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방편편방 (行軍方便便方)
行軍方便便方. 上-下 / 羅世瑤(淸) 編 複寫本
서울 : 國立中央圖書館, 1994
1冊(80張) : 10行24字 註雙行; 24.5 x 17.8 cm
原本版事項 : 筆寫本
원본소장기관 : 日本 三木榮文庫所藏(300-281)
�행군방편편방(行軍方便便方)�은 청대(淸代) 나세요(羅世瑤, ?-?)가 함풍 2년(咸豊2, 1852) 저술한 군진의학 전문서이다.
나세요는 의가(醫家)로, 호남(湖南) 신화(新化) 사람 이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책의 성격으로 볼 때 당시 군과 관련된 인물로 생각된다.
본서는 필사본으로 3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세요는 역대 의학 기록을 참고로 외상(外傷), 해독(解毒), 구급 (救急) 등 군사작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하여 서술하고 치법을 제시하였다.
책 제목의 ‘편방(便方)’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이라는 의미를 가진 중국식 표현으로, 우리에게는 ‘간이방(簡易方)’ 혹은 ‘이간방(易簡方)'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책의 제목은 “군사 작전을 수행할 때에 알맞게 사용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처방”을 뜻한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있는 서문에서 책의 편집 동기 및 과정을 설명해 놓았다. 그는 군사 작전을 수행 하면 병에 걸리기는 쉽지만 치료법을 찾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자신이 질병을 앓던 차에 의서를 읽게 되었고 그 안에서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재료들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 좋은 처방들을 알게 되어 군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기록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 이미 �기방류편(奇方類徧)�, �휘집양방(彙集良方)�등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처방들을 모아 놓은 방서들이 있었 으나 군사작전 중에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약성이 강한 처방이나, 구하기 어려운 약재를 배제하여 이 책을 꾸몄다고 밝혔다.
본서는 군진 의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구성 역시 다른 서적들과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책 전체를 「비예(備豫)」, 「두방(杜防)」, 「요상(療傷)」, 「유질(愈疾)」, 「구해(救解)」, 「유여(遺餘)」의 6개의 대문(大 門)으로 꾸미고, 그 아래 684개의 처방들을 수록하였다. 저자는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군사 작전 시 에 굶주림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인식하였다. 때문에 6개의 대문 가운데 「비예」를 처음에 두었다. 「비예」에 는 식량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각종 ‘건법(乾法)’이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서의 건 법은 음식의 양을 줄여 휴대와 보관을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들이다. 제갈건량법(諸葛乾糧法)에서는 백복령(白茯苓), 밀가루[白麪], 건강(乾薑), 쌀[米], 마[山藥], 마유(麻油), 검실(芡實)을 쪄서 익힌 뒤에 열을 가해 말리고 가루 내어 일종의 휴대용 식량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이 한 숟가락을 물에 타서 하루에 한 번 복용하면 허기를 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력을 보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외에 건염법(乾鹽法), 건초법(乾醋法), 건장법(乾醬法)에서는 각각 소금, 식초, 장을 휴대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건초법을 보면, 매실을 식초에 담구었다 꺼내 말리기를 반복하고, 이를 가루 내어 환으로 만든 다음 필요할 때에 끓는 물에 1-2환을 넣으면 좋은 식초가 된다고 하였다. 또 이들 내용은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자 료들이기도 하다. 건다법(乾茶法)은 마시는 차가 아니라 일종의 기호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백당(白糖), 박하, 백복령, 감초 를 곱게 갈아 꿀로 대추 만하게 환을 빚어 만드는데, 한 알을 먹으면 천리길을 행군할 수 있다고 하여 ‘천리차(千里茶)’라고 불린다고 하였다. 약재 구성으로 보았을 때 달고 맛있어 지금 으로 말하면 일종의 사탕이라고 할 수 있다. 간식을 겸한 식량 을 만드는 셈이다.
「두방」 역시 �행군방편편방�의 독특한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 군사작전을 하다보면 낯선 곳에서 오랫 동안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맹수를 만나거나 풍토병에 걸리거나 물이나 음식을 갈아 먹고 속병을 앓는 등 다양한 문제들을 직면하게 된다. 「두방」은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수록해 놓았다. 당시에는 병원체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며 전염되는 질병을 앓으면 이것을 귀신이나 벌레, 혹은 자연의 사특한 기운으로 인해 생긴다고 보았다. 본서에도 고독(蠱毒), 온역(瘟疫), 귀괴(鬼怪), 산람장기(山嵐瘴氣), 귀매(鬼魅) 등의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 을 실었다. 맹수로는 호랑이[虎], 승냥이[狼], 뱀[蛇] 등이 주요한 경계 대상으로 소개되어 있다. 물을 갈아 마시고 낯선 음식을 먹어 생기는 질병도 군진의 큰 문제이다. 본서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생겼을 때에 오래 신던 신발 바닥에 낀 흙을 긁어 물에 섞어 마시면 큰 탈이 없다고 하였다.
「요상(療傷)」에서는 전쟁 중에 생겨날 수 있는 외상(外傷)에 대한 치법을 수록하였다. 화살로 인한 문제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으로 보아, 당시 전쟁이 접근전 위주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기타 행군 중에 다리를 접질리거나 말에서 떨어지는 등의 문제들도 다루었다.
「유질(愈疾)」은 일반 질병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온역(瘟疫), 상한(傷寒) 등 외감(外感)으로 인한 질병들뿐만 아니라 두통(頭痛), 아통(牙痛), 요통(腰痛) 등 신체의 동통과 구토(嘔吐), 해수(咳嗽), 치창 (痔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에 관해 치법을 설명하였다.
「구해(救解)」는 응급질환에 대한 처치법과 중독증에 대한 해독법을 포함하고 있다. 응급질환에는 중악 (中惡), 열사(熱死), 폭사(暴死), 익사(溺死) 등을 다루었고, 중독증의 경우에는 오두독(烏頭毒), 짐독(鴆 毒) 등 독초를 먹고 생긴 문제뿐만 아니라 말고기[馬肉], 개고기[犬肉] 등 일반 음식을 먹고 탈이 난 경우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유여(遺餘)」에는 앞에 싣지 못했던 여러 가지 치법들을 담고 있다. 특히 말이 병들었을 경우를 대비한 치료법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당시 전장에서 말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전쟁은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기간에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속 에서 현대 과학기술과 의학지식의 괄목할 만한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보면, 전통사회에서도 국가의 사활이 걸린 군사 기술이 매우 중요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전해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의학 분야에 있어서도 군진의학(軍陳醫學)이라고 하는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전통 사료와 지식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본서는 군사 작전의 효과적 인 수행을 위해 편집된 군진의학 자료로써 매우 높은 사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아편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중반에 저술된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적인 위기였던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책 속의 내용을 연구해 나간다면 당시 전장의 양상뿐만 아니라 생활상과 사람들의 인식까지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현재 초각본(初刻本)과 �삼삼의서(三三醫書)�본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준호).
*국립중앙도서관,《선본해제 15》에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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