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응혈'(天應穴) = '아시혈'(阿是穴) 이야기
*이 글은 “천응혈(天應穴)” 또는 “아시혈(阿是穴)”에 대해 중국의 한 네트워크에 소개된 글을 정리하며, 아시혈이 갖는 의미에 대해 평소 필자가 생각해 온 고심의 한 조각을 함께 엮어 본 것이다. 아시혈은 임상에서 쉽사리 무시당하곤 하지만, 충분히 숙지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천응혈은 경혈 이해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정혈이나 기혈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경근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以痛爲俞”에 상응하는 것으로 진단과 치료 모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임상에서도 빈번하게 활용되는 만큼 충실히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이해의 폭과 깊이는 각인의 공부 및 경험의 폭과 깊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나아가 진료와 치료 모두에서도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아시혈(阿是穴)이란..
‘天應穴’ 은 ‘阿是穴’, ‘不定穴’, ‘壓痛点’, ‘敏感点’등 여러가지로 불린다. 다른 經穴, 經外奇穴과 마찬가지로 임상에서 상용되는 경혈이다. 이 혈자리는 병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고정된 위치나 특정한 이름도 없지만, 모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혈자리이다.
阿是穴은 일찍이 《靈樞·經筋篇》에 “以痛爲俞”라는 기록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以痛爲俞”란 痛處가 곧 穴位라는 뜻이다.
화타에 관한 옛날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다. “傳說是華佗給人治病,扎了好幾個穴位,都不管事,後來華佗隨意的按摩,摸到一個地方,病人大喊:啊是......”(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화타가 환자를 치료하며, 즐겨 쓰던 여러 개 혈자리를 눌러 보았는데 모두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타가 마음대로 여기저기 누르다가 한 곳에 이르자 환자가 아!..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이를 두고 아시혈이라 하는 것으로, 혈위도(穴位圖) 상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 혈자리를 말한다.
阿是穴은 唐代 医家 孫思邈에 와서는 더욱 분명하게 언급된다. 그는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 구례(灸例) 중에, “有阿是之法,言人有病痛,即令捏其上,若里當其處,不問孔穴, 即得便成痛處,即云阿是, 灸刺皆驗”(아시혈을 찾는법은, 병통이 있다고 하면 손가락을 사용하여 눌러서 해당 병처를 찾으면 공혈(孔穴: 혈자리)을 불문하고 통처가 뚜렷한 곳을 알 수 있으니, 이것을 곧 아시(혈)이라 하며, 뜸을 뜨면 모두 효험이 있다)라 하였다. 즉 뜸을 뜰 때 반드시 정해진 혈자리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적합한 곳이면 효과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특별한 포인트를 ‘아시혈’이라 한다는 것이다. 아시혈은 물론 ‘눌러서 아픈 곳’(按之疼痛)이기도 하고, 또 ‘눌러서 시원한 곳’(按之快然)도 포함한다.
明代 楊繼州는 ‘不定穴’을 설명하며 “不定穴即痛点”이라 했다. <医学綱目>에서는 感應을 중시하여, 壓痛点을 곧 ‘天應穴’이라 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 ‘壓痛点’을 혈자리로 취함을 알 수 있다. 눌러서 민감한 곳이 있는데, 경혈도 기혈도 아니라면 그걸 바로 아시혈, 또는 천응혈이라 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아시혈은 고정된 혈자리는 아니지만,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므로, “동통에 천응혈을 취한다”고 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환부 또는 비환부에서 민감 반응이나 양성 반응점이 있는데, "민감점", "반응점"이라고도 한다.
“阿是穴”은 임상에서 널리 사용될 뿐만 아니라 질병을 검사하고 진단하기 위해 더욱 발전되어 왔다. 아시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압통의 유무, 그리고 그 경중에 따라 질병을 변별하고 진단할 수 있다.
아시혈의 취혈방법
(*주로 '知道天应穴吗?它可是治百病要穴'에 의함)
특정 질병은 그것이 표증, 리증이든, 혹은 외상이든, 신체 표면의 특정 부분에 통점으로 반응하여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통증 지점이나 병변 부위는 장부 및 경락의 순행경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 병변부 근처
통증 부위는 대부분 병든 부위와 그 주변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요추 염좌 환자의 압통점은 대부분 허리의 양쪽 또는 척추 사이에 위치하며, 어깨, 팔꿈치, 무릎, 발목 관절 질환의 통증점은 대부분 국소 부위 및 그 주위에 나타난다.
2. 장부경락의 순행 경로
병변의 통점은 장부가 있는 부위나 경락의 순환경로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 확인된 관련 경험에 따르면 심장병이 있는 환자는 전흉부와 왼쪽 견배부에 통증이 있고, 맹장염이 있는 환자의 경우 족양명경로를 따라 양릉천 아래에 압통점이 나타날 수 있다.
오장육부의 병증은 背俞穴에 敏感反應点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靈樞·背腧篇》에, “則欲得而驗之,按其處,應在中而痛觧,乃其俞也”라 했다. 脏腑의 기가 背俞穴로 이어지기 때문에, 背俞穴의 敏感 현상을 살펴, 장부의 병증을 알아낼 수 있다.
3. 통점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인 감각에 의거하여
疼 痛 感:
신체 표면의 민감한 부분을 누를 때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은 주로 통증인데, 이를 "통증감"이라 한다. 삼차신경통, 후두신경통, 건초염, 급성 염좌, 섬상과 같은 민감한 부위는 刺痛(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閃電樣痛(번개가 치는 듯한 통증)으로 나타난다.
酸 痛 感:
압력을 가한 부위에서 酸多痛少의 느낌으로 나타나는 환자의 주관적인 반응을 말하며, 이를 “酸痛感"이라 한다. 신허 요통, 만성 痹症, 관절통 등 일부 만성질환의 아시혈의 경우 대부분 酸痛으로 나타난다.
脹 麻 感:
민감한 부위를 눌렀을 때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은 주로 酸麻이며, 일정한 방향으로 방산되는데 이를 “脹麻感”이라 한다. 예를 들어 소수의 경추증 및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경우 민감한 부위는 脹麻感으로 나타나며 손가락이나 발가락으로 방산된다.
舒 适 感:
환자의 통증 지점을 눌렀을 때, 환자는 輕松, 欣快 또는 舒服의 감각을 느끼는데, 이를 “舒适感”이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두통 환자는 통증이 있는 부위를 잘 눌러 주면 舒服 느낌과 통증 경감됨을 느낀다.
아시혈(阿是穴)의 활용과 그 의의
동의학 침뜸요법은 해부도상에 적시된 경혈을 중심으로 진단 치료하는 것이 보통이다. 동의학에서 혈자리는 경락계통(經絡系統)과 장부조직(臟腑組織)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다. 경락을 통해 생리상 신체의 상하내외(上下內外)를 통창시켜 주고, 기혈영양(氣血營養)을 전신으로 수송해 주는 작용이 있다. 또한 경락을 병리상으로 경락을 병사(病邪)가 표(表)로부터 이(裏)로 전주(傳注)하는 경로라고 한다면, 경혈은 그 문호에 해당된다. 이런 맥락은 아시혈의 이해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즉 아시혈 역시 질병의 반영점(反映點)으로 진단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자극점이 될 수 있다.
인체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체의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 결함이 있으면, 그 반응이 머리, 등, 가슴과 복부, 팔다리, 귀, 눈 등의 인체 체표의 상대적인 반응점에 나타난다. 이 반응점을 찾은 다음 누르거나 뜸을 뜨면, 신체의 면역 기능을 자극하여 항병원성 인자를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충수염’이 있는 환자의 경우 종아리 앞쪽과 바깥쪽, 족삼리 아래 1~2촌 사이에 명백한 압통이 있는데, 이 압통부에 침뜸을 해주면 환자는 통증을 줄이고 치유 및 회복이 가능하다. 이렇게 찾아낸 혈자리가 곧 천응혈이며, 이를 이용해 해당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허다하다.
사실 모든 부위의 통증에 대해 그 원인을 충분히 알아내기는 어렵다. 이렇게 그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경우라도 두드리거나 마사지 또는 뜸을 뜨면 통증이 완화되고 좋아지기도 한다.
* * *
이런 맥락에서 아시혈이 갖는 의미를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일은, 특히 침뜸요법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아시혈이 직접적인 치료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락과 경혈의 체계와 처방이 고정된 틀에 묶여 있어 진단과 치료를 위한 병증의 실체에 대한 사고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동의학에서는 통상 병증(증후군)에 대해, 四診, 脈診 등의 방법으로 살피고, 그리고 이른바 ‘변증’의 방법에 의거해 그 병증의 병인 및 병기를 구하고 그에 상응한 치료방안 강구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변증의 방법이란 ‘六經변증’을 기본으로 하는 ‘경락변증’과 그에 대응한 ‘장부변증’, ‘팔강변증’ 등의 사고를 말하며, 이는 모두 음양오행론의 (氣)철학에 기초한다. 이러한 ‘변증논치’의 사고는, 통상 <황제내경>은 물론 장중경의 <상한잡병론>에 근거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후 많은 의가들에 의해 심화되어 온 것으로 동의학을 지탱하는 흔들림 없는 중심축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변증논치의 의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변증논치에 앞서 병증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자 치료의 첩경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변증논치에 동원되는 음양오행론적 각종 언설이 번잡스런 ‘허사’(虛辭)가 되어(예컨대 陽火, 陰火, 命門火, 君火, 相火.. 등등 무수히 많다) 오히려 그 병증의 실체 파악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見病之源’, 즉 병증을 보고 그 병원(病源)을 알아야 한다. 즉 병원이란 병증의 밖에 있지 않으므로, 바로 거기에서 그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장중경 <상한론>의 재해석을 통해 동의학의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 이한영의 <중경서독법(仲景書讀法)>을 참고할 수 있다. 이원장은 중경의 <상한론>은 이른바 ‘변증논치’의 번잡한 허사를 말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중경의 본의가 ‘見病之源’의 눈으로 병증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려 하였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동의학의 근본적 방법 혁신을 의도한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필자 역시 침뜸요법을 공부하며 이러한 방법적 사고의 필요성을 늘상 고민하던 차에 만난 이 책은 한줄기 새벽빛처럼 느껴졌다. <중경서독법(仲景書讀法)>의 의미와 침뜸요법에서 갖는 의의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리해 보려 한다).
이러한 관점은 약물의 처방에서도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침뜸요법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라 여겨진다. 경혈도 상에 그려진 통상의 경락과 경혈을 중심으로 한 침뜸요법 역시 음양오행론에 의거한 ‘번잡한 허사’에 묶여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혈’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허사’의 변증논치를 벗어나 병증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왕의 경혈을 포함하여 ‘아시혈’을 구하고 그로부터 병원을 밝혀 그에 상응한 치료방을 찾는 태도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혈’의 의미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즉 아시혈은 병증의 파악과 치료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요컨대 아시혈이란 경근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以痛爲俞”에 상응하는 것인 만큼, 그에 대한 이해가 진단과 치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시혈에 대한 충실한 이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이해의 폭과 깊이는 각인의 공부 및 경험의 폭과 깊이에 달려 있다.
(*芝雲 씀)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전개되었던 동의학 요법의 활약과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래의 책을 소개합니다
책 소개 : 코로나19와 동의학 그리고 침뜸요법
코로나19를 동의학 약물과 침뜸요법으로 치료한다! 과연 가능할까? 여기 그 현장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숨가쁘게 전개되었던 동의학에 기반한 코로나19 치료 임상과 그 효과에
hooclim.tistory.com
'동의학 이야기 > 침술 기법과 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三段論”手針法 :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침술2 (0) | 2022.05.10 |
|---|---|
| 완과침(腕踝针) 요법 :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침술1 (6) | 2022.05.04 |
| 신 침구요법 소개 : 岐黃針療法 (0) | 2021.10.06 |
| 石学敏의 经筋刺法과 그 응용 (0) | 2021.09.24 |
| 石学敏院士의 “醒脑开窍”针刺法(2) : 자침기법과 임상의 실제 (0) | 2021.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