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동의학 에세이

뜸은 안전한 치료법인가?

지운이 2018. 11. 2. 13:09

뜸은 안전한 치료법인가?

  -뜸요법의 위험성/안전성 문제에 대해..

 

뜸은 침과 더불어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오랜 역사를 갖는 것이다. 더불어 그 특성상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법이기도 하다. 뜸이 갖는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일일이 논하지 않더라도 워낙 많은 이론 및 임상을 통한 검증이 이루어져 잘 알려져 있고, 여기서의 쟁점도 아닌 만큼 논외로 한다.(뜸요법의 작용기전에 관한 현대의학적 해석  참조)

 

다만 이것이 전문적 자격을 갖춘 자(의료인/한의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요법인가 하는 것이 문제인데, 한의사들은 대체로 위험과 안전 문제를 들어 일반인의 뜸요법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전문인에 의한 무분별한 시술이 무수히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뜸요법을 통해 많은 시술 성과를 올리며 우리 전통뜸의 맥을 이어온 구당선생에게까지 비난을 퍼붓는다. 비록 그들의 눈에 마땅치 않은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역할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하고 경의를 표해야 마땅하건만 아쉬울 뿐이다. 사실 한의사들도 그의 침뜸 임상을 곁눈질하며 여기까지 이른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그럼 뜸요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과 안전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뜸 시술부위의 화상과 화농이다. 그 외 천식, 피부종양, 세포암, 피부반흔화 등이 보고되고 있지만, 극히 희소한 예로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잠시 일본에서 이루어진(2012년) 한 앙케이트 조사 연구를 보면*, 유해건으로 보고된 것 가운데 화상(24.0%)이 가장 많고, 모발 연소(15.5%), 의복등의 연소(15.0%), 뜸흔의 화농(10.8%) 등의 순이라고 한다. 여기서 모발 연소나 의복등의 연소는 순전히 부주의 문제이므로 논외로 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화상과 화농일 것이다. 화상이라 하더라도 I~II도 정도가 85.5%로 비교적 경증이 많았고, 화농은 대개 시술자에게 원인이 있기 보다는 원인불명이나 환자측의 문제(사후 관리상의 문제)에 기인 것이 많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로부터 시술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과 더불어 환자의 뜸흔 관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전문가에 의한 무분별한 시술을 문제 삼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교육도 하고 훈련도 하는 것이니 국민의 학습권(민간에 의한 침뜸교육)을 막으려는 행위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그들 말대로 무분별하게 뜸 뜨겠다고 덤비는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를 위한 충분한 학습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거친다. 여담이지만 전문인으로 자처하는 한의사들의 뜸시술을 받고 봉사실을 찾는 환자 가운데는 아랫배에 시커먼 왕뜸 반흔을 달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그 반흔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부주의함이나 과도한 자극 때문이라 여겨진다. 웃고 넘기고 말지만 그들 스스로 학습과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鍼灸臨床における有害事象に関するアンケート調査, 新原寿志, 小笠原千絵, 早間しのぶ, 日野こころ, 谷口博志, 角谷英治, 全日本鍼灸学会雑誌 2012年 62 巻 4 号

 한편 안타깝게도 위험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국내 연구진에 의한 연구는 매우 미흡해 보인다. 기회가 되면 더 찾아보아야 겠지만, 비전문인에 대해 그 위험성을 단편적으로 강조만 할 뿐 체계적인 연구는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사실 매우 중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한의사를 중심으로 한 한의업계 스스로 위험성/안전성에 대해 불감증에 빠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비침습성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연구와 교육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비전문인을 손가락질 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길 간곡히 바란다.

 

         

한편 침뜸의 안전성에 관해 리뷰하고 있는 논문에 의하더라도 뜸으로 인한 보고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2007~2011간 문헌조사에서는* 일본에서 유자세포암 1건, 해외에서 열성홍반과 피부 반흔화 1건, 피부아포크린성암(우대퇴) 1건 등이 보고되고 있고, 2012~2015년간의 문헌조사에서는** 일본국내에서 열상, 하퇴피부괴사, 유자세포암, 과립구육종 등 4건, 해외에서 척수경막외농양 1건(당뇨환자), 표재성기저세포암 1건 등이 보고되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뜸과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은 것들도 많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鍼灸安全性関連文献レビュー2007~2011, 古瀬暢達, 山下仁, 増山祥子, 江川雅人, 楳田高士, 全日本鍼灸学会雑誌 2013年 63- 2号

**鍼灸安全性関連文献レビュー2012~2015, 古瀬暢達, 上原明仁, 菅原正秋, 山﨑寿也, 新原寿志, 山下仁, 상동雑誌 2017年 67巻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위험/안전성 문제에서 주된 항목은 화상과 화농이다. 이미 지적한 대로 화상이라 하더라도 경미한 수준이고, 화농의 경우에는 대체로 관리상의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뜸요법으로 유발될 수 있는 위험/안전이 이 정도라면, 반대로 뜸요법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고려한다면 과연 일반인에 의한 뜸요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 약간의 화상과 화농이 그 편익을 넘어설 만큼 큰 것일까? 만일 그렇다고 답한다면 한의사들도 뜸을 떠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이 뜸 시술을 하면 화상이나 화농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고 답한다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뜸요법 자체가 인위적인 화상을 만드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뜸의 치료작용에 대한 동의학적인 설명은 경락이론에 기초하여 뜸의 화열로 양기의 강화(補陽扶陽), 補陰, 補虚瀉実하는 등 気와 血의 순환이 잘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이 뜸시술의 온열자극에서 출발하며 그에 따른 뜸흔적은 불가피하다.

 

한편 오늘날 뜸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에서는 인체의 생리학적 접근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설명의 출발도 역시 온열자극에서 시작된다. 뜸에 의한 온열자극이 각종 생체활성 물질을 유도하고 혈류를 개선하며 신경전달을 매개로 인체의 자기방어 기능을 활성화하여 질병치유에 효과를 발휘한다고 본다. 물론 이들 작용기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한의학 교수들에 의해 작성된 논문에도 이 온열자극을 두고 ‘국소조직에 인위적으로 화상을 만들어’ 라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아래 이건목외 논문). 즉 뜸 시술은 불가피하게 인위적 화상의 흔적을 남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뜸법 가운데는 아예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법(간접구, 봉구 등)도 있고 심지어는 아예 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지적한 것처럼 뜸이 인위적 화상이라는 온열자극을 매개로 그 효과기전을 발휘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뜸흔을 수반하는 직접구 방식이 선호된다.


 

이 인위적 화상이 비록 극히 일부에서이지만 화상이나 화농을 수반할 수도 있다. 전문인이라 주장하는 한인사도 예외일 수 없다. 얼마간 과다한 시술시 이러한 현상이 수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급성 염좌가 심할 경우 보다 강한 뜸시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수반되는 화상이나 화농은 약간의 사후관리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문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큰 병으로 발전된 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사들 역시 양의사가 묻는다면 그렇게 답할 것이다. 물론 그를 방지할 가이드라인이나 그에 상응한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반면 뜸의 효과는 위력적이라 할 만큼 엄청나다. 여기서 일일이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므로, 한의학 교수들이 작성한 논문만 인용해 본다. 대체적으로 요약해 보자면,*

(1) 빈혈증상을 개선한다

(2) 진통기전에 관여한다

(3) 신기능을 활성화한다

(4) 골다공증을 개선한다

(5) 여러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6) 면역기능을 증강한다

(7) 간 손상을 회복시켜준다

(8) 부인과질환에 효과가 있다.

(9) 글루코스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10) 혈압강하 작용이 있다

 

*이건목 외뜸의 대중화 및 유용성 방안에 대한, 대한침구학회지 제20권6호(2003년)


 

숨 찰 만큼 많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알고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을 만큼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앞서 지적한 비용/편익 분석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미한 비용에 비해 편익은 너무도 엄청나다.

 

침뜸요법이 우수한 치료법으로 각광받는 데는 그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침도 뜸도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다는 사실(侵襲性이 낮다고 한다)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독일에서 이루어진 침구치료의 안전성 및 위험성에 대한 조사(2001~2003년의 약 2개년, 환자 약 50만명, 치료 수는 400만회 이상에 대한 대규모 조사)에서도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0.11%에 불과하며, 상당한 부작용을 느낀 경우는 0.016%(80여명)에 불과해 ‘침구치료는 안전하고 중대한 유해사상이 거의 없었다’고 결론 지은 바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뜸에 대한 별도의 평가는 없지만, 뜸요법이 침에 비해 유해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뜸으로 인한 부작용의 예는 거의 없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점은 오늘날 전세계가 침뜸에 열광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 11월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그 주된 이유가 약물로 사용되는 오피오이드 남용(아편제 진통제의 남용) 문제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부작용 없이 통증 완화에 유효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침뜸이 오피오이드 중독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오레곤 뉴저지 메사추세츠 오하이오주 등에서 공적의료서비스(메디케이드) 대상에 침뜸을 포함하기에 이르렀고 기타 많은 주에서도 포함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파일럿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앞의 다른글 '오피오이드위기와 침술' 참조).

 

이렇듯 침뜸요법은 그 치료효과와 더불어 부작용이 매우 적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한의사단체는 오히려 이러한 점들을 내세워 침뜸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그 발전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안전성/위험성을 과장하여 일반인들의 뜸시술 조차 막으려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목을 옥죄는 행위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전세계가 침뜸에 열광하는 이 즈음에 한국에서만 침뜸요법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빠져있는 것은 왜일까 하는 점에 한의사들 스스로 되짚어 볼 시점이다.

 

뜸요법은 또한 누구나 쉽게 배워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실 한의원에서는 거의 뜸시술을 적극적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모두 그런 것 아니겠지만)*. 뜸 시술시 시간은 많이 걸리는 반면 수익은 적어 한의원의 수익계산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상 봉사실에서 이루어지는 뜸 시술에는 적어도 30분, 보통 1시간 정도 시술시간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료수가 계산상 적합한 서비스항목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의 뜸요법은 금지하려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통 뜸요법이 사라질까 우려된다. 이 점은 한의사와는 별도로 침구사제도가 이른 시일에 도입되어야 할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도 아니라면 일반인들에게 뜸시술이라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2007년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자면 한의원을 통해 이루어진 뜸시술은 전체의 약 7%에 불과한 반면, 침시술은 71%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는 뜸시술에 대한 보험수가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뜸요법은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쑥뜸과 뜸향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1만원도 들이지 않고 한 가족이 수 개월 동안 쓸 수 있다. 그래서 뜸요법은 동의학의 주된 치료수단의 하나로 오랜 동안 가정의료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오늘날 핵가족화 경향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렵긴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유의미한 가정의료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뜸을 가정의료에 적극 활용하는 나라로 일본을 볼 수 있다. 대중들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네트상에서 제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뜸쑥을 판매하는 한 사이트(일본)에는 일반 대중들이 활용할 수 있는 표준적인 뜸처방 자료를 매우 세세하게 누구나 보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데, 그 양이 수 백 페이지에 달한다(www.sennenq.co.jp를 참조*).

 

*위 사이트의 자료(www.sennenq.co.jp) 많은 병증에 대한 표준적 처방을 포함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뜸요법을 스스로 하는데는 얼마간의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이렇듯 누구나 쉽게 배워 값싼 비용으로 뜸을 뜰 수 있다면 가정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국민경제적 비용-편익의 관점에서도(또는 의료경제학적 관점) 사회적 의료비의 막대한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를 두고 고령자의 사회적 의료비가 이미 막대하고 앞으로도 급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 대한 뜸요법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봉사활동으로라도), 사회적 의료비의 엄청난 절감도 가능할 수 있어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는 의료재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芝雲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