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과 침뜸' 이야기4 : 면역시스템의 작동기구
면역시스템의 작동메카니즘
일단 항원이 우리 몸에 침입해 오면, 앞서 살펴본 '자연면역-획득면역'으로 구성되는 면역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데, 그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친다고 한다.
-항원(이물질)이 우리 몸에 침입한다
-마크로파지, 호중구 등이 이들 항원을 잡아먹는다
-수상세포가 림프액을 타고 림프절로 이동하여 항원의 침입을 헬퍼T세포에게 알린다
-통지를 받은 헬퍼T세포가 항원을 확인하고 증식한다
-헬퍼T세포는 B세포에게 항체를 만들어 공격하도록 한다
-B세포는 형질세포로 변하여 항체를 만들어 항원을 공격한다
-세포가 항원에 감염되면 킬러T세포가 세포 내의 항원을 공격하여 처리한다
-항원이 사라지면 조절T세포가 공격 종료를 알린다
-기억B세포가 항원을 기억하여 다음 침입에 대비한다
이 프로세스는 몇가지 다른 차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세부적으로 구분하자면, 1) 1차 림프조직과 2차 림프조직, 2) 자연면역반응과 획득면역반응, 3) 1차 면역반응과 2차 면역반응 등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면역체계의 담당조직 : 1차 림프조직과 2차 림프조직
림프구가 생성되고 활동하는 주요 조직에는, 먼저 림프구가 만들어지고 분화가 일어나는 조직이 있다. T세포가 성숙 분화하는 흉선과 B세포가 성숙 분화하는 골수가 이에 해당하는데, 이를 1차 림프조직이라 한다. 한편 이렇게 성숙한 림프구는 2차 림프조직으로 가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 편도, 림프절, 비장, 파이어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흉선은 흉골 뒤쪽에 존재하며 피질과 수질로 이루어져 있다. 골수에서 옮겨 온 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는 흉선내 환경에서 성숙한 T세포로 분화하여 흉선에서 나와 말초(림프절 등)로 옮겨 간다. 이 과정에서 T세포 수용체의 유전자 변형이 생겨나 자기자신에 반응하는 세포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변형세포는 제거하고, 자기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MHC를 인식할 수 있는 T세포가 선택된다.
한편 골수에서는 다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로부터 B세포가 분화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기항원에 반응하는 B세포는 세포사멸에 의해 제거되고, 아직 항원을 만난 적 없는 나이브B세포는 골수에서 말초로 이동하는데, 주로 비장과 림프절 등(림프여포)에 존재한다. 2차 림프조직인 림프절이나 비장은 성숙한 T세포와 B세포가 면역반응을 하는 장소이다.
*림프순환
림프구는 혈관을 타고 우리 몸의 모든 장기와 사지말단 등 인체 곳곳의 세포에 이르러 활동하는 한편, 혈관에서 흘러나와 조직액이 되었다가 다시 말초부의 림프관으로 스며들어 림프(액)가 되어 곳곳의 림프절을 거쳐 다시 가슴쪽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정맥혈로 스며들어 심장을 거쳐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순환한다. 림프관도 혈관과 마찬가지로 전신에 두루 분포하지만 림프액은 말초부에서 중심으로 일방통행한다. 정맥혈관과 마찬가지로 내측에 역류를 방지하는 판이 달려 있어,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림프액이 신체의 중심을 향해 이동하게 된다.
*림프절
말초부에서 중심으로 향하는 림프액은 인체 곳곳에 분포해 있는 림프절을 거치게 되는데, 이곳에서 그간의 활동으로 지저분해진 림프액이 정화된다. 인체 곳곳에 2~20mm크기로 400~700개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필요없는 물질을 여과한다거나 유입된 항원(세균 바이러스 등)을 처리하는 곳이다. 마크로파지, 수지상세포, T세포, B세포 등이 팀워크를 이루어 유입된 항원을 처리해 버린다. 크기가 큰 것으로는 목, 양겨드랑이, 복부, 서혜부, 슬와부 등이 있고, 이상한 미생물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자연면역과 획득면역 : 기억할 수 없는 면역과 기억할 수 있는 면역
면역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호중구, NK세포 등이 담당하는 자연면역계이며, 다른 하나는 T세포와 B세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획득면역계이다.
자연면역반응은 감염 후 몇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발동된다.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 등의 세포 표면(일부는 엔도솜)에는, 세균의 균체 성분이나 바이러스 유래의 DNA와 RNA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수용체(TLR)가 발현된다.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 등은 신속하게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케모카인이나 인터페론 등을 분비하고, 혈액에 있던 호중구 등을 염증 국소부로 보내 병원체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이렇게 전개되는 것이 자연면역반응이다.
다음 획득면역반응에서는 T세포가 중심 역할을 한다. T세포는 어떻게 활성화될까? 우선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만나 활성화된 수지상세포가 병소와 가까운 림프절로 이동하여 아직 항원과 만나지 못한 나이브T세포에 항원을 제시하고, 이에 상응하여 항원 특이적인 T세포가 활성화되고 획득면역체계가 발동된다. 이렇게 수지상세포는 자연면역반응과 획득면역반응을 중개하는 세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획득면역계는 자연면역계와 달리 발동하기까지 수 일에서 수 주일이 걸린다. 획득면역계는 항원 특이적인 반응이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T세포와 B세포이다. T세포는 T세포수용체, B세포는 B세포수용체(막형 면역글로블린)를 세포 표면에 발현하여 항원을 인식한다. 외부에서 침입해 오는 엄청난 이물질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T세포 수용체 유전자 및 면역글로블린 유전자의 유전자 변형을 통해 엄청난 수의 T세포 수용체와 면역글로블린 유전자가 만들어진다. 수지상세포에서 항원을 제시받은 CD4양성 헬퍼T세포는 IL-4와 IFNγ 등의 사이토카인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CD8양성 킬러T세포도 수지상세포에 의해 활성화되어,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세포를 세포사멸로 유도하여 제거한다(퍼포린, 그란자임, Fas리간드 등의 분자를 통해). 한편, 주로 혈액 중에 존재하는 수용성 항원에 의해 활성화된 B세포는 동일한 항원을 인식하는 CD4양성 헬퍼T세포와 만나 T세포의 도움을 받아 클래스스위치나 면역글로블린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유도되며, 항원에 대한 친화성이 보다 높은 B세포 수용체를 발현하는 B세포가 선택된다(Affinity maturation). 활성화된 B세포는 수명이 짧은 항체 생산에 특화한 형질세포와 장기간 존속하는 기억B세포로 분화해 간다.
한편, 자연면역계는 초파리 같은 하등생물에도 존재하며, 면역학적 기억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즉, 어떤 세균에 최초로 감염되어 일으키는 면역반응과, 같은 균에 다시 감염된 경우에 일어나는 면역반응은 동일한 응답 밖에 유도할 수 없다. 수명이 짧은 초파리는 이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반면, 획득면역계는 한번 외래에서 침입해 온 이물질이 다시 침입해 올 경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면역계를 발동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면역학적 기억'이라 한다.
1차 면역응답과 2차 면역응답의 차이 : 백신접종이 감염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이유
1차 면역반응과 2차 면역반응의 차이는 획득면역계에 기억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물질이 침입해 오면 아직 한번도 항원과 만난 적이 없는 나이브 B세포는 세포 표면에 B세포 수용체(막형 IgM분자)를 발현하고, B세포가 반응하는 항원와 만날 경우 먼저 IgM형 항체가 생산되어 혈중에서 IgM형 면역글로불린이 검출된다. 그런데 잠시 후 항원에 의해 활성화된 B세포와 같은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화가 일어나('클래스스위치'라 한다), B세포는 형질세포로 분화하여 IgG, IgA, IgE 등의 면역글로블린을 생성케 된다. 항원의 노출이 일과성이라면 이렇게 생성된 항체는 3주 정도 지나면 혈중에서 현저히 감소한다. 중요한 것은 다시 같은 항원에 노출될 경우인데, 이 경우 첫 번째 반응(1차 면역반응)과는 달리 조기에 대량의 IgG 등의 항체가 생산된다는 점이다(2차 면역반응).
초기 면역반응시 활성화된 B세포는 항체 생산에 특화한 수명이 짧은 형질세포로 분화할 뿐만 아니라, 기억B세포가 되어 장기간(몇 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존재하면서 동일 항원이 다시 침입해 올 경우 신속하게 반응하여 대량의 항체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원리를 응용한 것이 바로 백신 접종에 의한 세균 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법이다. 우선 약한거나 불활성화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사전에 감염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해 두었다가, 실제 관련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될 경우 즉시 면역반응이 야기되어(2차 면역반응) 신속하게 병원체를 제거하여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도, 탁월한 시스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 *
이 ‘놀랍고도 탁월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키가 바로 침뜸(자극)이다. 우리 몸은 침뜸 자극 역시 이물질로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가동한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문제가 되는 부위에 침을 찌르면 주위에 발적 현상이 나타남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면역활동의 반영이다. 그리고 침뜸 자극으로 유도된 이러한 면역 활동은 해당 부위의 문제(병소)에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그 활동을 활성화하게 되고, 이것이 환부의 자연치유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침뜸 자극으로 면역세포를 환부로 유도해 내면, 이들 면역세포가 그에 상응한 면역활동을 활성화하게 된다. 침뜸이 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에 의하면, 침 자극시 T림프구, B림프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등의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그렇게 면역계에 대한 영향이 생체반응계를 통해(biological amplification system) 인체의 생물학적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게 된다.
급성의 병증이라면 이들 면역활동 유도로 쉽사리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만성의 병증이라면, 사실상 염증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면역반응이 정체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성의 병증인 경우에는 이에 상응한 면역반응을 지속적으로 재가동하여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끌어내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오랜 병력 만큼 치유에 필요한 시간도 지난할 수 있다는 점에 술자도 환자도 함께 공감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성화된데는 면역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병증이거나 환자의 면역력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쉽사리 치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침술요법의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 무조건 침뜸치료를 고집해서 안된다는 이야기다.
앞에서 치료하는 '침 끝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한 바 있다. 침뜸을 통해 면역 활동을 유발한다는 가설에서.. 그렇다면, 해당 병증에 요망되는 면역활동을 유발하기 위한 시술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에 답을 구하기 위해.. 면역 활동의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계속)
(*芝雲 씀)
참조
*'면역과 침뜸' 이야기 5 : 흉선에서 T세포의 선별과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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