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암이야기

노화와 암을 이해하는 하나의 시각 2

지운이 2019. 12. 16. 11:39

노화와 암을 이해하는 하나의 시각 2

: 노화 방지 및 암 예방(및 항암)을 위한 도전

 

 

인류는 노화를 억제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꿈꿔 왔다

 

생물의 수명은 필연적으로 노화의 과정을 포함한다. 이 노화 과정에서 생체 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각종 만성질환이 발병하여 결국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건강상태를 향상시키고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줄곧 꿈꿔왔다. 이것이 인류가 의료를 발전시켜 온 중요한 동기일 것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불로불사의 소망을 품어 왔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선사상이라는 민간신앙이 발달했다. 동양의 역사에는 '선인'과 같은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산속에 살고 백발에다 안개를 먹고 사는 불로불사의 초월자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다.

 

신선사상은 선인처럼 불로불사가 되고 싶다는 현세 이익을 추구하는 민중에게도 받아들여져 이천 년 전 중국 전국시대 말기부터 진 · 한대에 걸쳐 확산되었다. 기원전 217년에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진시황도 불로장생의 약(仙薬)을 찾아 분주했던 사람이었다.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복이 수천 명을 데리고 불로불사의 仙薬을 찾아 항해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사기」와 「한서」에 전한다. 진시황은 49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仙薬이라고 마셨던 수은에 중독되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도 16~18세기에 연금술사가 불로장생의 비약을 활발하게 만들곤 했다. 현대의학에서도 노화를 억제하는 연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노화라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많은 질병 가운데 가장 큰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는 약이나 방법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과학자와 의료관계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를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화의 메커니즘을 밝혀 안티에이징을 실현할 수 있는 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고대부터 줄곧 불로불사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의학 및 의료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춘은 가능한가?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내장 기능의 쇠퇴를 자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노화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 버린다. 확실히 ‘노화를 막는’ 것도 ‘회춘’도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 몸의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높임으로써 체력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젊어지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뇌와 심장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어 간다. 이 동맥경화의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면 몸을 더 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맥경화의 정도와 혈관의 유연성을 측정하는 '혈관나이'라는 지표로 혈관의 젊음을 평가하고 이 혈관나이를 낮추는 치료법(킬레이트제와 항산화제를 사용한 치료 등)이 안티에이징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혈관나이의 회춘은 조직과 장기의 기능 저하를 막고,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혈관의 동맥경화를 개선하면 몸의 소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내분비계와 면역계의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는 유전자에 의해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혈관을 젊게 하는 것만으로는 개선할 수 없다고 한다.

 

암은 신체의 노화와 함께 그 발병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노화 예방이 암 예방의 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평소에 체력과 면역력과 혈액 순환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암 예방의 기본이다. 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은 최대수명을 연장하는 목적으로도 중요하다.

 

 

안티에이징 치료는 뇌와 유전자의 싸움이다

 

우리의 몸은 불멸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가 어머니 또는 아버지와 같은 나이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난자와 정자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식 줄기세포(germ line stem cells)의 분자시계는 항상 ‘0’으로 셋팅되어 있다. 그래서 부모가 30세에도 아이는 0세로 태어난다.

 

즉, 유전자에게 몸은 단순한 놀이기구(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이고, 나이 든 몸에서 어린 아이에게로 넘어가게 되니 유전자는 불사인 셈이다. 그런데 몸이 죽으면 곤란해 지는 것은 뇌이다. 뇌에게 몸은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뇌가 살아가는 생명 유지장치의 일종이다. 의료를 발전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뇌가 존속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인공장기나 장기이식을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뇌이다.

 

그래서 뇌는 몸의 노화를 방지하여 불로장생을 달성하려 한다. 의학 및 의료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 뇌이며, 그것은 뇌가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이 죽으면 뇌도 죽기 때문이다.

 

몸은 유전자를 올라 타고 있는 물건이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사고방식에서는, 생식연령을 초과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그 종의 번영에 유리하다. 당뇨병이나 동맥경화나 암이나 치매, 골다공증과 같은 생활습관병이나 노화 관련질환과 같은 질병은 생식연령을 초과한 50세쯤부터 많아진다. 이러한 질환이 많아진 것은 단지 최근 100년에도 못미치는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생존에 부적당한 질병은 그것이 생식연령 내에 발병할 경우 개체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질병 유전자는 점차 인류의 유전자풀에서 도태되어 간다. 그 원인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환되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식연령 이상에서 발병하는 노화 관련질환의 경우 그 원인 유전자는 도태되지 않는다. 이미 그 원인 유전자는 다음 세대(아이)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생식기간까지 발병하지 않고 생식을 넘은 후부터 발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 유전적으로 존재하면 그런 질병 유전자는 도태되기는 커녕 인류의 유전자풀 안에서 확산된다고 한다.

 

생식연령을 초과하여 살아남은 생물은 적극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그 종(정확하게는 유전자)의 번영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 관련질환의 발병에 관련된 유전자의 대부분은 진화과정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지되고 확산될 수 있다. 즉, 노화 관련질환의 발병률은 상승한다.

 

유전자는 ‘노화 관련 유전자를 전파하고 노화된 개체를 빨리 제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반면, 뇌는 ‘의학이나 의료를 발전시켜 노화를 저지하자’고 생각할 것이다.

 

 

노화는 유전자에 의해 프로그램되어 있다. 노화에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이 안티에이징 치료가 실현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다면 노화를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의 변경을 뇌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티에이징 의학은 유전자와 뇌의 싸움이다.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의 음모(노화 메커니즘)를 뇌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에 뇌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최근의 안티에이징 의학의 상황이다.

 

그러나 죽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개체(뇌)가 증가하면 인류라는 종(유전자)이 없어질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노화 억제와 암 억제에는 공통점이 많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암세포는 무한정 분열하는 특성을 갖는다. 암세포 스스로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는 텔로머라제가 발현된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정된다고 한다(성균관대 주경민 교수).

 

그렇다면 노화를 억제하고자(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고자)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하면, 암 세포의 경우 오히려 무한세포 분열을 조장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는다. 비록 암세포에 텔로머라제 발현이 확인되지만 텔로머라제가 암의 원인은 아니다. 나아가 텔로머라제 활성이 노화와 암 모두를 치유할 가능성을 다룬 연구보고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텔로머라제 활성을 통해 노화로 인해 약화된 면역세포의 텔로미어를 늘려주면 암을 예방하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앤드루이스). 물론 아직은 '텔로머라제만으로 면역계가 회춘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한다. 노화기전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분자표적 약물 중에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함과 동시에 노화의 진행을 느리게 하는 작용을 가진 것이 있다. 그 이유는 암 치료의 대상이 되는 신호전달계와 노화 관련요인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노화 연구자는 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분자표적 약물을 안티에이징 치료의 보고라고 본다. 즉, 노화 예방과 수명 연장의 효과를 가진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mTORC1을 억제하는 라파마이신과 그 유도체 등).

 

정상세포에 다양한 데미지를 주는 일반 항암제 치료는 노화와 수명에 마이너스로 작용하지만, 노화와 수명에 대해 긍정적인 작용을 가지는 항암제로 치료한다면 그것은 이상적인 암 치료가 될 수 있다.

 

 

칼로리 제한으로 노화를 지연..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칼로리 제한이다. 칼로리 제한은 영양 장애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식사로 섭취 칼로리를 30~40% 정도 줄여 주는 것을 말한다. 칼로리 제한은 노화를 지연하고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 관련질환의 발병을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칼로리 제한이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칼로리 제한에 의한 노화 지연 및 수명 연장과 암 억제 메커니즘은 장수 유전자라고 하는 사츄인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한다고 하는데, 그 인자로는 인슐린,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PI3K / Akt 신호전달계, mTORC1(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복합체 1), AMP 활성화 프로틴키나아제(AMPK), 전사인자 FOXO(Forkhead box O)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암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칼로리 제한은 ATP의 양을 줄임으로써 AMPK를 활성화한다. 인슐린 / IGF-1 신호전달계에서 활성화된 PI3K / Ak / mTORC1은 노화를 촉진하고 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 AMPK가 이 신호전달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쥐에게 30~40%의 칼로리 제한을 하면 IGF-1 농도가 30~40% 감소하여 암 발생률이 저하되고 수명이 연장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세포에는 오래된 단백질을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오토파지(자가포식)라는 메커니즘이 있다. 오토파지란 기아 상태가 되었을 때 자신의 세포를 분해하여 영양원으로 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지만, 여기에 세포의 노화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작용도 포함된다.

 

가볍게 굶을 경우, 오토파지가 항진되고, 그를 통해 세포를 청소하여 세포를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고, 또한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즉 오토파지가 억제되면 세포 내에 이상 단백질이나 불량 미토콘드리아가 누적되어 세포의 암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칼로리 제한은 완전한 단식이 아니라 보통 식사의 60~70% 정도로 칼로리를 억제하는데, 이 정도의 가벼운 기아 상태에서도 오토퍼지가 유도된다고 한다. 인슐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에 의해 활성화되는 mTORC1은 오토파지를 억제함으로써 세포의 노화와 암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FOXO는 "Forkhead box O"의 약자로, DNA 결합도메인 FOX(Forkhead box)를 가진 Forkhead 가족의 하위 그룹 "O"에 속하는 전사인자로 영양 부족시에 활성화된다. FOXO는 인슐린-PI3K-AKT 신호에 의해 부정적으로 통제된다. 즉, PI3K-AKT 신호가 활성화되면 AKT에 의해 직접적으로 인산화되어 FOXO 핵 밖으로 이동을 촉진함으로써 그 전사활성이 억제된다.

 

한편, 영양 기아상태에서는 PI3K-AKT의 불활성화에 따라 FOXO의 활성화가 유도될 수 있다. 즉, 칼로리 제한에 의한 수명 연장과 항암작용에 관여하는 전사인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인슐린 / IGF-1 신호전달계에서 활성화된 PI3K / Ak / mTORC1 억제, AMPK 활성화, FOXO의 활성화는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고, 더불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암 치료는 부작용이 없는 이상적인 암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암 치료에서 개발된 분자표적약물이 노화를 억제하는 치료제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암의 경우는 그 신호전달계에 차례로 변이나 이상이 발생하게 되므로 치료에 저항성이 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노화예방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그러한 저항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암 치료제를 그대로 노화방지약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약을 저용량으로 복용하면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약물에 의한 수명 연장은 선충이나 초파리와 마우스 등에서 입증되고 있다. 영장류의 경우 칼로리 제한에 의한 노화 지연 및 수명 연장은 입증되고 있지만, 약물 실험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노화 예방이 최고의 암 예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암은 노화질환의 하나이므로, 노화를 억제한다면 암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관련된 약물이 암 예방약(순환기질환의 예방과 수명연장에도 효과가 있다)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 목적으로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노화예방 효과 및 수명연장 효과를 기대하고 복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DNA 구조의 해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도 노화방지 목적으로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다고 강연에서 말한 바 있다.

 

* * *

 

요컨대 암과 노화에 모두 관여하는 신호전달계나 인자를 대상으로 접근한다면, ‘수명을 연장하는 암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분자표적 약물 개발의 방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화 방지 및 암 예방(항암)에 효과가 있는 각종 천연약물을 활용한 ‘암 보완요법’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칼로리제한(단식, 식이요법 등)을 통한 오토파지의 활성화가 노화 방지 및 암 억제에 역할한다는 점도 주목을 요한다.

 

더불어 침뜸요법과 관련하여 역시 노화 억제와 암 예방( 및 항암)에 관여하는 신호전달계나 관련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접근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부연해 둔다. 노화와 암 예방을 위한 침뜸전략을 구성함에 있어 중요한 생리학적/임상적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필자는 이러한 관점을 염두하는 것이 침뜸 발전의 신시대를 열어가는 모멘텀의 하나가 되리라 믿는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종사하시는 동의학 학자님들의 연구과제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芝雲 씀)

 

 

*블로그의 다른글 "노화와 암을 이해하는 하나의 시각 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