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야기

에너지자립마을, 문제점과 개선방안[펌]

지운이 2022. 6. 17. 15:52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 정종선


1. 들어가며
에너지자립마을이란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의 특성에 알맞고 이용이 가능한 로컬에너지로 개발하고 이용하는 마을이다. 에너지 절약 및 이용효율 극대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 등을 통해서 마을 단위에서 에너지의 생산 및 공급을 자립할 뿐만 아니라 잉여 에너지를 판매하여 수익을 얻게 된다.1)

 

국내 에너지자립마을은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로 나뉘며, 정부 주도의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으로는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과 그린빌리지 사업2) 등이 있다. 이하에서는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김종일(2009),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과 지역 활성화 전략」, ?리전인포? 제157호, 전남발전연구원.
2) 그린빌리지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지열·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의 일부를 국비 지원하는 사업이다.

 

2. 정부 주도의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


(1) 개괄ㆍ


정부는 2009년 7월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을 수립하여 농촌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유형별 저탄소 녹색마을을 조성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2020년까지 600개의 마을 조성을 목표로, 2010~2012년간 환경부, 행안부(현 안행부), 농식품부, 산림청 등 각 부처별로 10개 마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도시형(환경부), 농촌형(농식품부), 도·농 복합형(행안부), 산촌형(산림청) 등으로 마을 유형을 구분하여 유형별로 각 부처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2013년 현재 전국 7개 지역에서 저탄소 녹색마을이 조성 중에 있다.
([표 1] 참조)

 

표 1] 정부의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 현황

주관부처 대상마을 선정연도 사업내용 사업비 추진현황
환경부
광주 광산구 망월마을 2011년 축분바이오매스 
에너지화시설 설치 등 50억 원 ’12.10월 공사 착공’13.9월 준공 예정
강원 홍천군 소매곡리 2013년 축분바이오매스 
에너지화시설 설치 등 52억 원 ’13.3월 계약 체결
안행부
충남 공주시 금대리 2011년 지열 등을 활용한 
시설원예 작물 재배 46억 원 ’12.6월 공사 착공 ’13.6월 준공 예정
경기 포천시 
영평·영송마을 2011년 가축분뇨를 활용한 축분연료 및 비료 생산 66억 원  ’12.5월 공사 착공 ’13.5월 준공 예정
농식품부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 2010년 주택에너지효율화 등 마을정비, 녹색마을센터 설치 등 55억 원 ’12.6월 공사 착공
산림청
경북 봉화군 서벽리 2010년 목재펠릿보일러 보급 등 56억 원 ’12.11월 공사 준공
강원 화천군 
느릅마을 2011년 목재펠릿보일러 보급, 산림바이오매스센터 건축 등 56억 원 ’12.9월 공사 착공
* 자료 : 관련 부처 제출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2) 성과
경북 봉화군 서벽리 마을을 제외하고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서벽리 마을은 2011년 8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2년 11월 조성을 끝마쳤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난방방식을 청정에너지인 펠릿3)보일러 난방 방식으로 대체하였다.


3) 펠릿(pellet)은 나무 부자재와 톱밥 등을 잘게 분쇄한 뒤 고온·고압에 건조해 만든 연료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고 에너지비용 또한 절할 수 있어 화석연료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에너지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2개월 동안 서벽리 마을 시범운영에 대해 평가한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동 기간 동안 마을 110가구에서 사용한 펠릿량은 130t으로 등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난방비가 5,316만 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고,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량은 166tCO₂로 이를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33만 원의 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펠릿을 사용한 가구는 약 50만 원 정도 이익이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3) 문제점
당초 정부는 2010~2012년간 10개 마을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동 기간 6개 마을 선정에 그쳤다. 그 마저도 경북 봉화군 서벽리 마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업 추진이 부진한 실정이다.
당초 시범사업 마을로 충남 공주시 월암마을과 광주 남구 승촌마을이 선정되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충남 공주시 금대리와 광주 광산구 망월마을로 대상지가 각각 변경되었다. 전체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마을 개발위원 등 일부의 찬성만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이 해당 마을이 사업을 포기하게 된 주요 원인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시설 중의 하나인 바이오가스플랜트가 운송과정에서의 악취 등으로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것도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이다. 
농식품부 주관의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의 경우에는 바이오가스플랜트 도입계획이 아예 무산되었다. 핵심 사업인 바이오가스플랜트를 포기하면서 기존의 농촌개발사업과 차별성이 없게 되었고, 녹색마을센터와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관광 상품화로 사업내용이 변질되고 말았다.
2011년 환경부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경남 거창군 양기·음기 마을도 도비 부족에 따라 사업을 자체 포기하였다.
결국 2013년에는 환경부만이 강원 홍천군 소매곡리 1개 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고, 2020년까지의 목표 마을 개수도 600개에서 40개로 대폭 축소되었다.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에만 몰두해 단기간에 예산을 투입하여 마을에 신재생에너지시설을 설치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지, 실제 가장 중요한 주민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다.4) 또한, 운영주체인 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미흡한 실정이고,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로 에너지 생산시설의 효율 및 유지·관리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부재하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5)


3. 민간 주도의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례
국내 민간 주도의 에너지자립마을로는 전북 부안군 등용마을과 화정마을,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경남 산청군 갈전마을, 경남 통영시 연대도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4) 이유진(2010), 「석유시대를 대비하는 농촌형 에너지 자립마을」 , ?국토? 제350호, 국토연구원.
5) 이인희(2011),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 정책과 대응방안」, ?충남리포트? 제60호, 충남발전연구원.

 

대표적으로 등용마을의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6)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에 있는 등용마을은 27가구 약 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농촌마을이다. 2003년 부안 핵 폐기장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200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이 참여하고 출자하는 시민 햇빛발전소(부안마중물)를 설치하였고, 이후 2008년에는 마중물 1호기, 2호기, 2009년에는 부안나눔발전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2006년 4개 건물에 지열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였고, 2007년 바이오디젤 유채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2009년부터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집수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가정용 전력의 60%를 태양광발전으로 자립하는 성과를 이루었으며, 2015년까지 마을 총 에너지의 50% 자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6) 김연중·권대흠·한혜성(2011), ?농촌지역의 청정에너지 생산·이용 시스템 구축 방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현민(2012), 「전북 부안 등용마을의 사례」,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국제심포
지움.

 

4. 해외의 에너지자립마을 사례


해외 각국은 에너지·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주거단지뿐만 아니라 에너지자립마을, 탄소제로도시 등의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독일 윤데, 오스트리아 무레크 등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에너지자립마을이다.7)


(1) 독일 윤데 마을8)
독일 윤데 마을은 200가구 750여 명의 전형적인 농촌마을로서, 독일의 첫 번째 바이오에너지 마을이다. 이 작은 농촌마을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부가적인 전력 판매를 통해서 마을의 수익을 높였기 때문이다.
윤데 마을은 마을 농사에서 발생한 밀·옥수수·해바라기 등의 건초, 가축 분뇨 등을 발효하여 만든 메탄가스(CH₄)를 연료로 2005년에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였다. 연간 전력생산량은 5,000MWh로, 마을에서 연간 소비하는 약 2,000MWh의 전력을 제외한 남은 전력은 외부에 매각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온수(연간 생산량 5,500MWh, 연간 소비량 3,500MWh)는 6km에 달하는 배관망을 통해 각 가정과 목재건조시설 등에 열을 공급하여 난방에너지를 절감한다.
이처럼 윤데 마을에서는 필요한 전기와 난방연료를 석유나 석탄처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가 아닌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100% 자급자족하고 있다.사업비는 총 550만 유로(약 75억 원)가 소요되었는데, 주민의 70%가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1인당 1,500유로씩 총 120만 유로를 출자하였으며, 정부보조로 150만 유로, 은행융자로 280만 유로 등을 충당하였다.

 

7) 김종일(2009), 앞의 책.
8) 김종일(2009), 앞의 책.


(2) 오스트리아 무레크 마을9)
무레크 마을은 오스트리아 동남단 국경에 위치한 주민 수 1,600여 명 규모의 교육 및 레저도시이다.
1987년 트렉터에 사용되는 중동산 오일을 대체하는 바이오디젤 사업을 시작하였다. 
1989년 농부들이 주축으로 바이오디젤회사를 설립하였으며, 바이오디젤회사는 인근 그라츠시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를 정제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여 마을에 공급하고 남은 것은 재판매하고 있다.
1998년 목재와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회사를 설립하여 현재 마을 주민의 난방열 수요의 95%를 충족하고 있다. 또한, 2004년에는 지역 원자재를 이용한 바이오가스회사를 설립하여 연간 8,40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후 2010년에는 연간 총 출력 2,100MWh의 태양광 발전소까지 설립하였다.


9) 칼 포터(2012), 「오스트리아 무레크의 사례」,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국제심포지움.

무레크의 에너지 단지에는 현재까지 총 3,200만 유로(약 470억 원)가 투자되었으며, 인근 마을을 포함하여 에너지 자립률 190%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5.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의 개선방안
국내·외 에너지자립마을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로컬 에너지를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주민들이 에너지자립마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이 아닌 주민참여형의 상향식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단계적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기간도 연장하여,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높여야 한다.
또한, 자원조사를 기반으로 현실성 있는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시설 위주의 하드웨어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주민 참여와 에너지 교육 등 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결합하여야 한다.10)
기후변화 및 에너지 위기의 대응을 위해 에너지 자립을 위한 정책 지원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많으나, 서벽리 마을에서의 성과나 외국의 사례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성공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10) 이인희(2011), 앞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