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한시읽기 1786

12/14일 오늘의 한시/ 겨울비 -尹愭

冬至雨(동지우)/ 동지에 비가ᆢ 大雪之後無小雪 대설지후무소설 冬至雨如夏至雨 동지우여하지우 老農相傳有占驗 노농상전유점험 只恐來歲多愁苦 지공내세다수고 雪時則雪雨時雨 설시즉설우시우 然後方敎四海舞 연후방교사해무 대설 뒤에 가랑눈도 내리지 않고 동지비가 하지비처럼 퍼붓네 늙은 농부들 전하는 옛 경험 있으니 내년엔 고생 많을 거라 걱정하네 눈 올 땐 눈 내리고 비 올 땐 비가 내려야 온 세상 풍년들어 춤을 출 수 있다네 *윤기 尹愭, 1741∼1826

12/13일 오늘의 한시/ 서리 날고ᆢ -黃俊良

霜飛(상비)/ 서리 날고ᆢ 軒頭挺苦竹 헌두정고죽 歲暮顔色好 세모안색호 池心擢朱華 지심탁주화 霜飛萎敗早 상비위패조 同是君子友 동시군자우 天胡不共保 천호불공보 易替是繁華 이체시번화 持久唯枯槁 지구유고고 但使稟賦全 단사품부전 遲速何足道 지속하족도 *빼어날 정, 뽑을 탁, 추녀 머리의 빼어난 고죽은 세모에 그 모습 더욱 좋다만 연못 속에 우뚝하던 붉은 연꽃은 서리 날리자 일찍 시들고 말았네 다 같이 군자의 벗이다만 하늘은 어찌 함께 보전하지 않을꼬 번화한 것은 쉬이 쇠하고 야윈 것이 오래오래 간다네 타고난 바탕 온전히 할 뿐 더디고 빠름을 어찌 말할 수 있으랴 *황준량 黃俊良, 1517∼1563 *원제ᆢ 次李退溪讀王梅溪和韓秋懷韻 遣懷(이퇴계의 '왕매계가 한창려에게 화답한 것을 읽고 가을 회포를 읊다'라는 시에 ..

12/12일 오늘의 한시/ 하는 일을 적어 보다 -尹拯

書事(서사)/ 일에 대해 쓰다 狗毫松板戲章草 구호송판희장초 枉矢哨壺時拾投 왕시초호시습투 更有掃塵功課在 갱유소진공과재 檢來粗免素餐羞 검래조면소찬수 송판에 개털붓으로 장난삼아 글을 쓰고 때론 굽은 화살 주워다가 비뚤어진 병에다 던져 넣고 게다가 청소하는 일과까지 있으니 따져 보자면 일도 않고 녹이나 축내는 부끄러움은 면한 셈이네 *윤증 尹拯, 1629~1714 *枉矢哨壺왕시초호ᆢ 굽은 화살과 삐뚤어진 병을 가지고 하는 투호놀이를 이르는 것으로, 손을 맞아 즐겁게 논다는 의미ᆢ *素餐소찬ᆢ 하는 일도 없이 녹을 먹음

12/11일 오늘의 한시/ 백년 인생 -申欽

백년(百年)/ 백년 인생 百年便作萬年計 백년편작만년계 今日還爲明日憂 금일환위명일우 役役一生終底用 역역일생종저용 北邙丘壠盡公侯 북망구롱진공후 백년을 살면서 만년의 계책을 세우고 오늘을 살면서 오히려 내일을 걱정하네 힘들게 사는 일생 끝내 뭣에 쓰려나 북망산 무덤들 모두가 공후인 걸ᆢ *신흠 申欽, 1566 ~ 1628

12/8일 오늘의 한시/ 한 잔, 두 잔 -金鍾秀

一杯二杯(일배이배)/ 한 잔 두 잔 一杯皺顔舒 일배추안서 二杯天寒退 이배천한퇴 三杯轉陶陶 삼배전도도 胷中無一礙 흉중무일애 談鋒互崢嶸 담봉호쟁영 笑傲自不耐 소오자불내 賓主盡酩酊 빈주진명정 誰復嘲醉態 수복조취태 *주름 추, 가파를 쟁, 가파를 영, 취할 명, 취할 정, 한 잔에 주름진 얼굴 펴지고 두 잔에 추위도 물러가고 석 잔에 점점 얼근해지니 가슴 속에 아무런 장애도 없다네 이야기 꽃 한껏 무르익어 웃음에 농짓거리 참지 못하네 손도 주인도 잔뜩 취해 술 취한 꼬락서니 뉘라 조롱하랴 *김종수 金鍾秀, 1728~1799 *원제ᆢ 晉牧趙道源 過溪北贈酒債煑肉小集(진주 목사 조도원이 시내 북쪽으로 찾아와 술빚을 갚기에 고기를 구워 작은 모임을 하였다)

12/6일 오늘의 한시/ 시월 국화 -洪直弼

十月菊(시월국)/ 시월 국화 落木蕭蕭萬壑哀 낙목소소만학애 九秋淹病未登臺 구추엄병미등대 偏憐數朶窓前菊 편연수타창전국 若爲幽人盡意開 약위유인진의개 우수수 낙엽 져 온 골짝이 서글픈데 늦가을 오랜 병으로 누대에도 오르지 못했네 창 앞의 몇 송이 국화가 유달리 어여쁘니 마치 은둔한 사람 위해 활짝 핀 듯하네 *홍직필 洪直弼, 1776~1852 *원제ᆢ 秋盡日臥病誦鄭松江十月咸山菊詩仍和其韻(가을이 다한 날에 병으로 누워 정송강의 ‘시월 함산의 국화(十月咸山菊)’ 시를 외고 인하여 그 운에 화답하다)

12/5일 오늘의 한시/ 세 노인 -미상

三叟(삼수)/ 세 노인 上叟前致辭 상수전치사 室內姬粗醜 실내희조귀 二叟前致辭 이수전치사 暮臥不覆首 모와불복수 三叟前致辭 삼수전치사 量腹節所受 양복절소수 旨哉三叟言 지재삼수언 所以壽長久 소이수장구 가장 나이 많은 노인이 나서서 이르길 내집 마누라가 박색이오 두번째 노인이 나서서 이르길 저녁에 잠 잘 때는 머리를 덮지 않는다오 세번째 노인이 나서서 이르길 음식을 먹을 땐 절제한다오 아~ 이 세 노인의 말씀이 바로 오래 사는 비결이라네 *산림경제 편 총론 중에ᆢ그 출처가 魏應璩詩로 되어 있음. 길을 가다 밭갈이 하던 100세가 넘은 세 노인을 만났는데ᆢ 각기 장수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고ᆢ

12/4일 오늘의 한시/ 산사의 아침 연기 -李齊賢

山舍朝炊(산사조취)/ 산사의 아침 연기 山下誰家遠似村 산하수가원사촌 屋頭烟帶大平痕 옥두연대대평흔 時聞一犬吠籬落 시문일견폐리락 乞火有人來扣門 걸화유인래구문 산 아래 뉘 집인지 멀리 마을 같은데 지붕 위로 피는 연기 태평세월 흔적일세 때로 울 아래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불씨 꾸러 온 사람이 문을 두드리네 *李齊賢 이제현, 1287~1367 *원제ᆢ和李明叔雲錦樓四詠 중 한 수

12/1일 오늘의 한시/ 낙방 하고서 -丁若鏞

下第(하제)/ 낙방하고서ᆢ 涉世如飮酒 섭세여음주 始飮宜細斟 시음의세짐 旣飮便易醉 기음편이취 旣醉迷素心 기취미소심 沈冥倒百壺 침명도백호 豕息常淫淫 시식상음음 山林多曠居 산림다광거 智者能早尋 지자능조심 長懷不能邁 장회불능매 空守南山陰 공수남산음 *돼지 시, 세상살이 음주와 흡사하니 마시기 시작할 때는 한두 잔인데 마시고 나서는 곧장 취하기 쉽고 취한 뒤에는 본마음 어두워지네 몽롱한 정신으로 백 병을 마시고는 식식대며 마시고 또 마시기 일쑤네 저 산림 곳곳에 살 곳도 많으니 지혜로운 자라면 일찍이 찾아갔으리 오래도록 생각만 간절할 뿐 가지 못하고 헛되이 남산 기슭을 지키고 사네 *정약용 丁若鏞, 1762~1836 *感興 2수 중에ᆢ 이때 과거 시험에 낙방하였다(時下第)라 적어 두었네요

11/30일 오늘의 한시/ 夜坐(야좌) -鄭蘊

夜坐(야좌)/ 밤에 앉아 寥落荒村暮 요락황촌모 蕭條斗室幽 소조두실유 燈火占凶吉 등화점흉길 蓍草卜春秋 시초복춘추 夜臥何羞枕 야와하수침 朝興擬送憂 조상의송우 悄然開戶看 초연개호간 霜月掛城頭 상월괘성두 황폐한 마을 쓸쓸히 저물어 가고 쓸쓸한 작은 방 그윽하기도 하네 등불을 켜놓고 길흉을 점치고 시초를 갖고서 춘추를 점치네 밤에 누운들 무엇이 부끄러우랴만 새벽에 일어남은 근심을 떨치려 함일세 서글픈 마음에 문 열고 보자니 서릿달이 성 위에 걸렸네 *정온 鄭蘊, 1569~1641 *夜坐 次蘇齋韻(밤에 앉아, 소재(蘇齋)의 시에 차운하다) *霜月상월은 11월을 가리키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