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암이야기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 약물?

지운이 2020. 8. 2. 19:52

우리 인체는 암세포가 출현하면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여 면역활동에 나선다. 일차적으로 대식세포, 호중구 등이 세균과 같은 이물질이 갖는 특유의 분자패턴을 인식해 탐식에 나선다. 또 대식세포는 타고난 킬러의 본능을 가진 NK세포를 활성화하여 암세포 퇴치를 강화한다. 여기까지를 자연면역이라 한다.


한편 이 과정에서 수지상세포는 암세포의 시체를 분해하여 그로부터 획득한 항원을 면역세포에 제시한다. 이로부터 아직 미활성 상태의(naive)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어 고유의 면역활동을 개시한다. 예컨대 naive 헬퍼T세포, naive 킬러T세포, naive B세포 등이 접촉하게 된 항원에 특이적으로 활성화되어 면역활동에 나선다. 이렇게 활성화된 세포를 이펙터세포(effector cell)라 한다. 그리고 이들 이펙터세포들에 의해 전개되는 면역을 획득면역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높여 줄 수 있다면 암 치료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맥락에서 면역력을 매개로 암 치료를 도모하려는 일련의 요법들을 두고 이른바 암면역요법이라 한다.

 

그러나 암면역요법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암조직의 생리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조직에서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세포라든가 사이토카인,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 즉 암조직이 오히려 면역을 억제하는 미세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암조직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나 프로스타그란딘E2(PE2)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물질이 면역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

 

이하에서는 암조직에서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미세환경 구축에 함께 하는 몇가지 주요 인자에 대해, 더불어 이들 면역 저해인자를 억제 제거함으로써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가지 약물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이들 약물은 암 치료 보조약물로써의 의미를 갖는다.

 

 

암조직에서는 암세포나 대식세포에서 시클로옥시게나제(Cox-2)가 생성되고, 이는 다시 프로스타그란딘E2(PE2)를 생성하여, T세포 기능을 억제한다고 한다.
그리고 PE2는 골수유래억제세포인 MDSC를 동원하게 되는데, 이 MDSC가 면역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고 한다. MDSC는 아르기나제나 활성산소, 일산화질소, IL-10, TGF-베타 등의 생성을 통해 면역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는 한편, 조절T세포를 유도한다. 조절T세포 역시 면역활동을 억제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한편에서 면역기능의 작동과, 다른 한편에서 암세포에 의한 면역억제라는 메카니즘이 존재하는 가운데,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면역 억제가 이루어지는 메카니즘을 정지시기는 일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선 필요한 것이, 수지상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자연면역은 물론 획득면역이 활성화되려면 수지상세포의 항원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퀴모드(Imiquimod)

우선 미성숙 수지상세포를 성숙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통상 수지상세포에는 수용기(톨유사수용기)가 이쓴데, 이 수용기가 이물질의 침입을 감지하여 수지상세포를 활성화한다. 즉 수지상세포의 표면에 발현되는 톨유사수용기7(toll-like receptor 7)가 바이러스의 단일 가닥 RNA를 리간드로 하여 활성화된다.

 

이때 그 역할이 기대되는 약물로, TLR 아고니스트(agonist)로써 이미퀴모드(Imiquimod)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퀴모드가 리간드로써 TLR수용기를 활성화하여 면역기능을 촉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TLR수용기의 활성화는 1형 인터페론을 활성화하는 한편, INF알파, IL-12, TNF알파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새성을 촉진하고, 수지상세포를 성숙시키며 항원제시능도 촉진한다.


*이미퀴모드(알다라크림)는 피부도포제로 사마귀, 광선각화증, 보웬병 등에 쓰이는데, 피부암, 전이성 피부종양에 대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폐나 뇌 등 내부 종양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피도티모드(pidotimod) 

다음으로, 피도티모드(pidotimod) 라는 물질이 면역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피도티모드 역시 수지상세포의 성숙을 촉진하고, 수지상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자극하여 면역을 활성화한다.

피도티모드는 IL-12의 생성을 촉진하는데, IL-12는 특히 NK세포를 현저히 활성화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IL-12는 뿐만 아니라 T세포 증식 촉진, 세포독성 활성 유도, INF감마 생성 유도, LAK세포 유도 등의 작용으로 면역활성을 도모한다.

 

이렇게 피도티모드는 자연면역은 물론 획득면역 활성을 촉진한다.


*피도티모드(아디모드액)는 경구약물로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호흡기 감염시 세포매개성 면역능 저하에 대한 면역증가요법의 약물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셀레콕시브와 시메티딘
한편 암조직에서는 면역을 억제하는 프로스타그란딘2(PGE2)가 생성되는데, 이는 시클로옥시게나제2(Cox2)에 의해 유도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 Cox2를 억제하는 셀레콕시브의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앞에서 지적한 대로 PGE2는 MDSC를 유도하며, 이 MDSC가 또한 면역억제 작용을 한다. 따라서 MDSC를 억제하는 약물로 위염치료제인 시메티딘이 약물 재창출 차원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시메티딘은 히스타민 억제제로 비만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갖는데, 이 약물이 MDSC를 억제하여 항종양 면역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상의 약물들은 기왕의 약물에서 그 적응증 확장을 도모하는 이른바 '약물 재창출'의 맥락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암면역요법이라는 맥락에서 그 적응증 연구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가 하면, 관련 임상연구도 지속되고 있어 기대감도 크다.

현재까지의 연구 수준에서나마, 이들 약물을 암 치료의 보조약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도 한다.

이상 소개된 약물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 차단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억제하여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암 치료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퀴로드는 TLR아고니스트로써 미성숙 수지상세포를 성숙 활성화시키고,  피도티모드 또한 수지상세포를 활성화시켜 자연면역은 물론 획득면역을 촉진한다. 그리고 프로스타그란딘2(PGE2) 생성을 유도하는 Cox2를 억제하는 셀레콕시브, 또 PGE2에 유도되어 면역 억제작용을 하는 MDSC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씨메티딘 등이 재창출 약물로 관심을 끈다. 이들 약물이 암 치료 보조약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임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