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영류검방 (永類鈐方)

지운이 2020. 5. 5. 14:54

영류검방 (永類鈐方)

永類鈐方. 1-12 / 李仲南(元) 編; 孫允賢(元) 校正 複寫本
서울 : 國立中央圖書館, 1988
22卷12冊 : 四周雙邊 半郭 15.3 x 11.8 cm, 有界, 13行25字 註 雙行, 黑口, 內向黑魚尾; 20.9 x 16.0 cm
序 : 延佑丙辰(1316)...官謄賓 序 : 至順2年(1331)...李仲南 跋 : 政統戊午(1438)...成自諒
原本版事項 : 木板本
原本發行事項 : 晋州 : 晋州營, 世宗20(1438) 原本所藏處 : 日本內閣文庫(子40-14)


�영류검방(永類鈐方)�은 중국 원대(元代) 지순(至順) 2년(1331) 이중남(李仲南)이 저술하고 손윤현(孫允賢)이 교정하여 22권으로 간행한 종합의방서(綜合醫方書)이다.


저자 이중남은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던 탓에 관련 사료들이 거의 없다. 다만 본서의 내용을 통해 몇 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권두제 아래에 는 ‘벽산이중남집성(碧山李仲南集成), 청원손윤현교정(靑原孫允賢校定)’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서문에는 ‘지순이년신미지일 서벽산중이중남서(至順二年辛未至日栖碧山中李仲南序)’라고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이름을 따 자신의 호를 벽산(碧山) 혹은 서벽(栖碧)이라고 지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는 매우 효성이 깊은 사람이었다. 등빈(滕賓)의 서문과 저자의 자서를 보면 이중남은 부모의 건강과 장수를 위하여 의학에 뜻을 두게 되었으며, 부모의 죽음을 기 리기 위해 본서의 원제였던 �석류검방(錫類鈐方)�을 �영류 검방�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교정자 손윤현은 문강(文江), 지금의 강서(江西) 길수 (吉水) 사람으로 원대(元代) 유명한 의방서인 �의방집성 (醫方集成)�(1321)을 저술한 유의(儒醫)이다. 그 역시 자세한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 이중남과 교정자 손윤현의 관계 역시 자세하지는 않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이 두 사람 사이에 의학적으로 깊이 있는 교류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영류검방�은 책 서두에 한림국사원관 등빈(翰林國史院 官 滕賓)의 서문과 저자의 자서(自序)가 있다. 등빈의 서 문이 원 연우(延祐) 3년(1316)에 지어졌고, 이중남 자서 (自序)가 지순(至順) 2년(1331)에 지어졌으므로 이 책은 적어도 1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집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문 뒤에는 책 전체의 세부 목차인 유목(類目)이 있는데, 여기에는 22권 전체의 세부 목차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유목에 이어 본문 앞부분에는 병증 설명에 앞서 「선옹갈진군시식체법(仙翁葛眞君施食捷法)」, 「집록간요방편제리실험십사(集錄簡要方便濟利實 驗十事)」, 「영보도인경법(靈寶度人經法)」 등 세 편의 치법을 두었다. 여기에는 주문이나 주술을 통해 질병 을 치료하는 방법이 실려 있어 이 책이 도교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선옹갈진군시식체법」이 지원 (至元) 7년(1341)에 만들어졌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이들 논설들은 후인에 의해 보충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1권에서 8권까지는 인체의 제반 질병을 두루 다루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상한(傷寒)의 질병과 잡병(雜 病)의 질병을 증상으로 묶어 이웃되게 배열하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상한으로 인한 어지럼증[傷寒眩暈] 다음에 잡병으로 인한 어지럼증[雜病眩暈]을 두었고, 상한으로 인한 기침[傷寒咳嗽] 뒤에 잡병으로 인한 기침[雜病咳嗽]을 두었다. 이론적 체계와 임상적 편의 모두를 고려한 방식이다.

 

책의 8권에는 「남양활인서 상한집요방(南陽活人書傷寒集要方)」을 두어 주굉(朱肱)의 �남양활인서(南陽活人書)�에서 상한을 치료했던 주요 처방들을 채록해 놓았고, 9권에서 10권까지의 「화제국방잡병방집요(和劑局方雜病方集要)」에서는 �화 제국방(和劑局方)�에 실려 있는 처방 가운데 잡병 치료에 유용한 것들을 수록해 놓았다. 이어 11권에서 14권까지는 송대(宋代)부터 원대까지 여러 의가들의 유용한 처방들을 정리해 놓았다. 처방 역시 상한과 잡병으로 양분하여 정리해 놓아 저자의 의학관을 잘 보여준다.


15권에서 19권까지는 월경, 임신, 출산 등 부인과 질환에 대해 싣고 있으며, 20권 이후에는 소아과 질 환에 대해 설명하였다. 20권 말부터 22권까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책에 실려 있는 맥, 증상, 치법은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의 내용을 위주로 하였고, 처방들은 당(唐), 송(宋), 원(元)의 의방서(醫方書)에서 채록한 것들이다.

 

�영류검방�은 매우 독특한 서적이다. 우선 전술한 바와 같이 질병을 상한과 잡병으로 양분하여 인식하 였다. 금원시기는 의학사에서 학술적인 논의가 매우 풍부했던 시기인데, 저자 이중남은 이러한 당시의 논 의들을 상한과 잡병이라는 틀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치료의 편의성도 고려하였다. 상 한(傷寒)과 잡병(雜病)의 병증들을 인접하게 배열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양자를 분명히 구분하면서도 임 상적으로는 서로 참고하여 치료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영류검방�은 매 병증들을 도표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서술 방식은 동아시아 의학사 전체에서 그 유래 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형태이다. 도표의 각 행은 맥(脈), 병(病), 증(證), 치(治)로 구분되어 있는데, 저자는 하나의 병증을 5가지 범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명대(明代) 의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맥(脈), 인(因), 증(證), 치(治)의 구조가 이미 이 때 완비된 셈이다.


본서는 우리 의학사와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존하는 유일본이 조선 각본이며, 조선 초 대형 의방 서인 �의방유취(醫方類聚)�에 본서의 내용이 상당부분 인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 각본은 정통(正統) 3년(1438)에 간각된 것으로 전체 22권이었으나 현재 21권과 22권이 실전된 상태로 일본국립공문관내각 문고(日本國立公文館內閣文庫)에 수장되어 있다. 국내 소장서도 공개된 바 있는데, 2007년에는 세종 7년(1425) 춘천에서 간각된 목판본 �영류검방�이 그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책의 간행은 지식의 습득과 보급 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류검방�의 조선 간행은 당시 이 책에 대한 조선 사회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본서를 통해 조선 전기 우리 전통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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