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약성가 (藥性歌)

지운이 2020. 5. 5. 01:07

약성가(藥性歌)


藥性歌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35張); 26.3 x 18.0 cm


일제 강점기에 「약성가(藥性歌)」, 「약성부(藥性賦)」, 「주병제약(主病諸藥)」, 「찰병가(察病歌)」, 「강색귀호법(罡塞鬼 戶法)」 등 한의학 관련 내용을 필사한 서적이다.


본서는 저자를 알 수 없는 일제 강점기의 필사본 의서이다.
본서는 ‘약성가(藥性歌)’라는 표제지를 가지고 있으나 「약성가」는 책의 첫머리에 필사된 것이다. 「약성가」는 표제 지 이외에 내지에 따로 제목이 달려 있지 않으며, 내용 시작 이전에 ‘포태방(胞胎方)’, ‘지혈묘방(止血妙方)’ 등의 처방이 필사되어 있다. 본격적인 본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크게 다섯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약성가(藥性歌)」, 「약성부(藥性賦)」, 「주병제약(主病諸藥)」, 「찰병가(察病歌)」, 「강색귀호법(罡塞鬼戶法)」. 본서에 보이는 「약성가」는 본초의 성미(性味), 효능(效能), 주치(主治) 등을 암기하기 쉽게 노래로 만든 것으로, <만병회춘(萬病回春)>으로 유명한 공정현(龔廷賢)에 의해 이루어졌다. 본서의 「약성가」도 총 240 수로 <만병회춘>의 그것과 수치상 동일하지만, 본초 배열 순서를 과감하게 바꾸어놓았다. 본초의 수 이외에 본초 관련 주석을 보면 <만병회춘>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되어 기본적인 내용은 <만병회춘>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병회춘>의 「약성가」의 본초 배열은 유명한 본초를 앞에 배열하는 것일 거라는 통설이 지배적이지만, 본초 배열의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진 바 없다. 본서에서는 본초의 배열을 성미(性味) 별로 나누었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본초 배열은 지금까지 학회에 보고된 사례가 전혀 없다. 즉, ‘감(甘)’, ‘고(苦)’, ‘신(辛)’, ‘고신(苦辛)’, ‘온(溫)’, ‘감온(甘溫)’ 등 그 본초가 가지고 있는 성미에 따라서 묶어 놓아 성미별로 약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임상에서 비슷한 약재를 급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약성부」는 ‘사성약성부(四性藥性賦)’라고도 하며, 뇌공 (雷公), 이동원(李東垣) 등의 이름에 가탁하여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나 원저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현재까지의 연구성과에 의하면 명대(明代)의 세의(世醫) 엄췌(嚴萃, 생몰년 미상)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약성부」는 별칭인 ‘사성약성부’에 맞게 한(寒), 열 (熱), 온(溫), 평(平) 등 본초의 4가지 성(性)에 따라 본초를 분류하고 그 효능 등을 부(賦)에 실어놓았다.


「주병제약」은 <만병회춘>에 ‘제병주약(諸病主藥)’이라는 제목으로 보인다. 주된 골자는 약성가와는 달리 병증을 앞에 두고 그 병증에 쓰일 약재를 뒤쪽에 두어, 인식된 병증에 알맞은 약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약성가」나 「약성부」가 본초 위주로 배열이 됨에 따라 임상 시에 특정 병증에 대한 처방을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것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적시된 병증은 중풍이나 담(痰), 구안와사 등 긴급을 요하는 것에서부터 어지럼증, 치통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쉬이 발생하는 온갖 질환들이 포괄되게끔 해놓고 있다.


「찰병가」는 온갖 병증에 대해 그 근본적 원인을 한의학 이론에 근거하여 해명해 놓은 것으로, 암기에 간편하도록 노래로 실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여 설명된 병증은 온갖 병증에 걸쳐져 있어 한의학 이론에 대한 이해와 병증에 대한 쉬운 파악이 되도록 구성하였다.


「강색귀호법」 이후부터는 일정치 않은 의료정보를 모아놓았다. ‘강색귀호법(罡塞鬼戶法)’은 침을 놓을 때 침을 놓는 시간과 관련된 정보이다. 이후는 회춘환(回春丸), 화신고(火神膏), 오웅계법(烏雄鷄法) 등 각종 처방에 대한 것과 태산주(泰山呪), 태을경(太乙經) 등 각종 의료정보가 일정치 않게 필사되어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단주장천 상지택(丹主長川 上枝宅)’이라는 7자가 보여, 본서의 필사가 일제강점기에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함을 일러준다. 다만, ‘단주장천(丹主長川) 상지(上枝)’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 그의 집 소재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여, 다른 구체적 정황의 포착은 사실상 차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서는 ‘약성가’라는 표제명을 가지고 있으나 약성가 이외에 다른 정보들을 싣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자료가 묶인 것은 필사자가 필요 정보만을 모아 필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적에는 다른 곳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이점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약성가」 부분의 본초 배열이 여타 서적에서는 찾을 수 없는 방법을 채택했다는 데에 있다. 각 본초들을 성미별로 배열하여 성미에 맞게 본초를 쉽게 검색하여 활용하게 하였다는 것은, 성미에 따라 약재를 골라서 쓰되 필요한 경우에는 대용되는 약재를 활용하려 한 의도로 파악된다. 이는 임상에서의 활용을 극대화한 의도로 파악되며, 약성 가가 어떻게 변모하는지 그 극한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약성가」, 「약성부」, 「주병제약」, 「찰병가」 등 한의학의 주요 사항을 쉽게 암기할 수 있게 하는 각종 노래들을 한 책에 실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병제약」과 「찰병가」 등은 「약성가」와 「약성부」가 본초 중심의 배열을 하여 임상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주고 있어, 매우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