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침의 하나로 도침(刀針)이라 알려진 침을 활용한 침법이 있다. 도침술이라 하는 것으로 경결의 염증이 심한 부위나 석회화가 진행된 부위 등에 효과가 있는 침술로 알려져 있다.
도침(刀針)은 침첨이 일자 드라이버와 같은 형태로 된 특수한 침으로, 1970년대에 중국에서 고안된 새로운 침이다. 통상의 '침'(호침)과 현대의학의 '칼'을 결합한 모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침'으로 분류된다. 침첨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침과는 달리 치료 포인트 아래 조직 부위를 미세하게 자르는 수기가 가능한데, 이러한 수기를 활용해 치료를 도모한다. 주로 석회화 등으로 경화된 근육의 유연성 회복, 혹은 건초나 근육 등 연부 조직의 유착(soft tissues injury)을 제거하는 치료에 사용된다. 그 모양은 아래 그림과 같다.
중국에서는 소침도(小針刀)라 한다. 그러니 침도(針刀)라 부르는 것이 올바를지도 모르나 한국에서는 처음 도침이라 부르며 그렇게 익숙해 진 듯하다. 영어권에서는 니들 나이프(Needle knife)의 일종으로 본다. 그리고 이 Needle knife를 활용한 침법을 Acupotomy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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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침술(鍼刀療法)은 1970년대 중국의 朱漢章씨가 고안한 것이라 하며, 2004년부터는 중국의 대학용 교재에도 소개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朱씨는 우연히 손바닥과 손가락에 염증으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목수)에게 이 도침요법을 적용하여 치료하게 된 것이 이 도침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도침은 "새로운 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고대 다양한 침 가운데 "침첨이 칼날 모양인 침"이 이미 존재했었다. 즉 <황제내경・영추>에는 '구침'(九鍼), 즉 9 종류의 침과 침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자르는 침'이 3종류가 있다. 이들 침은 피부를 절개하여 농을 배출하거나 출혈시키는데 사용되었다.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호침은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자입하지 않고 쓰이는(주로 눌러주는) 것도 다수이다. 이처럼 원래 침은 그 시술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도침의 출현은 어쩌면 지난날 사용되었던 침을 복권시켜가는 과정의 하나인지도 모를 일이다.
(*九鍼에 대해서는 '황제내경의 구침(九鍼)' 참조. 현대에 와서 구침을 재개발하려는 시도들도 있어 왔다. 중국의 师怀堂 교수가 대표적이다. 중국 师씨의 '新九针'과 임상응용 참조)
도침이 침술의 새로운 기법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침이라고 하면 통상 호침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도침은 '특수한 침'의 하나로 분류된다. 그만큼 그 사용도 제한된다. 중국에서도 이 침술을 활용하는 병원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고, 활용 영역도 제한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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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침요법은 서두에 지적한 대로 굳어진 근육의 경결을 해소하기 위한 것, 또 그 유착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도침을 경혈이나 골격근에 자입하여 근육의 경결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한편 활발한 면역 활동을 유발함으로써 염증과 통증을 제거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침 시술의 핵심은 근육을 비롯한 연조직에 형성된 유착을 풀어주는 것이다. 연조직의 유착을 풀어주면 주변 조직에 형성된 압력이 완화되고 근육에 형성된 불필요한 장력을 이완시켜 그 기능도 원활해 진다. 그 결과 혈액순환도 현저히 개선되어 손상된 조직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동의학적으로 말하자면, 불통을 일으키는 경결부나 연조직부를 해소하여 기혈을 소통시켜준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른바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다.
* 정상적인 근막은 투명/유백색의 콜라겐 섬유로 이루어진 결합조직(위의 맨 왼쪽 그림)인데, 과도한 노동이나 압박으로 인해 신체가 과긴장되거나 부상을 입거나 감염이 되면 세포대사 산물이 근막층에 축적되어 '유착'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두번째부터 우측의 그림). 대사 산물이 제거되지 못하고 쌓이면 끈적하게 유착 현상이 나타나는데, 심해지면 끈적이는 섬유질이 더 조직화되어 근막 자체의 결합조직처럼 발전하게 되며 결국 달라붙어 버린다. 유착이 생기면 세포간 대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고 결국 염증이 되어 통증을 낳거나 저리거나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골증식, 관절 탈구/변성 등을 유발하게 된다. 나아가 세포대사가 원활치 못하게 되면 해당 부위의 염증 제거를 위해 나타나야 할 고유의 면역 활동도 원활치 못하여 환부의 개선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부위에서 혈관과 신경의 고유한 전도 운동이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동의학에서 말하는 '기혈의 정체'란 어쩌면 이러한 유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막과 그 유착 문제에 대한 많은 연구들에서, 만성통증, 퇴행성질환 등 많은 근골격계질환이 이 근막 유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복부의 각종 장기도 이 유착으로 인해 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각의 장기는 각기 유연한 자기운동을 해야 하나, 유착이 생겨 서로 달라 붙거나 체강 벽에 붙거나 하면 장기 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근육 경결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일반적인 호침을 활용한 시술로도 족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일반적인 호침을 활용한 시술로는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단계(중증)의 환자라면 이 도침을 이용한 시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석회화가 수반된 중등 이상의 근 경결이 주된 대상이다. 석회화에까지 이르지 않았거나 염증의 정도가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침술을 우선 활용하도록 하며, 그래도 잘 치료되지 않는다면 도침요법을 고려해 보자. 물론 이 경우에도 지병의 유무, 만성화 정도, 체질 등의 요소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병증의 중증도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화상 진단을 통해 석회화의 유무, 척추의 골 변형 상태 등에 대해 충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된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적응증)는 다소 협소하다. 예컨대 석회화를 수반하는 오십견, 척추 골극에서의 과다한 염증이나 경결로 인한 이상(경추증, 흉추증, 특히 요통), 수근관증후군, 방아쇠손가락(탄발지), 퇴행성슬관절염, 경결과 염증이 심해진 족저근막염, 요산 결정화로 인한 통풍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하게 중증화된 경우라면 양의에 의한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임상 사례로 확인되는 적응증으로는 범위가 한층 넓다. 요추 횡돌기 증후군, 방아쇠손가락, 경추증, 족근통, 견관절주위염(오십견), 외측상과염(테니스엘보), 허리디스크, 골관절염 등이 임상보고의 다수를 점한다. 무엇보다 만성 근골격계질환이 주된 적응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추 흉추 및 요추로부터 유발되는 각종 염증과 통증, 좌골신경통, 연조직 손상, 활액낭염, 건초염, 신경절 낭종, 각종 신경증 등으로 적응증을 보다 넓게 보고하기도 하는가 하면, 근골격계 질환 대부분에 적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술 횟수나 기간은 그 병세의 경중에 따라 다르며, 그 경과를 살피며 진행한다. 심한 경우라면 보다 자주 시술할 필요성도 있지만, 통상은 시술 후 5~7일 경과 후 2번째 시술을 한다. 1차 시술 후 2~3일간 통증이나 불편함이 수반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이해를 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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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침의 수기법의 핵심은 유착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착 상태가 근섬유 또는 힘줄의 분포 방향과 일치하는지, 교차하는지 아니면 불규칙하게 형성된 것인지 등을 고려하여 유착이 풀릴 수 있도록 수기를 가해야 한다. 따라서 경결부 또는 유착부의 상태를 시술에 앞서 정확히 파악하여야 하며, 그 상태에 따라 유착 제거가 용이하도록 침 끝이 유착부에 이르게 하고, 그곳에 침이 밀착되도록 하여 유착이 해소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착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수기법이 활용될 수 있다. 근육 경결과 같은 얕은 증상이라면 수기 없이 가벼운 자침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병태가 심하다면 다양한 수기법(진퇴, 흔들기, 비틀기, 스윙 등)이 요구된다. 다만 수기 과정에서 골, 혈관, 신경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초음파기기를 통해 환부를 직접 살피면서 시술할 수 있다면, 시술의 정확성은 물론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효과 메카니즘과 관련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몇가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근과 건(근막 및 건막)은 해당 부위에서 각기 일정한 역학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병증이 유발된 부위는 이 역학적 평형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도침 시술이 이 연부조직의 역학적 평형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역학적 평형을 회복시켜 주면 혈행 개선과 주변 신경에 대한 포착을 해소하여 관련 부위의 생리기능을 회복시켜 염증을 제거하고 조직 재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리기능 회복은 특히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매개로 전개된다는 것이 동물 대상의 연구에서 확인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통증유발 물질(Substance P와 5-HT, TNF-α, IL-1β 등)을 억제하는 반면, 통증억제 물질(IL-10 등)을 높여줌으로써 통증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 또한 염증조직에서 TNF-α가 발현되어 섬유화를 유발하게 되는데 도침치료가 이를 완화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도침의 주요 적응증
-전신 각 부위(머리, 목, 체간, 사지 등)의 완고한 통증 : 통증의 결절, 비후, 연조직의 이상 증식, 유착 및 흉터 등
-골 증식 : 경추, 요추, 슬관절 돌기, 종골 등의 골 증식
-활액낭염 : 견봉 하, 슬개골 등의 활액낭염
-건초염 : 각종 굴근건, 요골 경상돌기 등의 건초염
-근막염 : 목, 배부, 둔부 등의 근막염
-난치성 부상 : 테니스엘보우, 골프엘보우, 아킬레스건 부상 등
-골관절염 : 경추증, 요추 추간판탈출증, 강직성 척추염, 퇴행성 척주염 등
-수술, 외상 수술 등 수술 후의 후유증 : 수술 후의 이상 증식, 유착, 기타 기능 장애로 인한 통증
-혈관/신경 포착증후군 : 손목터널증후군 등
-대퇴골두 등 허혈성 무균성 괴사 등
(*기타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서는 위의 본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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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도침에 의한 시술은 강한 자극이 가해지기 때문에 약간의 상처가 유발될 수도 있으며, 또한 환부가 덧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 사후의 소독과 관리를 철저히 해주어야 한다. 또한 중국에서의 소침도 시술은 대체로 국소마취를 한 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경우 마취는 양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그 이용에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도침요법은 애당초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시술 시 일정한 통증도 수반되므로 이에 대한 환자의 협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활용이 곤란해진다.
도침과 더불어 뜸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즉 도침 시술 후 시술 부위에 적절한 정도로 뜸 시술을 병용하는 것이다. 환부의 상태나 범위 등을 고려하여 도침 시술 후 시술 개소에 뜸(직접구)을 떠 준다. (쑥)뜸은 환부의 유착 제거와 회복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환부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해 주는 효과도 갖기 때문이다.
시술 시 수반될 수 있는 위험 및 부작용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관련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유의를 요하는 점은 열성 질환자의 경우 시술을 금한다는 점이다.
-시술 후 환자는 일시적인 의식 소실, 현기증, 호흡곤란, 식은땀, 가슴 답답함, 메스꺼움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두려움, 스트레스 또는 과다한 자극으로 인한 경우일 것이라고 한다.
-약간이 출혈이 수반되는데, 국소 부기 및 통증이 명백한 경우 국소 냉찜질 및 압박을 사용하여 출혈을 멈출 수 있다.
-말초신경에 일부 손상이 있을 수 있으며, 일부 국소부 또는 원위부 통증, 감각 이상 또는 근력 약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시술 과정에서 절침의 우려도 있으므로 안정된 시술이 요망된다.
-치료 부위에 뚜렷한 발적, 부종, 통증이 나타나거나 감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 사후의 철저한 소독 관리가 요구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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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張天民, & 杜艷軍. (2016). 專家講座系列一針刀醫學發展簡史. 中國醫藥導報, 13(27), 159-162.
- 朱漢章. (2006). 針刀醫學體系概論. 中國工程科學, 8(7), 1-15.
- 董澤順,蔣武平,陳妙娟. 小針刀療法治療急性嚴重閉合性軟組織損傷臨床觀察[J].新中醫, 2016, 48(01): 98-100.
- 張義, 權伍成, 尹萍, 曾貴剛, 金鳳, 李虹, & 郭長青. (2010). 針刀療法的適應證和優勢病種的文獻分析. 現代中西醫結合雜誌, (25), 3185-3186.
- “小针刀疗法”将在沪推广 市中医药学会针刀医学分会成立.上海市人民政府 [引用日期2014-07-21]
- Yifeng Shen 등(2023)
- Kwon, C. Y., Yoon, S. H., & Lee, B. (2019). Clinical effectiveness and safety of acupotomy: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 Complementary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 36, 142–152.
- https://baike.baidu.com/item/%E6%9C%B1%E6%B1%89%E7%AB%A0/4353822?fr=aladdin
(芝雲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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