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침구경험방 (鍼灸經驗方)

지운이 2020. 5. 9. 22:43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

鍼灸經驗方 / 許任(朝鮮) 編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32張) : 無界, 行字數不同, 無魚尾; 21.2 x 16.0 cm
序 : 許任
表題 : 鍼經正宗


조선 중기 활동한 한의사(韓醫師) 허임(許任, ?-?)이 저술한 한의서로써 침술과 뜸 및 민간요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을 지은 허임은 본관이 양천(陽川)이며, 악공(樂工)이었던 허억복(許億福)의 아들로서 상민(常民) 출신이다. 임진왜란 시기를 거치면서 선조(宣祖)와 광해군(光海君)을 치료한 어의(御醫)로 활약했다. 그 공로로 선조 37년(1604)에는 문관6품의 관직을 받았으며 광해군 4년(1612)에는 공신3등에 녹훈(錄勳)되기도 했다. 그보다 한 시대 앞선 인물인 허준(許浚, 1539-1615)과 더불어 당대를 대표하는 한의사로 이름을 떨쳤다. 광해군 8년(1616)에 영평현령(永平縣令)에 제수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 양주목사(楊州牧使)를 거쳐 이후 부평부사(富平府使), 남양부사(南陽府使) 등 여러 지방관직을 두루 역임하였으며 품계가 2품에까지 다다랐다. 인조(仁祖)가 반정(反正)에 성공한 이후엔 관직에서 물러나 의술에만 전념하였고 인조 22년(1644) 자신의 의술을 총정리하는 내용의 <침구경험방>을 저술하기에 이른다. <침구경험방>은 중국 의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신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의가 있다. 특히 보사법(補瀉法) 분야에서 탁월한 독창성을 보였다고 평가된다. 그 밖에 <사의경험방(四醫經驗方)>, <동의문견방(東醫聞見方)>, <경험방(經驗方)>도 저술하였다.


이 책은 <침구경험방>의 필사본으로 필사자와 필사연대 등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표제(表題)는 ‘침경정종(鍼經正宗)’이며 ‘삼대경험방(三代經驗方)’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서문에는 이 책을 지은 의의와 활용법 등이 적혀 있다. 이 책은 다른 한의학 서적과 마찬가지로 음양론(陰陽論)과 경락(經絡)을 토대로 저술되었다. 이에 따라 등은 양, 배는 음, 왼쪽은 양, 오른쪽은 음, 바 깥은 양, 안은 음 등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이것은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며 여자의 경우는 정반대가 된다. 이러한 일반론과 함께 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기본사항들도 기록되어 있다. 사(瀉)란 먼저 경혈(經穴)에 침을 절반 정도 넣은 후 잠시 있다가 다시 나머지 절반을 넣고, 침을 뺄 경우에도 환자의 숨을 고려하여 차근차근 빼는 시술을 의미한다. 급격한 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자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뜸 또한 사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행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한의사들은 기계적으로 경혈에 침을 놓고 뜸을 뜰 줄만 알았지 환자와 교감하면서 진정한 치료를 할 줄은 모르고 있다고 저자인 허임은 비판한다. 그의 침술의 핵심은 바로 사(瀉)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를 중시하는 침술을 보사법이라 한다.

이어서 본문이 실려 있는데 본문은 와혈(訛穴), 오장총속증(五臟總屬證), 일신소속장부경오장육부속병 (一身所屬臟腑經五臟六腑屬病), 십이경초혈침구법(十二經抄穴鍼灸法), 별혈(別穴), 모원회혈(募原會穴), 정형유경합방통(井滎兪經合旁通), 절량법(折量法), 두면부(頭面部), 이부(耳部), 목부(目部), 구부(口部), 비부(鼻部), 해수(咳嗽), 인후(咽喉), 유항(類項), 치부(齒部), 심흉(心胸), 복협(腹脅), 종창(腫脹), 적취(積聚), 수비(手臂), 요배(腰背), 각번(脚繙), 제풍(諸風), 전간(癲癎), 궐역(厥逆), 급사(急死), 이질(痢疾), 치질(痔疾), 음산(陰疝), 박란(雹亂), 연질(蓮疾), 허로(虛勞), 식불화(食不化), 황달(黃疸), 창종(瘡腫), 나력(瘰歷) 충독(蟲毒), 안종(眼腫), 어혈(瘀血) 소갈(消渴), 한상한(汗傷寒), 대소변(大小便), 신체불인(身 體不仁), 구토(嘔吐), 부인문(婦人門), 소아문(小兒門), 침구택일(鍼灸擇日) 등 모두 49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와혈’에서는 소상(少商), 합곡(合谷), 견정(肩井), 신문(神門), 절골(絶骨), 삼리(三里) 등 6항목이 실려 있다. 소상이란 정(井), 목(木)에 해당하는 혈을 말한다. 엄지손가락 손톱에서 부추 잎 만큼 떨어져 있는 혈로써 중풍, 비출혈, 인후염, 구토 등에 사용된다. 합곡은 원(原)에 해당하는 혈로써 엄지손가락과 집게손 가락이 갈라진 사이에 있다. 두통, 이명, 치통 등에 사용된다. 견정은 견봉돌기의 뒤쪽 아래 뇌유혈(腦油穴)의 아래쪽에 위치한 혈로써 이명, 두통, 귀머거리 등의 증상에 사용된다. 신문은 유(兪), 토(土)에 해당 하는 혈로써 손목 안쪽 우묵한 곳에 위치한다. 심장비대, 건망증, 정신병 등에 사용된다. 절골은 바깥쪽 복사뼈에서 3촌 위에 있는 혈로써 치질, 출혈, 후비, 항부강직, 식욕부진 등에 사용된다. 삼리는 슬개뼈 아래 세 마디 행골 바깥쪽 두 힘줄 사이의 우묵한 곳에 있는 혈을 말한다. ‘일신소속장부경오장육부속병’에서는 오장과 육부에 관해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머리는 동맥, 방광, 담경, 위경에 속한다. 이마는 동맥과 간경, 방광경에 속하고 눈은 간경에 속한다. 그 밖에 여러 신체기관들을 오장과 육부에 배속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폐속병(肺屬病), 대장속병(大腸屬病) 등 오장육부에 속한 질병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십이경초혈침구법’에서는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少腸經) 등 12경락과 그에 대한 침구법이 실려 있다. 여기까지가 이 책을 활용하는 데에 필요한 개괄적인 이론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며 나머지 부분은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구체적으로 질병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침구경험방>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피폐한 조선 민중들의 삶에 조금이라고 도움을 주고자 한 저자의 열망에서 저술된 한의학 서적으로서 중국 의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임상체험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과학적 저술은 아니며 현대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검증은 현대 한의학자들의 몫이다. 당시 한의학 수준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는 지닌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정확한 간행사항이 기록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 (채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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