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중정)방약합편 ((重訂)方藥合編)

지운이 2020. 5. 7. 20:07

(중정)방약합편 ((重訂)方藥合編)

(重訂)方藥合編 / 黃道淵(朝鮮) 著 木板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1884]
1冊 : 四周雙邊 半郭 22.0 x 16.0 cm, 註雙行, 無魚尾; 28.9 x 18.4 cm
原因 : 龍集二十一年甲申(1884)...公之子不肖孤


조선 말 임상에서 실용된 의서의 호번(浩繁)함의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혜암(惠庵) 황도연(黃道淵, 1807-1884)이 기존의 의서를 간이(簡易)하게 집약한 <의방활투(醫方活套)>에 그의 아들인 황필수(黃泌秀)가 <약성가(藥性歌)>를 합책하여 만든 책이다.


황도연은 호가 혜암이며 본관은 경남 창원이다. 창원 황씨 시중공파(侍中公派) 18세 손으로, 집안 대대로 과거에 급제한 명문가였으나 본인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자 서울 무교동에서 의업을 경영하여 명성을 크게 떨쳤다. 저술이 많고 게다가 저술에 성명을 남기지 않은 것도 많아 현재 알려진 것보다 저술은 더 많다. 그는 의업에 종사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많이 실용되던 의방서 가운데 하나였던 <동의보감>이 권질이 너무 많은데다가 병증 분류에도 중복된 점이 많아 실용에 많은 불편을 느꼈다. 때문에 병진년(1856)에 <동의보감>의 호번함을 집약하고 보완하여 간명(簡明)한 체계로 의서를 편집하였는데, 이것이 <부방편람(附方便覽)>(14권)이다. 정묘년(1867)에는 <의종손익(醫宗損益)>6권(혹은 12권으로 나뉘 어져 있음), 무진년(1868)에 <약성가(藥性歌)>1권을 지어 <의종손익>에 추가하였다.

 

이상 3편이 완성되자 기사년(1869)에는 임상응용에 편리하도록 <의방활투>1권을 지었다. 만년에는 왕앙(汪昂)의 예를 따라 본초와 의방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자 저술을 시작하였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작고하고 말았다. 그 아들인 황필수가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1885년에 <약성가>와 <의방활투>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 <방약합편>이라고 이름하였다.


황필수는 호가 신촌(愼村)으로, 한학에 달통하고 문장에 능숙하였다 한다. 저서로는 <신식유서필지(新式 儒胥必知)>와 <달도집주대전(達道集註大全)>이 있고 <규장전운(奎章全韻)>을 편술하였다. 그는 평소 효성이 지극하여 말년의 혜암을 잘 도와 1885년 가친의 유지(遺志)인 <방약합편>판각 이래 유의(儒醫)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고종 조에 군수(郡守)를 지낸 바 있으며 의업에 종사하다가 종손(從孫) 없이 1885년 경 타계했다고 전해진다. 훗날 황도연의 수제자인 현공렴(玄公廉)이 스승의 변증진단에 관한 노하우를 담아 증보판을 발행(<증맥방약합편(證脈方藥合編)>)하였다.


현공렴의 자는 미은(美隱)이라 하고 호는 유제(酉齊)이다. 황필수와는 동료로 지냈다. 그는 황필수가 간행한 <방약합편> 이후 중정(重訂)하여 <중정방약합편>을 간행하였고 계속해서 증보를 꾀하여 1887년에 <증맥방약합편>을 내었다. 이는 오늘날 임상에서 크게 활용되고 있는 <방약합편>의 원류가 되었다.


<방약합편>은 방제와 본초의 내용을 간명하게 정리하여 널리 보급하고자 만들어진 의서로, 오늘날 임상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책 가운데 하나이다. 권수는 나뉘어 있지 않다. 황도연은 <동의보감>을 주축으로 하여, <의문보감(醫門寶鑑)>, <제중신편(濟衆新編)>, <의학입문(醫學入門)>, <경악전서(景 岳全書)>등에서 많이 활용되는 명방(名方)만을 간결하게 나열하여 편제한 것을 <의방활투(醫方活套)>라고 하였고, 그 아들 황필수가 <손익본초(損益本草)>(<의종손익(醫宗損益)> 중의 <약성가(藥性歌)>)에 용약강령(用藥綱領), 구(救), 급(急), 금 기(禁忌), 제조문(製造門) 등을 합편하여 <방약합편>이라 이름하여 간행하였다.


구성은 임상에서 활용하기 용이하도록 몹시 창의적으로 되어 있다. 책을 위아래로 보았을 때 모두 네 칸을 나누어 놓았고 그 중 맨 위와 아래 세 칸을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맨 위 칸에는 <손익본초>를 두었는데, 산초(山草) 43종, 방초(芳草) 33종, 습초(濕草) 20종 등 총 514종의 약물을 목초에서 금석에 이 르기까지 약성에 따라 배치하였는데, <만병회춘(萬病回春)>에서 유래한 약성가(藥性歌)를 암송하기 더욱 용이하도록 7언으로 하였으며 송독하기에 편리를 도모하였다. 특히 향약이 아닌 약재에는 약명을 음각으로 표시해 놓았다.


아래 세 칸은 임상에서 매우 효과가 좋은 처방만을 골라 상중하 세 칸에 분류하여 편성하였다. 이를 삼통(三統)이라고 하는데, 이 중 상통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저하된 생리기능을 보충시키는 보제 (補劑)의 처방으로 묶여 있으며, 중통은 보충시키지는 못하되 기능의 항진과 저하를 조화시켜 균형있는 생리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화제(和劑)의 처방으로 묶여 있다. 그리고 하통은 질병의 상태가 증진되고 강실(强實)하여 표독 효능이 강한 약물로, 질병을 공격하고 정상적 생리기능을 조속히 찾아오도록 하는 공제(攻劑)의 처방으로 묶여 있다. 하통의 말미에는 복약식기(服藥食忌), 임신금기(姙娠禁忌), 창두의식물 (瘡痘宜食物), 음식금기(飮食禁忌), 제약금기(製藥禁忌)를 붙여 복약시의 주의사항 등을 덧붙여 만전을 기하고자 하였다.


<방약합편>은 오늘날 임상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한의서로 꼽히면서도 이 책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 로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책이 활용도가 높은 것은 역대의 명방(名方)들을 엄선한 것 이외에, 기존 처방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하여 실용성을 극대화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처방을 상 ·중 ·하 삼통으로 나눈 것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본서는 초기의 <중정방약합편>에 「방약합편원인(方藥合編源因)」, 「의방활투원서(醫方活套原序)」를 더하고, 편의를 위해 목록을 부기하였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석은보유방(石隱補遺方)」과 「윤증곽란자신사이 후집험방(輪症霍亂自辛巳以後集驗方)」을 더해 놓았는데, 「석은보유방」은 부인(婦人)의 전광(癲狂)에 대한 처방들이고 「윤증곽란자신사이후집험방」은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콜레라에 대한 한의학 처방들을 모은 것이다. 이는 한의학이 임상 현장에서 새로운 질병에 어떻게 대처해 나갔는지를 살펴보는 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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