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의 발몽침법(發蒙針法)과 이롱/이명의 치료
발몽침법은 <내경>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그 본래적 의미가 이롱(耳聾)과 이폐(耳閉) 등과 같은 귀의 고질적 질환에 유효한 침법으로 해석된다. 발몽(發蒙)'이라는 내경의 침자법에 대해 여러 논의들이 있으나, 특히 그 본의가 '발이몽(發耳蒙), 즉 ‘귀의 몽매함을 깨운다'는 점에 있다는 해석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맥락에서 발몽침법(發蒙針法)은 ’귀로 들리는 것이 없거나‘(이롱(耳聾)과 이폐(耳閉) 등)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이명(耳鳴) 등) 등의 귀 질환을 치료하는 침자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제내경.영추> “자절진사(刺節眞邪)”편에서 제시된 ’발몽‘ 자침에 대해 살펴보며 그 치료법으로서의 의의를 정리해 둔다. 조작법의 핵심은 ’청궁‘혈을 중이/내이 깊이까지 심자하는 것이다. 오늘날 귀 질환에 자주 활용되는 귀 바로 앞의 ’이문, 청궁 청회 3혈‘에 심자하는 접근과 맥이 닿아 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경/영추> “자절진사(刺節眞邪)”편의 오절자와 발몽(發蒙)
“발몽침법"은 <영추> "자절진사"(刺節眞邪)편에 처음 등장한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자(刺, 침법)함에 5절이 있으니... 첫째는 진애(振埃), 둘째는 발몽(發蒙), 셋째는 거조(去爪), 넷째는 철의(徹衣), 다섯째는 해혹(解惑)이라 한다." 즉 발몽이란 오대자법(五大刺法)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된다고 했다.
이어 황제가 묻는다. "5절의 자함에 있어 발몽을 말하였는데, 내 그 뜻을 알지 못하겠다. 대저 발몽이란 귀에 들리는 것이 없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 부수(府輸)에 자침하면 부병(府病)이 제거된다 했는데, 어느 수(輸)를 말하는가? 그 연유를 듣고 싶다.” 기백이 답하길, “... 이 침법의 대요는 침술의 극치이자 신명(神明)의 부류이며, 글만 읽어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라 하며, 이어 “이를 찌르는 자는 반드시 일중(한낮)에 청궁(聽宮)혈을 찌르되 그 모자(眸子) 안으로 들어가게 하면 귀로 소리가 들리게 되니, 이것이 그 수(輸)입니다...” 다시 황제가 묻는다. “’귀로 소리가 들린다‘ 함은 무슨 의미인가?” 기백이 아뢰길, “사기에 자하며 손으로 양 코구멍을 잡고 재빨리 몸을 눕이면 침에 응하여 소리가 들립니다.” 이어 황제께서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면서도 보는 것처럼 취하니 신명한을 것이로다”라 답한다.
<내경> 발몽자법의 해석
<내경> 자절진사(刺節眞邪)편의 관련 구절은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느껴지는데 이를 둘러싸고 해석에 얼마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본 구절은 해당 경혈로 ’청궁‘혈이 제시되는데, 일반적인 혈자리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청궁혈 역시 체표의 하나의 지점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자침의 기법이 추가되는데, ’모자(眸子)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고 하여 침이 일정한 깊이의 표적에 도달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여기서 말하는 ’청궁‘혈은 단순히 체표의 혈자리를 넘어 일정한 깊이까지 침첨이 도달하도록 해야 하는 자리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청궁(聽宮)의 자의 해석도 도움이 된다. 청궁(聽宮)은 이름 그대로 '듣는 궁전(소리가 머무는 곳)'을 뜻한다. 《설문해자·궁부》에 따르면 "궁(宮)은 집(室)이다"라고 하였고, 청나라 단옥재의 《설문해자주》에서는 "궁은 그 밖의 담장을 말하고 실(室)은 그 안을 말한다"고 하였다. 즉, 청궁은 듣는 궁전이자 듣는 방이다. 《설문해자》에서 "실(室)은 가득 차 있는(實) 곳"이라 하였으니, 청궁은 단순히 겉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쪽의 깊은 어딘가, 즉 침이 여기에 이르면 소리가 들리게 되는 어딘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맥의 흐름으로 보더라도 청궁혈이 속하는 "수태양소장의 맥 ... 그 가지는 결분에서 목을 따라 뺨으로 올라가 눈의 외자(눈구석)에 이르고, 귓속으로 들어간다(入耳中)"고 하였다. 청궁의 자침은 이렇게 ’귓속으로 들어간다‘(入耳中)고 한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소양삼초맥과 족소양담맥은 모두 귓속(耳中)으로 들어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설문해자》에서 ‘중(中)’은 ‘내(內, 안쪽)’를 의미하므로, ‘이중’은 귀의 심층부를 뜻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절진사”편의 ‘이중’은 ‘청궁’과 같으며, 결국 청궁의 자침은 귓속(耳中)에 이른다는 것을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절진사”편의 청궁을 ‘내청궁’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반면 체표 경혈로서의 청궁은 귀 외부의 ‘외청궁’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정한 깊이의 표적으로 적시된 ’모자(眸子)‘란 무엇인가가 해석의 두 번째 쟁점이 된다. 모자(眸子)란 통상 눈동자를 일컫는데, 그렇다면 청궁에서 눈동자를 향해 자침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건 어떻게 자침하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자(眸子)는 달리 해석될 필요가 있다. 그 단서는 이렇게 자침하면 ’귀로 소리가 들리게 된다‘라는 대목에 있다. 침첨이 모자(眸子)라 지칭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면 귀로 소리가 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모자(眸子)를 고막, 특히 고막의 꼭지점(고막은 안쪽으로 뽈록한 원뿔 모양이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침첨이 고막을 건드린다면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궁에서 자입된 침이 고막으로 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귀의 주요조직(외이 중이 내이의 구성)은 분명하게 뼈로 에워싸여서 침이 통과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침이 일정한 깊이(모자)에 도달하여 귀로 소리가 들린다면 과연 어떤 해부구조를 매개로 어떻게 그 작용 메카니즘이 작동되는 것일까. 그 해부구조를 명확히 하기는 곤란하지만, 청각을 관장하는 청신경이나 청신경에 영향을 주는 주변 조직(근건 등)을 상정해 볼 수 있고 이를 매개로 소리가 유발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청궁혈의 위치와 관련하여 귓속의 모자를 “귓속의 주자(珠子)가 팥알만 한 것”(황제명당경)이라는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주자(珠子) 역시 모자(眸子)와 같은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역시 고막의 꼭지점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소리가 들린다‘는 대목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손으로 콧구멍을 잡고 빨리 눕는다‘(以手坚按其两鼻窍而疾偃)라고 언급한 부분이다.(*질언(疾偃)을 두고 ’빨리 눕는다‘라 보기도 하고 ’손으로 콧구멍을 잡았다가 뗀다‘라거나 ’고개를 빨리 숙인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즉 자침한 다음 양 콧구멍을 손으로 잡고 누우면 귀로 소리가 들린다는 해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늘날 귀에서 코 비강으로 연결되어 고막 내외의 압력 균형에 작용하는 이관(유스타키오관)이 막혀 압력 균형이 조절되지 않으면서 유발되는 청력 저하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이관 팽창술‘(유스타키오관 팽창술)이 적용된다.(Valsalva maneuver라 알려짐) 위에서 자침 후 콧구멍을 잡고 빨리 눕는다고 한 것이 이 ’이관팽찰술‘과 연관지워 해석해 볼 수 있다. 누구든 콧구멍을 막고 있으면 숨을 참을 수 밖에 없고 날숨이 입안 가득 차오르게 된다. 그리고 빨리 누우라 하였는데, 이렇게 숨을 참으며 눕는 동안, 유스타키오관의 압력에 변화가 나타나며 고막으로 압력 변화가 전달되며 일정한 소리를 유발할 수 있다. 어쩌면 <내경>의 이러한 시술이 오늘날의 ’유스타키오관 팽창술‘의 원형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명대 조계탁의 《保生秘要·》에서는 숨을 멈추고 입을 다문 채 손으로 콧구멍을 막은 상태로 공기를 콧수멍 쪽으로 모아 보내면 귀에서 소리가 들리게 된다고 한다. 아울러 누은 자세를 취하면 흉강의 압력이 높아져 날숨이 이관에 더 잘 전달되어 귀의 폐색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刺腑輸, 去腑病(腑輸에 자침하여 腑病을 제거한다)라 한 것에서 부(腑)란 5장6부의 부를 의미하는 것이 될 수는 없고, 여기서는 귀라는 기관 자체를 ’부(腑)‘라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귀는 물론 안면의 기관인 눈이나 코 역시 안면의 ’부(腑)‘라 할 수 있고, 이들 역시 해당 기관과 연결되어 직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혈자리가 자주 활용된다. 귀에 이문 청궁 청회 등의 혈이 있듯이, 눈에는 정명 승읍 동자료 등의 혈이 있고 코에는 영향 협비 인당 등과 같은 아시혈적 의미를 갖는 경혈이 있어 주치에 활용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부수(腑輸)는 귀 주위에서 자주 쓰는 혈자리(여기서는 청궁혈)를 말하고, 부병(腑病)이란 귀 질환(특히 이롱, 이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귀 주위 혈자리를 써서 귀 질환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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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내경>에서 언급된 ’발몽자법‘이란 귀의 몸매함을 깨워 귀가 들리지 않는 병증(이롱(耳聾)과 이폐(耳閉) 이명 등)을 치료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자침 기법에 대해서는 얼마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다소간 논란을 무릅쓰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환자가 앉은 자세로 청궁혈에 심자한다.(이문이나 청회혈로도 가능할 것이다)
2 이때 심자의 깊이는 3~4cm 정도로 추정된다. 내경에서는 '모자(眸子)'에 도달한다고 하여 자침의 표적을 적시하면서 그렇게 되면 귀로 소리가 들린다고 하였다. 다만 이 '모자(眸子)'를 두고 고막의 꼭지점이라고도 하지만, 청궁혈 심자 시 침첨이 귀의 조직에 직접 닿을 수는 없는 만큼 이 해석은 곤란하다.
3 이어 자침 후 호흡을 통해 귀로 소리가 들리게 한다. 자침한 다음 손으로 콧구멍을 막고 누우면 귀로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면서도 보는 것처럼 취하니 신명한 것이로다”라고 한 황제의 마지막 응답에 상응하는, ’귀의 몽매함을 깨우는 ’발몽침법‘이다. ’병이 있는 곳에 직접 도달하는‘ 자법으로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 병소의 극처까지 침첨을 보내는 것이 자침의 핵심이다. 그래서 <내경>은 ’아시혈‘ 자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자침법을 두고 “침술의 극치이자 신묘한 경지”라 했다. 발몽자법은 귀질환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히스테리 등의 정신질환이나 고혈압 치료 등에도 활용되는 등 적응증의 확충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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