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광제비급 (廣濟秘笈)

지운이 2020. 5. 7. 19:34

광제비급(廣濟秘笈)

廣濟秘笈 / 李景華(朝鮮) 著 木板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4卷4冊 : 四周單邊 半郭 22.7 x 15.6 cm, 有界, 11行22字 註雙行, 內向2葉花紋魚尾 ; 30.6 x 21.0 cm
序 : 聖上十四年庚戌(1790)中夏下澣德水李秉模 跋 : 聖上十四年歲庚戌(1790)季夏進士.李景華


정조 13년(1789) 이병모(李秉模)가 함경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안개가 자욱한 산악 지방으로 풍토병이 심한 데도 약을 쓸 줄 모르고 침술도 알지 못하여 무당의 힘에만 의지한 나머지 일찍 죽는 자가 많음을 한탄하여 이경화(李景華)에게 구제하는 처방을 편집토록 해서 정조 14년(1790년)에 완성된 우리나라 구급에 관한 의서(醫書)이다. 모두 4권 4책 목판본으로 중간한 후쇄본이다.


표지에 권책 수 단위를 서명 하단에 춘(春)·하(夏)·추 (秋)·동(冬)으로 표기하였으며, 권두에는 ‘聖上十四年庚戌(1790) ...李秉模’라는 서문이 있다.

 

서문 다음에는 목록 권1부터 권3까지의 기록이 있으며, 목록 권3 다음에는 인용제서(引用諸書)와 범례가 기록되어 있다. 발문은 권4 말미에 ‘聖上十四年庚戌(1790)...李景華’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판의 형태는 갈라진 틈이 있어 자체도 떨어진 흔적이 보인다. 서문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예로부터 어진 임금이 되려면 그 시대에 상응할 만한 명의가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고대 주나라가 융성할 때 진화(秦和)가 <육기지론(六氣之論)>, 서한(西漢)이 융성할 때 순우의(淳于意)가 <방맥(方脈)>을 저술하였고, 우리 조선 개국 초에 정경선(鄭敬先)이 <향약방(鄕藥方)>을 찬집하여 온 고을 백성들의 수명을 무궁하게 하였다. 의학은 비록 처방의 기교이나 나라를 다스리는데 관계가 크다. 을유년(1789)에 내가 관북 지방 관찰사로 나아갔는데 그 지역은 우측에는 바다요 좌측에는 안개가 자욱한 산악 이어서 풍토병으로 대부분의 백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 무속을 빌고 약을 믿지 않고 매사 기도로만 일삼으니 사망에서 구하지 못함이 매우 슬프다.


옛날 주익공(周益公)이 <음즐방(陰騭方)>을, 홍용재(洪容齋)가 <이견지(夷堅志)>를 찬하였다. 나는 비록 의약에 어두우나 만약 좋은 의서를 저술한 한의사를 만나 집집마다 전한다면 널리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여 한탄하던 중 마침 윤포암(尹圃巖)이 이경화(李景華)에게 준 시[詩曰 後 神方向誰問, 成都隱士隱於醫]를 보고 나는 이경화를 소개받았는데 창안백발에 양 눈동자는 빛이 났다. 의사라고 자처하지도 않았으며, 회피하지도 않았다. 경사백가(經史百家)의 저술을 연구하지 않는 것이 없고 특히 산하(山河)·관방(關防)·도리(道里)·험리(險夷)·충신열부(忠臣烈婦)의 강상대절(綱常大節)을 저술하는데 뜻을 세워 그 의지를 보였다. 대체로 그는 재주를 펼친 바 없이 의술에 의탁하여 은둔한 자이다.

 

윤포암(尹圃巖)의 시가 과연 헛된 것이 아님을 알고 나의 뜻을 고하니 좋다고 하여 의서 편찬을 행하도록 하였다. 밤 늦도록 베껴 쓰고 낮에는 증험하여 3개월 만에 의서를 완성하였는데 모두 4편으로 상편은 「구급방」을, 중편은 「잡병」, 하편은 「부인」, 「소아」의 단방치료법으로 갖추지 않는 것이 없다. 진정으로 만민을 구하는 보전이요, 백성을 장수하게 하는 비급이다. 나는 곧 봉급을 투자하여 공인에게 간행하도록 하여 널리 배포하니 한 길을 걸은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주익공, 홍용재 두 사람이 남긴 처방에서 보충하기도 하였다. 이제 성상의 밝은 치정이 만물을 빛나게 하고 한 사람도 은택을 입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하나의 기예까지 모두 기록되지 않는 것이 없다. 옹께서 비록 노인이지만 나는 반드시 그가 은둔하여 종신할 수만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이 책이 어찌 관북의 백성만이 수를 누릴 수 있겠는가. 장차 온 고을의 백성들도 함께 참고하여 장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을 일러 나라를 다스리는데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여 그의 편찬 동기와 내용 구성 방법 등을 밝히고 있다.

저자 이경화(1629-1706)는 조선 시대 명의이며, 송시열의 문인으로 자는 여하(如夏), 호는 풍계(楓溪), 본관은 진위(振威), 평안남도 성천(成川)에서 살았다. 현종 1년(1660) 진사에 합격, 경사백가에 밝았으며, 특히 의학에 관심을 두고 은둔 생활을 하면서 의술을 펼치다 이병모의 부탁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본 해제본의 내용은 권1에 「제중(諸中)」, 「제궐(諸厥)」, 「오절(五絶)」, 「칠규(七窺)」, 「오발(五發)」, 「옹저(癰疽)」, 「인후(咽喉)」 등 구급에 관한 처방 등을 수록하고 있으며, 권2에는 「잡병(雜病)」, 권3은 「부인문(婦人門)」, 「소아문(小兒門)」, 권4는 「향약치험(鄕藥治驗)」이라 하여 인삼(人蔘), 당귀(當歸), 황백(黃 栢). 대두(大豆), 소두(小豆), 마치현(馬齒莧), 향부자(香附子), 대황(大黃), 사과(絲瓜), 동과(冬瓜), 위령선(威靈仙) 등 49종의 약명을 밝혀 놓았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약재마다 우리말 이름을 붙이고 질병에 따른 사용처와 그 효력을 부가하였다.


인용한 의서는 모두 81종으로 이 중 우리나라 의서는 <동의보감(東醫寶鑑)>, <동인경험방(東人經驗方)>, <향약집상방(鄕藥集成方)>, <구급방(救急方)>, <동의문견방(東醫聞見方)>, <이석간방(李碩幹方)>, <의림촬요(醫林撮要)>등이 실려 있다. 본 해제본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함경도 백성들을 위한 의서이므로 어려운 학설은 피하고 단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처방과 실용적인 민간 처방들이 대부분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외에도 규장각, 한독의약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김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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