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떴더니.. 코로나 백신 효과 100배 높아졌다”???
2021년 11월 8일, 한 국내 유력 일간지(C일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전통 동의학 요법의 하나인 ‘부항’이 코로나 백신의 효과를 높여준다니, 코로나에 대응한 동의학 요법의 활용을 주시해 온 필자로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국내 G사가 개발 중인 백신(DNA 기반의 백신)을 쥐에게 주입하고, 그 접종 부위의 피부에 작은 유리컵을 올려 놓고 30초 동안 진공펌프를 이용하여 음압을 가했더니 .. 백신의 효과가 크게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백신만 주사했을 때보다 항체가 100배나 더 많이 생성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해 준 것이다.
한편으론 놀란 토끼눈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무래도 분명치 않은 점들이 느껴져, 연구결과를 찾아보았다. Science Advances라는 잡지에 최근에 발표된 논문(Novel suction-based in vivo cutaneous DNA transfection platform)을 기초로 작성된 것이었다. 위의 기사 내용과 유사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이 기사만 보면 마치 부항을 활용하면 백신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식으로 단순화될 우려도 적지 않다. 참 용감해 보인다.
기사에서 말한 ‘부항’이란 'GeneDerm'이라 불리는 부항기와 유사하게 제작된 백신의 피내 접종장치를 가리킨다(아래 그림의 B). 즉 위의 G사가 개발하고 있는 DNA 기반의 백신을 효과적으로 인체에 주입하는 데 필요한 장치를 말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백신은 mRNA에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다(모더나, 화이자 등의 백신). 이 mRNA에 기반한 약물전달 방식의 경우 개발은 오래되었으나 인체 내 주입 시 빠르게 분해되어 사라지는 문제점 때문에 실제 약물에 적용되지 못하였다. 즉 mRNA로 암호화된 바이러스 정보가 제대로 세포에 전달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RNA 단백질에 바이러스의 정보는 실을 수가 있었지만, 이 정보를 실은 mRNA를 표적세포에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던 것이다. 다소 불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기술은 부드러운 지방(상어 기름 등)을 만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코로나19에 대응한 백신 개발 과정에서, 바이러스 정보를 실은 mRNA를 부드러운 지방에 싸서 세포에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백신 개발은 DNA를 기반으로 한 측도 적지 않은데, 위 G사가 개발하여 임상을 진행 중인 백신(GLS-5310)이 바로 DNA 기반 백신이다. DNA 기반 백신은 mRNA 백신에 비해 안정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역시 표적세포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애로를 겪어 왔다. 최근 들어 전기장을 이용한 전기적 충격으로 세포막을 투과하여 세포내 세포질 및 세포핵에 전달을 도모하는 장치(EP)가 이용되고 있지만, 통증, 근 수축, 조직 손상 등의 문제가 수반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위의 'GeneDerm'이란 부항기와 유사한 메카니즘을 활용하여 암호화된 DNA의 정보 전달을 효과적으로 도모하려는 장치로, 백신의 피내 접종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피내 접종기를 이용할 경우 백신만 주사했을 때에 비해 100배나 높은 항체 형성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백신의 전달에 부항의 음압 자극을 활용한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학의 현수준에 코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침뜸, 부항, 괄사 등 동의학 외치요법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자극'이 갖는 의학적 의미에 대한 과학적 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우스를 통해 이루어진 접종의 구체적인 모습은 이러하다. 먼저 피하에 백신을 주사(Mantoux 주사)하고, 수포가 형성된 부위에 부항기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장치(GeneDerm)의 작은 컵을 올리고 30초 정도 음압을 가해주는 자극을 가해 준다.(위의 그림 A, B, C 참조). 물론 피부 손상은 없는 수준의 자극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 결과 항체 형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 이 부항 방식의 음압 자극이 백신의 DNA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그 결과 항체 형성도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위의 그림 D, E, F 참조).
연구진은 “이 장치가 피부를 끌어당기고 이완시켜, 세포가 외부의 입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이 장치를 연구진의 피부에 직접 실험했을 때도 통증은 없었다고 한다.
G사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야생형 뿐만 아니라 베타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폐 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했다”, “백신 접종 후 형성된 항체도 ACE2-RBD 결합시험으로 확인해보니 야생형뿐만 아니라 델타변이도 억제되는 것이 확인됐으며 이미 발표한 백신(GLS-5310)의 임상1상 면역원성 중간평가 1차 결과에서도 GeneDerm 플랫폼을 이용한 백신접종이 강력하고 높은 항체면역반응과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했다”고 전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피내 접종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의 백신 접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나 DNA 백신은 mRNA 백신과 달리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안정성도 높다고 한다.
참고로 이 연구가 부항이 코로나백신의 효과를 높여준다는 것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동의학 부항요법은 얼마간 피부 손상이나 사혈을 수반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활용이 부항의 음압식 자극이 갖는 효과 개선 메카니즘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연구로 이어져 ‘부항’이라는 동의학 요법의 과학적 근거가 보다 심화되는 계기로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논문의 세부 내용은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생략한다. 자세한 것은 아래 논문을 참조할 수 있다.
: Novel suction-based in vivo cutaneous DNA transfection platform(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j0611)
(*芝雲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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