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운동 그리고 침술
신경교세포에서 발현되는 ‘신경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GDNF)는 신경성장인자(NGF)의 하나로 뇌의 성장을 촉진시켜 뇌 활동을 활성화해 주는 작용을 하는 인자이다.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세포의 15%는 신경세포이고, 나머지 85%는 신경교세포라고 한다. 신경교세포는 서로 소통하고 신경세포와 반응하여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뇌의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즉 뇌에서 가소적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병이다. 오늘날 처방되는 약물(levodopa 등)은 운동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켜 준다. 초기에 특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병의 진행을 중단시키지는 못한다. 병은 신체의 더 많은 부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서서히 약물의 효과를 무력화시킨다. 파킨슨병은 '흑질' 이라고 하는 뇌 부위가 정상적인 동작에 필요한 뇌 화학물질인 도파민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다. 짙은 검은색이어서 흑질이라 불리는데, 파킨슨 환자의 뇌를 부검해 보면 이 부위의 신경세포가 사라진 것이 보인다고 한다.
도파민은 신경세포들 간에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되는 뇌 화학물질이다. 도파민의 약 80%가 흑질을 포함하고 있는 기저핵이라는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 이 도파민 수치가 낮으면 파킨슨병 증상이 생기는데, 레보도파와 같은 도파민 촉진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물론 2-5년 뒤에는 이상운동증이라는 새로운 운동 장애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환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도파민은 노르아드레날린과 아드레날린이 되는 전단계의 물질(전구물질)이다.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도파민 뉴런)는 중뇌와 간뇌(시상 · 시상하부)에 있다. 중뇌에 있는 A9라는 번호가 붙은 "흑질 치밀부"와 A10의 "복측被蓋野"가 중요시되고 있는데, A8에서 A15까지 총 8개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있고, 통증 억제에 관련된 도파민 뉴런은 A12라는 시상하부 궁상핵에 의한다.
또한 도파민 뉴런은 대뇌기저핵과 그에 지령을 주는 대뇌피질(특히 전두엽과 대상회 등)에 가지를 뻗어 도파민을 방출한다.
파킨슨병은 아직은 궁극적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질환이다. 증상도 알고, 망가진 주요 뇌 부위의 병리에 대해서도 알지만, 근본적인 발병기전에 대해서는 제한적 지식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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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인 걷기 운동이 파킨슨병 증상의 완화에 효과적이라 점이 거론된다. 도파민 분비와 연관이 높은 흑질(도파민 손실이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는 뇌 부위)과 흑질이 집중 분포된 기저핵의 해부적 구조와 기능을 기초로 논리적인 접근이 검토되어 왔다. 기저핵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신경세포 다발로 사람이 동작과 생각의 복잡한 연속을 만드는 법을 학습할 때 활성화된다. 기저핵은 일상의 복잡한 활동들을 위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런 활동들을 선택하고 시작하도록 도움을 준다.
걷기와 같은 활동이 이러한 뇌 프로그램슬 활성화하는데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선 걷기 활동에 대해 디테일하게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배우는데서 지작한다. 이러한 의식적 학습에는 정신력의 집중이 필요하다. 여기에 전전두 영역의 회로(이마 뒤쪽)와 피질하 영역(뇌 깊은 곳)이 관여한다.
이런 맥락에서 걷기 운동이 신경가소성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개입의 하나로 역할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빠르게 걸으면 해마에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뇌 부위다.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앓는 동물이 운동을 하면, 뇌에서 두가지 종류의 성장인자인 GDNF(신경교세포 유래 신경영양인자)와 BDNF(뇌 유래 신경영양인자)가 분비되어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런대 바로 이 신경성장인자가 도파민의 합성과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GDNF는 산화로 인한 손상과 신경염증을 억제하는 신경보호 작용이 강하다. 또 자발적으로 운동하는 생쥐에서 BDNF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물론 걷기 운동 외에도 스트레칭이나 근력 훈련 등을 통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치료사나 필라테스 강사와 같은 사람들도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운동을 추천한다. 무산소운동은 걷기 처럼 신경성장인자를 자극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경직성에 맞서 싸우고 균형 문제를 이겨내고 얼굴 동작의 손실을 줄이는 등의 이점이 있다.
파킨슨병은 증상으로 보면 운동 장애처럼 보이지만 '인지적', ' 정신적' 뿌리를 갖고 있으므로 신체질환인 동시에 정신질환이기도 하다. 파킨슨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세포 과정은 알츠하이머병에서도 일어난다. 물론 일어나는 뇌 부위는 다르다. 파킨슨병에서는 흑질이 가장 먼저 기능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반면, 알츠하이머병에서는 해마에서부터 퇴행적 변화가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뇌는 가소성을 잃고 신경세포 사이에 연결을 만드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과 같은 치매에 좋은 작용을 하는 행위들이 유용하다고 한다. 각종 운동(최소 3킬로미터 걷기 또는 16킬로미터 자전거 타기 등이 추천되는데..)과 더불어, 건강한 식단, 정상적인 체중 관리, 낮은 알코올 섭취, 금연 등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그 위험이 60%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을 한 사람이 앉아서 지내는 사람보다 해마 부위가 확연히 넓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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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치료와 관련하여, 침요법이 주목을 받아 왔다.
우선 침 자극이 손상된 신경의 재생에 유효하다는 연구들이 다수 이루어져 왔다. 침요법이 파킨슨병에도 유효하다고 상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병이 도파민 분비의 이상이라고 할때, 이는 동시에 신경의 위축(손상)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에 기반한다. 침 자극으로 신경재생이 가능하다면, 그를 통해 도파민 분비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서 출발하였을 것이다. 즉 침 자극으로 신경성장인자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정 위에서 접근하였을 것이다.
파킨슨병은 통상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뇌의 흑질 치밀부에서 도파민성 뉴런이 점차 소실되어 심한 선조체 도파민 결핍증 그리고 진전 등과 같은 운동증상이 유발된다. 통상의 침구 접근은 운동 증상을 완화하는 쪽에 맞추어 근거들을 쌓아 왔다. 2015년 15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파일럿연구에서 경직과 균형 회복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Does integrative medicine enhance in aging adults? Gerontology, 2015)
최근 들어서는 이를 넘어 도파민 개선 쪽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한 연구는 전기침 자극시(양릉천, 태충), 진전 등의 운동증상이 완화됨은 물론, 선조체 도파민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운동기계의 증상을 억제함과 더불어 흑질 영역의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의 생존경로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Electroacupuncture promotes recovery of motor function and reduces dopaminegic neuron degeneration in rodent models of parkinson's disease. Int'l J. of Molecular Sciences, 2017. aug.)
백회-대추의 전기침으로 라트(임상용 쥐)의 회전운동은 약화되고 도파민성 뉴런의 생존율이 높아졌다거나 도파민성 뉴런이 보호되고 선조체 도파민이 증가되었다는 연구도 볼 수 있다.
(*Long-term high-frequency electro-acupuncture stimulation prevents neuronal degeneration and up-regulates BDNF mRNA in in the substantia nigra and ventral tegmental area following medial forebrain bundle axotomy. Mol. Brain Res. 2002, 108.
*Electroacupuncture improves behavior and upregulates GDNF mRNA in MFB transeced rats. Neuroreport, 2003.14.
*Acupuncture inhibits microglial activation and inflammatory events in the MPTP-induced mouse model. Brain Res. 2001. 1131
한걸음 더 나아가 파킨슨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GDNF(신경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를 직접 주사 주입한 임상연구도 볼 수 있다(뇌에 직접 주입). 여기에 참가했던 많은 환자들이 분명한 증상개선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 브리스톨의 프렌치에이 병원과 사우스메드 병원에서 5년 동안 이루어져 온 이 연구에서, 스티븐 길 교수는 "이번 실험은 귀 뒤의 작은 구멍을 통해 몇 달 동안 환자의 뇌에 직접 GDNF를 안전하고 반복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 방법은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학적 상태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약물들은 뇌 장벽으로 인해 혈류에서 뇌로 건너갈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미러> 온라인판. 2019. 2. 26 참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은 통상 흑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로 인한 진행형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보고 있으며, 환자에게서 이상운동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재 주된 치료법은 상실된 도파민의 기능을 대체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것이 있고, 오랜 약물 복용으로 그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손상된 뇌조직 일부를 파괴하는 신경파괴술이나 미세전극을 뇌 안에 이식하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그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 근본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위에서 본 GDNF을 직접 주입하여 신경재생을 도모하는 방법에 거는 기대도 매우 클 것이다.
(*Matthias Luz.., GNDF-induced cerebellar toxicity : A brief review. Neuro Toxicogy. 2016.11
*Electroacupuncture promotes recovery of motor function and reduces dopaminegic neuron degeneration in rodent models of parkinson's disease. Int'l J. of Molecular Sciences, 2017. aug.)
*다만 침 자극을 통해 얻어지는 효과가 특정 경혈 효과에 의한 것인지, 침에 의한 침해자극 또는 전기침에 의한 전기자극에 의한 것인지는 더 많은 연구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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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컨대 파킨슨병이 도파민 분비의 이상 그리고 그것이 신경의 위축(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또한 침뜸 자극이 신경세포 및 신경교세포의 재생에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손상된 신경을 살려내려는 접근이 유의미하다 할 것이다. 더불어 운동기계로 나타나는 병태(팔 다리 등 각종 신체의 왜곡)를 완화하는 접근법도 필요할 것이다. 이 두가지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면 어느 정도 유효한 처방 구성이 가능해 질 것이다. 동의학적 처방 구성은 접근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구성해 보자.......
굳이 예시하자면, 일차적으로 환자의 병증을 살펴 그에 상응한 전신조정*) 전략을 구성하는데서 출발해 볼 수 있다. 즉 동의학적으로는 간비신을 보하고 기혈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며 풍을 제거하는 관점이 요망된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이에 상응한 전신조정 전략을 기본으로 삼는다. 여기에 더하여 신경세포 활성을 통해 신경세포의 재생 및 손상 방지를 도모하는 전략, 그리고 안면, 팔다리 등 운동기계로 나타나는 병증을 해소/완화하는 전략 등 다차원적 치료전략을 구성해 볼 수 있다. 물론 구체적 경혈의 취사는 무언가 고정된 '절대'의 것이 존재할 수 없고, 환자(병증)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또 술자가 취하는 입론 및 침구술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치료 경과와 더불어 끊임없는 치료혈의 변화(가감)도 불기피하다.
*)전신조정이란 침구를 통해 전신의 기혈 흐름을 조정해 주고 오장육부의 원활한 기능을 도모하여 치료에 접근해 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른바 구당의 '기본침'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신조정은 화석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며 병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될 가치가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역시 '운동'이다. 침구치료가 신경재생에 도움을 준다는 점들이 다수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운동요법을 겸하지 않고는 목표에 이르는데 한계가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芝雲 씀)
*이 블로그의 다른 글 참조..
*芝雲이의 책 소개ᆢ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전개되었던 동의학 요법의 활약과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래의 책을 소개합니다
https://hooclim.tistory.com/4934
책 소개 : 코로나19와 동의학 그리고 침뜸요법
코로나19를 동의학 약물과 침뜸요법으로 치료한다! 과연 가능할까? 여기 그 현장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숨가쁘게 전개되었던 동의학에 기반한 코로나19 치료 임상과 그 효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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