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암이야기

불편한 진실 : 조직 생검과 암의 악화

지운이 2022. 12. 5. 08:24

생검이 암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암 환자의 경우 암 진단은 물론 그 치료 이후에도 생검(biopsies)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 시에는 의심되는 부위의 세포가 암세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또 치료 후에는 암세포가 더 이상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조직을 떼어내어 조직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 조직은 통상 만성 염증 상태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대 생검은 암 조직에 상처를 유발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 염증 상태를 보다 악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 염증상태는 일시적으로 악화되었다가 다시 완화되어야겠지만, 염증 상태의 악화가 기왕의 암세포 자체를 오히려 촉진되는 상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생검이 암세포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한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바늘 생검이 유방암 세포의 악화를 촉진한다고 한다. 다음 보고서인데, 논문의 요약부를 소개해 둔다

 

Core needle biopsy (CNB)

 

 

 

Human breast cancer biopsies induce eosinophil recruitment and enhance adjacent cancer cell proliferation(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6 Jun)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026505/)

 

만성 염증은 암의 진행 및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 침습적 치료의 결과로 야기되는 종양 미세환경 내 급성 염증의 영향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 않다. 마우스를 이용한 최근의 연구는 유방암에서의 바늘 생검에 의해 유발되는 급성 염증 반응이 암세포의 원위부 전이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암 조직의 바늘 ​​생검은 유방암 진단에서 표준검사의 일부이지만, 그로 인한 염증 반응의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는 없다. 이 연구의 목적은 1) 유방암 환자에 대한 바늘 생검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결정하고, 2) 일어나는 염증 반응의 유형을 특성화하고, 3) 암세포에 대한 급성 염증 반응의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바늘 생검에 의한 상처 부위는 유방암 환자의 원발 종양 절제 조직 샘플에서 확인되었다. 조직검사 및 면역조직 화학분석에 의해, 바늘 생검으로 채취된 암 조직에 인접하는 부위 및 생검 부위로부터 떨어진 부위의 염증 반응을 조사하였다. 암세포의 증식 활성도 측정하였다.

 

바늘 생검은 생검 부위에서 염증 세포의 선택적 동원을 유도하고, 이들 염증 세포의 동원이 장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식세포의 집적은 염증 반응의 일부였지만, 생검에 의한 상처의 주변에 호산구가 집적되어 있는 것은 예기치 않은 결과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바늘 생검에 의한 상처에 인접한 부위에 존재하는 암세포의 증식 활성이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론 : 유방암 진단을 위한 바늘 생검은 종양 미세환경 내에서 특징적인 급성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주변 종양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바늘 생검에 의해 유발되는 염증은 유방암 조직의 암세포의 진행이나 전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유방암의 임상 관리에 고려되어야 한다.

 

*     *     *

 

위 연구는 바늘 생검에 의해 암 조직에 상처가 일어나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그것이 남은 암세포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정상 조직에서의 상처 치유 과정과 마찬가지로 암 조직에서도 상처를 받으면 급성 염증 반응에 의해 상처 치유 반응이 유발된다. 즉 염증세포에서 생산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증식인자가 상처를 입은 부위의 암 조직에 존재하는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수술이 암세포의 악화와 재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볼 수 있다. 즉 수술로 인한 염증이 암세포의 재발이나 전이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술로 암세포가 남아 있으면 수술 행위가 원인이 되어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촉진하여 항암제 저항성 등의 성질을 획득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Surgery-induced wound response promotes stem-like and tumor-initiating features of breast cancer cells, via STAT3 signaling. 예) Oncotarget. 2014;5(15)

 

그 이유로는 수술 후 상처 부위에서 염증 반응과 혈관 신생이 일어나 염증 세포 등에서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증식인자와 성장인자 그리고 화학전달물질 등이 생산되어 암세포의 IL-6 / STAT3 신호시스템이 활성화되는데, 그로 인해 암세포를 암 줄기세포와 같은 성질로 바꾸게 되며 그 결과로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가 촉진되고 암세포는 항암제 등의 치료에 저항성을 획득하게 된다고 한다.

 

IL-6 / STAT3 신호시스템은 암조직의 염증 유발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IL-6(인터루킨-6)는 T세포에서 발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인데, 이로 인해 면역과 염증뿐만 아니라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세포의 증식과 악성화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과정이 STAT(Signal Tranducer and Activator of Transcription, 신호전달 겸 전사 활성화 인자)의 신호전달계를 매개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에 따른 염증 유발과 암세포 증식은 혈액 중 NLR(호중구 대 림프구비) 수치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암 조직의 만성 염증 상태가 심해질수록 NLR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암조직에서 염증이 심해지면 골수로부터 호중구(대표적인 과립구) 동원이 촉진되기 때문에 혈중 호중구의 비율이 높아지는데 따른 것이다. 예컨대 NLR 수치가 5 이상(호중구가 림프구의 5배 이상임을 의미)이면 그 예후가 매우 나쁜 것으로 관찰되었다고 한다.

 

요컨대 생검이나 수술로 인한 상처로 인해 IL-6라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이 높아지고 더불어 암세포의 STAT3 경로를 활성화하게 되면서, 암세포의 증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암 환자의 예후를 불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생검은 암환자의 진료와 치료 후 검사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의료의 한 과정인데, 우려스럽게도 이것이 거꾸로 암세포의 악화와 재발을 불어올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임상 관리에서 유념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芝雲 정리/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