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침구요결 (鍼灸要訣)

지운이 2020. 5. 9. 22:32

침구요결(鍼灸要訣)

鍼灸要訣 / 柳成龍(朝鮮) 編 木板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33張); 30.9 x 23.3cm
序 : 萬曆庚子(1600) : 西厓道人(柳成龍)于河村曲肱齋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이 하촌(河村)에 거주하면서 의원과 의약이 없어 치료할 길이 없자 <의학입문(醫學入門)>중에서 「침구편」만 발췌하고 경혈도와 침구도를 작성하여 치료법 등을 알기 쉽게 편집한 의서이다.


유성룡은 관찰사 중영(仲郢)의 아들로 자는 이견(而見), 호는 서애(西厓), 본관은 풍산(豊山)이다. 퇴계 이황의 문인으로 명종(明宗) 19년(1564) 사마시를 거쳐 명종 22년(1567)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 승문 원 권지부정자(承文院權知副正字)가 되고 이듬해 검열이 되었다. 선조(宣祖) 2년(1569) 성절사의 서장관으로 명(明)에 다녀와 이조정랑이 되고 직제학, 승지, 부제학을 거쳐 상주목사, 예조판서, 이조판서, 형조 판서,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을 지냈다. 선조 37년(1604) 호성공신 2등이 되고 풍원부원군(豊原府院君)에 봉해졌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며, 안동 호계서원(虎溪書院), 병산서원(屛山書院) 등에 제향되었다. 그는 문신으로서 <징비록(懲毖錄)>, <서애집(西厓集)>, <신종록(愼終錄)>, <영모록(永慕錄)>, <관화록(觀化錄)>, <운암잡기(雲巖雜記)>등과 의학관계의 저술인 <침구요결(鍼灸要訣)>, <의학변증지남(醫學辨證指南)> 등을 남겼다.

 

어떠한 연유로 문신이 의서를 집필했는지 그 원인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유성룡이 영의정으로 있을 당시 허준(許浚)․이연록(李延祿)․이공기(李公沂)․박춘무(朴春茂)․ 김영국(金榮國)․정희생(鄭希生) 등의 의관들이 선조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주로 침구를 많이 이용하여 그 효용성을 인식했을 것이며, 또한 자신이 어려서부터 잔병이 많아 침구사용을 시도하고 일반 백성에게도 널리 알리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서문에서 “(前略)내가 젊었을 때 병이 많았는데 이 책[醫學入門]을 입수한 후 수년간 읽어오면서 기쁘지 아니함이 없었다. 내가 아직 다 보지 못한 것은 운용할 만한 기회가 내 손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이미 흘러 황혼에 이르렀지만 옛날 병은 아직도 고통스러워 기력을 얻지 못하여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무슨 유익함이 있었던가. 지난 해 하촌(河村)에 거처할 때 계속 병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치료할 만한 의약이 없어서 다시 <의학입문(醫學入門)>의 「침구편」을 보니 경락(經絡)별로 나누어 치료하는 방법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그것은 효험을 보기도 하고 약보다 못한 경우도 있지만 시골사람에게 도움을 주는데 효과적이다. 침을 조금이라도 알고 치료하는 것은 혈(穴)을 찾아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는 끓이고 분말로 만들기보다 번거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설(說)이 잡증(雜證)이 될까 근심하다 참고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노인이 힘을 다 하여 쉬는 날에 각 경락을 모아 혈별로 나누고 치료법인 침구를 각각 혈(穴)아래에 기록하여 열람하고 찾는데 쉽도록 하였다. 앞으로 언문으로 번역하여 부녀자들까지도 모두 이해하도록 할 것이다.(後略)”라고 하여 편찬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책, 33장으로 목판본이며, 책의 크기는 30.9 x 23.3 cm 이다. 편찬 연도는 유성룡 자서(自序) 말미의 기록으로 보아 선조 33년(1600)으로 추정되지만 간행년도는 미상이다. 1925년에 그의 후손 유오영(柳伍榮)이 대구 이문관인쇄소(以文館印刷所)에서 인쇄하고 동아지물상회(東亞紙物商會)에서 발행한 석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보존되어 있으며, 한독의약박물관에도 1901년(광무 5)에 간행한 목판본이 소장되어 있다.


본 의서의 구성은 서문 다음에 침구요결목록(鍼灸要訣目錄)이 있으며, 1925년 본인 석판본 권말(卷末) 에는 오영(伍榮)의 침구요결중인지(鍼灸要訣重印識)가 기록되어 있다. 그 인지(印識)에 유성룡이 사절단으로 다녀오면서 구입해온 <의학입문>을 토대로 <의학변증지남(醫學辨證指南)>과 <침구요결(鍼灸要訣)>3책을 편집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에서는 천지인물기후상응설(天地人物氣候相應說), 천지인물기후상응도(天地人物氣候相應圖), 정면경락제혈기지도(正面經絡諸穴起止圖), 12경혈명(十二經穴名), 배부경락제혈기지도(背部經絡諸穴起止圖), 장부내관도(臟腑內觀圖), 장부조분(臟腑條分), 12경혈치법침구직횡도(十二經穴治法鍼灸直橫圖), 독임맥혈도(督任脈穴圖), 15락론(十五絡論), 기경팔맥도(奇經八脉圖), 치병기혈(治病奇穴), 명당척촌법(明堂尺寸法), 점혈법(點穴法), 조양법(調養法), 연제법(煉臍法), 부회춘연제법(附回春煉臍法) 등을 다루고 있다.


숙종(肅宗) 41년(1715)에 홍만선(洪萬選)이 편찬한 <산림경제(山林經濟)>의 인용서 중에 <이견방(而見方)>이 있는데, 이는 유성용의 자(字)에서 비롯된 서명으로 본 의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서는 침구제혈(鍼灸諸穴)의 기본적인 사항을 도표로 나타내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각 항목 마다 침술과 뜸을 이용한 치료법 등을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당시 침구에 관심 있는 의원들이 참고해왔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또한 침구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김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