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古醫書 해제

상한론 (傷寒論)

지운이 2020. 5. 6. 04:52

상한론(傷寒論)


傷寒論. 1-6 / 張機(漢) 撰; 王叔和(晉) 編; 成無己(北宋) 注解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0卷6冊; 25.0 x 18.2 cm
序 : 歲次壬戌(?)...嚴器


장중경(張仲景, ?-?)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는 중국 고대 의서인 <상한론(傷寒論)>과 북송(北宋) 시대 활동한 성무기(成無己, 1063-1156)가 지은 <상한명리론(傷寒明理論)>의 합본으로 필사본이다.


<상한론>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장중경은 실존 인물이었는지 여부조차 확증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중국 한(漢)나라 말기에 활동했던 의사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중경’은 그의 자(字)이며 본명은 장기(張機)로 알려져 있다. 중국 하남성(河南省) 출신으로 호북성 (湖北省) 장사(長沙)의 태수(太守)를 지내던 시절 자신의 일가족이 열병으로 모두 사망하는 끔찍한 체험을 한 후 의학 연구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장중경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상한론>은 본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의 일부였다. 그러다가 3세기 말기 중국 진(晉)나라의 왕숙화(王叔和, ?-?)에 의해 <상한론>과 <금궤요략(金匱要略)>으로 분리되었다. <상한론>은 <상한잡병론>의 내용 가운데 한약재에 관한 요법을 다루고 있으며 <금궤요략>은 나머지 잡병(雜病)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두 문헌은 <황제내경(皇帝內經)>과 더불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의학을 ‘상한의학(傷寒醫學)’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상한론>은 특히 중국 송(宋)나라 이후 크게 주목받았다. 국가가 직접 간행사업에 뛰어들어 10권, 22편, 397개 항목으로 구성된 <송본상한론(宋本傷寒論)>이 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송본상한론>은 일실되어 전하지 않고 현재에는 그 번각본(飜刻本)만 전한다. 그밖에도 <당본상한론(唐本傷寒論)>도 있으나 내용이 부정확하고 편집과 교정도 불명확하여 후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였다. 현재 전해지는 판본은 북송 때 고보형(高保衡), 손기(孫奇), 임억(林億) 등이 정리하고 성무기가 주해한 번각본이다.


<상한론>을 주해하고 <상한명리론>을 저술한 성무기는 북송 시대에 활약한 의가로서 산동성(山東城) 요성(聊城) 출신이지만 후에 금(金)나라로 이주해 살았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의학에 종사한 것으로 유명하며 <상한론>을 주해한 이외에도 <상한명리론(傷寒明理論)>과 <논방(論方)>등을 저술하였다.


상한론>은 육경(六經)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서술되어 있다. 육경이란 태양(太陽), 양명(陽明), 소양(少陽), 태음(太陰), 소음(少陰), 궐음(厥陰)의 여섯 가지 양상을 말하는데 이들 여섯 가지 양상을 통해 병증(病症)을 분류하여 진단하고 처방한다. 이들 육경은 본래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경맥(經脈)에 해당하는데 경맥과 육경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통일된 견해가 없이 의견들이 충돌한다.


이 책은 <상한론>과 <상한명리론>의 필사본으로서 모두 14권 6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상한론>은 10권 6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한명리론>은 4권 2책 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한론>의 권두에 엄기(嚴器)가 소흥(紹興) 12년(1142)에 지은 서문이 실려 있다.

 

이어서 변맥법(辨脈法), 평맥법(平脈法), 상한례(傷寒例), 변경습갈병맥증(辨痙濕喝病脈證), 변태양병맥증병치(辨太陽病脈證倂治) 상(上), 변태양병맥증병치 중(中), 변태양병맥증병치 하(下), 변양명병맥증병치(辨陽明病脈證倂治), 변소양병맥증병치(辨少陽病脈證倂治), 변태음병맥증병치(辨太陰病脈證倂治), 변소음병맥증병치(辨少陰病脈證倂治), 변궐음병맥증병치(辨厥陰病脈證倂治), 변곽란병맥증병치(辨霍亂病脈證倂治), 변음양역차후노복병맥증병치(辨陰陽易瘥後勞復病脈證倂治), 변불가발한병맥증병치(辨不可發汗病脈證倂治), 변발 한병맥증병치(辨發汗病脈證倂治), 변발한후병맥증병치(辨發汗後病脈證倂治), 변불가토병맥증병치(辨不可吐 病脈證倂治), 변가토병맥증병치(辨可吐病脈證倂治), 변불가하병맥증병치(辨不可下病脈證倂治), 변가하병맥증병치(辨可下病脈證倂治), 변발한토하후병맥증병치(辨發汗吐下後病脈證倂治) 등 모두 22개 항목이 10권에 걸쳐 서술되어 있다.


변맥법에서는 맥을 변증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예컨대 삼초(三焦)와 기혈(氣血)의 관계를 논하고 있 다. 이에 따르면 상초(上焦)는 기혈을 온몸에 돌도록 만들며 중초(中焦)는 기를 생산하는 작용을 하고 하초(下焦)는 대소변을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평맥법 역시 맥을 통해 변증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주로 피의 성질을 논한다. 예컨대 피의 성질이 본래 뜨겁기 때문에 피가 막히면 열이 발생하므로 피가 부족하면 추워진다는 등의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상한례에서는 겨울철 추위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다루고 있다.


변경습갈병맥증에서는 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질병과 그 대응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여름에 열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은 겨울철에 너무 체력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무더위를 이길 수 없어 여름철에 열병에 걸리게 된다. 더위 때문에 지나치게 냉수나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고 설명한다.


변태양병맥증병치에서는 태양병의 진단과 처방을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얼굴이 붉게 되는 것은 양기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럴 경우 땀을 많이 냄으로써 양기를 발산해야 붉은 기운을 없앨 수 있다. 태양병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정기(正氣)와 사기(邪氣)가 맞대응할 때 발생하는 최초의 질병으로 신체의 통증과 가려움을 그 증상으로 한다. 통증은 마황탕(麻黃湯)으로 다스리며 가려움은 계지탕(桂枝湯)으로 다스리지만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두 가지를 혼합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양명병맥증병치에서는 양명병의 진단과 처방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장(脾腸)이 허해서 위장(胃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열병에 걸릴 경우 양명내실증(陽明內實症) 증상을 나타낸다. 이럴 경우 승기탕(承氣湯) 등을 처방한다.


변곽란병맥증병치에서는 곽란병의 진단과 처방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곽란병은 위장이 양허(陽虛)일 때 발생한다. 또한 위장이 차가울 때 음양이 위아래로 흐르지 못하게 되면 설사와 구토를 하게 된다


<상한명리론>은 <상한론>의 해설서 성격을 갖는 저서로써 권두에 저자가 지은 서문이 실려 있다. 이어서 본문이 4권 2책의 구성으로 실려 있다.

 

권1에는 발열(發熱), 오한(惡寒), 오풍(惡風), 한열(寒熱), 조열 (潮熱), 자한(自汗), 도한(盜汗), 두한(頭汗), 수족한(手足汗), 무한(無汗), 두통(頭痛), 항강(項强), 두현 (頭眩), 흉협만(胸脇滿), 심하만(心下滿), 복만(腹滿), 소복만(少腹滿), 번열(煩熱) 등 모두 18항목이 실려 있다.

 

권2에는 허번(虛煩), 번조(煩躁), 구토(嘔吐), 계(悸), 갈(渴), 진(振), 전율(戰慄), 사역(四逆), 궐(厥), 정성(鄭聲) 등 모두 18항목이 실려 있다.

 

권3에는 요두(搖頭), 불인(不仁), 직시(直視), 울모(鬱冒), 동기(動氣), 자리(自利), 열입혈실(熱入血室), 발황(黃), 발광(發狂) 등 모두 14항목이 실려 있다.

 

권4에는 상한명리약방론(傷寒明理藥方論)이 실려 있는데 계지탕방(桂枝湯方), 마황탕방(麻黃湯方), 대청룡탕방 (大靑龍湯方), 소청룡탕방(小靑龍湯方), 대승기탕방(大承氣湯方), 대시호탕방(大柴胡湯方) 등 모두 20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한론>은 동아시아 의학의 핵심 문헌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 본서는 <상한론>과 <상한명리론>의 합본으로서 두 저서가 어떻게 합본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채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