이다. 인체가 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한, 즉 면역력이 충실한 상태에 있는 한, 이들 비자기는 면역의 공격에 의해 퇴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는 잘 훈련된 군대와 같아 비자기를 발견 즉시 공격을 가하여 물리쳐 버린다. 물론 가끔은 군기가 흐뜨러져 자기를 비자기로 인식하여 공격하기도 하지만 - 이렇게 하여 문제 생긴 경우를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이렇게 우리 몸에는 면역기능을 발휘하는 세포(면역세포)들이 존재하며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일상에서 면역상태는 언제나 동일한 상태가 아니며, 생체의 필요에 따라 강화되기도 하고 또 약화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면역력을 높이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물질에 대한 감시와 방어의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하자는 의미이며, 따라서 면역력이 높아진 상태란 이물질을 제거하려는 면역활동이 활성화되어 잘 작동되는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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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면역시스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면역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백혈구’라고 답할 것이다. 옳은 말씀이다. 그런데 면역시스템은 백혈구의 활동에 앞서 인체의 물리/화학적인 방어벽에서부터 시작된다. 방어벽이란 우리 몸을 덮고 있는 피부, 그리고 몸 속의 호흡기관 및 소화기관의 표면을 덮고 있는 조직(점막조직)을 말한다. 그 조직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를 상피세포라 하는데, 바로 병원체라든가 이물질들의 침입을 막아주는 방어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피부의 상피조직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코팅되어 있어 각종 병원균은 물론, 수분과 같은 액체 등 이물질의 침투를 차단한다. 뿐만 아니라 피하에 있는 모낭의 피지선은 지방산과 젖산을 분비하여 피부 표면에서 병원체가 잘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몸 안의 위장관이나 호흡기, 비뇨기관, 혈관 같은 기관의 내부 표면은 점막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피부처럼 완벽한 방어벽을 갖추고 있진 않지만 병원체나 이물질이 쉽게 침투할 수 없도록 끈적거리는 점액질로 덮여 있다. 이 점액질에는 당단백질과 각종 효소들이 있으며, 이 효소들이 병원체나 이물질의 침투를 방어한다. 이곳에는 물론 면역세포도 존재한다.  

 

특히 모든 상피조직에는 '디펜신'이라는 항균 펩타이드가 만들어져 몸 안으로 침투하려는 각종 병원체를 죽이기도 한다. 또 눈물이나 침 속에는 리소자임이라는 효소가 병원체를 죽여 입안과 눈을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해준다.

 

이처럼 피부와 점막조직이 최전선에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피부는 병원체 침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반면, 몸 속의 점막조직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들과의 상호작용이 불가피한 만큼 이물질(병원체)과의 소통, 즉 침입에 보다 쉽게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 점막조직에서는 면역시스템이 직접 가동될 필요가 있다. 피부라면 상처가 발생될 때 면역시스템이 가동되지만(염증반응), 점막조직에는 면역세포가 존재해 음식물과 더불어 병원균이 침투하면 늘상 바로바로 작동되어야 한다. 음식물이나 공기와 함께 들어온 바이러스와 같은 이물질은 숙주세포로 들어가야만 증식이 되므로 이 점막조직을 넘어 각종 조직세포로 침투하려 할 것이다.

 

코나 입이 최전선이다. 이들 기관은 일차적으로 이물질을 밀어낸다. 이물질이 코를 통해 침투하게 되면 코 점막이 자극되어 이를 씻어내기 위한 액체가 생성되고 병원체를 불어내기 위한 재채기가 유발된다. 기침 역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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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물질이 이 방어선을 뚫고 침투하게 되면, 이젠 이른바 면역세포들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다. 예컨대 목에는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 같은 면역기관이 존재한다. 이들을 2차 림프기관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병원체를 제거하는 각종 백혈구들이 진을 치고 있다. 먼저 대식세포(마크로파지)라는 백혈구에 의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병원체를 물리치려는 면역세포들에 의한 염증반응을 선천성 면역반응이라 한다. 한편, 수지상세포라고 하는 백혈구(단핵구)는 병원체를 붙잡아 근처에 있는 2차 림프기관인 편도선으로 끌고 가 면역세포들에 의해 후천성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면역시스템이 작동되면, 각종 백혈구의 활동, 즉 백혈구와 이물질의 싸움이 전개되고 이를 통해 이물질을 물리쳐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그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수반되지만. 염증부 조직의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개선되어 혈장과 백혈구가 이동이 증가하여 대식세포를 중심으로 한 일차적 면역활동이 활발히 전개된다. 이와 함께 활성화되는 물질P도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나아가 비만세포와 항원제시세포 등을 매개로 림프구 활동이 본격화한다. 이른바 항원(이물질) 정보를 전달하거나 제거하는 T세포(T림프구) 및 항원-항체결합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B세포(B림프구) 등 면역세포의 활동이 본격화하게 된다.

 

이상이 이른바 면역시스템의 개요이다. 우리가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이다. 즉 이물질을 잘 방어할 수 있도록 이 면역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물론 완벽한 면역계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체에 침투하는 병원체들도 이 방어장치를 무력화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우리 몸을 위협하는 환경과 긴장된 생활 속에 얽매인 현대인의 면역계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섭생과 생활습관 관리를 잘 해서 바로 이 면역시스템을 보다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면역체계가 곧 ‘자연치유시스템’이 된다. 우리가 추운 겨울에 앞서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바로 이 면역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독감백신을 주사해 가벼운 독감앓이를 일으키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져 실제 독감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곧 바로 면역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우리 몸에 내재된 자연치유시스템을 이용한 예방의료의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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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면역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침뜸요법이 바로 이 면역시스템, 자연치유시스템과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침뜸이 일정한 치효를 올리는 메카니즘은, 우리 몸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자극’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침해 자극’ 또는 '열자극'이 인체의 복잡한 생리 메카니즘을 거치며 면역시스템을 작동시켜 우리 몸을 치유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침꾼이라면 바로 이러한 메카니즘을 훤히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가느다랗고 뾰족한 침끝에서 무엇을 느끼며 치료에 임할 것인가? 침끝이 환자의 면역시스템을 불러다 작동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침꾼의 나아갈 길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이런 맥락에서 면역시스템은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속에서 침 자극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 우리의 이해도를 높여 가 보고자 한다.(계속)

(*芝雲 씀)

 

참조

*'면역과 침뜸' 이야기 2 : 면역세포

*'면역과 침뜸' 이야기 3 : 선천면역과 획득면역

*'면역과 침뜸' 이야기 4 : 면역시스템의 작동기구

*'면역과 침뜸' 이야기 5 : 흉선에서 T세포의 선별과 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