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경 (神應經)
神應經 / 劉瑾(明) 編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10張) : 人體圖, 行字數不定; 22.1 x 13.5 cm
<신응경(神應經)>은 1425년 유근(劉瑾)이 명나라 영헌왕(寧獻王) 주권(朱權)의 명을 받아 스승인 진회(陳會)의 <광애서(廣愛書)>의 내용을 모아 교정 산삭하여 만든 침구학(鍼灸學) 전문서 (專門書)이다. 해제본에는 이 <신응경>의 경혈 내용이 발췌되어 있고, 여기에 몇 가지 침구 지식이 덧붙여져 있다.
유근(劉瑾)은 중국 명나라 때의 의학자로 자는 영회(永懷), 호는 항암(恒庵)이며 본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진회(陳會)로부 터 침구술을 배웠다고 한다. 유근의 스승이자 <신응경>의 전신 인 <광애서>를 저술한 진회는 자가 선동(善同), 호는 굉강(宏綱)이다. 유근과 진회 모두 자세한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진회가 지은 <광애서(廣愛書)>는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어 유근이 어떤 내용을 교정하고 증보하였는지 추측하기 어렵다. 다만 <광애서>가 10권(혹은 12권, 현 재 실전)에 달하는 분량인데 반해 <신응경>은 1권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산삭(刪削)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중간본(重刊本) <신응경>의 경우, 주권의 서문과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본문은 다시 전반부 총론에 해당하는 이론 부분과 후반부 각론에 해당하는 치료 부분으로 구분된다. 총론 부분에는 백혈가법(百穴歌法), 절량법(折量法), 보사수법(補瀉手法) 등 침구 시술에 필요한 의학이론을 소개하였고, 혈법도(穴法圖)와 114개의 경혈 설명을 통해 경혈의 위치를 밝혀 놓았다. 각론 부분에는 25개 항목에서 547개 병증에 대한 침구치료법을 다루고 있다. 번잡하지 않은 문체로 치법을 명료하게 적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제본은 11장의 적은 분량으로, ‘신응경(神應經)’이라고 표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신응경>의 내용 전부가 아니라 경혈 설명 부분만 필사되어 있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측면경혈도를 시작으로 인수태음폐경(寅手太陰肺經), 묘수양명대장경(卯手陽明大腸經), 진족양명위경(辰足陽明胃經), 사족태음비경(巳足太陰脾經), 오수소음심경(午手少陰心經), 미수태양소장경(未手太陽小腸經), 신족태양방광경(申足太陽膀胱經), 유족소음신경(酉足少陰腎經), 술수궐음심포경(戌手厥陰心包經), 해수소양삼초경(亥手少陽三焦經), 갑족소양담경 (甲足少陽膽經), 을족궐음간경(乙足厥陰肝經)에 해당 경혈들이 설명되어 있으며, 각각의 경락에는 경혈도가 함께 그려져 있다. 경혈에는 경혈의 위치, 침을 찌르는 깊이, 뜸을 뜨는 장수 등이 설명되어 있다. 이어 귀사(鬼邪), 중풍반신불수구법(中風半身不遂灸法), 송침경(誦針經)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귀사는 십삼귀 혈을 이용한 귀사를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한 부분이다. 이 방법은 간사와 십삼귀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침구경험방>에 수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형익(李馨益)이 번침에 활용하던 것으로 조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침구 기법이다. 중풍반신불수구법(中風半身不遂灸法) 역시 널리 알려진 중풍 치료법으로 중풍팔처혈(中風八處穴)로 알려진 8개의 경혈에 뜸을 뜨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중풍으로 운동장애가 있는 경우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침구 기법이다. 마지막 송침경(誦針經)은 “하늘은 신령한데 쭉정이만 무성하구나. 오래 살기를 기원하오니 태현이시여 환자의 참모습을 지켜주시고, 오장에 깃든 신군들이여 장기마다 편안하길 도우소서. 귀신같이 한 번 침을 찌르면 만가지 사기가 자취를 감추리라. 옴옴급급 여율령 사바하[天靈蓈榮, 原得長生, 太賢之一, 守其眞形, 五臟神君, 各 輔安寧, 神針一下, 萬瀆潛影, 唵唵喼喼, 㖀令, 沙陂呵]”라고 하여 환자에게 자침할 때 읍조리던 주문을 적어 놓았다. 의서에서 주문을 외우는 방법이 드물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침을 찌를 때 쓰던 주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 의료문화사적으로 가치있는 부분이다.
<신응경>은 현재 조선간본만이 전해진다. 조선간본은 중국에서 간행된 이후 성종 4년(1473)에 일본의 사신일행을 따라 온 승려 양심(良心)이 <팔혈구법(八穴灸法)>과 함께 왕에게 진상하였고 이듬해 성종은 이 두 가지를 합하여 간행하게 하였다. 이때 서문을 지은 한계희(韓繼禧)는 성종 8년에 <의방유취(醫方類 聚)>를 간행하는데 총 책임자이기도 하였다. 조선에서 간행한 이 <신응경>에는 일본 화개씨(和介氏)와 단파씨(丹波氏)의 ‘옹저팔혈법(癰疽八穴法)’이 첨부되어 있는데 인조 21년(1643)에 훈련도감 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사촬요(攷事撮要)>에도 진주에 책판이 있다고 적혀있고 모리스쿠랑의 <조선서지(朝鮮書誌)>에도 등재되어 있어 장기간에 걸쳐 중요한 의서로 평가받았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조선후기에는 수많은 필사본들이 제작되었고 아직도 많은 수가 남아있다.
해제본 역시 이러한 필사본 가운데 하나로 생각된다. 본서의 필사자는 특히 <신응경>에 있는 경혈학 지식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따로 채록한 것으로 보인다. 필사자가 <신응경>의 많은 치법 가운데 귀신 들린 병을 의미하는 귀사에 대한 치법을 선택하고 여기에 침을 찌를 때 쓰던 주문을 덧붙여 놓은 것을 보면, 필사자는 의학 지식을 겸비한 의사가 아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침시에 외우던 주문인 ‘송침경’은 비록 주술적인 내용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전통의학에서 매우 드문 예로써 당시의 의료 문화의 하나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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