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암이야기

노화, 세포의 노화, 암 그리고 당질의 제한

지운이 2020. 5. 26. 00:36

텔로미어의 구조와 작용

 

노화, 세포의 노화, 암 그리고 당질의 제한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생리 기능이 저하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노화’라고 한다. 여기서는 이를 보다 세부적으로 세포 수준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체의 조직에서 모든 세포는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그 기능이 약화되어 끊임없이 사멸하는 한편,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 이를 채워준다. 즉 조직 줄기세포가 존재하여 세포분열을 통해 세포를 보충해 주기 때문에 정상으로 유지되며 생명체로 존속해 간다.

 

그런대 나이가 들수록 조직 줄기세포도 老化하여 점차 그 성능(세포분열 능력)이 약화되고 결국은 사멸해 감에 따라 그 수가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조직의 세포량이 감소하고 기능도 저하되지 않을 수 없다. 염색체가 복제되며 분열하지 못하는 세포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세포의 이상이 늘어나고, 각종 질병을 불러오며,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생물체는 일정한 성장이 이루어진 다음에는(인간의 경우 20~30세 이상), 노화(aging)가 불가피하고 이는 곧 세포와 조직의 기능 저하로 나타난다. 어쩌면 이런 과정 자체가 인간의 유전자에 정의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인간이 이 유전자의 정의를 거부하려는 온갖 노력을 경주하곤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얼마간의 생명 연장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피할 순 없다.

 

물론 노화의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 유전적 요인이나 생활 또는 환경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노화를 정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화의 정도와 속도를 평가하고자 ‘노화 마커’를 찾아 왔다. 즉 노화에 따라 세포 내에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즉 세포의 노화 정도와 상관관계를 드러내 주는 세포 내 물질을 찾아 왔던 것이다.

 

몇가지 후보물질을 볼 수 있다.

 

형태학적인 세포 노화마커로 리포푸스친이 있다. 리포푸스친(lipofuscin)은 세포 내의 불포화 지방산의 과산화에 의해 리소좀 내에 형성되는 불용성 색소로 노화성 색소라고 한다. 노화된 간세포, 심근세포, 섬유세포 등에서 볼 수 있으며, 노화의 형태학적 지표가 된다. 피부 상에 침착하면 검버섯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산화지질을 저하시키는 비타민E등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생화학적 마커로는 세포 노화 관련 베타-갈락토시다아제(senescence-associated β-galactosidase)가 있다. β-갈락토시드를 가수분해하여 갈락토스를 생성하는 효소로 노화된 세포에서 이 효소의 활성이 높아진다고 하여, 생화학적 수준의 노화마커 역할을 한다.

 

노화의 분자마커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p16INK4a라는 단백질이 있다. P16INK4a은 세포가 노화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포 내 p16INK4a의 양은 16.7년에 2배가 된다는 보고가 있다). 즉, 세포의 p16INK4a의 발현량이 많을수록 세포가 노화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유전자 배열에서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여 세포분열과 더불어 짧아지는 특성을 갖는 텔로미어의 변화를 세포 노화의 마커로 볼 수도 있다. 통상 정상적인 세포의 경우 세포분열 횟수에 제한(약 50회)이 따르는데(헤이플릭 제한), 이것이 바로 세포분열과 함께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진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즉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조즘씩 짧아지다가 결국은 세포분열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이 곧 세포의 노화라는 것이다.

 

한편 유전자 수준에서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사츄인’ 유전자(Sir)가 있다. 산화스트레스로부터 생체를 보호하고 지방을 저지하고 혈당 상승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장수유전자’로 불린다. 운동이나 칼로리 제한 등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고 한다.

 

노화 마커, P16

 

여기서는 p16INK4a의 작용 메카니즘에 대해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p16INK4a는 세포의 분열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세포분열을 촉진할 수도 있고 억제할 수도 있다.

 

세포분열은 4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즉, DNA 복제 이전 G1(Gap1)기, DNA 복제기(S기), 세포분열 이전 G2(Gap2)기 그리고 마지막 세포분열(M)기로 나뉜다. 증식을 정지한 상태의 세포는 G0기라고 정의된다.


 

여기서 우선 유전자 복제가 이루어지는 과정(G1기->S기)에서, 암 억제 유전자인 RB단백질이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제(CDK)로 인산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RB단백질이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제로 인산화되면 전사인자 E2F와 결합할 수 없게 되고, 자유화된 E2F는 성장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여, 세포는 DNA 복제를 시작하고 세포주기가 돌아가게 된다.

 

 

 

반면 RB단백질이 E2F에 결합하면 E2F 전사활성을 저해한다. 여기에 작용하는 것이 CDK 억제인자인 p16INK4a이다. 즉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제(CDK)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제 억제인자라는 단백질에 의해 기능이 억제되는데, 그 억제인자로 기능하는 것이 바로 p16INK4a이다. 이 억제인자가 CDK에 결합하여 CDK와 사이클린의 결합을 저해하여 CDK 활성이 억제되고, 그 결과 RB단백질은 인산화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세포 분열도 억제된다.

 

세포에 손상이 축적되어 노화되면 CDK 억제인자인 p16INK4a의 발현량이 증가하고 세포분열의 주기가 돌아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화된 세포(분열 능력을 상실한 세포)일수록 p16INK4a의 발현량이 증가한다. 즉 p16INK4a가 세포 노화의 마커가 된다는 것이다.

    

 

노화 마커로서의 p16INK4a는 암 연구에서 자주 활용된다. 

 

예컨대 암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제의 투여시 세포노화가 급격히 앞당겨진다는 연구를 볼 수 있다. 항암제 치료가 일정한 치료성적을 올린다고 하여 표준치료의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인지력의 저하, 심장기능 저하, 2차 암 등)이나 후유증 문제도 크다는데서 이를 예방하려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연구이다.

 

특히나 몸과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여 수명을 단축할 가능성까지 지적되고 있다. 유방암의 보조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는 노화가 10~15년 정도 당겨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가 있다. 즉 보조 화학요법을 받은 유방암 환자에 대해 p16INK4a 및 기타 노화 관련 마커를 측정하였는데, 결론적으로 유방암에 대한 화학요법이 생체 내에서 상당한 정도로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고 조혈 조직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한편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당질을 제한하면 정상세포의 p16INK4α의 발현이 억제되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칼로리를 제한하면 다양한 동물에서 수명을 연장한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지만,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충분히 해명되어 있지 않다. 세포배양 실험에서 포도당 농도를 줄여 칼로리 제한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이루어진 세포배양 실험모델을 사용한 연구에서, 포도당 억제시 배양세포의 노화속도가 억제되고 세포의 수명이 현저하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검토한 모든 세포주에서 포도당 제한이 노화 관련 유전자로 알려진 p16INK4a의 발현량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포도당(글루코스) 제한에 의한 세포의 노화 억제 및 수명 연장과 관련하여 p16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 세부적인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정상세포에 포도당 제한을 가하면 p16INK4a의 발현이 억제되어 세포의 노화를 지연'한다는 사실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식이 관리에서 포도당 제한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암세포는 포도당 제한시 정상세포와는 반대로 응답한다고 한다.

 

암 세포는 포도당의 획득과 신진대사가 왕성하다. 따라서 포도당을 제한하면 정상세포에 비해 증식과 생존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포도당 제한에 따른 영향의 차이에 대한 분자 메커니즘은 충분히 해명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암 유전자를 도입한 세포(정상적인 태아 폐 섬유아세포 WI-38와 WI-38)를 이용하여 포도당 제한에 따른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포도당 제한시 그 증식이 억제되고 세포사멸이 유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정상세포에서는 이와 반대로 포도당 제한이 수명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세포의 경우 포도당 제한시, 텔로머라제 역전사 효소(hTERT)의 발현은 감소하고 암 억제유전자 p16INK4a의 발현은 증가했다. 반면 정상세포의 경우에는 포도당 제한시 hTERT 유전자의 발현은 증가하고 p16INK4a 유전자의 발현은 감소했다고 한다. 암세와 정상세포에서 이들 유전자 발현에 서로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차이와 관련해서는 암세포의 경우 포도당 제한에 따른 에너지 저하가 불러온 스트레스와 연관지운 연구를 볼 수 있다. 즉 에너지 부족으로 스트레스가 유발되고 또 그 스트레스로 인해 유전자 발현에 변화(에피제네시스현상, epigenesis)가 수반되는데, 이것이 정상세포와 (前)암세포에 다르게 제어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식이에 의한 유전자의 에피제네시스에 의한 제어가 암 치료와 노화 방지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진핵생물의 염색체는 그 끝단에 텔로미어라는 배열이 있고,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줄어든다. 이 텔로미어가 어느 정도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 할 수 없다. 즉 세포분열 능력을 상실(=노화)한다는 것이다. 이 짧아진 텔로미어를 다시 늘려주는 효소가 '텔로머라제'인데 이 단백질을 코드하는 유전자가 hTERT(텔로머라제 역전사 효소) 유전자이다. hTERT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면 세포분열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일반 정상세포에서는 텔로머라제는 거의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세포 분열의 횟수에 한계가 있다. 반면, 많은 암세포에서는 텔로머라제 발현이 항진되고, 그 결과 무한 증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갖는 함의는 보통의 정상세포는 텔로머라제의 활성을 통해 그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며(안티에이징 역역에서), 반면 암세포하면 텔로머라제 효소의 작용으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지되어 수명을 다하지 않고 게속 증식하므로 정상세포와 달리 이 텔로머라제 효소 발현을 저해하는 방향의 접근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사실이다(암 치유 영역에서). 그렇다고 이에 대한 정반대의 선택적 접근을 모도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지만, 텔로머라제 활성을 통해 노화로 인해 약화된 면역세포의 텔로미어를 늘려주면 암을 예방하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지적을 볼 수 있다(앤드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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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함의는 역시 '당질의 제한'일 것이다. 암 세포에서는 포도당을 제한하면 hTERT(텔로머라제 역전사 효소)의 발현이 감소하고 암 억제유전자인 p16INK4a의 발현이 증가한다(=세포가 노화의 방향으로 향하는 변화). 정상세포에서는 반대로 hTERT 유전자의 발현은 증가하고 p16INK4a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세포 노화가 억제되는 변화)한다는 것이다.

 

배양세포 실험에서 검토된 것이지만, 당질 제한은 암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고 정상세포의 노화를 억제할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정상세포의 배양액에 포도당의 양을 증가하면 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암세포의 경우 포도당 획득 및 이용이 항진되기 때문에 포도당의 양을 증가 시키면 암세포의 증식이 촉진된다.

 

즉, 정상세포와 암세포는 포도당 농도에 대한 대응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체에서도 높은 혈당은 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정상세포의 노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당질 제한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정상세포의 노화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암의 치료 및 재발 예방을 위해 또 암 생존자의 장기적인 부작용(노화 촉진과 2차 암 등)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포도당(당질) 제한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다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면 칼로리 제한이 노화 억제에, 나아가 암 세포 발현을 억제하는데 유의미성을 갖는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미 다른 글(노화와 암을 이해하는 하나의 시각 2)에서 지적한대로 칼로리 제한은 인슐린 / IGF-1 신호전달계에서 활성화된 PI3K / Ak / mTORC1 억제, AMPK 활성화, FOXO의 활성화 등을 매개로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고, 더불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작용이 있다.

 

이와 더불어 칼로리 제한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텔로머라제 효소의 증가와 p16INK4a 유전자의 발현의 감소를 통해 정상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며, 암세포의 경우에는 이 기전이 정반대로 작용하여 암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 메카니즘을 대상으로 한 접근은 부작용 없는 이상적인 암 예방 및 치료, 노화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칼로리 제한, 당질 제한의 중요성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芝雲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