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정오행(舍巖正五行)
舍巖正五行 / 舍巖(朝鮮) 著 筆寫本
[發行地不明] : [發行處不明], [發行年不明] 1冊(58張); 21.4 x 19.0 cm
<사암정오행(舍巖正五行)>은 사암도인의 저술로 알려진 사암침법에 침구학 및 본초학 지식을 덧붙여 놓은 필사본 의서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암(舍巖, 혹은 舍岩)은 저자의 호(號)로 보인다.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는데, 승려였으며 사명당(四溟堂)의 제자였다는 설이 구전(口傳)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는 상태이다. 다만 이 책이 1644년에서 1742년 사이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17-18세기 조선 중기에 활동하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본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사암침법과 관련된 부분으로, 서문을 시작으로 43장에 이르는 사암침법 내용이 실려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운기침법(運氣鍼法)과 관련된 부분으로, 주로 양계주(楊繼洲)의 <침구대성(鍼灸大成)>(1601)의 내용과 연관이 있다. 세 번째 부분은 약성가(藥性歌)로써 <제중신편(濟衆新編)>(1799)에 수재된 것을 필사한 것이다. 책의 표제가 ‘사암정오행’으로 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두 번째와 세 번째 내용은 필사자가 필사시 추가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암침법은 1900년 이전에 활자화 된 적이 없이 필사본으로만 전해져 왔다. 현재 <박채당침감(朴采堂鍼鑑)>, <침구편(鍼灸編)>, <오행침법서 사암침경(五行鍼法書 舍巖鍼經)>, <침구요감(鍼灸要覽)>, <경제요결 합본(經濟要訣合本)>, <사암침구편(舍岩鍼灸篇)>, <사암침법자료집(舍岩鍼法資料集)>, <사암오행침법비결 (舍巖五行鍼法秘訣)>, <찰병요결(察病要訣)>등이 알려져 있다. 필사본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사암도인의 원저작인 ‘치료편(治療篇)’과 지산(芝山)이 추가한 의안인 ‘경험편(經驗篇)’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제본의 첫 번째 부분은 이들 서적들처럼 사암침법의 이종(異種) 필사본에 해당한다. 해제본에는 중풍치방보사영수별방오행정리통제병제일장(中風治方補瀉迎隨別方五行正理通諸病諸一章)을 시작으로 치루제사십삼장(痔漏諸四十三章)까지 모두 43장에 걸쳐 증상과 치법이 기재되어 있다. 이 내용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필사본들과 구성과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지산의 의안은 실려 있지 않다.
두 번째 부분에는 침구치료와 관련된 치법, 이론, 침구가부(鍼灸歌賦) 등이 적혀 있다. 이들 내용은 일정한 주제 없이 나열되어 있어 필사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다만 많은 내용이 <침구대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자오유주침법(子午流注鍼法)과 영구팔법(靈龜八法) 등 운기침법(運 氣鍼法)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여기에는 필사자가 직접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침법도 있다.
중풍편고(中風偏枯)를 시작으로 101개의 병증과 치법 말미에는 ‘우전(右田)’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이어 전신불수(全身不遂) 등 82개의 병증과 치법 말미에는 ‘우김(右金)’이라고 적혀 있다. 이들은 각각 전씨(田氏)와 김씨(金氏) 성을 가진 이의 치법으로, 필사자가 수집하여 넣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부분은 <제중신편>8권에 실려 있는 약성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분에서 침구학과 관련된 지식을 전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암침법은 조선 중기에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암(舍岩)의 저작으로, 음양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원리에 입각하여 선혈(選穴)과 보사(補瀉)를 시행하는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침법이다.
사암침법의 성립 연대는 명확하지 않으나, 사암침법 내에 있는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의 인용문을 근거로 <침구경험방>이 간행된 인조 22년(1644) 이후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 지산의 천지운기치험(天地運氣治驗)에 자주 등장하는 임술년(壬戌年)이 역려(疫癘)가 치성했던 영조 18년(1742)에 해당할 개연성을 고려하면 저작 연대는 1644년에서 1742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산(芝山)이라는 인물의 호는 지묘(智妙)이며 조선 후기에 활동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사암침법을 임상에 사용하고 체험한 결과 를 의안(醫案)으로 기록하였는데, 해제본에는 없으나 몇몇 필사본에는 지산의 치험례가 포함되어 있다.
사암침법은 비교적 후대에 와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현대식 활자본들은 사암침법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홍종철(洪鍾哲)의 <경락학총론(經絡學總論)>(1922), 남채우(南采祐)의 <청낭결(靑囊訣)>(1924), <국문역주사암도인침구요결(國文譯註舍岩道人鍼灸要訣)>, <사암침구정전(舍巖鍼灸正傳)>, <사암침법체계적연구(舍岩鍼法體系的硏究)>, <태한의학 침구편(太韓醫學 鍼灸篇)>등은 앞서 살펴본 필사본을 활자화한 서적들이다.
사암침법에 등장하는 변증시치는 주로 <의학정전(醫學正傳)>, <동의보감(東醫寶鑑)>, <의학입문(醫學入 門)>,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등의 내용과 유사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조선 침구학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해제본은 사암침법의 이종 필사본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사암침법 이외의 침구학 내용과 약성가 중심의 본초학 내용을 함께 싣고 있어 기존 사암침법 필사본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필사자가 채록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 내용들은 사암침법에 대한 필사자의 간접적인 보완책으로 여겨져 사암침법에 대한 후대 의가들의 견해를 고증하는데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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