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 이전의 침뜸 고전 : <十一脉灸经> 2책
1973년 중국 마황퇴 묘소에서 여러 권의 의서가 출토되었는데, 이 가운데 경맥을 언급한 두권의 책이 주목받았다. 쓰여진 시기가 황제내경의 저작 연대보다 200년 정도 앞서는 데다, 특히 경맥에 대해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足臂十一脉灸经>과 <陰陽十一脉灸经>의 2책이 그것이다. 통상 이 둘을 묶어 <脉書 十一脉>(이하 <脉書>라 함)이라 한다. 이 두 권의 책에 경맥이 최초로 언급되는데, 황제내경의 12경맥과는 달리 11개의 경맥만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 언급된 11맥은 대체로 <영추>의 초기 형태 또는 경맥의 원시 형태로 보지만, 그 이름, 분포 및 방향은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양자 간의 차이점을 탐구하는 것은 경락이론의 형성 및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이들 두 책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정리하고자 하며, <황제내경, 영추>의 관련 내용과도 부분적이나마 비교 검토해 둔다.
1 경맥의 이름과 경맥의 수
<脉書>는 주로 <足臂十一脉灸经>(이하 “足臂本”이라 함)과 <陰陽十一脉灸经>(이하 “陰陽本”이라 함)을 가리키는데, 전자는 내용이 간단하고 후자는 비교적 상세하다. “足臂本”은 상지의 경맥에는 모두 臂자가 붙어 있다. 예컨대 “臂泰陰脉”、“臂少陰脉”"등과 같다. <영추>에서는 상지의 경맥에는 모두 “手”자가 붙는다. "수" 대신 "비"가 된 것은 그 경맥이 모두 臂(팔뚝)의 앞측에서 기시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足臂本”에 나오는 경맥의 이름은 장부와는 관계가 없다. 즉, “足陽明脉”、“足泰陰脉”과 같은 식으로 장부를 가리키는 “胃”、“脾”와 같은 글자는 없다. <영추>에서는 “胃足陽明之脉”、“脾足太陰之脉”과 같이 그 명칭에 경맥과 상관된 장부가 함께 명기되어 있다.
"음양본"에 있는 일부 경락의 명칭은 “足臂本”과 다소 다르다. “足臂本”의 “足少陰脉”、“足泰陰脉”이 “少陰脉”, “大(太)陰脉”이라 지칭된다. 또한 특정 기관이나 부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경맥도 있다. 肩脉, 齿脉 및 耳脉이 그러한데, 각각 “足臂本”의 臂泰陽脉, 臂陽明脉 및 臂少陽脉에 해당한다. <영추>의 수삼양경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그 명명법은 서로 다르지만, <영추>의 수삼양경의 임상 주치의 특징과 매우 유사하다.
<맥서>는 훨씬 오래 전에 작성되었으며 <영추>와는 여러가지로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맥서>는 11개 경맥인 반면 <영추>는 12개 경맥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사람들은 "음수"와 "양수"에 대한 고대인의 이해의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다소 무리가 있다. 사실 어떤 이론이든 발생하여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완성되어 간다. 예를 들어 <영추>에 기재된 경혈은 160개였는데, 점점 보충 확대되어, 청대의 <针灸逢源>에 이르면 361개로 늘어나 경혈이론은 더욱 풍부해진다. <맥서>의 11개의 맥 역시 이 프로세스의 일과정이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명칭으로부터 보면, <영추>와 비교하여 <맥서>는 수궐음심포경을 결하고 있다. 그러나 깊이 분석해보면 “臂巨陰脉”(手太陰肺经)이 수궐음심포경이 된다. 예를 들어, 그 경맥의 경로는 손바닥 중앙, 체강 내 양골 사이를 거쳐 심(심 중) 들어가니, 이는 수궐음심포경의 순행노선과 매우 유사하며 수태음폐경과는 다르다. 특히 이 경락은 최종적으로 심으로 들어가니 수태음폐경은 될 수가 없다. 경맥병증은 경맥 병리의 특정 반영이며, 경맥이 같다면 그 병리도 기본적으로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맥서>의 “臂泰陰脉”, “臂巨陰脉”의 병증은 <영추>의 수태음폐경과는 거의 공통점이 없다. 전자는 주로 心痛、心烦、胸痛 등의 심병이 주이고, 후자는 咳、喘喝、胸满 등과 같은 폐의 질환이 주이다. 둘 사이의 유일한 공통 증상은 “臂厥”인데, 두 경락 모두 상지의 내측을 달리고 경락이 비정상인 경우 상지에 그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臂厥”은 수태음폐경만이 갖는 병증은 아니다. 이렇게 보자면 <맥서>에서 빠진 것은 바로 수태음폐경일 것이다.
2 경맥의 기시 종지와 주행 방향
<맥서>의 경맥 기시점에는, 수삼음경은 5장에서 기시하고, 수삼양경은 지단에서 기시하고, 족삼양경은 두면에서 기시하며, 족삼음경은 족지단에 기시한다는 식의 <영추>의 규율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몇가지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상지의 경맥 중에서 양경은 모두 손가락에서 기시하고 음경은 모두 前臂에서 기시한다. “陰陽本”의 일부 경맥은 그 차이가 더욱 크다. 예를 들어, 견맥은 "귀 뒤에서 기시하고", 대(태)음맥은 "위 뒤"여서(위에서 시작) 종지점이 기시점으로 바뀌었다. 또한 상지의 양경은 모두 손가락에서 시작되고 음경은 모두 전완에서 기시된다는 “足臂本”의 규율도 없다. 이외에도 치맥은 "차지와 대지에서 기시"한다고 하는데, 하나의 경맥이 두 개의 기시점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영추>에서는 手三陰经은 지단에 종지하고, 手三陽经은 두면에서 종지하고, 足三陽经은 족지단에세 종지하며, 足三陰经은 舌下와 巅顶에서 종지한다.
<영추> 12경맥의 기시점과 종지점은 서로 접속되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이룬다. 반면 <맥서>에서는 그 기시점과 종지점이 아무런 관계도 없다.
<맥서> 足臂本에서 맥의 주행방향은 모두 지단에서 두부 및 체간으로 향하는 향심성이다. <영추>에서는 手三陽经은 장부에서 손으로 달리고, 手三陰经은 손에서 두부로 달리고, 足三陽经은 두부에서 족으로 달리며, 足三陰经은 족에서 복부로 달린다. 이렇게 서로 다르다. “陰陽本”의 주행방향은 “足臂本”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예외적인 경맥이 두 개인데, 肩脉과 大(太)陰脉이다. 그 주행 방향은 머리에서 시작하여 사지로 향하는 원심성이다.
<맥서>의 이러한 비교적 단순한 순행 방식은, 고대인의 소박한 인식 수준과 관련이 있으며, 경락 시스템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 경맥의 순행
<영추>에서 경락은, 경맥, 낙맥, 경별, 경근, 피부 그리고 무수한 손락과 부락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정체적 체계를 형성한다. 그것들은 안으로 장부로 이어지고 밖으로는 사지 관절에 연락하며, 상호 연결되고 교차하며 속락한다. 그러나 <맥서>는 11개 경맥만 기재하고 있을 뿐, 낙맥, 경별, 경근 등은 없다. <영추>에서 종횡으로 교차하며 전신의 내외에 두루 분포한 경락체계와는 아직 멀고, 아직은 그 태생적 형태만을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맥서>의 경맥 순행은 <영추>와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① 소수의 支脉만 있다. <영추>의 十二经脉은 모두 支脉이 있고, 특히 足陽明胃经은 支脉이 4개나 된다. <맥서>는 足泰陽脉、足少陽脉에만 支脉이 있고 이들 지맥을 합해서 4개일 뿐이다.
② 经络은 대부분 서로 교차하지 않는다. <영추>에서는 手三陰经을 제외하면 모든 경락이 서로 교차하며 여러 개의 경락과 교회하는 경우도 많다. <맥서>에서는 足厥陰肝经만 다른 경과 교차한다. 예를 들어 足臂본의 “交泰陰脉”이다.
③ 내부로 가는 선이 적다. <영추>에서는 경락은 모두 内行線과 外行線의 둘로 구성된다. 반면 <맥서>에서는 모든 경은 外行線이 있지만, 内行線이 있는 경우는, 臂泰陰脉의 “之心”(臂巨陰脉의 “入心中”)、足少陰脉의 “入腹……出肝”、大(太)陰脉의 “被胃” 등 뿐이다.
④ 循行 노선이 짧다. <맥서>의 모든경은 <영추>의 같은 경맥보다 짧다. 足臂本의 足泰陰脉은 "고(股)의 내렴을 나와" 대퇴 발꿈치 근처까지 순행한다.
⑤ 脉에는 경혈이 없다. <영추>에는 160여개의 경혈명이 나오는 반면, <맥서>에는 경혈명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것이 경락의 발견과 발달이 경혈보다 앞선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보가는 어렵다. 경락과 경혈 양자는 상호 촉진과 공동 발전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맥서>와 같은 시기에 아직 경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⑥ 장부와의 상관은 매우 적었다. <맥서>의 모든 경맥의 명칭은 장부와의 상관성이 없는데, 다만 그 순행 과정에서 소수의 经脉이 心、肝、肾、胃와 일부 관련되어 있다.
⑦ 내용이 원시적이고 서술이 간략하다. 예를 들어, “脉”은 “温”으로, “凑”은 “奏”으로 쓰는 등, 일부 문자의 음과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경맥 순행에 대한 설명은 매우 간단하다. 예를 들어 足厥陰脉은 “……触少腹,大渍旁”이라 하여 소복부에서 목내자에 이르는 경맥 순행선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맥서>와 <영추>의 글, 수사법 및 내용의 큰 차이에서 두 책의 저작 시기가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4 경맥의 병증
<맥서>의 경맥 병증은 <영추>의 그것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물론 그 차이는 경맥 만큼 크지는 않다. 이는 <맥서> 시대 사람들의 경락 병리에 대한 인식이 상당한 깊이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맥서>의 足臂本과 陰陽本의 병증 이해에는 큰 차이가 있다. 足臂本에는 “是動病”, “是主所生病” 부분이 없다. <영추>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陰陽本의 병증에 대한 예시는 <영추>와 완전히 동일하며, 각 경의 주소증은 <영추>보다는 적지만 足臂本보다는 많다.
陰陽本의 경맥 순행 역시 足臂本보다 상세하다. 그래서 足臂本이 陰陽本보다 먼저 쓰여진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성립되기 어렵다. 둘의 단어와 수사가 매우 유사하고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陰陽本의 “肩脉”、“齿脉”、“耳脉”의 이름도 원시적이다. 따라서 둘 사이의 차이는 그 학술유파의 차이, 즉 경맥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맥서>에서는 뜸은 언급하고 있지만 침술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뜸이 2,000년 이상 전부터 더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치료는 경맥 전체에 뜸을 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당시에는 경맥의 임상적 응용이 경혈보다 더 중요했음을 시사해 준다. 책의 이름이 모두 “灸经”이라명명되어 있고, 수족부의 경우 그 병증에 대해 모두 “诸病此物者,皆灸×××脉”이라 적고 있다. 책이 비록 경맥 및 그 병에 대해 논술하고 있지만, 책이 쓰여질 당초에는 뜸을 주로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음양본에는 그 명칭 외에는 "뜸"이라는 글자가 없다. 이는 족비본과는 다른 것으로, 이러한 차이점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상은 "<脉书.十一脉> 新探"(侯书伟 胡志强 谭奇文)을 주로 참고하여 작성된 것이다.
(http://www.100md.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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