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침구신묘방 (鍼灸神妙方)

지운이 2020. 5. 5. 14:24

침구신묘방 (鍼灸神妙方)

[鍼灸神妙方] / [著者未詳]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84張); 21.0 x 19.5 cm


<침구신묘방(鍼灸神妙方)>은 저자를 알 수 없는 필사본 의서(醫書)이다.


본서의 저자는 약재와 침구법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상고할 수 없는 상태이다.


본서는 ‘침구신묘방(鍼灸神妙方)’으로 표제 되어 있으며, 모두 204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와는 이질적으로 본문의 내용은 대부분 용약(用藥)과 관련된 것들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총론에 해당하는 내용들로써 약재와 처방에 대한 일반론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인체 부위와 병증을 기준으로 치료 처방을 설명한 부분이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침구 치료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우선 첫 번째 부분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범병허실한열온냉음양증변법(凡病虛實寒熱溫冷陰陽症辨法)에서는 증상에 따라 병의 위치, 병증의 원인을 밝히고 이에 합당한 처방을 제시하였고, 화제군신좌사법(華題君臣佐使法)에서는 질병과 병의 양상에 따라 약재의 군신좌사를 어떻게 달리해야 하는가를 설명하였다. 이어 심(心), 소장(小腸)을 시작으로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증상과 치료 약재를 정리해 놓았다. 오장육부 각각의 약재들은 보(補), 사(瀉), 냉(冷), 온(溫)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인체 부위와 병증에 따른 치료 처방을 제시하였다. 양적으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중간중간 착간되어 전체적인 구성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두(頭), 면(面), 안 (眼), 이(耳), 비(鼻) 등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편제를 변형시켜 응용하여 구성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각 병증에는 3-5 정도의 처방이 제시되어 있다. 각각의 처방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것들로써 두(頭)의 경우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 천궁다조산(川芎茶調散), 청상견통탕(淸上蠲痛湯)이 실려 있다.


세 번째 부분은 표제와 관련된 침구학 내용으로써, 155면에 이르러 비로소 ‘침구신묘방(鍼灸神妙方) 황구흑□월적구일(黃狗黑□月赤狗日)’이라는 기록과 함께 시작된다. 이 기록은 필사 시기가 임술년(壬戌年) □월 병술일(丙戌日)임을 알려준다. 이 부분은 대부분 명대(明代) 고무(高武)가 저술한 <침구취영(鍼灸聚 英)>(1529)의 내용과 유사하다. 육십육혈음양이경양자오유주가(六十六穴陰陽二經養子午流注歌)는 <침구취영>의 육십육혈음양이경상합상생양자유주가(六十六穴陰陽二經相合相生養子流注歌)를 인용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갑기합담(甲己合膽) 을경합간(乙庚合肝) 병신합소장(丙申合小腸) 정임합심(丁壬合心) 무계합위(戊癸合胃) 갑기합비(甲己合脾) 을경합대장(乙庚合大腸) 병신합폐(丙申合肺) 정임합방광(丁壬合膀胱) 무계합신(戊癸合腎) 등 십간(十干)의 상응과 오장육부와의 배합을 통해 오수혈의 혈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 각불과슬수불과주가(脚不過膝手不過肘歌) 역시 <침구취영>의 동일 제목의 논설을 인용한 것으로 팔꿈치와 무릎 아래 경혈에 대해 논하였다. 계속해서 변팔괘법(變八卦法)에는 상수(象數)를 통해 치료혈을 선택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팔법팔혈가(八法八穴歌)도 <침구취영>에서 동일 제목의 침구가부(鍼灸歌賦)를 필사한 것으로 증상에 따라 팔맥교회혈(八脈交會穴)을 가감하여 운용방법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별혈(別穴)은 <동의보감> 「침구편(鍼灸篇)」에 실려 있는 14경맥 이외의 주요 경혈들을 채록한 것이다. 제약구법(諸藥灸法)은 약재를 격물(隔物)로 사용하여 뜸을 뜨는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 풍문(風門)은 중풍에 대한 침구치법을, 십이경납천간가(十二經納天干歌)는 운기침법에 사용되는 납갑법을 서술하였다. 침광질간질법 (鍼狂疾癎疾法), 침제풍칠혈(鍼諸風七穴), 치제사질십삼혈(治諸邪疾十三穴)에서는 각각 해당 질환의 치법을 간단하게 제시하였다.


본서는 구성이 다소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곳곳에 착간된 내용이 있어 의학적인 의미를 분석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또 표제에 해당하는 침구학 내용은 분량에 있어서 적은 편이며 구성에 있어서도 책 후반부에 위치하고 있어 ‘침구신묘방’이라는 표제는 소장자에 의해 임의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처방에 대한 첫 번째와 두 번째 내용들은 의학이론 보다는 치료 처방과 경험 처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전형적인 경험방서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 침구 치법을 설명한 세 번째 부분은 오수혈이나 팔맥교회혈처럼 팔다리에 있는 경혈들에 주목하고 있어 조선 침구학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으며, 운기침법과 관련된 내용들은 조선 후기의 침구 의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의학적 관심이 투영되어 있다. (오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