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편주의학입문집 (編註醫學入門集)

지운이 2020. 5. 5. 13:07

편주의학입문집 (編註醫學入門集)


編註醫學入門集. 1-19 / 李梴(明) 著 木板本
서울 : 內醫院, 純祖 18(1818)
19冊 : 四周雙邊 半郭 22.8 x 17.7cm, 有界, 10行19字 註雙行, 上下向2葉花紋魚尾; 32.3 x 22.0cm
跋 :上之二十年庚辰(1820)....金履喬 刊記 : 內局重校戊寅(1818)改刊


이 자료는 중국에서 1580년 경 저술된 이천(李梴, 16세기)의 �의학입문(醫學入門)�을 조선에서 1818년에 목판으로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이천은 명대에 활동했던 의학자로 자(字)는 건재(健齋 혹은 楗齋)이며 강서(江西) 남풍현(南豊縣) 사람이다. 그는 1500 년대에 강서성 및 복건성 등에서 활동한 유의(儒醫)라는 사 실 이외에 정확한 생몰연대와 행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남풍현지(南豊縣誌)�와 �의학입문�의 서문격인 인(引) 등 을 통해 대략적인 행적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남풍현지�에는 “이천은 자가 건재이며 읍상에서 태어났는데 재주가 뛰어났다. 융경(隆慶, 1567-1572)과 만력(萬曆, 1572-1615)의 번성하던 때에 병이 난 것을 계기로 의학 속으로 은거하였으며 �의학입문� 8권을 저술하였다.[李梴字健齋, 邑庠生, 負奇才, 當隆萬盛時以病隱于醫, 輯醫學入門八卷]”라고 기록되어 있다.

 

�의학입문�인(引)에는 “내 자신이 병이 많아 백약을 두루 복용하였으나 결국 낫지 못하였고, 반드시 맛을 보았던 탕약이라도 그 약이 그렇게 쓰여야 하는 까닭을 통달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문득 문을 닫 고 4년을 지내면서 고금(古今)의 방론들을 살펴보고 중요한 것을 가려내고 적당한 말을 추려내며 숨은 뜻 을 드러내어 주제별로 엮은 다음 각각 주(註)를 달았다. 사람들이 읽으면서 미음 속으로 깨닫도록 하고, 증상에 따라 손을 써서 팔을 부러뜨리는 고통을 당해보지 않고도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힌 상태에서 이로 써 고질병을 통찰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身病多矣, 遍百藥而不竟痊, 必所嘗湯液而猶未達其所以. 倏爾閉戶 四棋, 寓目古今方論,掄其要, 括其詞,發其隱而類編之, 分註之,令人可讀而悟於心,臨證應手而不苦於折肱, 沈潛之下. 因以洞察纖疴]”라고 실려 있다.


위의 기록처럼 이천은 어려서부터 유학(儒學)을 공부하였고, 젊어서 병을 얻어 의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여러 의서들을 모아 읽고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일대에 명성을 떨쳤다. 말년에 의학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의서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10년 만에 마침내 �의학입문�을 펴냈다. 책 곳곳에서 의학을 유학의 이론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은 그의 사상적 기반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의학입문�은 모두 7권 19책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권1 앞에 권수(卷首)가 있고 권2는 두 번 반복되게 편집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모두 9권이 된다. 각 권은 다시 상중하(上中下, 혹은 上下)로 나누어져 있어 모두 19책에 이른다. 책은 가부(歌賦)와 주석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려 서술되었다. 본문의 주요 내용은 독송하기 편리하도록 모두 가부로 만들어져 있는데 �의경소학(醫經小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이다. 한편, 자세한 설명들은 해당 부 위에 소자(小字)로 주석해 놓았는데 주석들은 대부분 여러 의학자들의 학설이나 자신의 의견들을 담고 있다.


이천은 자신의 책을 내집(內集)과 외집(外集)으로 구분하였다. 내집은 권수에서 권2까지로 책의 목차와 구성 및 의학의 기초이론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학의 총론에 해당하는 기초이론 부분은 다시 수양(修養)이나 의학역사 같이 임상과 거리가 먼 전반부 내용과 운기(運氣), 경락(經絡), 장부(臟腑), 진단(診斷), 침구(鍼灸), 본초(本草) 등 임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후반부 내용으로 구분된다. 외집은 권3에서 권7까지의 부분으로 외감(外感), 내상(內傷), 잡병(雜病), 부인(婦人), 소아(小兒), 외과(外科), 괴질(怪疾), 구급(救 急)의 내용과 이에 해당하는 처방들로 이루어져 있어 질병 치료의 기술적인 부분을 서술해 놓았다.


이를 권차별로 나누어 보면, 권수에는 범례와 색인, 중국의 자연관, 역대의 명의들, 의학 역사, 글자 풀이, 처방 해설 등 의학의 주변적인 글들이 주로 실려 있다. 이어 양생, 도인, 운기 등의 내용을 뒷받침하여 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지식들이 기록되어 있다. 권1은 경락, 장부, 사진(四診), 침구(鍼灸)의 내용이 실려 있다. 이천은 권1의 침구 내용이 권2 본초 뒤에 놓여야 옳지만 책의 편질을 맞추기 위하여 부득이 본초 앞에 둔다고 하였다. 권2는 모두 본초(本草)에 따른 약성과 채취법 및 주치증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분량이 많았던 탓인지 권2외에 ‘권우이(卷又二)’라고 하여 실질적으로는 2권 4책으로 구성하였다. 이천은 여기에 모두 930종의 본초를 수록하였는데 사용 부위로 세분하면 천여종에 이른다고 하였으나 목차에 따 르면 781종의 약재가 수록되어 있다.


외집이 시작되는 권3에는 외감(外感)과 내상(內傷)의 의론과 처방이 실려 있다. 외감은 다시 온서(溫暑)와 상한(傷寒)으로 구분하였다. 온서, 상한, 내상은 각각 유하간(劉河間, 1110-1200), 장중경(張仲景, 漢代), 이동원(李東垣, 1180-1251)으로 대표되는 의학자들의 주장을 염두에 두고 편제된 것이다. 이는 ‘하간유선생온서찬요(河間劉先生溫暑纂要)’, ‘중경장선생상한찬요(仲景張先生傷寒纂要)’, ‘동원이선생내상찬요(東垣李先生內傷纂要)’와 같이 본문 첫머리에 기술된 글에서 확인된다.


권4 잡병(雜病) 역시 주단계(朱丹溪, 1281-1358)라는 걸출한 의학자의 견해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이 또한 ‘단계주선생잡병찬요(丹溪朱先生雜病纂要)’라는 표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이천은 명초까지 이루어진 의학지식의 근간을 장중경, 유하간, 이동원, 주단계라는 주요 학자들의 의학사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들의 이론을 임상에 반영하기 위한 방편으로 ‘온서-상한-내상-잡병’이라는 틀로 질병 전체를 분류한 것이다.


권5에서는 부인(婦人) 소아(小兒)의 질병이 설명되어 있고 권6에서는 잡병 전체의 처방과 부인 소아에서 언급된 처방들이 기록되어 있다. 끝으로 권7에서는 보충이 필요한 내용과 구급을 요하거나 괴질에 해당하는 질병들이 수록되어 있다. 권 말미에 있는 ‘습의규격(習醫規格)’은 의학을 배우는 사람의 공부 방법 과 윤리적 자세, 수양의 요점 등을 정리해 놓은 글로써 이천의 의학관을 잘 보여준다.


�의학입문�은 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학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하지만 그 내용은 총론에서 각론까지, 쉬운 부분에서 심오한 내용까지 포괄하고 있다. 때문에 간행 이후에 중국뿐 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애독되었다. 특히 조선에서는 문장의 유려함과 저자의 유학적 식견 덕분에 많은 유의들의 필독서였으며 1610년 이후에는 의학이론은 �의학입문�을 중심으 로 학습하고 실제임상은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시행하는 풍토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의학입문�은 처음 출간된 이후에 중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서 수 십 차례 간행되었으며 현존하는 판본 만도 약 20여 종에 이른다. 한국에서 간행된 것을 보면 대략 5-6차례가 확인된다. ①조선 초간본으로 보이는 훈련도감활자 초간본(訓鍊都監活字 初刊本), ②17세기 전반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초기정판본(初 期整版本), ③�고사촬요(攷事撮要)�에 전주(全州)에서 간행되었다고 기록된 보각중간본(補刻重刊本), ④순조(純祖) 18년(1818) 간행된 판본으로 현재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무인내국중교개간본(戊寅內局重校改刊 本), ⑤융희(隆熙) 3년(1909)에 간행된 활자간본(活字刊本) 등이 그것이다.


본 자료는 무인내국중교개간본에 해당한다. 무인내국중교개간본은 1965년 타이페이에서 치아오리엔동팡 두수공스(僑聯東方圖書公司)에 의해 영인 출간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1980년 한성사(翰成社)와 대성문화사(大星文化社)에서, 1989년 고려의학(高麗醫學)에서 각각 영인 출간되었다. (권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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