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먹어도 괜찮은 ‘비만치료’?
과체중, 비만 현상은 현대인으로서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칼로리의 과잉섭취, 반면 에너지의 과소소비로 인해 남은 칼로리가 우리 몸에 축적되어 유발된 것이 비만이다. 이 비만이 각종 성인병의 기저로 작동되며 우리 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데 문제가 있다. 예컨대 당뇨병, 심장질환은 물론 암 발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90년대까지도 몸에 축적된 지방이 불필요한 조직/세포로 치부되어 왔다. 그런데 이 지방에서 분비되는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명 착한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 비만, 당뇨병 치료의 중요한 타깃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1994년에 아디포넥틴을 발견한 Scherer 박사는, "지방의 축적량이 증가하면 아디포넥틴 분비량이 감소하는데, 이는 미래에 당뇨병, 심장질환, 암이 발병할 위험을 증가시키는 좋은 지표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조직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로 비만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아디포넥틴은 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인슐린저항성은 심장병의 위험인자 중 하나이다. 아디포넥틴은 혈장에 함유되어 전신을 순환하기 때문에 이를 지표로 삼아 지방대사 이상을 검사하기도 하며, 염증억제 물질로 작용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또 일본 동경대 Kadowaki Takashi교수는 최근(2017.5.12.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 강연) 제2형 당뇨병에서 나타나는 인슐린저항성 매커니즘의 새로운 개념이라는 강연을 통해 아디포넥틴 역할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제2형 당뇨병의 분자수준 발병 기전 이해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세계적 석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Kadowaki교수에 따르면 인슐린 감수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아디포넥틴이 풍부한 성인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혈당 수치를 유지하고 비만 위험이 훨씬 낮다. 반면 아디포넥틴이 적을수록 대사증후군은 물론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았다고 한다.
단순한 에너지원을 지방으로 축적하는 저장 장소로만 이해되던 지방조직이 생물학적 활성을 띠는 다양한 물질을 분비해 대사조절에 관여하는 내분비기관이라는 사실이 주목받기에 이른 것이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이러한 물질들을 아디포카인이라고 하는데, 아디포넥틴, 렙틴, 비타민A 수송 단백으로 알려졌던 레티놀결합단백(retinol binding protein 4, RBP4), 종양괴사인자알파(tumor necrosis factor alpha, TNF-α) 등이 이에 해당하는 물질들이다.
이들 가운데 아디포넥틴은 지질 및 당 대사, 인슐린 감수성 등을 조절해 비만과 관련된 대사질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포넥틴은 혈중에 매우 높은 농도(2~20μg/mL)로 존재해 전체 혈장 단백질의 약 0.01%를 차지한다.
제2형 당뇨병 및 인슐린 저항성, 비만이 심할수록 혈장 아디포넥틴 농도가 낮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심혈관질환 등인 경우에도 그 농도가 감소돼 있다고 한다. 즉 많은 연구결과에서 BMI(체질량 지수), 혈청 중성지방 농도,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유무가 혈장 아디포넥틴의 농도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2002년 인디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Lancet의 연구)에 따르면, 아디포넥틴 농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았다. 반면 고아디포넥틴혈증은 낮은 복부둘레, 공복시 혈당, 식후 2시간째 혈당, 공복시 인슐린 농도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성인에서도 아디포넥틴은 분명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디포넥틴이 대사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미쳤고, 일본 성인 66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역시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일수록 아디포넥틱 농도가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Kadowaki 교수는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아디포넥틴이 부족했을 때 비만은 물론, 제2형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 심지어 수명 역시 단축시켰다는 보고도 존재할 만큼, 아디포넥틴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이처럼 아디포넥틴 수용체인 AdipoR1과 AdipoR2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대표되는 비만 관련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유용한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포넥틴 풍부하면 과식해도 혈당 문제 없다? 흥미롭게도 아디포넥틴이 풍부할 경우,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해도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이 생기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었다.
2007년 뉴욕의 앨버트의대 Maria E. Trujillo 교수팀이 쥐 실험을 통해 밝힌 내용인데, 연구팀에 따르면 아디포넥틴은 풍부하고,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이 부족한 실험쥐는 과식을 해도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디포넥틴이 풍부한 쥐는 인슐린 감수성을 보유해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까지 예방했다고 한다.
Trujillo 교수는 "연구대상에 사용한 쥐들은 병적으로 비대해졌지만, 인슐린 감수성을 그만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함으로써 염증,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고도한 칼로리를 간, 심장, 근육조직에 저장하지 않고 지방조직에 저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Anthony Heagerty 교수는 "현재까지 아디포넥틴의 혈중농도와 비만, 대사증후군 등과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면서 "아디포넥틴이 근육 및 간에서 AMPK를 자극해 혈당을 이용하고 지방산 산화를 증가시켜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고, 여기서 더 나아가 비만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지방은 에너지 저장이라는 역할을 기본으로, ‘중성지방을 저장’하는 능력과 ‘항상성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분비’하는 능력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즉 지방 자체가 없으면 에너지대사에 이상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는 더욱 진전되어, 체지방 증가와 인슐린 감수성 개선이 양립 가능한 실험마우스를 개발하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디포넥틴은 풍부하지만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은 부족한 마우스를 개발하였다. 그 결과 실험마우스는 렙틴이 부족하여 먹는 것을 제어없이 섭취하여 체중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반면, 아디포넥틴은 풍부하여 ‘생리적으로 날씬한’ 상태를 유지하였다는 것이다. 즉 지방세포 수가 증가하고 지방조직의 크기가 확장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대사수치는 정상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덧붙여 주목할 대목은, 늘어난 중성지방이 간, 근육으로부터 피하지방조직으로 효과적으로 재분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지방세포가 적절한 장소에 축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아디포넥틴이 부족하게 되면 지방이 적절한 장소에 축적되지 못하고, 간, 심장, 근육조직 등 위험한 장소에 축적되어 염증, 당뇨, 심장질환 등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연구의 목표는 ‘좋은 부위’의 지방은 늘리고, ‘나쁜부위’의 지방은 축소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향하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괜찮은 비만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물론 아직은 운동과 식이요법이 진리겠지만...
참조
-'착한호르몬' 아디포넥틴, 유용한 당뇨병 치료 타깃 - 메디칼업저버
-"Obesity-associated improvements in metabolic profile through expansion of adipose tissue", JCI online First. Published online on August 24, 2007.
-Adiponectin와 당뇨병 - News-Medical.Net
-비만과 대사질환 예방하는 지방분해호르몬 '아디포넥틴'이란? - MSN.com
(*芝雲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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