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과 침뜸' 이야기 3 : 선천면역과 획득면역
선천면역 획득면역
면역은 흔히 선천면역과 획득면역으로 나눈다
선천면역
선천면역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태어난 면역으로 자연면역, 내재면역 이라고도 한다. 비특이적으로 동물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저항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에서는 급성 감염증을 일으키는 탄저균이 닭에서는 살지 못하고, 돼지 콜레라도 사람에게 감염 되지 않는 등, 개체의 특이성으로 특정 병원체에 대해 기억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면역체계로써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면역력을 말한다
모든 동물과 식물은 어느 정도의 자연면역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면역력은 오래 지속 되지는 않는다. 선천면역은 넓게 보면 면역세포를 중심으로 한 기전 뿐만이 아니라 물리적 장벽도 포함한다. 보다 세세히 구분하자면 물리적 방어벽, 생리적 방어벽, 포식작용, 염증반응의 네 가지 종류의 방어벽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선천면역은 감염에 대한 우리 몸의 일차 방어선으로, 여기에 관여하는 세포들은 감염되기 전부터 우리 몸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특이성을 가지지 않는 질병억제 기전을 담당한다. 대식세포 및 호중구외 같은 식세포, 피부와 같은 장벽, 그리고 체내의 항생물질 등이 선천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물리적 방어벽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피부, 위산이나 소화효소, 장내균 등을 포함한 소화기관, 호흡기계의 점액이나 눈물 등을 들 수 있다.
선천면역의 생리적 장벽에 해당하는 것은 pH, 체온, 그리고 세포와 연관된 분자들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아프게 되면 체온에 변화가 온다. 즉 열이 나기도 하고 반대로 몸이 너무 차가워지기도 한다. 어쩌면 체온에 변화가 오는 것으로 병이 온다는 것을 예측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약해지고, 떨어진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배 강해진다는 주장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점액 분비물과 눈물 속에서 발견되는 리소자임,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로부터 만들어지는 인터페론, 그리고 혈청 단백질의 한가지 종류인 보체(complment)등 다양한 가용성 인자들이 선천면역을 담당한다.
선천면역의 세 번째 장벽은 포식작용이다. 포식작용은 혈액의 단구세포(대식세포)나 호중구와 같은 특별한 세포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특히 대식세포는 침입한 병원균을 잡고 그 병원균의 정보를 헬퍼T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선천면역의 장벽으로 염증을 들 수 있다. 이 염증이 어쩌면 면역의 시작과 끝인지도 모른다. 모든 면역과정은 염증과 관련되다. 염증의 형태 혹은 상태에 따라 면역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며, 염증이 나타난 부위에 따라 위염, 간염, 장염 등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염증을 면역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라 봐도 좋다. 예컨대 염증이 지나치게 약하게 일어나는 것, 염증이 지나치게 오래가는 것, 물불 안가리고 시도 때도 없이 염증이 나타나는 것 등에 따라 질병이 다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이 염증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이를 없애고자 뛰어다닌다. 초기 염증은 우리 몸이 스스로 병균과 싸워서 면역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열이나 발적 혹은 통증, 부종 등 염증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뛰어가 약을 찾는다. 우리 몸 스스로 이 병균과 싸울 수 있도록 기다리지 못하고 애초에 그 싹을 잘라 버리니 안타까울 뿐이다.
몸속에 침투한 세균은 이런 여러 가지 선천면역의 과정을 거치면서 살해를 당한다. 선천면역은 면역의 1차 방어선으로, 병원체에 노출된 개체의 감염초기에 적응면역이 작동하지 않는 취약한 기간 동안 활동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개체가 만나는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적응면역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선천면역계의 방어기전에 의해서 수일 안에 제거된다. 말 그대로 선천면역은 몸속에 침입한 이물질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자비한 반응이다.
획득면역
혹독한 1차 방어선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병원균은 어느 정도 약해진 상태에서 2차 방어선의 공격을 만나게 된다. 이 2차 방어선에서 활동하는 면역계가 바로 획득면역, 후천면역(적응면역)이다.
선천면역계의 폭넓은 반응성과는 반대로 매우 특이적인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후천성 면역)은 항원이 개체 속으로 침입해 오면 작동을 개시한다. 일반적으로는 적응면역은 항원에 노출되고 나서 5~6일 후에 반응한다. 물론 후에 같은 항원에 노출되면 기억된 면역작용이 유도된다.
항원의 두 번째 침입에 대한 면역반응은 처음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이다. 즉, 2차 공격은 전방위적인 1차 공격과는 달리 특정 병원균을 집중 공략하고 한번 전투를 벌였던 병원균은 또렷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재차 침입한 병원균에 대해서는 더욱 발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한다
앞에서 선천면역에서의 특징적 반응으로 염증반응을 들었는데, 림프구를 중심으로 한 획득면역 반응에서도 염증은 수반된다. 림프구에 의한 염증은 카타르(catarrh)성 염증이라 하여 맑은 장액(將液)이 나오는 염증이다. 예를 들어 감기 초기에 콧물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장액성 분비물을 동반하는 염증은 림프구가 싸움을 시작했다는 신호다. 또 플레그모네성이라고 해서 붉게 부어오르는 염증이 있다. 곪지 않고 붉게 부어오르는 염증인데, 이것도 림프구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벌레에 물려 독이 들어갔거나 해파리에게 쏘이거나 벌에 쏘였을 때 붉게 부어오르는 염증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결핵의 감염을 조사하는 투베르쿨린 반응에서 붉게 부어오르는 것도 플레그모네성 염증으로 림프구의 작용에 따른 것이다. 흔히 알레르기 염증이라고 부르는 것도 림프구에 의해 발생하는 염증이다.
과립구의 염증은 화농성으로 조직을 파괴하는 염증이고, 림프구는 카타르성이거나 플레그모네성, 알레르기성 염증으로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염증의 상태만으로도 과립구와 림프구 중 어느 쪽이 싸우고 있는지 구별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염증은 작은 부위에서 생기더라도 반드시 혈액 안에 변화가 일어난다. 흔히 감염을 일으켰을 때 혈액 검사를 하는 이유는 국소의 염증이라도 반드시 혈액 안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혈액 안의 백혈구 상태를 조사하여 염증유무를 진단하게 된다. 진단에서 이러한 염증성 반응을 구별하는 것은 침꾼들에게도 역시 의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선천면역과 획득면역은 서로 긴밀한 협조체제 하에 우리 몸을 보호하고 지키는데,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면역세포이다. 특히 후천면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T세포와 B세포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분포하고 있는 수 많은 면역세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면역시스템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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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뜸은 바로 이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키가 될 수 있다. 침뜸 자극에 대해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직접적인 염증반응이 곧 면역 반응이다. 즉 침뜸 자극이 면역계를 일깨워 인체의 방어기능을 작동케 한다는 이야기다. 더하여 신경을 매개로 한 반사운동 - 국소에서의 반사, 척수에서의 반사, 중추에서의 반사 등 - 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체의 각종 반응들은 면역 반응과 상호 연동하여 작동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되는 효과로 통증 완화를 들 수 있고(통증억제기구의 작동), 더불어 면역기구의 작동, 그리고 자율신경 조절(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균형 조절) 등이 인체의 항상성 유지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자연치유력'으로 통한다.
동의학에서 중시하는 이른바 '치미병(治未病)'이란 것도 바로 면역의 선제적 관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뜸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면역의 선제적 관리를 통해 건강할 때 면역력을 길러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계속)
(*芝雲 씀)
참조
*'면역과 침뜸' 이야기 5 : 흉선에서 T세포의 선별과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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