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중국 침구 이야기

‘中西醫結合醫學’이란..

지운이 2019. 1. 9. 15:17

<중의학의 이해>

현대 중국의료시스템에서 ‘中西醫結合醫學’의 위치

 

현대 중국의 의료시스템은 크게 중의학, 서양의학, 중서의결합의학이라는 세가지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중국 역시 서양의학이 주류의 의료수단이 된지 오래지만, 전통적인 의학으로써 오래도록 그 역할을 해온 중의학은 여전히 중요한 의료시스템의 자리를 지켜왔다. 전통 중의학은 음양오행사상을 토대로 한 대중의 문화 속에 깊숙이 결합되어 인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 정착해 왔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16세기말에서 18세기 초에 걸쳐 서양의 문물이 유입되며 이를 따라 서양의학도 들어오게 된다. 특히 19세기가 되면 근대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서양의학도 과학적 발전을 이루게 되고, 서양의학의 중국 침투도 본격화하게 된다.

 

이 시기 서양의학 중국침투는 급속히 전개되며 전국적인 규모로 발전하였다. ‘개화’의 물결 속에 서양의학의 존재가치가 급부상하며 중국사회 전체에 정착되었다.

 

이러한 서양의학 확산은 중의학에 대한 도전을 의미했다. 중의학자들 가운데 일부 서양의학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제기되는가 하면 또 서양의학의 우수한 부분을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서양의학의 우수한 부분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사천성의 康宗海(1862-1918)의 醫經精義(1892), 광동성의 朱沛文(19세기 후반)의 華洋臟象約纂 등을 볼 수 있다. 이들을 초기 中西醫融通派라 부르는데, 개화와 편승한 개량주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양의학의 도전은 20세기로 들어오면 한층 격화된다. 서양문물을 앞세운 신흥세력에 의해 중의학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풍조까지 조장되었다. 그런 가운데 서양의학과 중의학 간에 밸런스를 유지하며 중의학의 존속을 도모하려는 노력도 나타난다. 惲鐵樵(1878-1935)의 郡經見智錄(1922)을 들 수 있다. 그는 중의학 이론을 유지하고자 하면서도 전통적인 관점을 고수하지 않고 서양의학의 생리학을 받아들여 서로 통합하고자 하는 유연성을 발휘하여, 일정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는 이러한 근대성의 관점에 서서 중의학을 교육하는데도 앞장섰다.

 

이러한 양상은 임상연구로도 이어졌다. 하북의 張錫純(1860-1933)은 동의학 고전에 얽메이지 않고, 또 서양의학 권위도 무시한 채, 객관적으로 접근코자 하여 중의약의 성질 분류에도 적지 않은 정정을 이루었다. 그는 서양의학 진단방법도 수용하는 한편, 특히 뇌과학 지식의 가치를 중시하였다. 그가 바로 가장 전형적인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融通派’였던 셈이다.

 

5/4운동에 이은 신문화운동의 전개 속에 서양의학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고, 급기야 ‘중의학폐지론’까지 등장하였다. 이로써 폐지의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으나, 지속된 저항으로 국민당정부도 중의학을 합법적인 의료위생시스템으로 인정하게 되는데, 그것이 1936년 중의조례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으로 중의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공산당정부는 의료위생부문 주요정책으로 ‘중의학의 과학화’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중의학자들은 행정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서양의학을 학습케 되고 서양의학자로 변질되게 되었다. 이는 사실상 중의학의 폐지나 다름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일자, 1954년 ‘과학적인 태도로 중의학을 보자’는 슬로건을 내걸며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이 도모되기에 이른다. 이는 특히 모택동에 의해 강조되었다.*) 그런 가운데 탄생한 것이 바로 ‘중서의결합의학’으로 새로운 의학의 개척이 시작된 셈이다.

 

*모택동은 1954년, ‘중의학을 중시하고 중의학을 배우고 중의학을 연구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조국이 전인류에 공헌하는 위대한 사업의 하나이다’고 지적.. 1956년에는 서양의 근대과학으로 중국의 전통의학의 규율을 연구하고 중국의 새로운 의학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한편, 1958년, ’중국의 의약학은 위대한 보고로, 그것을 발굴하고 향상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공산당정부가 중의학 중시와 중서의결합의학을 제창하게 된 것은, 당시 동서냉전의 엄혹한 세계정세 속에서 ‘독립자주 자력갱생’을 강조하던 정신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른바 민족의학의 진흥을 도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중서의결합의학의 연구와 실천은 대개 4단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단계는(1950년대) 중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 배우도록 하여 전국각지에서 서양의학자들이 중의학을 배우게 되고 중서의결합의학을 연구할 인재들이 양성되는 단계이다.

2단계는(1960-70년대) 임상과 실험연구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서양의학적 병증과 중의학 변증의 연관, 침마취 임상연구, 중약 처방의 임상 응용, 중약의 약리 연구, 신처방 연구, 각종 진단법 연구(설진 맥진 등), 동물 임상연구, 중서의결합의학의 대학원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3단계는(1980년대), 현대과학기술과 결합한 임상 연구, 매크로적 변증과 마이크로적 변증을 결합한 연구, 새로운 중약방제의 개발, 중서의결합의학에 관한 기초이론 연구(학회도 발족) 및 학술교류, 중서의결합의학 대학원과정 개설(석사 및 박사), 병원 및 연구소 설립 등이 이루어진다.

4단계는(1990년대), 중서의결합의학을 정식 학문분과로 인정하여 다양한 지원책, 중서의결합의학의 개념 및 정의 명확화, 학교용 교재 편집, 과학원 연구원 선발 등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정립된 중서의통합의학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이론과 방법을 종합적으로 구사하여 인체구조와 기능의 관계, 인체와 환경(자연과 사회)의 관계 등을 연구하고ㅡ 인류의 건강, 질병 및 생명의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과학이다’로 정의된다.(凌錫森, 中西醫結合思路與方法, 人民軍出版社, 2005)

 

세부적으로 진단 및 진단방법의 연구를 통한 결합, 중의학의 치료법과 치료원칙 연구를 통한 결합, 중의학 기초이론 연구, 방제약물 연구를 통한 결합, 침구 및 경락 연구를 통한 결합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침구 및 경락 연구 분야를 살펴보자. 결합 노력의 결과 서양의학 임상 각과에서 침구로 치료한 질환이 300종에 달하였고, 전통적인 자침 기술과 서양의학을 결부시켜 두피침, 이침, 전기침, 레이저침, 경혈주사 등이 개발되었다. 또 생리학 생리화학 미생물학 및 면역학의 방법으로 인체 각계통에 대한 침구의 역할 및 메카니즘을 연구하여 침구에 대한 현대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려는 연구가 강화되었다. 침마취 임상과 침의 진통 원리에 대한 연구, 경락 및 침구의 역할 원리 등에 대한 연구 등이 심도깊게 이루어졌다.

 

20여년간 연구가 진행되며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중의학, 중서의결합의학의 연구성과가 1100여 건에 달하였고, 심장과 뇌혈관질환, 악성종양, 백혈병 등의 연구에서 큰 성과가 있었으며, 중서의결합의학에 종사하는 관계자도 48000명에 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서의결합 병원이 47개소, 학과전문위원회가 35개, 정기간행물이 15종이나 발행되기에 이르렀다. 또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에 소개되는 한편, WHO 활동을 통해 전통의학이 인정받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물론 관련 이론이나 법규, 정책, 각종 인프라 부문에서도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기초이론 면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예컨대, 각 영역별 기초이론과 구상에 대한 연구, 변병과 변증의 결합에 대한 임상 기초연구, 전체를 중시하는 중의학적인 매크로발상과 서양의학의 미크로발상의 연결 문제 연구, 중서의결합의학의 각종 임상연구 등 매무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로 최대 병원으로 상해중의약대학 부설로 악양중서의결합병원이 운영되고 있고, 의료, 교육 등을 위한 최첨단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한 활동도 확대되며 미국 및 유럽 등지의 병원 등의 의료기관과 국제협력 연구도 진행하며, 근자에 들어 특히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서의결합의학의 문제점은?

가장 결정적인 비판은 ‘서양의학의 진단과 중의약 처방’의 결합일 뿐이라는 점이다. 많은 이론 및 임상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사상의 본령을 지키면서 선진적인 서구 과학의 성과를 흡수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분명히 답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중의학은 자연철학과 전체론적 인식론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에 기초한 인체의 파악방식이나 개념을 현대의학적 개념으로 적확히 대응시켜 연구하는 작업이 애당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중의학은 전체의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반면, 서양의학은 국부의 문제를 분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 이들 양 관점을 종합하고자 하는 것이 곧 중서의결합의학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일 것이다. 세포, 조직, 기관, 계통 그리고 인체라는 계통적 파악이 정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내인과 외인 그리고 심신을 통일적으로 파악한다거나, 또 분석과 종합판단을 통일함으로써 진단과 치료 및 그 치료효과의 평가 등에서 객관적 지표를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하나 여전히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중서의결합의학의 출현은 애당초 정치사업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함을 안고 있었고, 중국 내부에서도 다양한 이견이 제시되어 왔다.

 

李慶業의 中醫崛起之路가 이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정부가 중의학을 배운 서양의학자들을 주력부대로 삼아서 추진한데서 오는 문제로, 이러한 과정이 사실상 중의학자들의 주도권을 빼앗아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그로 인해 중의학자들은 많은 상처를 입게 되었고, 서양의학이 중의학을 오히려 개조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중의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중의학과 서양의학은 사유양식은 물론 의료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라 상호융통이 곤란하여, 비록 공존은 가능할지라도 결합이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당초 그 담당자들의 수준이 곧 높아지고 기왕의 동의학이론을 대체할 새로운 이론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개념 자체도 확실히 되지 못했고, 그 내용도 분명치 못하다. 그런 맥락에서 요컨대 중서의결합의학이란 서양의학이 중의학을 개조하고 서양의학의 기준으로 중의학을 측정하고 검사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물론 중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여 활용하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결합’이 아니라, 각분과 간의 상호침투를 의미하여야 한다.

 

그러나 중서의결합의학의 전개과정은 그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중의학을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이다. 즉 중의학은 줄곧 생존공간을 압박당해 왔고, 이제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 李慶業의 주장이다. 정책에서도 소외되고, 행정관리 인원 구성에서도 중의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들이 주를 이루며, 중의학으로 배정되는 예산도 극히 적다는 것이다. 교육 면에서도 중의학 관련 대학이나 대학원이 존재하나 이곳에서도 서양과학적 관점이 중시되고 중의학의 경전이나 고전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진정한 중의학적인 발상과 이론을 습득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물론 중서의결합의학을 전면 부정하는 그의 주장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는 중의학자도 서양의학자도 있는데, 특히 중의학 측의 불만이 크다고 한다. 정부가 중의학을 중시하는 스텐스를 유지하는 것처럼 해 왔지만, 실제의 자원배분이나 인력양성 등 여러 측면에서 중의학이 경시되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중서의결합이 중의학에 대한 서양의학의 잠식과 합병에 불과하다고 본다.

 

**

공산당정부는 출범 이래 줄곧 중서의결합을 강조해 왔다. 중서의결합의학이 중국 위생활동 전반과 의학 발전의 행동기준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이론도 임상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려 왔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방침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근년 들어 이에 대한 회의와 비판도 적지 않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중의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며, 중의학이 서양의학과 병행 발전해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이 이루어져 스스로 독립자주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를 통해 중의학 지식을 갖춤과 동시에 현대의학 지식도 갖춘 인재의 배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과학은 구조-기능의 모델에서 구조-기능-정보의 모델로 이행하며, 미크로와 매크로의 결합, 퍼지이론, 곡선사유의 합리성 등을 통해 중의학의 시대초월적인 성격과도 부합하는 측면도 확인되고 있다. 그런 만큼 중의학 고유의 특색을 첨단의 과학사상으로 증명해 나감으로써 독특한 신의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郝嘵卿, 中西醫結合醫學の歷史と現狀顧みて(福岡懸立大學 人文社會學部紀要, 2008, vol.17, No1 13-17)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번역정리/芝雲)

 

 

 

 

*芝雲이의 책 소개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전개되었던 동의학 요법의 활약과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래의 책을 소개합니다

https://blog.daum.net/hooclim/4934

 

책 소개 : 코로나19와 동의학 그리고 침뜸요법

blo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